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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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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9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19 13:34
조회
660
추천
8
글자
8쪽

철신 7

DUMMY

7


어둠 속, 오랜 시간 침묵으로 일관하다 벌떡 일어선 영호진. 이를 놓칠 새랴 진설 역시 빠르게 시선을 쫓았다.


"저기다!"

"저곳이라 하면."


한눈에 들어온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백두산 위에 그려진 백색의 문양. 마치 화염에 감싸인 진주처럼 몽롱한 현상으로 빛이 반짝였다. 이에, 영호진의 안색이 순식간에 변해버렸다. 갯바위의 파도처럼 산산이 부서질 것 같은 표정.


"매화검수로서 말한다. 사제들은 들으라."

"예! 대사형."


다급하지만, 또박또박한 음성에 화산파의 인원들이 귀를 기울였다. 누구 하나 흔들림 없이 일어선 자세. 한 명의 지시에 단결되는 모습에서 영호진의 위세가 여실히 드러난 순간이었다.


"지금부터 전속력으로 정상을 향한다. 일대제자는 나를 따라 기신보(氣神步)를 펼쳐 최고 속력을 낼 것이며, 이대제자부터는 삼앵검진을 펼쳐, 주위를 경계하며 오르라."

"예!"


사제들의 대답을 듣기도 전, 영호진이 날아가듯 신법을 펼치자, 진설 역시 빠르게 뒤를 쫓았다.


*


모든 이가 하늘을 우러러보는 진귀한 모습.

철신도 마찬가지였다. 팽지환의 곁에서 흔들리는 눈빛을 놓치지 않았기에, 이상함을 느낄 수 있었다.

불로초가 아닌 좀 더 뚜렷이 드러난 목적. 그중 하나가 백색 연기의 신호이며, 이들에게 아주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음을 철신은 깨달았다. 더불어 멀리서 불어오는 진한 피 냄새.


"고려인. 목숨을 부지하려면 어서 산을 내려가도록."

"웃기지 마시오. 나도 볼 일이......"


고개를 돌린 팽지환은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빠르게 손짓하자, 이에 검은 수풀 속 수십의 인영이 한 동작처럼 모두가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친다."


뒤도 돌아보지 않는 차가움.

흑색의 도는 어느새 목표를 산봉우리로 향한 채 사라졌다.


`팽지환이라. 저 정도의 무인이면 고수 축에 속하는 건가. 대체 무슨 일일까.`


팽가의 무리가 빠르게 산봉우리를 향하자, 철신은 그보다 조금 늦게 뒤따랐다. 허공에 수놓은 많은 인영 때문이었다.


"이 많은 강호인이 몰려들었다?"


눈치채지 못할 만큼의 수십 인영. 거리가 꽤 있었다고는 하지만 이 정도 인원일 줄 몰랐던 철신.


"하아.....스승님께 배운 것이 사기 치는 것만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거리를 유지하며, 뒤따르길 수십 여분. 앞서 산등성이를 뛰어오른 하북팽가의 모습이 보이자, 철신은 주변의 산세를 탐색했다. 움직임은 모두 멎은 상태였으며, 허공에 수를 놓았던 모든 이가 한자리에 모인 장관이 연출됐다.


"불로초는 고사하고, 횡사하는 거나 아닌지 모르겠네."


철신은 불현듯 하산할 때, 스승의 표정이 떠올랐다. 히죽 미소짓는 얼굴 하며, 장난기 서린 음성.


"다 알고 보내셨구만. 에라이. 역시 스승님. 당한 건 나였어."


사기당한 느낌에 ,오히려 웃음이 터져 나왔다.


"아주 강호 초출 제대로 굴리시는구려."


하지만 철신은 많은 이들을 앞에 두고도 결코 주눅 들지 않았다. 더한 것은 장날에 구경거릴 찾는 아해처럼 여기저기를 뚫어지게 쳐다보기까지 했다.

하북팽가처럼 도를 허리춤에 찬 입술을. 뒤태가 한눈에 봐도 여인임을 짐작게 한 몸매 좋은 검수. 삼삼오오 진을 구축해 삼엄히 경계하는 무리.

철신의 눈에는 모두가 새롭고 신기했다. 마치 새장 속의 새가 산속으로 풀려나, 어디를 갈지 자유를 만끽하는 기분이랄까.


"두고 봐야겠군. 이들이 노리는 것이. 응?"


순간 다시 한번 용솟음치는 백색 연기.

그 가운데에 뚜렷하게 모습을 드러낸 노인이 눈에 비쳐졌다.


"다들 잘 와주었군."


혼잣말인지, 상대를 지칭하는 말인지 알 수 없지만, 목소리에선 좌중을 압도할 만한 내공이 스며있었다.


"저자는......."

"역시 마교가 개입되어 있었군."

"대사형."

"어차피 이리됐을 일이다. 곱게 돌려받을 생각은 없었다."


화산파를 비롯한 구대문파와 개방. 중원 무림에서 한가락 한다는 가문들이 모두 온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무림맹에 가입한 문파만 단합한다면, 적을 대하는데 전혀 문제 될 일이 없었다. 얼핏 눈짐작으로도 수백 명. 정사대전까진 아닐지라도 장강에 핏물을 흘려보낼 정도는 되는 싸움. 매화검수 영호진의 머릿속엔 선봉까지 염두에 둔 상태였다.


"무림맹, 그리고 여타 강호인들이여. 이곳까지 오느라 아주 고생 많았다. 궁금증이 많을 테지. 그대들의 소실된 비급에 왜 이 머나먼 타지에 있는 것인지. 과연 우리 천마신교가 무슨 일을 꾸미는지."

"간악한 마교. 헛소리 지껄이지 마라!"

"어허! 결국 마교의 손아귀에 놀아난 꼴인가."


노한 음성에 하늘이 울리는 듯한 엄청난 고성이 울려 퍼졌다.


"엄연히 천마신교라 일렀거늘, 마교라 입을 잘못 놀릴 시 목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야."


콰아앙.


수석장로(首席長老) 웅태환의 일갈과 함께 허공에 휘둘러진 지팡이. 그 끝에서 시작된 검은 물결은 마치 수십 장으로 넓게 퍼져 보이는 착각까지 만들었다.


"흑파(黑波)!"

"마교의 수뇌부다!"

"장로급이다!"


어수선함은 잠시. 엄청난 검기가 회오리를 연상시키듯 밀려들자, 그나마 재빨리 자리를 피한 무인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렇다 해도 열 명가량의 주검이 드러내자, 살아남은 이들의 눈빛과 표정이 표독스럽게 변해버렸다. 특히 그중 한 사람의 표정이 매우 야차처럼 변해갔다.


"이, 이 저주받을 마교같으니! 감히 우리 식솔을 해하다니! 나 황보철. 내 이름을 걸고서라도 널 죽일 것이다."


검을 고쳐잡고, 뛰쳐나가려는 젊은 사내를 옆의 노인이 빠르게 붙잡았다. 당장은 승산이 없는 싸움.


"황보세가인가? 자식 농사는 잘 지었군. 화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게 아주 보기 좋아. 그런데 가주는 아직껏 살아있나? 워낙 소싯적이라 기억이 잘 나지 않네만, 한 팔을 내가 친히 거두었던 거 같은데. 요즘도 한쪽 팔로 밥은 먹고 사나 보구먼. 허허허."

"이, 이! 네 놈이 마교의 버러지 웅태환이냐!"

"쯔쯧, 버르장머리 없는 건 제 애비랑 똑같구먼. 황보가는 이후에 시간을 내어줄 테니 기다려라. 여기 모인 사람들도 생각해야지. 안 그런가?"


웅태환.

마교의 장로원 중에서도 제일 상석에 위치한 야차. 소문에 의하면 젊음을 위해, 어린 여자 아해만을 골라 잡아먹는 소문까지 도는 그였다.


"웅태환이라니."


이름을 부인하지 않는 모습에서 자리에 모인 대부분의 표정이 굳어졌다.

마교의 수석장로가 직접 자리를 마련했다는 건, 그만큼 준비가 투철하다는 뜻. 더군다나 강호가 아닌 외지에서 도움을 받을 방법은 전혀 없었다.


황보철은 그제서야 주변의 반응이 잠잠한 걸 깨달았다. 무림맹에서 협과 의를 논하던 이들 모두가 입을 굳게 다문 이유는 무엇인가. 왜 웅태환의 음성에 그토록 귀를 기울이는가!

단지 그가 나타나서?

그가 무서워서?

아니었다. 그보다 더 큰 이유.

황보철도 잠자코 있는 저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황보세가에서 이백여 년 전 소실된 벽력신장(霹靂神掌). 그 후반부를 찾기 위해 온 것처럼, 이들 모두가 같은 목적이라는 것을.


"가식에 찌든 놈들이 자칭 정파라니. 아주 가소롭고도 우스운 꼴이구나. 비급을 찾기 위해 왔다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겠지. 혹시 본가의 비급을 서로의 손에 빼앗길까 봐 전전긍긍하며 온 것은 아니겠지?"

"모함이다!"

"무림맹을 분열시키려는 수작이다!"


챙챙.

양심이 찔리는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려는 듯, 너도나도 무기를 꼬나쥐었다.


"사매. 일단 뒤로 물러서 사태를 주시한다."


영호진의 눈이 점점 깊어져 갔다.


'사매'

'예. 대사형.'

'은신한 뒤, 내 신호를 기다려라. 반드시 기회가 온다.'


콰과과과.

그때였다.

또다시 하늘에서 세 번째 웅장한 연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한 것임을....

그것이 이 싸움의 시작을 알리는 북소리였음을.....


누가 알았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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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9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1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8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1 8 9쪽
» 철신 7 +1 18.12.19 661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7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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