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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일(拳一)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시문아
작품등록일 :
2018.12.12 19:10
최근연재일 :
2019.05.08 16:42
연재수 :
21 회
조회수 :
13,547
추천수 :
150
글자수 :
73,897

작성
18.12.29 23:18
조회
480
추천
7
글자
9쪽

명품의 권(拳) 2

DUMMY

13


검 끝으로 권갑을 미는 힘.

권갑으로 힘껏 내치는 힘.

힘과 힘의 격돌.

이는 당연하게 권이 압도적이다.

그렇게 스승님이 말하셨다.

검을 막으며, 내리꽂는 면적이 넓다면 그만큼 더 힘이 받는다.

그런데.

여태껏 부딪혀왔던 이들과 전혀 달랐다.

등가에 흐르는 땀과 이마에 맺힌 이슬.

빌어먹을 매화검수.


"박살 나라고! 으아아아!"


엉덩이로 바람이 새어 나올 만큼 최대한 눌러버리자, 놈의 검이 비틀렸다. 조금만. 조금만 더 눌러버린다면.


"크으읍."

"하아압."


놈이 벗어났다.

세차게 눌러버리자, 그 반동과 비틀림 사이로 빠져나간 것이다. 제길. 힘을 하도 썼더니, 머리까지 어지럽다.


"그래.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백회혈마저 부족하다면, 단중(丹中穴)을 열어 버린다. 아직까지 기를 다 쓰지 않았다. 응고된 기를 최대한 풀기만 한다면, 현재 지르는 권보다 최소 두 배는 너끈히 힘이 실린다.


"후우우우. 덤벼. 이 자식아."

"고려인. 날 상대하면서 가증스럽게 힘을 다 내지 않았던 것이냐. 나 역시 고작 서너 푼의 힘이었다. 하지만 이젠 다를 것이다. 자하신공을 우습게 보지 마라!"


한층 더 움푹 패인 눈매.

그 사이로 뻗어 나온 자색 안광. 녀석이 개방한 힘. 그 향기로 말미암아 뼛속까지 아파온다.

침착해야 한다. 놈의 약점. 놈의 틈. 놈이 노리는 곳.


콰아앙.


검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물체도 아니었다.

자색의 검기. 그 검기가 형체를 이루며 눈앞까지 날아왔다.

지금껏 난 피하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 오로지 정면으로 부딪쳤다. 그게 사내의 구실이요. 무의 기본이라 여겼다.

지금은 과연 그렇게 해야 할까.


"제길."


막으면 썰린다.

뭐든 썰릴 것 같다.

강기를 권갑으로 막을 순 있겠지만, 소중한 스승님의 하사품이 망가진다.

그리 생각하니, 절로 허리가 뒤로 재껴졌다. 마치 새우처럼 등이 휘어버렸다. 이후 잽싸게 한 손으로 바닥을 짚자, 주먹에 절로 움켜지게 된 흙.


쉬이이익.

파바박.


"이, 이 얄팍한 노옴."

"쓰으읍."


틈이었다.

아주 찰나의 시간 보인 틈.

자세를 되찾으며, 시야를 확보했다. 더불어 눈을 비비는 순간 재빨리 놈의 품속으로 뛰어들었다. 빈 가슴팍. 비록 물결이 보호하듯 진한 자색이 울렁이고 있지만, 이 순간의 권이 승부를 가릴 것이다.


"고려의 권! 제 9식. 강권(強拳)!"

"이노오오옴."


쩌어엉.

권갑. 자색의 강기와 부딪혔다.

제대로 들어간 오른손에 육중함이 묻어나왔다. 헌데, 놈의 표정에서 뭔가 잘못됨이 전달됐다.

젠장.


"걸려들었다. 매화삼릉 제8초식. 대매(大梅)."


약삭빠르게 살을 버리고 뼈를 취했는가.

권갑을 타고 팔로 타고 들어오는 힘에 눈이 절로 부릅떠졌다. 마치 팔이 뽑힐듯한 억센 기운과 심장이 빠개질 듯한 자기(紫氣). 그리고 그 안에 매끈한 검 끝.

이것이 죽기 직전의 마지막 환영일까.

뇌리에 주마등처럼 흘러가는 과거. 어릴 적, 스승님의 손을 잡고 노니는 어린아해가 떠올랐다.


"쯧쯧. 옷이 다 해졌구나. 이리 추운 겨울날 왜 다리 밑에서 울고 있었누. 이름이 어찌 되는고."

"그냥 배도 고프고, 갈 곳이 없어서요. 그리고 전 이름이 없는데요?"

"허어. 아비와 어미가 지어주지 않더냐."

"예? 전 부모님 뵌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어요. 어딨는지도 모르는걸요. 그냥 친우들이 신이라고만 불러요."

"신?"

"예. 신이요. 그냥 신이라고만 불러요."

"그렇구나. 자고로 이름이 없는 자는 없단다. 그럼 이 할애비가 이름을 지어줘도 될까요. 꼬마동자님."

"우와. 정말요? 좋아요."

"보자. 눈이 아주 매섭게 생겼구나. 마치 범과도 같다. 흐음. 철신이 어떠냐. 신이라는 아명도 그대로 있고. 범철신."

"범이라는 말이 호랑이를 뜻하는 거죠?"

"오호, 글자도 알어?"

"에헤허. 그럼요. 범철신. 범철신. 음......좋은 거 같아요."

"그래. 범과 같이 매섭고, 철과 같이 단단하거라. 철신아."

"예. 할아버지."


그래.

난 철신이다.

범철신.


팔 속을 파고드는 자색기운. 이는 내게 아무 해를 끼칠 수 없다. 놈의 검 역시 내 살을 베어낼 수 없다.


난 호랑이와 같은 범철신이다!


"으아아아아."


꽈앙.

힘에는 힘으로.

놈의 힘이 자색이라면, 난 호랑이와 같은 붉음이다. 시뻘게진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놈의 가슴팍을 주먹으로 밀어냈다. 검은 죽어도 손보다 빠를 수 없다. 권은 눈보다 빠르며, 권은 세상 그 어느 것보다도 강하단 말이다.


꽈앙.

두 번에 걸친 강권. 비록 거리가 짧아 추진력을 동반한 힘은 없겠으나, 이 정도면 충분하다.


"쿨럭. 쿨럭. 크어어억. 퉷."

"으으읍."


놈의 마지막 숨결을 끊어야 하는데. 놈이 무릎 꿇었을때 머리통을 박살 내야 하는데.


"제길."


왼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뒷걸음질 치면 아니 되는데, 절로 몸이 반응한다.


"뚫렸나? 제길. 어깨가."

"허억, 허억."


어깻죽지에 퍼진 자줏빛 핏자국. 희미해진 시야에 놈이 아스라이 멀어져간다.

정신을 잃으면 안 되는데.

점차 눈이 감겨온다.

스벌. 어째 하산하자마자 죽을 거, 그냥 스승님과 살 걸 그랬나.


*


파바박.

하북팽가에서 제일 빠른 인물.

도의 육중함을 견디기 위해 단련해야 할 부위는 간단하다. 바로 다리다. 그리고 하북팽가에는 어기신풍이 있었다.


'사매. 어서.'

'사형. 진짜로요?'

'빈말하지 않는다. 어서 구해라.'


가늘진 다리. 도드라진 상체에서 쉬이 여인임을 알 수 있었다. 허리가 잘록하여, 상대적으로 풍만해 보이는 둔부. 허나, 신법 하나만큼은 문주와 견줄 만큼 세상에서 제일 빠른 여인.

팽아미.

그녀가 허공을 달리듯 싸움의 격전지로 날아갔다.


'이러면 진짜 구파일방과 척을 지게 된다고요!'

'척은 벌써 졌다. 군소리 말고, 철신을 구해라.'

'아이, 진짜 미치겠네.'


전음을 하면서 팽아미는 매화검수 앞의 흐느적거리는 사내를 바라봤다. 굳건했던 다리가 흔들리며, 올곧게 뻗었던 팔이 힘없이 떨구어진 빈사 상태. 전장에서 저런 상태라면 죽음과 동일한 모습이었다.


'사형. 화산파에서도 와요!'

'좀 더 빨리 달리지 않고 뭐하느냐!'

'예예.'


달렸다. 쉼 없이 달렸고, 철신과 열 장 거리에서 팽아미는 흠칫 놀라 다리를 절 수밖에 없었다.


'매화검수의 눈이......'

'무시해!'

'노려보고 있다구요!'

'괜찮다는 데도! 놈도 철신과 비슷하다. 손가락 하나 꼼짝하기 힘들 것이다. 그러니 어서.'

'그럼 차라리 매화검수를 벨까요?'

'아서라. 그러면 진짜 우린 화산파와 목숨을 걸고, 싸우게 된다!'


그녀는 아무리 봐도 팽지환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들었다. 왜 철신이란 사내를 구해야 하는지, 왜 자신이 직접 나서야 했는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오라버니의 지시.


'화산파 진설이 온다! 어서!'


팽아미도 알고 있었다.

자신이 출발한 즉시, 화산파도 같이 내달린 걸 모를 리 있겠는가.


'일단 뒤로 돌아 가서. 어머!'


철신에 뒤로 다가서자, 마치 불과 같은 뜨거움에 멈칫했다. 실로 대단한 현장이었다.

정면에선 묘하게 어질거리는 기운과 철신에게선 뜨거운 기운이 공존한 혈투장이라니.


'이런 벌써 진설이. 어서.'


"누구.......냐."

"됐고. 어서 피해야 해요. 전 하북팽가의 팽아미."

"뭐?"

"아이씨. 벌써 왔잖아요!"

"그게 무슨."


팽아미가 철신에 곁에 다가선 가운데, 아주 조금의 차이로 진설이 도착했다. 매화검수 옆에 선 것은 당연한 이치.


"아."

"하북팽가의 아미? 여긴 왜 온 거죠?"


냉기가 철철 풍기는 음성에서 엄청난 노여움이 섞여 있었다. 이를 모를 수 있을까.


"어머. 진설 언니군요."

"팽아미. 왜 네가 온 것인지 묻지 않더냐!"

"글쎄요. 저도 잘 모르겠네요."


북방한파가 몰려든다 해도 이보다 추울 수는 없는 법.


"사매. 그냥 둬라. 쿨럭. 쿨럭."

"대사형. 제가 고려인을 죽일게요."

"아니다. 내가 직접 그를 벨 것이야."

"아니요. 사형은 쉬셔야 해요."


'어서! 당장 철신을 데려오지 않고 뭣 하는 게냐!'

'아이, 참. 그러면 직접 오든지. 왜 자꾸 나한테 그래요. 심상하게. 하면 되잖아요. 하면.'


"진설언니. 그리고 매화검수님. 제가 바빠서요. 이만 실례할게요."

"감히 어딜."


챙.


진설이 검을 뽑음과 동시 손을 저어 막은 영호진. 이를 보고 재빨리 팽아미는 내달렸다.

물론, 그녀의 옆구리에는 철신이 매달려있었다.


"아놔. 이거 빡돌게 왜 나만 시키냐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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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분열 19.01.04 333 6 8쪽
16 팽가 3 19.01.01 380 7 9쪽
15 팽가 2 19.01.01 379 6 8쪽
14 팽가 18.12.30 458 7 9쪽
» 명품의 권(拳) 2 18.12.29 481 7 9쪽
12 명품의 권(拳) 18.12.29 477 6 8쪽
11 칠십 명 4 18.12.28 508 7 8쪽
10 칠십 명 3 18.12.25 511 7 9쪽
9 칠십 명 2 +1 18.12.23 549 6 8쪽
8 칠십 명 18.12.23 591 8 9쪽
7 철신 7 +1 18.12.19 660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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