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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30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25 20:02
조회
510
추천
7
글자
9쪽

칠십 명 3

DUMMY

10


모든 이가 몸 둘 곳을 찾았다.

뚜렷한 점은 정파, 사파라 칭하는 이들이 양쪽으로 갈라진 뒤, 암묵적으로 선을 유지한 것이 특징이었다.

마치 사자가 없는 틈을 타 먹이를 노리는 늑대와 여우 같은 형세.

서로가 주목하는 모양새에서 웅태환이 남긴 동족상잔(同族相殘)은 가히 성공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선을 가로지른 이가 있었으니,


"다들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소신은 화산파의 제자 영호진이라고 합니다."

"매화검수다."

"역시 뛰어난 인재로다. 무량수불."


차분한 음성으로 좌중의 이목을 이끈 영호진이었다.


"이곳에 계신 선후배님. 전적으로 마교의 말을 믿을 수는 없습니다. 겨누고 있는 검은 일단 넣어주십시오. 화산파의 대표로서 당부드립니다."

"그걸 어떻게 믿느냐!"

"우리를 죽이고, 비급을 탐할지도 모르지 않냐!"

"구파일방들이야말로, 당장 검을 내려놔라!"


사파라 칭하는 방파의 무공수위가 상대적으로 낮기에 그들이 외친 말은 틀리지 않았다.


"소생의 말을 믿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좋소. 일단은 그대에게 맡기지."

"동참하겠소. 하지만 만일의 사태에선 우리도 장담할 수 없소."

"아미타불. 매화검수께서 이리 중재를 해주신다니, 소승 역시 이를 따르지요."


착, 스르릉.

하나둘 검과 도가 제자리를 찾아가며, 안정을 찾아가는 상황에서 영호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동조해주시니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우선 마교의 농간에 대해 진위를 따질 필요가 있겠습니다. 제갈세가는 어떻게 생각하는지요?"

"제갈가의 제갈호. 먼저 선배님들께 인사드립니다."


지금껏 본 바로 영호진은 그리 말을 많이 하는 편이 아니었다. 허나, 사태가 사태인 만큼 그의 말 수가 늘었던 걸까.


'사매를 중심으로 사제들은 진을 구축한다. 궤에서 우측으로 열 장. 큰 바위를 기점으로 매화진을 펼친다.`

`예. 대사형.`


다급했던 전음과 달리 한없이 차분한 음성. 정파와 사파 모두 영호진을 주시하고 있었다. 제갈가의 대답이 화산의 제자들까지 신경 쓰기엔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자신 있게 답변드립니다. 웅태환이 펼친 진은 제갈가에서 이백여 년 전 소실된 절진이 맞습니다. 물론 운무로 펼쳐진 점은 처음입니다."

"그렇다면 생문(生門)이 24시진 이후에 열리는 게......"

"사실입니다. 실제 생문이 아닌 길로 들어선다면, 오직 죽음뿐이라고 할 수 있지요. 확실합니다."


경악할 만한 대답이었다.

제갈가에 의해면, 웅태환의 말은 사실로 판정. 일다경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칠십 명만이 살아남는다? 혼란에 빠지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


철신은 의아스러웠다.

왜 이다지도 차분할까.

사람들은 왜 혼란 속에 빠지지 않을까.

웅태환이 생각한 바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이리 대담할 수 있는 것이 강호인인가. 운무에 가려진 궤도 마찬가지. 아무리 마교의 언질이 있다 해도 누구 하나 움직여 취하지 않는다.

절진이라 불리우는 사향진이 과연 궤에도 영향을 미치는 걸까.


'수상해. 특히, 저 영호진이라는 자. 너무나 태연하단 말이야. 마치 이 상황을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어.`


군중과 확연히 다른 태도.

모든 이와 반대인 자.

이 모든 건 사기 치는 수법과 일맥상통했다.

사기(詐欺)란 절대 언변만으로는 이룰 수 없었다. 언행 일치된 몸짓과 이를 받쳐주는 상황이 있어야만 통하는 법.


'역시.'


철신의 촉이 빛을 발했다.

영호진과 동일한 의복을 입은 자. 군중이 알아채지 못하게 하나둘 씩, 짜임새 있게 약속된 지점으로 이동하는 것이 보인 것이다.

특히, 여인의 신법이 최고였다. 자연스럽게 주변과 동화되지만, 가장 빠르게 중심으로 이동.


'저 여인과 영호진과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다. 또한, 궤와 약 열 장 거리. 단숨에 낚아챌 만한 장소이며, 특히 옆에 큰 바위가 있다. 이는 등을 배제하고 싸우기에 최적의 장소.`


철신은 이와 다른 현상도 목격했다.


`저쪽은 아예 단합했군. 사파라 했던가. 수십이 아닌 백여 명이 무리를 합쳤어. 처음부터 연합했구만.`


흥미로운 상황이었다.


'나도 준비를 해야겠어.'


품 안에 고이 감싸인 권갑.

오랜만에 빛을 받아서인지, 고유의 색보단 흑색에 가까워 보였다.


"어이! 매화검수인지 화산파인지 내 잘 모르겠다만, 선동질은 적당히 하쇼!"


굳이 나설 필요는 없지만, 이대로라면 언제 끝날지 모를 토론이었다. 이에 큰소리로 나선 이는 바로.


"누구인가."

"나로 말할 것 같으면 고려 최고의 권가. 고려권가의 철신이라고 한다."

"강호인이 아닌 자는 빠져라. 고려인이 왜 이곳에 있는진 모르겠다만, 탐욕에 눈이 멀었다면, 필히 목숨을 잃을 것이다. 한낱 하룻강아지여."


되로 주고 말로 받은 격이랄까.

보이지 않는 군중의 비웃음과 무시. 멸시에 가까운 시선에 철신의 얼굴이 뜨거워질 만도 하건만.


"내 오늘 강호인의 품격이 이다지도 높은지 몰랐소. 고려의 와선 고려의 예를 따져야 하거늘."

"무시하시고, 여러분! 지금 이 자리에선 우리 모두가 힘을 합쳐 진을......"

"웃기는군. 영호진이란 사람을 믿지 마시오! 제 편은 지금 당장 비급을 취하려 하고 있소!"


효과가 있던 것일까.

구대문파의 사람들도 영호진에게서 서서히 철신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매화꽃을 수놓은 여인이 보이시오? 아마 저분께서 비급을 가로챌 모양이신가 보오!"

"설마."


화산파를 제외한 모든 이가 철신의 말에 따라 진설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영호진의 계획과는 다른 당황스러운 전개. 하지만 인정할 수는 없는 터.


"헛소리! 고려인의 말은 하등 가치가 없소. 우리에겐 당장 사향진을 파훼할 제갈가의 힘이 필요하오. 모든 이가 살아야 한단 말이오! 마교의 계략처럼 서로 싸워, 칠십여 명이 살아남는다 해도 이곳에서 살아나간다면? 평생을 서로가 적대시하며, 무림이 사분오열되어야 겠소? 평생을 적으로 돌려야 하느냔 말이오."

"아미타불. 소승도 매화검수의 말에 동의하오. 웅태환의 의도 역시 그리 생각했소."

"무당파도 동의하오. 우리끼리 적으로 돌려봤자 하등 좋을 것이 없소."

"제갈가 역시 매화검수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는 바입니다. 시간만 주신다며, 저희 세가에서 반드시 파훼법을 찾아내겠습니다."


철신의 생각과 다르게 구파일방은 영호진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갔다. 이는 상당히 불안스러운 징조. 마치 마교의 전신처럼 철신을 대할 수도 있다는 것.


"거기 반대편! 영호진이란 사람에 말에 동의하오? 제갈가라는 사람들이 진을 풀고 난 뒤, 곧이곧대로 순순히 비급을 나눠준다고 생각하냔 말이오."


생각보다 차분한 철신의 어조였다.

고양이 앞에 생쥐처럼 바들바들 떨어야 함에도 절대 비굴함이 없는 강한 태도.

이에 사파들도 조금씩 동조의 목소리가 높아져 갔다.


"형님. 저 고려인의 얘기도 신빙성이 있소. 구파일방들이 과연 우리를 곱게 보며 비급을 나눠주겠소?"

"흑사파. 어찌 생각들 하오?"

"꽤 맞는 말이긴 한데."


슬그머니 고개를 든 의심.

당연한 말이었다.

평소 사파라 칭하며, 구파일방이 얼마나 고깝게 보았던가. 무공수위로 논한다 해도 밀리는 형세인데, 하물며 비급을 내어준다?

대환단도 들어있는 전설의 비급들을?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조용히 목에 검을 들이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난 저 고려인의 말이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저도 그렇습니다."


서로가 고개를 끄덕이며, 검집에서 나온 도검들.

챙.


"거기 반대편분들. 그리고 제 말을 더 들어보시오. 화산파란 사람들이 궤에 다가간 건 바로 저 영호진이란 이가 말문을 트인 직후요. 저 보시오. 더 바위가 가진 이점을. 아마 모두를 죽이고, 화산파가 독식할 심산인가 보오."


철신의 말이 끝남과 동시.

무림의 내놓으라는 고수들의 시선이 모두 화산파로 향했다.

마치 진실이냐는 눈빛.


"매화검수로서 다시 말씀드립니다. 구파일방은 반드시 하나로 뭉쳐야 하오. 또한, 저 고려인은 마교의 잔재일 것이 분명하오, 마교의 작당! 감히 무림인을 혀로 놀리려 드느냐!"


한 치 앞도 못 보는 전장.

자연스러운 전개였다.


'그래. 이렇게 가야 나한테도 떡고물이 떨어지지.`


단, 철신의 속내는 자못 위험한 상상을 그리고 있었다.


작가의말

당일치기로 글쓰기는 참으로 기구한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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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6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 칠십 명 3 18.12.25 510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8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6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2 10 11쪽
3 철신 3 +1 18.12.13 1,134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0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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