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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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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546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9.01.01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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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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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글자
8쪽

팽가 2

DUMMY

15


여우 같은 여인 때문에 심장이 오그라들었다.

팽아미가 조인 힘은 치료의 목적이 절대 아니었다. 분명 의도가 명확했다. 혹시 그 일을 염두에 둔 것인가? 빛나는 눈빛 보소. 마치 실토를 요구하는 무언의 눈초리다.


"좀 어때요?"

"순간 고통으로 내 절호의 비기를 당신 머리통에 날릴 뻔했소. 그나마 내 인내심이 강해서 다행이지. 아니면 어후, 근데 이거 약빨은 기가 막힌데?"

"뭐라고요? 흥, 우리 팽가의 세 알뿐인 단약을 먹고도 낫지 않으면 당연히 아니 되지요."


약 주고 병 주는 건지.

어깨가 나으려다, 상처가 도질 뻔했다. 그러나 단약에 의해 큰 무리가 없는 상황. 어쨌든 목숨을 살려준 감사 인사는 해야 했다. 싸움에 이용당하는 느낌이지만, 결과로 보면 도움받은 건 사실이었으니 말이다.


"호의였다 생각하겠소. 인사가 늦었소이다. 고맙소. 팽......"

"아미에요. 얘기했잖아요. 혹시 머리가 어떻게 된 건 아니죠? 방금 전에 말했었는데."


'이, 이 우라질 것.'


사람 성질 돋구는 데 타고났다. 얄밉게 생글생글 웃는 상이라 더 화가 난다.

허나 내가 누구인가. 귀신에 홀린 듯한 모습으로 주도권을 내 줄 수는 없었다. 범철신이란 이름에 오점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 잠깐 매화검수와 싸웠던지라 정신이 흐려졌나 보오."

"그렇군요."

"무림에서 매화검수가 차지하는 위치는 어느 정도오? 약하진 않았는데."


강한 기력. 그에 따르는 민첩한 순발력. 더구나 음흉한 내심으로 본다면 꽤 상위권에 속하지 않을까 싶다.


"글쎄요. 후기지수에선 발군의 실력이지만, 세상은 넓고, 고수는 많죠."


후기지수에서 발군이라.

하면, 문파의 주인 정도는 대체 얼마나 강한 걸까.


"문주는 어느 정도로 강하오?"

"글쎄요. 매화검수보다는 강하겠죠."

"그보다 강한 사람은 얼마나 있소?"

"글쎄요. 많겠죠?"


끓는다. 인내심에 한계가 도달한다.

빌어먹을 여인네.


"거. 진짜. 성의는 어디 밥 말아 먹었소! 말끝마다 글쎄요라니!"

"글쎄요. 제가 밥을 아직 먹지 않아서. 허하긴 하네요."


울화통이 터진다.

그냥 한대 쥐어박아 버리고 싶다. 여인의 속셈에서 묘한 꿍꿍이가 느껴진다.

젠장. 말리면 안 된다. 철신아.

머리는 차갑고, 가슴은 뜨겁게. 그게 본 모습이다. 범철신.


"그렇구려. 이제 호전도 되었고, 답례는 이후에 사례하겠소이다. 그럼 전 이만."

"저기요. 답례하신다고요? 목숨에 상응하는 사례를 하시겠다라. 상당히 그리고 매우 기대가 크네요. 일어나시죠. 소가주님께서 기다리고 계세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팽아미에게 또다시 당한 느낌이었다. 이 여인은 위험하다.

앞으로도 그리고 영원히 멀리해야 한다. 그림자조차 눈에 밟히지 않는 아주 먼 거리로 도망칠까?

그래도 음. 몸매 하나는 끝내주는데.

가슴도 봉긋, 눈매도 크고, 코도 오똑하니 곱상한데. 단지 입가에 가린 천 때문에 전체적인 인상을 확인하기는 힘들다는 거 하나.

솔직히 그냥 가기는 아깝다.


"소가주님이라면, 팽지환?"

"네. 하북팽가의 소가주님이시죠. 아까부터 밖에서 기다리고 계셨어요."

"알겠소. 나가보오. 내 곧 채비하고 나가겠소이다."

"아니요. 기다리죠. 같이 나가시죠."

"설마. 내가 도망이라도 칠까 그런 것이오?"

"네. 먹고 튀실까봐요."


사실 이 자리가 불편했다. 스승님을 제외하곤, 누구와 같이 행동한 적이 없었다. 여기 계속 있다가는 하북팽가와 연이 깊어질 듯하여 떠날까도 생각했다. 은연중에 도망이란 단어가 입 밖으로 새어 나온 것도 무의식이 반영된 상황.


"도망가고 싶으세요?"

"아니, 내가 언제 도망간다고 하였소! 당신이 날 그렇게 판단하니 그리 말한 것이잖소."

"누가 뭐라 했나요. 도망치고 싶으시면 가셔도 돼요. 여기서 당신을 붙잡을 이는 없어요."

"아니, 꼭 그렇게 말하기보다는."

"하북팽가는 엄연히 자부심이 있는 세가입니다. 핍박을 가한다던가. 강요로 인해 목적을 성취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구요. 물론 우리 세가에서 대대로 세 알밖에 없는 단약을 드렸지만, 이걸 가지고 생색낼 사람도 없을뿐더러. 그걸 가지고 무언가의 보답을 원하지도 않는답니다. 단약따위가 뭐 대수인가요. 사람 생명이 우선이지. 가세요. 가시라고요. 우리 하북팽가는 단약따위로 구걸하는 가문이 아니에요. 우리 하북 팽가는. 우리 하북 팽가는......흑. 흐흐흑."


뭐지?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내가 뭘 어쨌다고.

그냥 단지 잠시 나가 있어 달라고 말한 것뿐이 없는데?


"저기. 소저. 울지 마시고."

"누, 누가 울었다고 그래요! 가시라고요. 가요. 가!"

"아니, 누가 간다고 했소. 내 엄연히 여기 있고, 생명을 구해준 보답도 해야 하고."


입에서 제멋대로 횡설수설 말이 섞여 나온다. 여인의 눈물이 이다지 무서울 줄이야.


"흐흑. 정말이세요?"

"나 사내대장부요. 허언은 없소이다."

"헤헷. 그러실 거 같았어요. 아무렴요. 사내가 한 입가지고, 두말하면 빌어먹을 강아지 새끼지요."


강아지. 새끼?

언제 눈물을 흘렸냐는 듯, 해맑게 눈웃음짓는 여인 앞에서 분명한 깨달음이 찾아왔다.


'당했다. 무섭다. 여인의 눈물. 스승님이 그토록 말씀하신 강조사항에 속아 넘어가다니.'


그래도 기분이 썩 나쁘진 않았다. 눈물이 지워진 팽아미의 미소에 절로 미소짓는 모습이 좋다.


"흐흐흠. 아미야."

"어? 오라버니?"

"응? 오라버니?"


사내의 기침 소리에 팽아미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저렇게 빨리 반응하는 모습에서 이질감이 느껴졌다. 내가 아끼는 장난감을 누군가에게 빼앗긴 기분이랄까. 허한 기분에 화기애애한 분위기는 촛불 꺼지듯 홀라당 날아가 버렸다.


"그만하고, 나가보거라. 정신 사납게 귀한 손님의 쉬는 시간을 방해하다니."

"피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리고 저기 아까 그 말 지키셔야 해요?"


고개를 돌리며, 정면으로 응시한 팽아미의 시선. 장난기는 어느덧 사라지고, 반짝거리는 눈빛은 진심이 서려 있었다.


"내가 당신 구했어요. 그러니 보답은 확실히 하세요."

"크흠. 알겠소. 그리하리다."

"믿어 볼게요. 몸 잘 추스르세요. 그림 이만 물러갑니다."


홱 돌아선 팽아미.

그 자리를 차지한 사내.


"불편을 끼쳤다면 미안하오. 아미가 좀 철없이 굴었더라도 너그러이 이해해주시오."

"혹시. 아미소저와 관계가."


워낙 둘의 관계가 격의가 없어, 가족이 아닌가 싶었다. 서로가 편하게 존대없이 대화하는 관계라면, 가족 아니면 연인.


"제 누이라오. 워낙 받아주며 큰 탓에 버릇이 좀 없소. 나쁜 마음으로 그런 것은 아니니, 혹시 마음 상한 일이 있더라도 푸시길 바라오."

"괜찮습니다."


이제야 팽아미가 온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녀를 통해서 팽지환과의 관계가 개선된 것이다. 처음 하북팽가와는 전혀 다른 느낌. 물론 구명해 준 사실이 있어 그런 것도 있지만, 미인계가 준 영향도 없잖아 있었다.

확실히 분위기는 좋았다.


"초면에 고려인이라 무시한 건, 내 불찰이었소. 매화검수와 호각을 이룰 정도였으니, 확실히 대단했소."

"괜찮소. 처음 봤을 때, 저 또한 불미스러운 행동을 보였소이다. 미안하오."

"하하하. 확실히 대인의 풍모가 보이는구려. 나이도 그리 많지 않아 보이는데, 실력과 지성이 뛰어나시오."

"구명해주신 답례는 꼭 보답하겠소이다."

"하북팽가는 원수는 죽어서도 잊지 않지만, 다른 이에게 호의를 베푼 일은 잘 잊어버린다오. 신경 쓰지 않아도 괜찮소이다."


지랄이다.

이건 대놓고, 답례하라는 말과 같았다.

오누이가 똑같이 능구렁이라니.

아니, 모든 무림인이 다 이러면 대체 구렁이들이 몇 마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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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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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1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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