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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45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23 00:19
조회
590
추천
8
글자
9쪽

칠십 명

DUMMY

8


"마교가 도적이었다."

"놈을 죽이자!"

"와아아아."


챙. 뚝, 뚜두둑.

모든 이의 도검이 웅태환에게로 향했다.

수석장로가 아무리 세다 한들 다수에게는 무리가 있다고 판단한 무림맹. 더구나 구대문파의 무공은 가히 녹록지 않았다. 후기지수가 대부분이라 할지라도 강호의 한 자리씩 꿰차고 있는 무인들.

당연스레 힘 대 힘 대결로 급박하게 전투가 시작되려나 찰나 너털웃음을 보인 웅태환의 손이 움직였다.


"이거 장로 체면이 말이 아니로군. 상당히 곤혹스러워. 이리 무시당할 사람으로 치부되다니......"

"돌격하라."

"합격술을 펼쳐라."

"진을 구축하고, 놈을 포위하라."


하지만 눈앞의 수석장로 웅태환이 꺼내든 책에 모두가 순간 정지된 듯, 동작이 멈춰섰다. 그 중 앞선 이가 외친 음성.


"훔쳐 간 비급이다. 황색 표지!"

"흠. 이게 누구의 것이더라."


모든 이가 자리에 멈춰섰다.

모든 이의 시선이 집중됐다.

허나, 웅태환은 전혀 긴장하지 않고, 오히려 눈을 부라렸다.


"버르장머리없는 놈들. 당장 목을 베어 까마귀밥으로 주고 싶지만, 내 할 말이 있어 잠시 기다려주지. 이 서책은 어디 보자. 뉘의 것인가."

"사설은 집어치우고, 점창필법부터 내놓아라!"

"도적질한 벽력장을 당장 꺼내라!"

"경현신법을 내놓지 않는다면, 당장 요절을 내버리겠다."


이 와중에 솟아오른 연기가 용솟음치며, 주변을 자욱이 메웠지만, 누구도 이 현상을 크게 문제 삼지 않았다. 몇몇 무림인들이 신체에 무리가 없는 것을 인지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마교에 대응하는 무림맹을 중심으로 여기저기서 분노의 목소리만 터져 나왔다.


"우린 신교의 무공이면 충분히 광대하다. 어차피 이따위 저급한 비급은 관심 없다. 헌데, 그대들은 아니겠지. 또한 그대들이 이곳으로 온 이유에 대해 전혀 궁금해하지 않는군. 아주 멍청해"

"개수작! 어서 우리 문파의 비급부터 내놓으라니까!"

"갈!"


노성이 터져 나온 동시 흑파(黑波)가 또다시

전개됐다. 이번엔 전과 다른 좀 더 많고, 날카로운 검기.


"으악!"

"내, 내 팔이."

"다리가 잘렸어! 아아악."

"한낱 버러지들 같은. 본 장로의 말을 끊지 말란 말이다. 썰어서 개밥에 주어도 시원찮을 놈들. 내 네놈들이 두려워 손속을 쓰지 않는 줄 아느냐. 못 배운 놈들하고는. 쯧."


통했는가.

웅태환의 손짓 한 번에 수십 명이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하자 무림맹의 고수들 역시 입을 다문 채 상황을 주시하고만 있었다.


웅태환의 말은 틀리지 않았다. 소실된 비급을 찾는 것도 중요했지만, 그의 말처럼 강호에서 상당히 떨어진 고려. 이곳까지 유인한 마교의 계략이 무엇인지, 왜 수석장로가 직접 나타나서 대응하는지를 생각해봐야 할 일.


"본교는 네놈들의 본거지를 칠 수도 있다."

"무림맹을 무시하지 마라. 대책도 없이 우리가 이곳으로 왔겠는가."

"말만 번지르르하군. 그래. 어떤 대책이길래 그리 말하는지 한번 들어나 볼까."

"소림파 32대 제자 일심. 본 승은 마교와 논박할 생각이 한치도 없다. 어서 훔쳐 간 소림의 무공을 내놔라."

"땡중이로군. 소림의 무공이라. 네놈 말대로 구대문파의 비급과 세가의 비전들은 우리 신교가 내어줄 것이다. 단!"


숨죽인 무인. 지나가는 산새조차 지저귐을 멈추며, 웅태환의 음성만이 산 정상을 메우고 있었다.


"신교와 약조(約條)를 맺는 문파만이 서책을 되찾을 것이다. 또한! 약조를 맺은 이들은 본교의 공격을 받지 않는다."

"그게 무슨 뜻이냐!"


말 끊어지기가 무섭게 웅성거림은 멈추지 않았다. 각 문파의 무리 간 의견이 상충되는 상황.


"마교와 약조라니."

"일단 들어나 보세."

"말 같지도 않은 소리이지 않은가. 저 짐승만도 못한 놈들과 무슨 약조란 말인가."

"순순히 비급을 내어준다니. 약조가 무엇인지 나쁘지 않다면 일단 비급을 되돌려 받은 뒤, 생각해도 괜찮지 않겠는가."


하지만 웅태환의 이어진 말에 무림인들은 어안이 상실됐다.


"물론 지금 너희들과 약조할 이유는 없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약조를 맺자고 하며, 또 약조할 이유가 없다니. 노망이라도 난 것이냐!"

"이 아둔한 놈들. 너희와 내가 같은 급이겠느냐! 이미 무림의 모든 문파에게 연통이 갔고, 너희들은 문주들에게 선택되었기에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

사실 수석장로와 동일 선상에 있는 인물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


"절대로 놈에게서 눈을 떼지 말 것이다."

"예. 소가주님."


하북팽가는 선두와 이격 거리가 있기에, 흑파의 피해는 전무했다. 그렇다 해도 안심할 수 없었다. 철신 역시 팽가를 방패 삼아 뒤편에서 상황을 주시하고 있었다. 강 건너 불구경하듯, 오히려 뒷짐 지며 편안하게 주위를 관망했다.


"다부진 기의 파동. 지팡이만으로 저런 풍력을 낸다는 건 쉬운 게 아니야. 더구나 저 노인네 내공이 보통이 아니었어."


철신은 무림인들의 목적은 인지했다. 더구나 웅태환의 말도 이해했다.


마교와 문파의 문주들은 서로 암묵적으로 약조가 진행되었을 것이다. 또는 약조가 끝났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이곳에 모인 자들은 일정 조건을 충족하기 위한 인질일 수 있었고, 아니면 뒷구멍으로 도적질을 명 받았을 수도 있었다.


"이런 게 무림인가. 먹고 먹히는 사슬 관계라."


철신에게는 정파와 사파. 마교 모두가 같은 느낌이었다.


"모두 똑같은 족속들이군."


일단, 일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는 이는 바로 웅태환. 그렇기에 철신의 눈은 지금 그에게서 떠날 수가 없었다.

비급을 궁금해할 이유는 없었다. 남의 무공을 탐하기보단 오히려 경험으로 무를 깨우쳐야만 했던 철신.


"그런데 이 연기는 뭘까. 해무는 아닌 거 같은데."


여기 모인 모든 강호인이 인체에 해가 없다고 판단했고, 철신도 기를 순회하여 봤지만, 전혀 거리낌이 없기에 무시하고 있었다. 하지만 상당히 꺼림칙했다. 이유 없는 임신은 없듯이, 모든 것에는 이치가 따르는 법이었다.


"장황히 시간을 끄는 노인네도 구리고, 강호인들도 이에 발맞추는 것도 웃기는 일이야."


철신은 본능적인 불안감에 자리에서 뒤로 조금씩 이동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뭐야."


콰과광. 굉음과 함께

자욱했던 연기가 사라졌다. 마치 생명처럼 이동한 백무(白霧). 순간 눈앞이 깨끗해지며, 사물의 선들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철신은 백무(白霧)보다는 웅태환의 기세에 좀 더 관심이 쏠렸다.


"기세가 변했다?"


*


"하하하핫."


웅태환의 광소와 함께 내기가 퍼져나가자, 철신과 같이 이를 인지하던 무인들의 눈빛이 한층 깊어졌다. 무언가 일이 터질 상황.


"이제 모든 게 끝났군. 아주 훌륭해."

"자꾸 무슨 헛소리를 지껄이느냐! 약조가 대체 무슨 말이냐고!"

"놈! 손에 피를 묻히고 싶으나, 재미를 놓치긴 아까우니 빨리 이야기하지. 지금 이 백무는 사향진(死香陣)."


웅태환의 득의만만한 미소와 함께 생소한 진식은 여러 사람을 헷갈리게 만들었다.


"이 연기가 진이라고?"

"그렇다. 그걸 설명하기 전, 애초에 너희들에게 약조된 비급은 모두 저기 있다."


웅태환이 가리킨 장소는 운무가 사라진 허공. 마치 상공에 떠있 듯 회색 구름이 떠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각종 서책이 얼핏 눈에 들어왔다.


"자하신공?"

"벽황진검이다!"

"어? 소림의 나한공도 보여!"

"무당파의 태청심법. 저런 비급이 왜?"


구대문파의 숨겨진 심법과 검서들이 수십 권이 나열된 모습을 보니, 누구라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욕심과 시샘. 더불어 살심까지.

백두의 산봉우리에 더러운 욕망의 찌꺼기가 순간 주변을 가득 메웠다.


"속지 마라! 저건 가짜다! 구대문파의 심법이 왜 여기 있느냔 말이다. 저건 우릴 꼬드길 명분이야! 약조를 위한 술수라고!"

"어허. 과연 그러할까? 내 장담하건대 저 심법들은 모두 진품이다. 천마신교 수석장로 웅태환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지."

"무당파 없으시오? 저게 사실입니까? 태청심법이 진서(眞書) 맞느냐고요!"


무당파는 분명 이 자리에 있었다. 허나, 돌아오지 않을 메아리. 인정한다면 무당파의 위신이 땅에 떨어질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주목하거라!"


대답은 무당파가 아닌 웅태환. 그의 말이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비급을 갖든, 불태워버리든 너희들끼리 알아서 비벼먹고, 아직 사향진에 대해 말을 끝나지 않았다. 아주 재밌는 일이 벌어질 것이야. 인원은 단 칠십 명!"

"갑자기 무슨?"


비급에서 눈을 뗀 자 일부가 입을 열었다.

그들은 그나마 구대문파의 제자들.


"여기 모인 자들은 모두 천여 명. 이 중에서 단 칠십 명만이 저 비급을 모조리 손에 갖는다는 말이다. 그리고 칠십을 제외한 이는 모두 이 자리에서 죽는다. 서로의 손에 말이지. 으하하하."


참으로 뚱딴지같은 웅태환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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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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