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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32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12 19:11
조회
2,276
추천
14
글자
5쪽

철신

DUMMY

권일(拳一)


1


"인생? 철신아, 그거 상당히 부질없는 것이란다. 자고로 이런 말이 있지. 그야말로 한방에 훅 간다는 말. 들어는 봤겠지?"


이에서 갈리는 이질적인 소음에 모골이 송연하다. 등가에 흐르는 전율로 보아 절대로 그냥 지나칠 상황이 아닌 겁박.


"스, 스승님, 그게 아니고요."

"버티거라."

"네? 갑자기 이제 와서 왜 그걸 하신다는 말씀이신지, 차라리 그냥 패세요, 패시라고요!"


한눈에 봐도 제법 묵직해 보이는 주먹.

의도를 모르진 않다만, 합법적으로 패겠다고 공언을 하시지. 왜 말을 빙빙 돌려서 하는 거냐고!


"버텨야 한다!"

"스승님. 제자가 미진하여, 아직 자신이 없......"


뻐억.


"크윽."


명치가 뜨거워진다.

절로 느껴지는 시뻘건 복부.

입가에 맴도는 비릿함.

보나 마나 잇몸에서 새어 나오는 피다. 피. 빌어먹을 피. 작정하고 때려서인지, 이빨의 흔들림이 보통이 아니다.


"우웁."

"맛이 어떠냐."


젠장.

백숙 하나 몰래 먹었다고, 이래 개 잡듯 패다니.

노친네가 힘이 남아도나.


"수련이 부족하구나. 감정을 모조리 드러내니 내 어찌 널 훈육하지 않을쏘냐. 고작 백숙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느냐! 어디 감히 토실토실 토종닭을 몰래 먹는......아니지. 흠흠. 너를 이리 가르친 것은 내 불찰이니 내 어찌 다리를 뻗고 잠을 청하겠느냐. 어허, 통제라."


통제는 개뿔.

건수 하나 잡아서 분풀이 하려는 것을 모를 리 없건만. 이것이야 말로 내 불찰이다.


"예전 기억이 새록새록 나는군. 오랜만에 맛본 주먹맛이 어떠하느냐!"


듣고 싶은 말은 꼭 들어야 하는 고집 센 노인네니, 장단이라도 좀 맞춰주어야 기분이 나아진다. 그러니 과장된 몸짓으로 허우적거릴 수밖에 없었다.


"명치 아래 한치 반입니다."

"느낌은?"

"뭐 죽지 않을 정도랄까?"

"농을 치자는 게냐! 이 고야아아놈."


내 나이 아홉 살.

철신아.

왜 하필 그 시간 그 장소에서, 스승님을 만났더냐. 인생 최대의 실수였더냐.

그래도 당시에는 빛이요. 희망이라 여겼었는데.

인연이라 믿었고, 필연이라고 느꼈었는데!


퍽!


"똑바로 고하라. 이번에는?"

"쿨럭. 쿨럭. 바아안 치."


부웅.

뻐억.


"여긴?"

"크윽."


손사래 치는 동안 급습하신 아주 멋진 스승님의

멋스러운 하얀 턱수염이 왠지 얄밉게 보인다.


"......습니다."

"뭐라?"


예의범절을 개똥에 섞어버린 스승님. 시간을 벌 요량으로 말을 잘랐지만, 명확하게 대답하지 않는다면, 또다시 저 주먹이 무식하게 날아온다.


"반의.....반치이며."

"말하라."

"다리 무릎 아래 힘이 빠지고, 복부의 고통으로 허리가 숙여집니다."

"이놈이......."

"아아, 제발 좀 성질 좀 죽이시라고요. 말 좀 끝까지 들으시고요."

"크흠."


이래서야 언제 여길 떠나가려나.

한치 앞이 어둠이다.


"늑골과 흉골이 맞닿은 부위로 말미암아, 양팔에 힘이 빠진 상태. 이에 상대가 무방비시 재빨리 점혈(點穴)과 극혈(隙穴)의 급소를 노립니다. 특히, 극혈의 십이경맥(十二經脈)등 십육극혈이 노리는 것이 좋겠습죠. "


극혈 부근을 죽자고 때린 다음 어떠냐니!

당연히 죽을 거 같지. 살 거 같나. 말하는 본새하고는. 허나 속내를 드러내면, 또다시 주먹이 날아든다.


"나쁘지 않군."


낮은 음색이지만, 마치 귀에 송곳처럼 찔러오는 목소리. 역시 무서운 스승님이시다. 한 방 더 날릴 찰나였지만, 자세를 취하니 내빼는 거 보소. 늙으면 늙을수록 어쩜 저 동작이 더 매서워지는 걸까.


"도검의 이점이 무엇이더냐."

"날카로움. 그리고 상대적 거리입니다."

"그러하면 권은?"

"제아무리 도검일지라도, 주먹보다 정확한 무기는 없습니다. 권의 미세함을 검에 비유하자는 것은 패배하자는 것과 일맥상통."

"그렇지!"


그나마 이번 대답에 기분이 한결 나아보인다.

다행이긴 한데, 장단을 맞춰주는 것도 제법 힘든 법. 이제 그만 끝을 내는 것이 서로에게 좋은 일이다.


"끝 손의 미세함은 바로 고려권가가 최고, 특히 걸출하신 32대 계승자. 사부님의 시대가 최고 전성기라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사부님이 최고시죠."

"흐음."


눈치를 보자 하니, 나름 흡족한 모습. 이때를 놓친다면 몇 시진이고 훈계를 할지 모르니,


"사부님. 그리고 제가 토종닭을 저 혼자 몰래 먹었겠습니까. 사부님이 좋아하시는 이 동동주!"


재빨리 대문 가장자리에 비상용으로 모셔둔 항아리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이 즐거운 술과 제일 안성맞춤은."

"맞춤은?"


바로오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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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팽가 3 19.01.01 379 7 9쪽
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6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8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6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2 1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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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철신 2 +1 18.12.13 1,510 12 7쪽
» 철신 +1 18.12.12 2,277 1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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