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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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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18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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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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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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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철신 6

DUMMY

6


움직임이 멈췄다.

작은 소음조차 들리지 않는다.

중원의 고수일까, 영약을 탐하는 고려의 사람일까. 궁금하기 짝이 없었다.


"흐으음."


살기를 쏘아낸 실력으로 보아 꽤 수준 있는 상대이며, 섣불리 상대의 정체를 판단한다는 건, 무인에게 치명적인 실수였다. 누구든 나보다 월등한 실력이라고 생각해야 하고, 단 한 번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이것이 기본 중의 기본.


"불꽃이 왜 이리 안 붙어. 후우, 후우욱."


흩날리는 재를 뚫고 날카로운 살기가 또다시 찔러온다.

호오.

살기가 일반인의 범주를 넘어섰다. 찌릿하면서도, 머리카락이 곤두선 느낌. 스승님을 제외하고, 이런 야릇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었던가. 마치 다리가 저리는 기분.

요것 봐라.


"아이고 추워라."


살기가 유동적이며 일정치 않다.

저들도 날 파악하는 모양새.


"날씨가 상당히 춥네. 불 없으면 딱 동사하기 좋은 날씨야."


타닥. 타다닥.

이제야 장작불에 불이 붙었다.

붉은 너울에 시선을 두었지만, 청각과 그 외 모든 감각이 오로지 살기의 방향으로 쏠렸다.

스승님은 항시 육신에서 제일 빠른 건 손이라 말씀하셨고, 나 역시 권이 세상 그 무엇보다 빠르고, 정확하다고 생각한다.


"추우면 불을 쬐는 게 최고지."


그렇기에 몰래 훔쳐보는 저따위 놈들에게 쫄 필요는 없었다.


"좋게 말할 때, 나오시는 게 어떠하오."


파사삭.

힘없이 던진 나뭇가지에 반응이 있었다. 물론 해할 의향은 없기에, 최대한 힘을 뺐다. 일반인보다 강하게. 무인으로서는 약하게. 최대한 능력이 부족하게 보여야만 했다.

도박장에선 가진 패가 많은 사람이 언제나 이기는 법이다. 물론, 타짜처럼 야비하게 굴 필요는 없겠으나, 비겁함도 하나의 수라고 인정한다. 이 바닥에선 어떤 패이든 이기는 것이 최선 아니겠는가.

숨기고 숨겨서 마지막에 한 방에 친다.

이것이 비기가 아니고 무얼쏘냐.


나뭇가지의 부서짐과 동시, 사람의 모습이 느껴졌다. 소음은 단 한 번으로서, 수양이 부족한 이다.


"몰래 훔쳐보다니, 배짱이 없는 이인가 보군."

"什么(뭐)?"

"중원인."


낯선 억양. 낮선 말투.

사부님은 석두라 하셨지만, 솔직히 내가 머리 하나는 기가 막힌다. 중원인이면 내가 길은 제대로 찾았다는 사실. 또한 이자들은 불로초를 노리는 게 확실했다. 야밤에 무리를 지은 중원인. 딱 봐도 척 아니겠나? 역시 사람은 머리가 좋아야 한다.


"고려에 와선 고려의 말을 쓰라고. 이 사람들아."


사정을 봐줄 필요는 없지만, 살수를 펼칠 수도 없었다. 중원인들은 도처에 깔렸을 것이고, 쪽수에 밀리면 사실 나 역시도 힘들어진다.

얕보이기도 곤란하니 이들과 적당한 소란을 피운다면 우두머리가 나올 확률이 높겠지.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휙휙.

적당한 크기의 나뭇가지가 들어, 크게 휘젓자 놈의 반응이 이상했다. 시선 처리로 보아 몇몇 인영은 아직 수풀 속에 있었다. 움직일 기세는 아니니 실력을 가늠하기 위한 조치인가.

이 자 한 명이면 해결된다고 믿는 건지.


"쯧. 얕보이는군."


중원 무림의 고수.

구파일방의 무공.

과연 고려권가의 비기를 받을 수 있을까. 사실 나로선 그건이 가장 의구스러웠다.

자만하는 것이 아니라 내 무위와 저들을 비교하는 것이 여행의 초석일 수 있었다.


파박.

들린 나뭇가지를 다시 날리자, 허공에서 무언가에 부딪히며 잔가지가 부러졌다.

매끈하게도 잘린 단면.

새카맣게 칠해진 도로 아주 깔끔하게 베어냈다. 실력이 아주 없진 않다. 방금 전 소음을 낸 자는 아마 이자가 아닐 것이다. 더구나 환한 달밤에도 전혀 날이 반사하지 않는 도.


"한 수 하는 친구 같은데, 어처구니가 없군. 다짜고짜 공격하다니. 어느 문파인가."


생각보다 중후한 음성.


"내 말에 대답부터 하는 게 예의 아닐까. 여긴 고려의 땅이니 말이지. 이곳에 온 용건이 뭐지? 그리고. 중원인들은 대뜸 처음 보는 여행객에게 살기를 드러내는 것이 예절인가?"

"우리 말을 할 줄 알는군. 고려인. 오해가 있어 초면에 미안하네. 보아하니 고려의 무인 같은데, 자네 무위로는 이곳에서 몸 성히 돌아가기 힘드니, 어서 내려가는 게 좋겠네. 이것은 내가 해줄 수 있는 배려네."

"이 땅의 주인은 고려인이다. 네놈들이 주인인냥 활개 칠 곳은 아니라고 보는데?"

"이거 곤란하곤. 마교는 아닌 거 같아 보이는데. 어쩐다."


공격 의사가 중단된 상태.

더구나 수풀 속의 살기도 어느덧 걷혀있었다.

이 자. 무리의 우두머리다.

다부진 체형에 각진 턱선으로 강인한 인상이지만, 첫인상은 그리 나쁘지 않은 편이긴 하다. 젊은 편인데도 상대에게 예의를 요구하는 모습이 수장답게 행동한다. 확실히 인물이긴 한데. 흐음.


"내 몸은 내가 알아서 할 것이오. 그런데 마교라 함은 무슨 뜻이오?"

"일단 사과부터 하지. 그리고 무림맹의 법도에 의해 상황을 발설하긴 힘드니 이해 바라네. 내가 해줄 말은 여기까지네. 몸을 피하는 게 우선이니, 어찌 할텐가."

"호의에 감사드리오. 허나, 방금 전에도 말했지만, 내 몸은 내가 지킬 것이니, 관여치 않아도 되오."

"그렇군. 내 소개를 하지. 하북팽가의 팽지환이라 하네."


*


콰과과과.

세차게 쏟아지는 폭포.

분무에 앞이 가려 앞도 제대로 식별되지 않는

그곳에서 검은 물결이 심하게 용솟음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신교가 부흥할 절호의 기회가 왔도다."

"이는 수석장로(首席長老)의 큰 홍복이옵니다!"

"아니다. 교주님의 역할이 크시지. 계획만으로 무산될 일을. 허허허. 원로원이 진정 비급들을 내어줄 줄은 나조차 의심했었는데."


하지만 폭포 소리에 갇혀, 결코 퍼져나가지 않는 음성.


"우리에겐 소용없는 비급이다. 하지만 놈들에겐 다르지. 이렇게 써먹지 않으면, 언제 써먹겠나 말이지. 확실히 전달했겠지?"


날카로운 눈빛. 수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닐진 데도, 다리를 절게 만드는 시선이었다.


"예! 수석장로님. 비급을 각기 두 장씩 잘라 구대문파와 거지새끼. 그리고 오대세가로 보냈습니다."

"의심은 하지 않던가?"


신교가 뒤에 있는 것을 안다면, 어찌 나올 것인가.


"네. 무림맹을 통해 그들이 단합된 모습을 보였고, 또한......"

"상관없다. 어차피 이만한 미끼엔 꼬일 수밖에 없으니, 무조건 올 일이야. 그보다 준비는 차질없이 진행되었는지가 더 궁금하군."

"완벽합니다."

"흐흐, 아주 좋아."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에서 비급을 무시할 일은 없었다. 그들이 그토록 찾고 싶어 하는 내공심법과 검법이 소실된다?

이는 문파가 유명무실해지는 지름길이니 말이다.


"그들의 동태는 어떠한가."

"당연히 수석장로님의 말씀대로였습니다. 똥줄이 탔는지, 대거 문원들을 소집했습니다. 그 뒤 약 천여 명이 이곳으로 몰려들었습니다."

"문주들은."

"각 문파의 장문인은 남아있습니다. 하지만 대다수의 제자와 후기지수들이 이쪽으로 모여든 것으로 파악되었습니다."

"훌륭하다."


과연 그 수많은 무림 고수들을 상대할 방법이 있는 것일까.


*


"대사형."


영호진의 눈빛이 무심하리만치 가라앉았다. 자하신공의 후반부를 찾기 위해 나선 지 벌써 칠 일째. 백두 천지 근방에 도착했지만, 더는 기별이 없는 일정.


"일단 기다린다."

"과연 그들이 움직일까요?"


진설의 눈빛 또한 영호진과 마찬가지였다. 더해진 차분함과 침착함이 조금 더 드러났을 뿐이다.


"행할 것이다. 단지 저들의 의도가 무엇인지가 중요하겠지."


그때 천지에서 엄청난 굉음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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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8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 철신 6 +1 18.12.18 677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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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철신 3 +1 18.12.13 1,135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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