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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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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4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16 12:39
조회
7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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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글자
8쪽

철신 5

DUMMY

5


몇 대 쥐어 박힌 뒤, 드디어 스승님의 마무리가 끝이 났다.


"노파심으로 하는 말이 아니다. 귓구멍 파고 제대로 들어라."


아닌가?


"아직도......더 하신다고요?"

"크흠."


헤어짐을 앞두고, 막상 한마디 하신다는 게 두 시진. 물가에 아이 내놓는 거마냥, 무슨 할 말이 이리 많으신지.

물론 걱정되는 마음이야 잘 안다.

처음엔 새겨듣고, 마음에 담아두었지만, 두 시진은 여간 긴 게 아니다.

이제 안 들린다.


"중요한 얘기라고, 이놈아. 똑똑히 들으라고! 하산해서 백두 쪽으로 방향을 잡거라."

"예? 백두요?"


백두?

갑자기 웬 백두.


"네놈 말마따나 중원의 고수가 오게 된다면 그곳으로 방향을 잡을 것이 분명하니, 그리 가란 말이다."

"믿지 않으신다면서요."

"예끼. 이놈. 내가 믿을 법한 이야기를 해야 믿지. 하지만 우려스럽구나. 천기를 보아하니, 올해 북쪽에서 일이 하나 제대로 터지긴 할 것 같구나."


천기라.

하늘의 뜻이 있긴 한가.


"또한 세상에 나선다면 이제부터 고려권가의 얼굴은 너다. 만일 내 얼굴에 먹칠한다면, 당장 네놈 목덜미를 닭 모가지 비틀듯 잡아채 올 것이야."

"음......혹시나 해서 여쭙는데요. 아직도 토종닭에 미련 두신 건 아니시죠?"

"이놈! 내가 아직도 그깟 닭 한 마리에 마음을 두고 있는 줄 아느냐!"


두고 있는 거 맞는데?

눈빛이 살짝 흔들리는 게 보였는데?


"그럼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요. 만약 제가 불로초를 구한다면?"

"그걸 말이라고 하느냐. 뒤도 돌아보지 말고, 냉큼 가져와야지. 허허허허."


분명 저럴 줄 알았다.


*


찝찝해.

양손을 흔들며 해맑게 웃었던 스승님의 의도가 상당히 불순해. 그냥 토종닭 한 마리로 퉁치고, 방구석에서 쨀까. 갑자기 기분이 썩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기회는 좀처럼 오지 않겠지.

그래. 어차피 하산할 대의명분은 있어야 하고, 사내가 쪼잔하게 여인네나 꼬셔보려고 나간다는 것도 좀 걸쩍지근하다.


"그래. 님도 보고 뽕도 따는 게 낫지."


준다는데 마다할 사내는 없다.

하여튼 일단 바깥세상으로 나간다는 게 중요했다. 이미 멍석은 깔려 있고, 천기가 말하는 큰일. 그건 날 위해 마련된 잔칫상일지도 모른다.


일은 벌어질 것이고, 스승님의 말씀대로 백두대간으로 가다 보면, 누군가 만날 것이다. 그게 중원의 고수일지, 곱디고운 여인일지는 두고 보면 알 일이고.


"보자. 백두 쪽이면, 얼마나 걸리려나."


걸어서 가기엔 먼 거리. 말이라곤 타본 적이 없으니, 오로지 튼튼한 두 다리밖에 믿을 것이 없다.

그래. 급한 건 없다. 서두르면 뭐든 체하기 마련.

소문대로 어딘가에 불로초가 있다면, 자연스레 소란스러워질 것이다.


*


백두.

워낙 유명한 산이나, 주변 산세가 험해 범접하기 힘든 곳이다. 수풀이 우거져 인적이 드물고, 호랑이가 자주 출몰하여, 범인(凡人)들은 아예 발길은 끊은 곳. 특히 야밤에 더 그럴진대, 갑작스레 새들이 요란하게 소리를 내며 하얀 배를 내보였다.


푸드드득.

치르르. 치르르륵. 치륵.


뚝.


날갯짓 하던 풀벌레마저 순간적으로 정적을 유지. 달빛이 비치던 모든 것이 멈춰버린 이때, 웅크려진 그림자가 조금씩 몸을 일으켰다.

수많은 인영. 하지만 해할 의도는 없는 듯, 서로 간의 간격을 철저히 유지하는 중이었다.

누구도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으며, 어떤 이도 고함치거나 검을 드러내지 않았다.


암흑.

감춰진 침묵의 살기. 더불어 함정을 기다리는 이들.


"기다린다."


수장의 전언.

추구하는 바는 모두 같았다. 정보였다.

분명 무림맹에선 출정을 제지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권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허황한 소문에 의해 마교와 대치 중인 상황에서 많은 이들이 강호를 비우게 된다면?

어떤 문파이든 빈집이라는 소문이 들린다면?

마교에 의해 침범당하리라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본거지를 털릴 수야 없는 법.

그렇기에 문파의 문주들은 모두 자리를 지켜야 했다. 하지만 소문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불로초라는 먹잇감은 그리고 맛없는 미끼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모두가 노출을 최대한 꺼리는 이때.


"분명 먼저 움직일 것이다. 굳이 나설 필요는 없다. 마교의 농락인지. 아닌지는 두고 보면 알 일. 설사 불로초가 있다 해도 먼저 움직이는 것은 이득보다 실이 크다 ."


어디서나 참을성 없는 자는 존재했다.

잠시 후 어둠 속의 두세 명이 쾌속으로 산등성이를 타고 넘어가는 모습. 그리고 그 앞에 나타난 무리가 있었다.


*


"대사형. 어떻게 보시나요?"


영호진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물건은 반드시 회수해야만 했다. 그것이 백두에 있는지는 알 수 없는 일. 허나, 확률은 매우 높다고 파악됐다.

불로초?

아니었다. 한낱 소문에 불과한 영약만으로 절대 매화검수가 직접 움직이지 않는다.

꼭 나서야만 한다면 매화검수로서 직접 확인해야 할 사항이 있거나, 화산파의 존망이 걸린 문제. 그리고 대내외적 비밀이 노출될 경우. 세 가지 뿐이었다.


"물건이 존재한다면 최선을 다해 회수한다. 그리고 빠르게 복귀한다."


일단 현재로서 백두의 일은 마교가 벌였을 가능성이 높았다. 누구나 탐욕을 가질 만한 상품. 이를 선동해서 소문을 퍼트린다는 건, 그로 인해 얻을 게 있다는 것. 특히 일개 평민들에게도 소문이 났다는 건, 광범위하게 일을 치를 위험한 발상을 가진 자였다. 그것은 과거에 마교가 벌인 짓과 매우 흡사했다.


허면, 그들은 강호가 아닌 백두라는 고려의 산을 선택했을까. 수많은 강호인이 몰렸을 때, 그들이 얻을 반사 이익은 무엇인가. 혹시나 이 많은 사람을 한꺼번에 대적할 능력이라도 있을까?


알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지만, 영호진은 상관치 않았다. 일개 범인들이 죽는 것은 스스로 불러들인 탐욕. 구할 생각도 구할 필요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물건은 반드시 찾아야 했다.


"분명 이곳 어딘가에 있을 것이다."


화산파가 존재하기에 자하신공이 있었다.

자하신공이 있으니, 화산파가 명맥을 유지한다.

그런데 어느 일정 수준에 올라서자, 영호진은 자하신공의 문제점을 체감했다. 자하신공이 가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작금에 이르러서야 깨우친 막막함. 그건 바로 자하신공이 반쪽짜리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쪽만으로도 강호의 고수반열에 들기는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데.

자하신공의 나머지 반쪽이 바로 백두에 있다고 한다.


*


"벌써 어두워졌군."


물어물어 걸어온 길이 여간 멀지가 않다. 그래도 쉽사리 길을 잃지 않은 건, 누구에게 물어도 백두를 모르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워낙 유명한 산이라서일까. 아니면 스승님 말씀대로 일이 터질 곳이라서 그럴까.

하지만 백두 인근으로 들어서자, 눈에 띄는 사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근 한 시진 동안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사람들.


"느낌이 온다. 얼추 이 부근인 것 같으니 일단 잠 좀 자고, 내일 아침에 주위를 둘러볼까."


새벽이나 늦은 밤은 상당히 춥다. 아무 생각 없이 이동하다가는 체력만 소진된다. 차라리 노숙한 뒤에 움직이는 것이 최선의 선택일 수 있었다.


"노숙도 며칠 하니, 운치는 개뿔."


아무 준비 없이 널브러지면, 다음 날 신체조건의 최악을 맛봐야 했다. 그래서 너도나도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었나.


"이래서 사람은 지붕 아래에서 자야 해. 에휴, 불이나 피우자. 어이구 춥다. 추워."


백두 근방이라 그런지 온도가 상당히 낮았다. 그렇기에 주워들은 나뭇가지로 불꽃의 향연을 피우려는 찰나. 순간적으로 요란하게 뒤통수가 당겨왔다. 한쪽 부위가 찝히는 기분.

나 말고 누군가 있다?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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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팽가 2 19.01.01 378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13 명품의 권(拳) 2 18.12.29 480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8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0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6 철신 6 +1 18.12.18 677 8 8쪽
» 철신 5 +1 18.12.16 769 7 8쪽
4 철신 4 +1 18.12.14 883 10 11쪽
3 철신 3 +1 18.12.13 1,135 9 8쪽
2 철신 2 +1 18.12.13 1,511 12 7쪽
1 철신 +1 18.12.12 2,277 14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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