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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10,409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11.25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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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로덴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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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 *


크로이센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연회장을 둘러봤다.


귀족들이 박수를 치며 종전 선언을 환영하고 있다.


그것이 겉으로만 보이는 ‘형식상’의 모습이기는 했지만, 확실한 결과를 얻었다.


종전 선언.


20년간의 기나긴 전쟁의 끝이었다.


그토록 갈망하던 크로이센의 소원 하나가 이루어졌다.


그렇기에 마음 한구석이 불안해졌다.


‘정말로 악마였군.’


어떤 방법을 사용했는지는 모르나, 실제로 그가 바라는 소원이 이루어졌다.


이제 크로이센이 그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이며, 무엇을 요구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다.


소름이 돋았다.


사사로운 감정에 이기지 못해 충동적으로 계약했다. 그에 따른 대가는 분명 클 것이다.


‘영혼을···. 바쳐야 하는 건가.’


크로이센은 입을 다물었다.

저절로 씁쓸함이 자리 잡았다.

그곳에는 자신이 죽게 될 것을 알고 체감한 남자의 모습이 있었다.


그런 그의 손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이가 있었다.


붉은 여제. 그녀가 미소를 짓고 자신을 바라봤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기뻐하며 미소 짓고 있다.


‘...미안하오. 당신을 두고 가게 될지도 모르겠소.’


크로이센도 그녀의 손을 잡아주었다.

하지만 그녀의 곁에는 검왕 다리우스가 있을 것이다. 또한 악마가 뒤를 봐줄 것이다.


‘그래도 후회는 없다.’


자신이 죽는다고 할지라도 전쟁은 끝이 났다.

이제 그녀를 해할 존재는 없으리라.


크로이센은 유아를 쳐다봤다.


유아는 그에게 미소를 한 번 보이고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리고 자신의 한 일은 다 했다는 듯 연회장을 빠져나갔다.


그 뒤를 그의 마왕과 언데드 리치가 따라갔다.


그들을 중심으로 귀족들은 좌우로 갈렸다. 그들은 새로운 권력자에게 비위를 맞추듯 환호성을 내뱉으며 박수를 쳐댔다.


살기 위한 발악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이 얼마나 더러운 간신들이란 말인가?


크로이센은 혀를 차면서도 앞으로 이들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것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엘레샤르는 연회장에 남아 크로이센에게 다가가 유아의 말을 대신 전했다.


“유아님이 피곤하여 휴식을 취하겠다고 합니다.”


피곤? 아니겠지. 그냥 자신이 할 일은 끝냈으니 더는 이 연회에 관심이 없을 터였다.


엘레샤르는 시선을 돌렸다.


검왕 아슬란이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끼며 검 손잡이에 손을 올릴 때, 크로이센이 그것을 막았다.


엘레샤르가 크로이센을 쳐다봤다.


“지금은 적이 아니다.”


크로이센의 말에 엘레샤르는 검 손잡이에서 손을 뗐다.


“알겠습니다.”


엘레샤르는 기묘한 표정을 지었다.


검왕 아슬란이라는 자에게서 왠지 친숙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검왕 아슬란도 주변을 둘러보고는 천천히 연회장 밖을 나갔다.


검왕 아슬란은 곧바로 인적이 드문 왕궁 화장실로 향했고 천천히 화장실 문을 닫았다.


순간, 그의 얼굴이 굳어졌다.


표정이 굳는 게 아닌, 실제로 그의 얼굴이 딱딱한 점토처럼 갈라지며 후두둑 떨어져 나갔다.


진흙으로 만든 가짜 피부가 사이로는 오크의 얼굴이 드러났다.


몸의 근육도 팽창하며 덩치도 커졌다.


로커스는 고통에 신음하며 화장실 자리에 주저앉았다.


"더럽게 아프네! 이래서 변장 커스텀은..."

“...많이 아픈 모양이네요.”


로커스는 시선을 화장실 입구 쪽으로 향했다.

유아가 미소를 짓고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모습에 로커스는 혀를 내둘렀다.


“[변장]이라는 스킬이 사용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


로커스가 사용할 수 있는 스킬 중 하나였다.


단일 대상에게 연 1회 사용 가능하며, 상대방을 제압 후 그 얼굴을 진흙으로 본떠 얼굴을 만든다.


몸 또한 억지로 축소하거나 부풀려 비율을 맞추는 데는 뼈와 근육을 억지로 비틀어야 한다.


사용시간도 최장 10분이다.


겉모습뿐만 아니라 목소리까지 똑같이 낼 수 있지만, 변장 내내 고통을 동반한다.


“사실 이 기술도 네가 복수의 신 ‘코와붕가’일 때 이후로는 처음 쓴 거다.”


유아가 그의 몸을 커스텀하고 복수를 돕는 데 사용했을 때의 이야기였다.


로커스는 숨을 내쉬더니 유아에게 물었다.


“그래서 어땠냐?”

“뭐가요?”


유아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로커스는 검지를 펼치며 말했다.


“내 연기 말이다.”


로커스는 능글거리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봐도 감탄할 연기였어. 연극 극단 배우 같지 않았냐? 나중에 은퇴 후 연극이나 해볼까 한다. 분명 테라에서도 가장 유명한 배우가 되겠지.”

“...잘 되길 바랍니다.”


사실상 어색하다 못해 이상해 몇몇은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도 결과는 이미 나왔다.


종전 선언은 되었다.

이걸로 1단계는 끝난 거나 마찬가지였다.


두 군주가 조약을 문서로 만들었다. 또한 서부의 중심인 대귀족들이 찬성한 마당에 이 일을 번복할 수 있는 자는 없을 것이다.


로커스는 떨어져 나간 진흙을 잘게 부쉈다.


얼굴 모형을 들키지 않고 산산이 부서 변기에 집어넣었다.

유아는 그 모습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진짜 검왕 아슬란은 어떻게 했습니까?”

“아, 그 복슬복슬한 강아지 털 같은 놈···?”


로커스는 검왕 아슬란을 떠올렸다.


그는 얼굴을 본뜰 수는 있어도 잘잘한 털 같은 것을 힘들었다.

아슬란의 얼굴을 본뜬 다음, 수염과 머리카락을 뽑아 붙이고는 침대 밑에 밟아 밀어 넣은 상태였다.


아무래도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고블린과 레트맨이 직접 제조한 극성의 마비 독까지 걸렸으니 내일 아침까지는 기절해 일어나지 못할 게 뻔했다.


“정신없이 자고 있겠지. 그런데 그놈 인간 맞냐? 오우거도 이틀은 잠들만한 마비 독으로 인간이 생존할 수 있다니.”

“인간 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잖아요. 게다가 그가 죽으면 곤란해요.”


유아는 어깨를 으쓱거렸다.

로커스는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왜 살려둔 거냐. 죽이는 편이 좋지 않아?”


종전 조약을 맺었다.

이제 그 효과가 발휘해 두 나라는 아주 작은 일에도 민감한 반응을 보일 것이다.


특히 권력을 독차지하려는 귀족들간의 마찰에서 말할 것도 없다.


검왕 아슬란이 정신을 차린다면 이번 조약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박하며 나설 터였다.


유아의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그를 죽이면 우리가 한 일로 되니까요.”


검왕 아슬란이 종전 선언을 하고 살해당했다. 그에 따른 파장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가장 먼저 의심이 되는 건 당연 언데드 리치와 마왕을 다스리는 군주, 테라가 될 것이다.


강력한 힘을 증명하며 서부와 동부의 귀족들을 짓누를 무력시위가 된다.

‘공포’에 의한 지배는 가장 손 쉬운 방법이지만 결코 좋은 것이 아니었다.


타국과의 외교에서도 신용을 잃게 된다.


세상에 제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존재를 죽여 따르게 하는데 그 누가 신용을 하겠는가?


분명 ‘역시 야만인들의 국가’라고 치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테라의 명예를 더럽히는 일이 된다.


“그러니 살려두는 게 좋죠.”


분명 검왕 아슬란은 반발할 것이다.

그는 야망을 품은 사내다.

그가 왕위에 오르려고 하는 건 로덴 왕국의 백성이라면 3살짜리도 아는 내용이다.


특히 테라가 방해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동부의 왕도를 포위해 공성전을 하고, 결국에는 왕위를 차지했을 것이다.


그러니···.


“그러니 우리는 신사적으로 처리하면 됩니다.”


검왕 아슬란은 자신이 한 말, ‘종전 선언’에 대해 번복할 것이다.


치매에 걸린 양반처럼, 두 군주와 귀족들을 향해 소리칠 것이다.


-이건 거짓이다!


....라고.


단순한 발언으로는 이미 정해진 결과를 바꿀 수 없다. 그러니 군대를 이용하고 힘을 사용해 정권을 장악하려 할 것이다.


그때쯤이면 아슬란은 로덴 왕국에 있을 곳이 없다.

그 행위는 ‘역적’이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그냥 두면 알아서 반란군이 됩니다. 우리는 로덴의 ‘요청’에 따라 움직여주면 되죠.”


역적 아슬란.


토벌의 명목으로 군대를 움직이게 하는 명분으로는 충분했다.


동부와 서부, 두 군주와 귀족들에 의해 아슬란은 고립된다.


아슬란은 그 모든 것을 상대해야 한다.


아슬란의 영향력은 결코 무시할 수도 없다.

겁에 질린 강아지에 치매걸린 환자처럼 자신의 결정을 번복해도 분명 그를 따를 귀족은 있을 터.


한때 서부의 중심이 되는 자금과 권세를 가진 사내였다.


두 군주는 힘을 합쳐도 그를 이기기 힘들 터. 분명 테라에게 검왕 아슬란의 토벌을 요청할 것이다.


그렇담 그것에 응해주면 된다.


유아로서는 좋은 일이었다.


로덴이 요청하는 게 많으면 많을수록 테라에서는 그들에게 요구할 수 있는 대가는 늘어난다.


‘외교적 친분, 군사 통행권. 그리고···.’


서부 5만 군대를 없앤 것에 대한 사건의 암묵적 ‘침묵’.


게다가···.


“역적을 죽이는 데 있어 명예가 높아졌으면 높아졌지 떨어질 리가 없잖아요.”


혼란스러운 왕국을 바로 잡아준 국가.

그 명예는 대륙에 널리 알려질 터.


유아의 말에 로커스는 혀를 내둘렀다.

검왕 아슬란은 테라를 위한 발판밖에 되지 않는 존재였다.


* *


연회장에 있던 종전 선언에 관한 이야기는 대륙 곳곳에 퍼져나갔다.


특히 가장 가까운 국가인 동부 로덴 왕국에서도 이 일이 알려졌다.


지긋지긋한 전쟁이 끝났다.

그것도 단순 종전이 아닌 동부와 서부가 하나가 된다고 한다.


동부와 서부의 두 군주의 종전 조약과 더불어 미래를 나아갈 것을 선언했다.


모두 직설적으로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의 ‘정략혼’이 정해진 것과 마찬가지였다.


백성들은 환호했다.


전쟁으로 인한 과도한 세금.

강제 징병.

전쟁에 동원될 수확물의 갈취 등이 사라질 것이라 기대했다.


동부 서부의 귀족들은 탄식하거나 혹은 환영하는 자, 둘로 갈렸다.


20년간 서로 으르렁 된 만큼 ‘권력’이 어떻게 분배될지에 대한 반응이기도 했다.


특히 왕이 되고자 했던 자라면 말할 것도 없을 것이 부정적이다.


검왕 아슬란은 자신의 침실에 있었다.


그는 충격을 받은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뭐···?”


그는 앞에 서 있는 기사를 쳐다봤다.

기사는 식은땀을 흘렸다.


“종전···. 선언입니다. 아슬란 공작 각하께서 직접···. 하셨지 않습니까?”

“...”


어젯밤, 신관이 갑자기 오크로 변신해 자신을 기절시켰다. 그리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침대 밑에서 끙끙거리며 일어나고 있었다.


또한 테라라는 사절단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기사를 불렀건만, 들려온 이야기는 뚱땅지 같은 소리였다.


“...그게 무슨 개소리야.”

“그, 그렇게 말씀하셔도···.”


이미 연회장에 있던 이야기들은 대륙 곳곳에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문서화가 되고, 귀족들이 찬성하는 ‘영상 기록’이 담긴 스크롤 또한 퍼져나갔다.


그중에 아슬란이 직접 한 발언도 있었다.


기사는 슬금슬금 연회장에 있었던 기록 스크롤을 아슬란에게 내밀었다.


아슬란은 그 기록을 바라봤다.


자신이 연회장에 난입하고 크로이센과 대화를 나뉘고 있다.


그가 직접‘종전 선언’을 하며 귀족들에게 강제로 ‘동의’를 구하는 모습이 보였다.


“...이게 나라고?”

“...그렇습니다.”

“어제 난 침대 밑에 있었다.”

“...”


기사는 말이 없었다.

아슬란의 말을 긍정하기보단 부정하는 반응이다.


"...어제 신관이 갑자기 오크로 변했단 말이다."

"..."


기사는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인지 알 수가 없었다.


"오크가 나를 제압했다고."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검왕을 제압할 오크 따위, 이 세상에 존재할 리가 없다.


아슬란의 눈 근육이 실룩거렸다.

자신이 말하고도 말이 안 된다는 걸 인식한 것이다.


아슬란은 심호흡을 하며 기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애를 썼다.


“다시 생각해봐. 난 왕좌에 앉을 자다. 그런 내가···. 스스로 왕위를 포기하는 멍청할 짓을 했다고?”

“...”

“반년. 아니, 단 3개월의 시간만 있었어도 왕좌에 앉을 수 있어. 단순한 ‘검왕’의 칭호가 아닌 진짜 고귀한 왕이 될 수 있다고. 그런데···. 정말 멍청하게 그걸 내가 포기했다고?”

“...”


기사가 침묵했다.

아슬란은 식은땀을 흘렸다. 불안한 감정이 점차 분노로 바뀌었다.


그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며 벌떡 일어섰다.


“웃기지 마!”


기사는 겁에 질려 벌벌 떨면서 뒷걸음질 쳤다.


“환영이다. 놈들이 환영 마법을 사용했을 것이다!”


아슬란은 마법 스크롤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아직도 자신이 나와 귀족들에게 종전 선언의 동의를 구하고 있다.


“...왕궁 마법사들의 증인입니다. 그들 말로는 아무런 마나의 흔적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 말 뜻은 마법으로 인한 환영, 혹은 세뇌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기사는 그 말을 부정했다.


“아니면 다른 야비한 수법을 했겠지! 이게 가능할 것이라 보는가?”


기사는 우물쭈물 말했다.


“이미···. 끝났습니다. 종전 선언이 대륙의 모든 국가에게 알려졌습니다. 선언문도 작성되었고요. 고위 귀족들도 그곳에서 찬성했습니다."


지금쯤 크로이센 왕은 붉은 여제와 함께 동부로 갈 준비를 끝마쳤을 것이다.

동부 귀족들에게 동의를 구하기 위해서겠지.

이 마저도 손쉽게 동의를 구할 터.

이미... 모든 것은 끝이 났다.


"아슬란 각하께서 지금 부정한다고 해도···. 대귀족들의 과반수가 찬성했던 일입니다. 이건 회의 없이 통과시킨 조약으로 치부할 수도 없습니다. 만약 이것을 반박하다간···.”


기사는 망설이듯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역적이 됩니다.”


아슬란은 입을 다물었다.


마침 영상 스크롤이 다시 재생되며 자신 스스로가 ‘역적이 된다’라는 말을 꺼내고 있었다.


아슬란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그는 다시 침상에 앉았다.

최대한 이성을 유지하려고 애를 썼다.


“붉은 여제···. 를 만나고 싶다.”

“...여제님께서는 아슬란 각하의 요청을 거부하셨습니다.”


아슬란은 기사를 노려봤다.

기사는 흠칫 놀라면서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이번 종전 선언에 대한 공으로 아슬란 각하께 헬로니 영지를 하사하신다고···.”


헬로니 영지는 서부 끝에 있는 외딴 영지였다.


작은 성채와 시골 마을이 많은 평화로운 농경지였다.


말이 하사였지 이건‘좌천’이다.


혹시 있을지 모를 이변에 대비한 움직임이다.


아슬란이 그곳으로 향하게 된다면 자신은 아무런 권세도 휘두르지 못한 채 시골의 영주가 되어 평생을 보내야 한다.


아슬란은 멍하니 기사를 바라봤다.


"...아슬란 각...?"


그리고 말을 하려는 기사의 얼굴을 후려쳤다.


기사가 나가떨어진다.


아슬란은 주변의 가구들을 부수기 시작했다.


테이블을 던지고, 벽을 부스고, 벽에 걸린 장신용 검을 뽑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기사는 얼굴을 부여잡고 비명을 질렀다.


"으아아아악!"


젠장, 젠장, 젠장-!


그토록 바라던 오랜 꿈이... 지난 20년간 철저히 준비했던 야망이...!


겨우 하룻밤, 겨우 몇 분만에 사라지고 말았다.


"개자식, 빌어먹을...!"


아슬란은 분개했다. 이성을 참지 못해 스스로를 움켜잡고 안면을 치며 자해까지 했다.


광기에 얼룩진, 미쳐버린 그를 바라본 기사는 엉덩방아를 찍은 채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다.


이대로 있다간 자신이 분풀이 대상이 되리라.


그렇담 살아남지도 못한다.


그때였다.


아슬란의 움직임이 툭 멈췄다.


"...이대로 포기할까 쏘냐."


스스로 자해해 부풀어 오른 얼굴이 실룩거렸다. 눈동자만을 돌려 겁에 질린 기사를 쳐다봤다.


"히익...!"


기사는 겁에 질렸지만 도망치지는 못했다.


아슬란이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슬란은 관자놀이를 다시 한번 눌렀다. 손가락 사이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고통으로 애써 이성을 유지하며 어떻게 된 건지에 대해 사건을 정리했다.


5만 군대의 전멸.

그리고 찾아온 테라의 사절단.

크로이센 왕.

붉은 여제.

종전 선언.

그리고···. 귀족들이 고개를 숙인 검은 머리의 청년.


“모든 게 그 괴물들의 농간이란 말인가!”


하룻밤 사이, 모든 것이 그를 짓누르는 압박이 모여들고 있었다.


자신을 찬양하고 아부를 떨던 귀족들마저 돌아섰다.


그것도 붉은 여제나 크로이센을 섬기는 게 아닌, 괴물들의 군주에게 환심을 사려는 움직임마저 보였다.


이가 갈리며 부서진다.


아슬란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꿈이, 야망이, 바로 눈앞에 있는데 그것을 포기할 소냐!


평생 시골에서 썩히는 삶따윈 사양이다.


'하지만 대놓고 움직일 수는 없다. 종전을 물거품으로 만들 수는 없어. 붉은 여제와 크로이센을 상대로 할 수는 없다.'


그들을 대상으로 움직이기에는 자신에게 너무나도 불리했다.


두 군주와 귀족들마저 등을 졌다.

아직 자신을 믿고 따르는 세력이 있다지만, 그들로 상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도 그럴 것이 ‘역적’이 된다면 자신은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한다.


자신을 도울 귀족도 없을 것이다.


왕위에 오른다고 해도 타국이 그것을 인정해주지 않겠지.

그것을 위한 꼭두각시 붉은 여제였다.


'...종전 선언은 다시 없애려면 그것을 만든 이를 제거해야 한다.'


종전 선언을 이끈 장본인.


붉은 여제, 크로이센은 아니다. 이들을 뒤에서 조종한 흑막.


'테라의 군주.'


그 녀석을 제거해야 한다.

그렇담 그놈에게 환심을 사려는 귀족들도 다시 '주인'이 누구인지 알게 되겠지.


종전 선언 따위, 그것을 반기지 않는 귀족들을 자신의 편으로 만들기만 하면 언제든지 명분을 만들어 파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된 이상 모든 걸 건다.’


더는 지체할 수 없다.

자신도 이제 늙어가고 있다. 늙은 왕 따위는 권세가 오래가지 못한다.


“...영상 스크롤을 준비해라.”


반격해야 한다. 그 괴물들에게!

기사는 두려운 눈빛으로 아슬란을 쳐다봤다.


“영, 영상 스크롤을 말입니까?”

“그래, 준비할 수 있는 대로 최대한 많이. 그리고 그것을 뿌릴 사절단도 준비해라. 또한 나를 믿고 따를 귀족들도 소집해. 그들에게 전해라. ‘권세’를 얻고 ‘가문’을 부흥시키고 싶다면 나와 함께하라고.”

“...무엇을 하시려는 것인지?”


기사는 불안감에 물었다.

아슬란이 반란을 일으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 때문이었다.

아슬란은 기사를 노려봤다.


“선전 포고.”


이대로 당할 수는 없었다.

이제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어야 했다.

자신이 가진 부, 권세. 그 모든 걸 걸어 괴물들에게 반격할 것이다.


‘감히 나 금사자를 건드리고도 무사할 거란 생각은 버려라. 버러지들!’


어차피 자신이 왕위에 오른다면 로덴의 모든 것이 자신의 것이 된다.


그러니, 괴물들과 전쟁을 벌이는 데 써먹을 수 있는 건 모두 써먹을 생각이었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그리고 추천글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격스럽네요 ㅠㅠ 


이야, 역시 추천글은 선작이나 조회수를 늘리는 거보다 비평적 시점에서 조언을 얻을 수 있어 좋습니다. 이보다 좋은 영양가 비평들은 찾기 힘들지요. 다음 작품은 그 비평과는 반대되는 시점을 작용해 연재해볼 생각입니다.


추천글에 대해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보다 열심히 연재하여 완결까지 가겠습니다.


모두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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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 마도국의 손님 +43 18.10.30 7,976 210 13쪽
42 마도국의 손님 +20 18.10.29 8,228 204 14쪽
41 마도국의 손님 +33 18.10.27 8,431 201 13쪽
40 마도국의 손님 +25 18.10.24 8,483 213 13쪽
39 마도국의 손님 +19 18.10.23 8,569 205 14쪽
38 4장 프롤로그 - 새로운 시작 +37 18.10.20 8,714 215 13쪽
37 사이비 종교 + 외전, 어느 이야기. +37 18.10.18 8,752 209 13쪽
36 사이비 던전 +33 18.10.17 8,613 2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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