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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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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13 2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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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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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8쪽

철신 3

DUMMY

3


"북방에 다녀온 상인 이야기로는 그렇다 합니다."

"허. 상인의 말이라......진위여부를 가리기 쉽지 않구나."


맞을 것이다.

반드시 맞아야 한다.

확실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서든 바로 맞출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의지.


"확실합니다. 스승님."

"그런데, 이놈아. 수행에 진척이 보이길래, 내 근래 잠시 자리를 비웠건만 장내 뜬소문에 혹해서 술이나 퍼마시고 다녔던 게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불로초라 하니, 저도 스승님 생각에 눈앞이...... 어찌 이 제자의 충과 효를 버러지 때끝처럼 생각하시는지요. 저는 자고로 스승님은 어버이와 같이......"

"사설이 길다."

"옙."


불호령이 떨어졌지만, 이내 풀릴 것이리라. 스승을 위해 불로초를 구한다.

이 얼마나 훌륭한 명답인가.

아부야말로 금전이 들지 않는 최고의 금나수법이다. 더구나 책망하는 게 우선이 아니고, 소문의 진위가 중요하니 제대로 먹혀들 것이다. 철신 인생 헛살지 않았다!


"구파일방이 내려온다라......허, 이놈들. 감히 고려의 땅을 넘나들 정도로 두려움을 상실했는가."

"스승님. 혹여 그들을 아시는지요."


낌새를 보아하니, 안면이 있는 눈치인데. 찻잔이 아닌 동동주 찾으시며, 상념에 빠지시다니. 이거 잘만 하면, 오늘 당장이라도 하산하자 하실 것 같다.

오예. 꿈에 그리던 중원의 고수들과 싸움박질이라니. 캬. 생각만 해도 뿌듯하고, 심장이 벌렁거린다. 미녀들이 즐비하게 늘어선 곳에서, 멋들어지게 자태를 뽐낼 기회가 내게도 드디어 찾아오다니.


"뭘 그리 헤벌쭉 웃는 것이냐. 에이구 이놈아, 언제 철이 들 것이냐, 쯧쯧. 그 상인이라는 사내가 뭐라 했는지 보따리나 한 번 풀어 보거라. 네놈 말마따나, 안줏거리 정도는 되는지 내 들어보고 판단하마."

"그러니까, 그게. 음."

"혹여 헛소문은 아니겠지?"


제길.

스승님이 부재일 때, 가끔이나마 몰래 가는 장날인지라, 기분에 취해 장 씨인지 김 씨인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기사, 말한 이가 누구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까.

중요한 건 불로초를 찾기 위해 중원 각지에서 고수들이 줄지어 내려온다는 사실이었다.


소문이란 천리마와 같다고 한다. 이리 치든 둘러메치든, 북서풍의 예기 어린 고수들이 고려로 향한다는 소식은 변함이 없다. 중원의 고수가 구름떼처럼 불로초를 구하기 위해 온다는 소문이야말로 진실을 뒷받침하는 근거이니까 말이다.



*


메케한 흙먼지를 뿌리며, 중원에서부터 내달린 열 필의 말. 털의 윤기는 가신 지 오래요. 투레질조차 사치라는 듯, 세차게 내려치는 주인의 발재간에 말의 숨소리는 더욱 거칠어졌다. 역시 한계에 도달했을까.

푸르르르. 푸으으으.


"이런."


오랜 시간 정들었던 생명의 불꽃이 꺼지는 순간에도 짧은 탄식만이 흘러나왔을 뿐. 그에게서 아쉬움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입가에 거품처럼 끓어올랐던 갈색 말의 다리가 힘없이 풀리자, 순식간에 마갑 위의 사내가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주변 동료와의 거리는 최소 다섯 장. 동료의 도움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먼 거리. 그렇기에 바닥으로 곤두박질 것이라 생각되지만, 어떤 이든 전혀 걱정하는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선두의 마필 하나 만이 천천히 속도를 줄이니, 오히려 남은 말들은 거리낌 없이 내달리는 상황.


"사형."


민첩하고도 안정적으로 바닥에 착지한 인영. 주변을 빨아들이는 모래사장에도 다급할 만도 하건만, 사제의 외침에도 그는 아랑곳없이 전면만을 응시했다.


"아직 수일이 남았는데."


땅속으로 속속들이 들어가는 사막 모래.

이에 죽음을 생각하며 벗어나야 할 만도 한데, 꼿꼿이 서 있는 그에게서 묘한 색감이 살아났다. 그리고 이내.


"서둘러라."


다부진 음성이 흘러나왔다.

절대 구부러지지 않겠다는 곧은 등.

허리춤 옆에 길게 늘어진 매화의 흑검.

강한 기백을 대변하는 눈빛만으로 그가 서 있던 공기가 한없이 무겁고 갑갑해져 갔으며, 숨 한번 내쉬기도 버거움 속에 이젠 아무것도 느낄 수 없었다. 오직, 속도를 줄였던 마필만이 다시 제 할을 다하고 있을 뿐.


"간다. 고려로!"


그리고 핏빛 향기를 머금은 붉은 매화만이 그들을 기억했다.



*


중원의 구대 문파와 일 개의 방파가 있다면, 과연 오대세가(五大勢家)의 으뜸은 어디일까.

누구나 한목소리로 이야기할 것이다.

봉황의 비상함과 미모를 부여받은 여인이 있는 곳이라고.

호북성에 위치한 제갈의 성을 쓰는 여식이 있는 곳이라고.


제갈가(諸葛家)


똑. 또독.

소박하지만, 짜임새 있게 펼쳐진 제갈세가 내 연못. 마치 진이 펼쳐진 듯 연꽃이 어우러진 가운데, 물레바퀴 아래로 수십, 수백의 물방울이 길을 내며 합쳐졌다.


이는 고려에 나타난 불로초와 다르지 않았다. 화염을 향해 날아드는 불나방과 차이가 있을까.

무공을 익히는 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세기의 화두.

이는 뜨거운 감자였다. 급히 먹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척살 당할 수 있는 맛있는 미끼.

막상 손에 쥔다 해도 소문이 난다면, 살아남기 힘들 것이다.

더욱이 운 좋게 손에 쥔다 해도, 의(醫)를 알고 있는 이들에게 해부당할 확률까지 있었다.


이는, 중원을 주시하는 황실에서도 모르지는 않을 터. 황궁 역시 정식으로 고려에 칙사를 보낸다고 하지만 쉬이 얻기는 힘들 것이다.


"쉽지 않을 거야."

"골똘히 생각한 답이 고작 그거야? 그건 우리 제갈가는 빼고 논해야 하지 않겠어? 그것도 나를 빼고 말이지."


한참이나 침묵을 지킨 여인.

그 곁에서 환한 미소를 지으며, 여인만을 바라본 사내. 어찌 불로초를 칭한 것을 모를쏜가. 하지만 그의 눈빛은 늙지 않는 영약보다는 여인의 환심을 사고 싶은 생각뿐이었다.


"사형, 그만 좀 쳐다보세요. 소매 민망해서 얼굴을 들기 힘들군요. 아주 뚫리겠어요."

"허허. 아리따운 꽃에 나비가 꼬이는 이치를 어찌 부인하리. 사매가 싫다 하니, 내 그만하지."

"앞으로 부탁드릴게요. 그건 그렇고. 그들이 언제쯤 도착할까요?"

"글쎄, 열흘 정도는 달려야 도착하지 않을까."

"사형은 구대문파의 실력을 너무 무시하네요. 전 이레 뒤로 보는데."

"너무 먼 거리야. 아무리 그래도 열흘은 잡아야 해."

"좋아요. 꽤 먼 거리이니, 그 정도로 해두죠. 우리 인원은 열다섯. 다른 이들은 얼마나 출정했죠?"


보고를 받은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단지, 재고하는 습관으로 몇십 가지의 상황을 엮는 것이 그녀의 취미였을 뿐. 더구나 타인의 말을 들을 때 머릿속이 회전이 더욱 빨라진다.

그런 그녀를 제갈가의 봉황, 또는 어둠의 새라 불리웠다.


"무인 기준으로 도합 천여 명. 물론, 황실의 눈을 피하기 위해 잠입했으니, 더 많을 수도 있겠지."


*


붉은 매화.

아니, 검은 매화라 일컫는다 하여도 납득할 만한 행색. 그중에서 아주 짙은 향기가 풍기는 이가 선두에 섰다. 우뚝 선 모습은 누가 말하지 않아도 집단을 이끄는 풍모였다.


"이곳에서 잠시 눈을 붙인다."

"예. 대사형."


열 명.

외견상 봤을 때, 초췌해 보일 지언정, 부상은 눈에 띄지 않았다. 몇 날 며칠을 달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이지만, 전혀 피곤한 기색이 없다는 건, 그만큼 고수라 칭해도 전혀 어색함이 없다는 뜻.


"하루 정도 몸을 추스른 뒤, 목적지에 접근한다. 더불어 절반씩 호위를 설 것이야. 각자 운기하여, 상태를 최상으로 끌어올리도록."

"사형. 너무 지체하는 것은 아닌가요."


매혹적인 음성.

나직한 목소리만으로 묘하게 사람을 끌어들이는 여인.


"사매."


곤란한 표정의 여인.

매화를 수 놓은 의복으로 봐선 결코 이대제자급은 아니었다.

그녀가 하고 싶은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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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6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8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6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2 10 11쪽
» 철신 3 +1 18.12.13 1,135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0 12 7쪽
1 철신 +1 18.12.12 2,276 1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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