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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42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28 14:54
조회
507
추천
7
글자
8쪽

칠십 명 4

DUMMY

11


철신의 말이 도화선이 된 듯, 빠르게 사파의 무리가 단합을 이루며 정파에 맞섰다. 누구나 예측 가능한 대립이었다.


"준비되었나? 형제들!"

"물론입니다!"

"협을 외치지만, 뒷구멍으로는 토악질이 날 만큼 더러운 위선자들이다. 구파일방을 모조리 죽이자. 우린 흑사파다!"

"와아아아!"

"감히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하룻강아지들이!"


언젠가 벌어질 일이었다.

챙. 채채챙.

정, 사를 막론하고,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여기저기서 검을 뽑아 들었다. 구파일방은 손해 볼 장사가 아니었다. 명목 있는 싸움은 오히려 투지를 늘릴 수 있는 법. 말은 하지 않았으나 사향진의 인원수를 맞추기 위한 시작에 불과한 일이었다.


허나, 보이지 않는 선 또한 추가적으로 발생했다. 구파일방 간에 생긴 간극으로 신뢰 없는 거리가 발생한 것이다. 서로의 견제. 이는 불행의 씨앗과 같은 말이었다.


`사매. 매화진에 중심에 선다. 접근하는 놈은 자비 없이 벤다.`

`무림맹은요?`

`지켜본다. 일단은 말이다.`


말로써 풀기엔 너무 늦은 시기.

철신 역시 상황판단에 만전을 기했다. 분석이 뒤따른 싸움은 승리에 다가서는 지름길이다.

일단, 사파 무리는 구파일방에게 전진할 게 분명했다. 오대세가는 어디로 갈 것인가? 역시 정파라 생각하며, 구파일방 옆에서 도울 것이다.

비율로 치자면 2대 8. 정파의 무공수위가 높더라도 인원수를 무시할 수는 없었다.

변수는 언제나 존재하는 법.


"1대 4라......"

"철신이라 했던가."


낯설지 않은 목소리.

하북팽가의 사람이 접근하는 속력으로 보아 해할 의사는 없다고 판단했기에, 철신은 자리에 굳건히 서 있었다.


"그렇소."

"아까 나선 것은 상당히 무모한 행동이었네."

"그렇다 치지요"

"다시 소개하지. 난 하북팽가의 팽지환이라하네."

"철신이오."

"매화검수의 말처럼 고려의 무인이 왜 이곳에 있는지 알 순 없지만. 상황이 좋지 못하네. 아까 내려갔다면, 목숨은 보전할 수 있었겠지."

"괜찮소. 내 몸 하나 건사할 힘은 있으니까."

"젊은 사람이 당당해서 보기는 좋으나, 객기는 삼가는 게 좋겠네. 차라리 숨어있다 사향진의 생문이 열릴 때 운을 믿는 것도 좋은 방편이었지."


안위를 위해주는 건지, 시험하려는 지 알 수 없지만, 하나만은 분명했다. 하북팽가는 사파쪽을 공격하지도, 구파일방을 돕지도 않는 방관자 역할. 이와 같은 무리가 도드라지게 눈에 띄었다.


"대략 백여 명 정도일까."

"눈치챘군. 우리와 같은 이를 말하는 것이겠지?"

"그렇소. 오대세가와 구파일방은 한통속이 아닌 게요?"

"고려인 치고는 꽤 자세히 알고 있군. 굳이 따지자면 그렇겠지. 흑사파와 어울릴 수도 없고, 구파 쪽도 아니니까."

"추후 불이익을 받을 텐데요."

"쥐가 고양이 생각해주는 격이군. 자네 목숨이나 보전하게. 잠시였으나 인연이 있어 충고했던 것이니. 그럼 이만. 가자!"

"예. 소가주님!"


역시 무림인이었다.

본인들 할 말만 늘어놓고, 쏜살같이 장내를 벗어난 이들. 쓰잘데기없는 충고만 하고선 잽싸게 도망치다니.


`어차피 앞으로 싸울 상대일 텐데. 굳이 구파일방을 도와줄 필요는 없겠지.`


손 놓은 방관자는 추후 경쟁자가 줄어들었을 때, 진가를 발휘할 것이다. 어떻게 변질될 지는 아직 알 수 없으니, 대비책은 나중에 생각하면 될 일. 우선 전면에 보이는 칼부림부터 고민해야 했다.


서걱.

챙. 챙.


"양의검 제8식!"


쉬이이익.


"크윽. 내 팔."

"크억."

"일식이 형님, 삼돌아!"

"감히 저 새끼가 우리 식구를. 무당파 세 놈이 저기 뭉쳐있다! 다져 버려!"

"와아아아!"

"삼재진을 펼친다."


쩌엉.


오른발을 회전축으로 돌리며, 허리를 가로질러 가는 검식에 두 명이 당했다. 더군다나 세 명이 상호 보완하는 검식을 이루니, 허점마저 보강되어 완벽함을 보이는 구파일방. 검의 속도마저 재빠르니 쉽지 않아 보이는 사파.


"놀랍군. 삼재진의 수비라. 수비 방위각을 넓혀, 틈을 줄이다니. 어?"


*


제길.

남 걱정할 팔자는 지났나 보다.

암기처럼 날아오는 단검. 누가 던진 것인지 다리의 요혈을 노렸다. 고수임이 분명한 자.

잽싸게 다리를 놀려, 우측을 피하니 또다시 날아오는 단검.


"그냥 나와라. 무기만 날려 먹지 말고!"


파박.

가볍게 물러서니 나타난 인물.

얄팍하게 생겼지만,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을 신법.


"의외로군."

"누구냐?"

"청성파에게 자비는 없다. 감히 고려인 주제에 무림일에 끼어들다니."


쉬이익.

허리로 찔러오는 검.

끝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거로 보아, 변초가 섞여 있었다. 좌로 이동 시 뱀처럼 따라올 것이오, 뒤로 물러설 시 손목의 힘으로 밀어낸다.


"칠십이파검 12식. 파쇄."

"흥."


변초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더불어 허초가 섞여 있다면, 쉽고도 제일 편한 대응. 바로.


"정권(正拳)의 1초식!"


정면돌파.


쩌엉.


"크윽."


이것이 고려권가의 기본.

검 끝을 권갑으로 비껴내고, 동시에 무게추를 최대한 앞으로 쏟아낸다. 무게와 추진력을 더하면 더할 나위 없이 쾌속해지는 권이 바로 고려의 권이다. 검날이 없는 빈 곳으로 파고든 다음, 무방비 속 빈틈.


"정권(正拳)의 2초식. 강타!"


꽈앙.

왼 주먹으로 상대를 비켜내고, 오른손으로 얼굴을 친다. 기본적이지만, 가장 성공하기 어려운 초식.


"으으윽."


나뒹구는 놈의 표정에서 당황스러움이 엿보였다. 코뼈가 비틀린 놈의 표정. 이죽이는 입술. 들린 손에 궤적과 집중된 시선에서 반격으로 들어오는 검날. 낮은 자세에서 들어오는 공격은 노림수가 훤히 드러난다. 발목이라.......


"후웁."


주먹엔 자비가 없다.

적에게 베풀 인자함 따위도 없다.

그렇게 배웠고, 앞으로 그럴 거니까 말이다.


콰앙.


"크아아악. 쿨럭, 쿨럭."

"일어나라! 응?"


또 다른 살기.

피잉.


"흣."


좌측에서 쏘아져 온 암기.

목을 노렸을까.

매서움이 목을 향해 폭풍처럼 쏟아졌다. 혼자가 아닌 다수. 여긴 전장이었다. 결코 일대일 대결이 아닌 생사를 가르는 싸움.

독이 묻었는지 알 수 없기에, 막기보다는 피함에 중점을 두었다. 이후 잽싸게 자리에서 벗어나자, 푸른 의복을 입은 인물 여섯이 몰려들었다.


"괜찮나. 사제."

"크으읍. 퉷. 저 개자식. 내 저놈을 찢어 발기리라."

"일단 일어나라."


청의 옷의 사내.

한눈에 봐도 예사롭지 않은 안광에 괜시리 몸이 움츠러들었다. 저것이 경험에서 우러나는 살기인가.


"고려놈. 널 반드시 죽인다."

"눈빛으로는 벌써 두어번도 죽였겠네. 실력도 그만큼 뒷받침되면 말이지."

"이 자식이."

"삼사제. 그만! 이자와 노닥거릴 시간이 없다. 당장 자리에서 벗어난다. 이번의 단독 행동은 다시 가르침을 줄 것이다. 가자!"


청성파.

대사형이라는 놈의 눈빛에 몸이 반응했지만, 무리가 벗어남에 따라 주시할 수밖에 없었다.


"고려놈. 널 반드시 내 손으로 죽인다.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야."


파바박.

변명은 짜식.


"다음엔 반죽으로 만들어주지."


그런데 청성파가 자리를 비우고 벗어난다?

잠시 싸움에 집중했더니, 구파와 사파와의 전개가 궁금해졌다. 사파의 인원은 대규모로 이 시각에 벌써 싸움이 종결되진 않았을 터인데.

설마 사파가 이겼을까?

무공 차이로 인해 구파가 이겼나?

알 수 없는 일이기에 전방을 주시하니,


"허어."


대규모로 피바다가 펼쳐졌을 법도 한데.


"대단한 수위다."


진짜 깔끔하게 베어내기도 했다.

매화검수라 했던가.


"저 정도면 괴물 수준인데?"


이제야 구파일방의 힘이 보이기 시작했다. 매화검수가 처음부터 중앙에 있던 이유는 무차별적 도륙을 위한 포석.

바로 학살을 위해서였다.


"저 자식. 저거 보통 놈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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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 칠십 명 4 18.12.28 508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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