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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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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0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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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1.05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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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쪽

분열 2

DUMMY

18


영호진의 고개가 깊숙이 내리 앉았다. 이를 본 진설 역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매화검수의 위상을 떨어트린 대사형. 구대문파도 아닌 일개 변방의 이름 없는 무사와 동급으로 취급받는다? 이는 화산파의 이름에 똥칠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물론 그로 인한 여파는 매우 컸다. 소림이 나서게 되었고, 무당파에게도 밀려났다. 정파라 칭한 이들에게서 소외되었고, 사파따위에게도 만만히 보였다.

하지만 오히려 잘된 것일 수도 있었다. 이젠 다른 문파의 시선이 소림에게 집중되었다. 이는 사향진에서 매우 중요한 현상이었다.

앞으로 화산파의 입지가 좁아질 테지만, 그만큼 매화검수에게 이목이 멀어진다. 매화검수가 움직일 활동 반경은 남들 모르는 아주 먼 영역까지 넓어질 수 있다는 사실. 그건 아주 사소한 이익이자 훌륭한 여건이었다.


'고려인은 잠시 잊으세요. 궤만 생각하세요. 자하심법의 후반부를 반드시 찾아야 하잖아요.'

'흥분할 필요는 없어. 난 지금 충분히 차분하니까. 단지 고려인이 무사한지 궁금할 뿐이야.'


매화검수의 자존심.

지금껏 상대에게 져본 적이 없었으나, 고려인과 쌍벽은 이루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다. 패배와 다름없음이 발목을 잡는다.


'팽가에서 돌보고 있어요. 아마 건재하지 않을까 싶어요.'

'그렇군. 다시 볼 일이 생겼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것보다 사형. 오늘도 자하심법에서 징후가 포착되었어요. 분노를 삼가셔야 한다는 것. 잊지 않으셨죠?'

'물론이야.'


자하강기는 화산파의 비전이긴 하나, 남들이 모르는 진실이 한 가지 숨어있었다. 그것은 분노가 짙어지면 짙어질수록 더욱더 강해지는 심법이었다. 보라색의 진한 색상이 이를 대변했다. 허나, 이는 마교의 비전처럼 흉포하게 변해버릴 수도 있는 부작용이었다.

이를 고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나머지 비급을 익혀야 했다.


'후반부를 찾아야 한다는 것쯤은 항상 염두에 두고 있다. 걱정 마라.'

'물론이죠. 이는 대사형뿐만 아니라 문주인 아버지도 마찬가지예요. 우리 화산파의 존망과도 엮여있지요. 힘내세요. 대사형.'

'그래. 매번 고맙구나. 사매가 아니었다면, 벌써 폭주하고도 남았을 것이다. 쉬어라.'


고개를 숙인 채로 손짓하자, 진설은 체념한 듯 천천히 몸을 돌렸다.


*


팽가는 비상한다.

특히 팽아미의 개념적인 생각이 가문을 드높일 것이다. 구대문파가 아무리 소림을 앞세운다 해도 녹록지 않다. 이는 팽아미의 생각을 듣는 것만으로도 쉽게 유추가 가능했다. 그 이유는 현장을 직시하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소림파가 구파일방의 대표라는 것이오?"

"대표라기보단 주장에 힘이 실린다는 것이죠. 그리고 우리는 구대문파보다는 노로파를 더 조심해야 한다고요."

"구파일방의 힘이 더 강한 것이 아니오? 매화검수에게 저리 추풍낙엽처럼 쓰러지는 흑사파를 본다면, 좀 더 구파일방에 신경 쓰는 게 낫지 않겠소만."

"표면적인 생각이죠. 사파가 단순히 무공만으로 상대한다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에요. 흑사파가 패배한 이유는 뭐라 생각하나요?"

"당연히 실력이 떨어지니 그렇지 않겠소."

"물론 그 이유도 있지만, 처음부터 시작이 잘못됐어요. 당신의 말 한마디가 시발점이었죠."

"내가?"


팽아미가 말한 시발점이 기억나지 않는다.

웅태환이 나타날 때?

매화검수가 나섰을 때인가.

내가 무슨 짓을 했는지 도통 모르겠다.


"혹시 싸움을 위해 도발한 걸 말하는 건지."

"잘 아시네요. 당신이 매화검수에게 딴지를 걸 때. 흑사파는 어땠나요. 흥분하며 무모하게 구파일방을 공격했을 때 과연 준비되어있던가요?"


아!

사파는 정파가 아니다.

모든 이가 정정당당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떤 이는 협을 중시하시도 않을뿐더러 수단과 방법도 가리지 않는다. 라고 스승님께 들었다.


"과연 그들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구파일방과 싸웠을까요. 당연히 아니죠. 당신이 도발했을 때, 아무런 준비 없이 오합지졸로 구파일방과 싸웠어요. 하지만 지금은 다르죠. 노로파라는 주도하는 이가 존재하죠. 그럼 그들은 어떻게 싸울까요."

"철저한 준비와 비열함으로."


입가에 웃음을 머금은 팽아미는 확실히 머리가 좋다.


"치졸하면서도 은밀한 독도 쓸 거예요."

"함정도 존재하겠군."

"미인계를 쓸지도 모르죠."

"지금처럼 말이지?"

"오호호. 저 말인가요? 그럴지도 모르죠. 엄연히 노로파에는 소문난 미인이 있으니까요."


팽아미의 말이 멎었다.

손동작도 멎었다.

숨도 멎었다.

오직 손가락 하나만 치켜세운 앞섬만이 눈에 띈다.


"그러니 구파일방보다 중요한 것은 사파에요."

"그렇군."

"물론, 구파일방도 이런 생각을 가진 이가 있을 거예요."

"당연하겠지. 조금만 신경 쓴다면 충분히 준비할 수 있지."

"하지만 그렇지는 않을 거예요."

"무슨 뜻이지. 설마."


나와 같았다.

내 실력을 너무 믿은 나머지, 상대방을 무시했다. 그 대가는 너무도 크다.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전장에서 무작정 상대가 약하다는 개념으로 임한다면?


"필사(必死)."

"정확해요. 소림은 상당히 고강한 무공을 지녔죠. 하지만 대부분 실전이 부족해요. 사찰에서 힘만 쓰니, 요령이 부족하죠. 나머지 문파는 모르겠으나, 소림이 주도권을 잡았다면, 아마 대부분이 소림의 의견을 따르니 문제겠죠?"


후우. 이제서야 싱긋 웃는 모습에 덩달아 한숨이 내쉬어진다. 이토록 치밀한 생각을 하는 팽가. 신법만 빠른 줄 알았더니, 머리 회전까지 빠르다.

팽가가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내가 운이 좋은 걸지도 모른다.


"무섭구려. 당신이 있음에 팽가는 진정으로 두렵다고 볼 수 있소."

"과찬이에요. 이런 생각은 세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죠. 각 문파마다 바라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에요. 더구나 실력이 겸비한다면, 지금껏 예상한 것들은 모두 무용지물이 되죠. 무림은 말이죠."


정적이 흘렀다.

밤하늘에 눈을 빛내는 팽아미의 눈.

그녀의 음성만이 열리길 바라고 있는 나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여인은 외모뿐만이 아닌, 생각하는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다.


"모든 건 실력이 말해주는 거예요. 그래서 제가 당신을 주의 깊게 보는 건지도 모르겠군요."

"매화검수와 싸웠기 때문이오?"

"아니요."

"내 실력이 출중하다고 말하고픈 것이 아니란 말이오?"

"호홋. 글쎄요. 매화검수와 싸워 살아남았으니, 실력이야 있지요. 제가 말하고픈 실력은 그게 아니에요."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무림에서 실력이라 함은 오직 힘.

그중에서도 권이라 생각되거늘.


"제가 말한 실력은 바로 사람을 이끄는 힘이에요. 당신은 말 한마디로 여기에 모인 천여 명의 사람을 움직였어요. 상대방이 가장 듣기 싫어할 말. 가장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을 한 거죠. 결과로서 사파는 절반 정도가 궤멸하였고, 세가는 세가대로 나뉘게 되었죠. 이게 당신 한 마디로 시작된 거예요. 그러니."


눈을 매섭게 뜬 팽아미의 말을 거역하기 힘들었다. 집중을 이끄는 대화. 상대방을 본인의 의도대로 유도하는 힘. 솔직히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당신을 구명해 준 이 팽아미에게 답례를. 제대로 확실히 명확하고 대단한 보상을 해주길 바란답니다. 호호."


이리 미소가 아름다우니 어찌 거부할 수 있을까.


"내 진지하게 생각해보리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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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7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6 8 8쪽
5 철신 5 +1 18.12.16 768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3 10 11쪽
3 철신 3 +1 18.12.13 1,135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1 12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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