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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조회수 :
810,384
추천수 :
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11.22 20:45
조회
7,0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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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1
글자
19쪽

로덴 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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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귀족들의 시선이 연회장 입구로 향했다.


사자 갈기와 같은 황금빛 머리카락이 휘날린다.


날카로운 눈매와 각진 얼굴을 가진 검왕 아슬란이 걸어 나왔다.


귀족들은 눈앞에 깜깜해지는 걸 느꼈다.


이 연회는 이제 끝이었다.


검왕 아슬란은 야망을 품은 사내였다. 크로이센을 죽이고, 붉은 여제를 왕비로 맞이하여 로덴 왕국의 왕이 되려 했던 사내였다.


그런 존재가 바로 눈앞에 야망을 이룰 수 있는 '최종 목표물'이 있건만, 가만히 있을 리 없었다.


검왕 아슬란은 붉은 여제와 크로이센 왕을 쳐다봤다.


귀족들은 탄식을 내뱉었고 크로이센 왕은 긴장해 몸이 굳어졌다.


혹시 모를 위험을 대비해 붉은 여제를 감싸기 위해 앞으로 나섰다.


“크음···.”


크로이센 왕은 신음을 흘렸다.


최대의 난관이다.

자신의 숙적이자 사랑하는 여인을 꼭두각시로 사용하는 악인이다.


당장에라도 목을 베고 싶은 심정이다.


하지만 그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권위와 권세만 뺀다면 농사도, 잡일도 못하는 평균 이하의 인간일 뿐이다.


그런 그가 검왕에게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하지만···.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는 악마와 계약을 맺었다.


크로이센 왕은 모두가 굳어 있는 가운데 여유롭게 연회를 즐기는 유아를 쳐다봤다.


유아는 와인을 마시다가 크로이센 왕의 시선을 느끼고는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


아슬란 따위는 신경쓰지도 않은 모양이다.


그 모습을 보자 크로이센은 안심이 되었다.


그의 주변에 괴물들이 있다.

검왕 아슬란을 벤 언데드 리치. 그리고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마왕이 있다.


악마가 뒤를 봐주고 있는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그러니···. 저질러버리자.


이미 정신 나간 짓을 하고 있으니, 대판 거하게 저지르자!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고, 20년간 쌓아올린 울분을 여기서 터트리자!


“이게 무슨 일이지?”


금사자 아슬란의 목소리에 귀족들은 흠칫 놀랐다.


귀족 중 하나가 재빨리 그에게 다가갔다.


“공작 각하. 이, 일단은 자리를 파하시지요. 몸도 성치 않은···.”


아슬란이 귀족을 내려다봤다.

날카로운 눈매에 귀족은 움츠러들며 뒤로 물러섰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소.”


아슬란이 고개를 들어 크로이센 왕에게 말했다.


다행인 점은 검왕 아슬란이 이성을 잃고 날뛰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크로이센 왕은 마른 침을 삼켰다. 그리고 연회 전, 유아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폐하, 저를 믿으십시오. 검왕 아슬란이 나타나면 말하십시오.


크로이센은 유아가 준비해준 그대로 말하기로 했다.


-우리는···.


“우리는···.”


-종전을···.


“종전을···.


-선언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종전을 선언한다. 이에 동의하는가? 검왕 아슬란.”


크로이센은 자신이 말하고도 미쳤다고 생각했다.


다른 대화도 없이, 본론부터 말한다고 하여 상대가 들어줄 리 없지 않은가?


그 생각은 귀족들도 다르지 않았다. 오히려 크로이센 왕이 단단히 미쳤다고 혀를 찼다.


동의할 리 없다. 오히려 이 연회에서 피바람이 불지 않는까하는 걱정을 해야 할 판국이다.


왕이 되고자 하는 금사자 아슬란이 자신의 야망을 포기할 선언을 이 자리에서 할 리가 없었다.


붉은 여제도 그렇지만, 저 크로이센 왕도 제정신이 아닌···.


“동의하오.”


귀족들은 숨을 들이키며 아슬란을 쳐다봤다.

아슬란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동의하오! 또한, 종전을 넘어 분단된 국가를 하나로 통합하기를 원하오.”


...이건 꿈이다.악몽이다!


귀족들은 현실을 부정했다.

아슬란은 말을 이어갔다.


“그것이 이 나라, 로덴 왕국의 무뎌진 단결력을 다지는 계기가 될 것이오.”


...내가 미친 것인가?

귀족들은 하나같이 똑같은 생각을 했다.


크로이센 왕과 붉은 여제, 검왕 아슬란이 미친 것이 아니면 자신들이 미친 것이 분명했다.


서로 원한을 가지며, 피를 튀기며 20년간 원수로 지내왔건만, 단 하루 아침에 종전 선언?

이건 말도 안 되는...!


‘...잠깐, 갑자기? 정말로 그럴까···?’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상했다. 그럴 리가 없다.

이처럼 큰 사건을 일어났는데도 여태껏 아무런 징조가 없었다고? 그게 말이 되는가!

분명, 분명...! 이 종전 선언을 하기전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혹, 오래전 부터 준비되어 있었던 건가?'


귀족들은 붉은 여제, 크로이센 왕, 검왕 아슬란을 쳐다봤다.


그들, 셋이 아무도 몰래 모의하여 이것을 계획했던 게 아닐까?


하지만 어째서···? 왜?


이유를 알 수가 없다.

다른 이들은 몰라도 검왕 아슬란이 이처럼 종전 선언에 나선다는 게 이해 할 수 없었다.


'말이 되지 않아. 한달 전만해도 5만의 병력을 출병시키며 침략 전쟁을 벌였건만...!'



하지만 현실이 그렇다.

마치 오래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거처럼 매끄럽게, 자연스레 흘러가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크로이센 왕이‘직접’, ‘적국’에 찾아와 종전 선언을 했다.


붉은 여제는 망설임 없이 그에 동의했다.


검왕 아슬란은 그것을 알고도 이 연회장에서 모두에게 '동의한다'라고 말을 했다.


셋이 몰래 판을 짰다.

이곳에 모인 모든 귀족들을 속이고 전쟁을 끝내려고 했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이건 말도 안 돼!”


귀족 하나가 외쳤다.

모두가 그를 쳐다봤다.


"이건 말이 안 되오. 지금껏 우리 가문이 투자한 돈이 얼마인데...!"


그 말에 귀족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맞는 말이다.


자신들의 가문을 더욱 높게 드높이기 위해 부를 바치고 병사를 바쳤다.


사랑하는 자식들마저 공을 세우기 위한 제물로 사용했다.


그런데 갑자기 종전이라니? 그 동안의 보상은 어떻게 된단 말인가!


이 전쟁만 승리한다면, 저절로 동부의 영지, 자금, 노예들이 들어오건만...!


수많은 귀족들이 반발하기 시작했다.


“맞, 맞소이다! 이건 말이 되지 않소!”

“공작 각하. 이 무슨···!”

“궁정 마법사. 혹 저것은 마법이 아니오? 환영이나, 혹은 세뇌라던가···!”


검왕 아슬란에게는 환영 마법을, 붉은 여제에게는 세뇌를 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에 '이형의 존재'가 있다. 크로이센 왕이 그들에게 요상한 마법을 사용했다고 생각했다.


왕이 되고자 했던 검왕 아슬란이 스스로 야망을 포기했다는 것에 믿을 수 없는 것이다.


귀족들의 말에 궁정 마법사들은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를 저었다.


“아, 아닙니다. 지금 이 연회장에서는 그 어떠한 마나의 파동도···. 없습니다. 아무리 정밀한 마법이라고 해도... 이 좁은 공간 속에서, 그것도 수많은 마법사들 사이에서 눈을 속이기란...”


오히려 이 상황이 진실이라고 말하는 마법사의 증언에 귀족들은 절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다른 속임수가 있는 거겠지!"

“그것도 아니면 아슬란 공작 각하가 제정신이···.”


그때, 아슬란은 소란을 피우는 귀족 앞에 섰다.


“내가 어쨌다고?”

“...”


귀족은 입을 다물었다.


귀족들은 그제야 제정신을 차렸다.


상대방. 서부의 제 2의 지배자.

검왕 아슬란이다.


그가 가진 부와 권세, 힘은 이 왕국에서 대적할 자가 없었다.

그런 존재를 부정하는 것은 곧 가문을 몰락시키는 일과 같았다.


귀족은 입을 다물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다.


검왕 아슬란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고는 주변을 둘러봤다. 그리고 선언했다.


“이 자리에서 말하도록 하지. 나 검왕 아슬란은···.”


아슬란은 환한 미소를 지었다.


“...이곳에서 크로이센 왕과 붉은 여제의 종전 선언을 받아들이겠다. 또한...!”


아슬란은 귀족들을 둘러봤다.


“이는 동부와 서부, 두 군주가 내린 결정 사항이다. 그것을 반론하는 자는···.”


금사자 아슬란이 매섭게 노려봤다.


“역적이 될 것이다.”

“...”


반발하던 귀족들은 슬금슬금 눈을 피했다. 뭔가 말하고 싶었지만, 입을 열지 못했다.


아슬란은 시선을 돌려 붉은 여제를 쳐다봤다.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붉은 여제시여.”


붉은 여제는 흠칫 놀라며 아슬란을 쳐다봤다.


아슬란은 다시 한 번 확인하고자 물었다.


“종전을 선언하시는 것이 맞습니까?”


붉은 여제는 믿지 못하겠다는 듯 아슬란을 쳐다봤다.

그녀도 혼란스러웠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거지?'


어쩌면 아슬란이 자신을 속이려고 연기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는 꿈이 아닐까 생각해 자신의 볼을 꼬집고 싶은 충동을 애써 참아냈다.


그녀는 힐끔 옆에 있는 크로이센 왕을 쳐다봤다.


그는 담담했다. 긴장한 얼굴이기는 했지만, 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담겨 있었다.


그것은 '확신'이었다.


그 모습에 붉은 여제 모리안은 용기를 내어 고개를 끄덕였다.


“맞···. 아요. 저는 종전 선언을 동의합니다.”

“그럼···. 그대들에게 묻겠소.”


아슬란은 귀족들을 쳐다봤다.

아슬란은 미소를 지었다. 좌우 입꼬리가 대칭이 맞지 않았다. 눈도 반쯤 뜬 기묘한 표정을 짓고 있다.


참으로 어색한 미소다.


금사자 아슬란은 뭔가 이상했다.

귀족들은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지만 반론은 하지 못했다. 분위기는 이미 '그들'의 손안에 있으니 말이다.


“그대들은 동의하시오? 종전선언과 두 로덴 왕국이 하나가 되는 것을 말이오.”

“...”


어느새 연회장은 종전 선언문을 발표하는 자리가 되어 있었다.


대귀족들이 모여든 연회. 그들의 발언은 곧 문서가 아니더라도 조약에 체결하는 데 영향력을 발휘한다.


귀족들은 서로 눈치를 봤다.


그들의 눈에 붉은 여제, 크로이센, 그리고 검왕 아슬란이 보였다.


귀족들은 머리를 굴렸다.


아무리 봐도 상황이 이상했다.


과연 이 셋이서 모의를 한 것일까?


아니다. 무언가 있다.


분명 뭔가가 더 있었다.


그 탐욕스러운 검왕 아슬란이, 그 금사자 아슬란이 스스로 왕좌를 포기할 이유가 없다.


분명 '무언가'가 있었기에···!


짝-! 짝-! 짝-!


갑자기 들려오는 박수 소리에 귀족들 흠칫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축하합니다!”


크로이센 왕을 뒤따라온 검은 머리의 시종이다.

그런데···. 시종?


아니, 시종이 아니다.


귀족들은 눈이 휘둥그레 진 채 그를 쳐다봤다.


시종으로 알았던 청년이 연회장 의자에 앉아 있다.

그 양옆에 보좌하듯 언데드 리치와 마왕이 우뚝 서 있다.


마치 저 둘이 섬기는 존재인 양, 청년은 자연스레 그 둘 가운데 앉아 있다.


“훌륭하네요. 종전선언이라니!"


그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방긋 미소를 짓는다.


"이웃 국가인 테라에서도 좋은 소식이군요."


이웃 국가? 테라?


귀족들은 괴물들 사이에 있는 청년의 말에 혼란스러워했다.


"마침 친분을 맺고, 우리가 저지른 실수를 사과하고자 사절단으로 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경사스러운 일을 보게 될 줄이야...! 이거 이웃 나라로서 축하할 수밖에 없군요. 아, 이것도 인연이겠다. 우리가 실수한 것에 사과도 하겠다, 종전 선언에 대한 축하 '선물'을 준비해야겠군요.”


귀족들은 불길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사절단의 대표가 마왕과 언데드 리치가 아닌 거처럼 보였다.


실수라니, 게다가 종전 선언에 선물이라니?


귀족들은 한달 전에 있었던 5만의 병력을 떠올렸다.


혹, 실수로 5만의 병력을 전멸시켰다고 말하는 것일까?


그게 진실이라면 참으로 끔찍한 일이다. 그것을 단지 '실수'라고 표현하다니.


'게다가 선물은 무슨 뜻이지?'


귀족 중 하나가 용기를 내어 물었다.


“선물이라니···요?”


질문한 귀족은 자신도 모르게 존대를 했다.

유아는 그런 귀족을 쳐다보며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긴급 상황이라지만, 우리 멋대로 군을 움직여 서부 로덴 왕국의 국정을 어지럽히고 말았습니다. 그에 따른 대가, 그리고 이웃으로서 친하게 지내는 의미, 종전 선언에 대한 축하 선물로... 테라가 로덴 왕국의 국정이 안정 될 때까지 대대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예를 들면..."


그는 주변을 둘러보며 눈웃음을 지었다.


“두 사람을 해하려는 자는 이 테라의 군주가 직접 나서서 배제하겠습니다. 두 군주께서 군대를 원하시면 그에 따른 소규모 정예를 파견해 드리지요. 그것이... 반란에 의한 내부 분쟁이라도 말입니다.”

“...”


공기가 무거워진다.


귀족들은 굳어졌다.


눈앞의 존재는 단순한 시종이 아니다.


괴물들의 국가, 테라의 군주다.


그 사실을 알게 된 귀족들은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


종전 선언, 붉은 여제와 크로이센 왕. 검왕 아슬란.


그리고 테라의 군주라는 자가 돌려말한 '군사 통행권'.


종전이 되면 귀족들은 반발할 것이다. 반란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다.

그리고 그 혼란을, '괴물들의 군대'가 진압할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마도국을 멸망시키고 마왕조차 굴복시켰던 존재의 한 마디다.


그 파장은 말할 것도 없다.


국가도 아닌 단순한 반대 귀족들이 나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조금 전까지 반발하던 귀족들은 입을 다물었다.


이제야 알 수 있었다.

검왕 아슬란이 종전 선언에 동의한 이유를···!


마도국, 신성 교단, 그리고 로덴의 5만 병력을 전멸시킨 괴물의 군주.


괴물들의 왕이 눈앞에 있다.


그런 존재 앞에 검왕 아슬란은···.


‘검왕 아슬란은···. 이들에게 겁을 먹었다!’


로덴 왕국의 중립지역에서 패한 아슬란은 겁에 질린 것이다.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 않고서는 이 일에 동의할 리 없다.


그렇담, 이 '종전 선언'을 일으킨 ‘배후’는 ‘테라’라는 세력이다.


이 사건의 흑막이 눈앞에 있었다.


‘도대체 테라라는 국가가 무엇이길래···!’


귀족들은 유아에게서 시선을 마주칠까 봐 고개를 숙여야 했다.


검왕 아슬란조차 눈을 마주치지 못하는 귀족들이다. 그를 짓누른 존재를 마주할 자신 따위는 없었다.


어느새 귀족들의 머릿속에서는 서열이 정리되었다.


"아참, 도중에 끼어들어 죄송합니다. 종전 선언에 대한 '회의'를 방해하고 말았군요. 계속 진행하시지요."


유아의 검은 눈동자가 하나둘씩 귀족들을 쳐다봤다.


마치 그들의 얼굴을 익히는 거 같다.


누가 동의하고, 안하는지 말이다.


속이 매스꺼워졌다.

연회장이 아닌 고문실에 갇힌 거처럼 귀족들은 압박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압박을 견디지 못하는 이가 입을 열었다.


“...동의하오.”


귀족들이 고개를 돌렸다.


고위 귀족 하나가 식은땀을 흘리며 박수를 쳤다.


“종전 선언을···. 동의하오!”

“...나도 찬성입니다.”


또 다른 귀족이 동의를 표했다.

그들은 이곳에 모인 ‘괴물’들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하이먼···. 백작가의 당주, 라스라고 하오. 종전 선언을 동의하오.”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내도록 하지요.”

“라밀 후작가의 베르몬입니다. 원래 하나였던 나라, 다시 대륙에 길이 남을 강대국이 되길 바라오.”


점점 늘어난다.

눈치를 보던 이들도 분위기에 동의하기 시작했다.


이곳에 모인 이들은 대부분‘간신’들이다.


그들에게 있어 강자는 눈앞에 있는 테라의 군주였다.


서부에 둥지를 짓고 지배하던 검왕 아슬란이 스스로 굴복하였다.


이제 생각할 것도 없다.


둥지의 주인을 바뀌었으니, 그의 말을 따라야 했다.

귀족들이 동의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들이 연회를 감시하기 위해 설치한 마법 스크롤에 그대로 기록되고 있었다.


유아는 그들을보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두 나라가 하나가 되려면 매우 힘드실 겁니다. 그도 그럴 것이···.”


유아는 시선을 돌려 크로이센과 붉은 여제를 쳐다봤다.


“서로 간 알아가고 이해해야 할 테니까요. 그렇죠? 두 분?”


크로이센과 붉은 여제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홀프는 멍하니 그 광경을 지켜보다 크로이센과 붉은 여제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두 손을 꼭 잡고 있다.


홀프는 이해하지 못해 아슬란을 쳐다봤다.


그가 어째서 이런 정신 나간 결정을...?


홀프의 안광이 일그러졌다.


그는 검사다. 하지만 언데드 리치인 마법사이기도 했다.


검왕 아슬란의 가슴에 있어야 할 상처, 마력이 깃든 검상이 보이지 않았다.


그 말 뜻은...


'검왕이... 아니다?'


홀프는 아슬란을 쳐다봤다.


분명 모습은 같다. 하지만 다르다. 분위기, 그리고 기백부터가 다르다.


인간이 아닌 다른 무언가다.


깜짝 놀란 홀프가 유아를 쳐다봤을 때, 유아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했다.


“...맙소사.”


홀프는 유아가 처음 사절단으로 떠날 때 한 말을 떠올렸다.


-...뭘하시려는 겁니까?


홀프의 질문에 유아는 미소를 짓고 말했다.


-합법적인 쿠데타요.


말 그대로다.


서부 로덴 왕국의 지배자, 사실상 붉은 여제를 꼭두각시처럼 다루는 반역의 검, 아슬란이 직접 ‘종전 선언’을 내뱉었다.


그것도 붉은 여제에게 허락을 구했다.


동부와 서부는 지난 20년간 전쟁을 해왔다.


서로의 체계가 달라졌으며, 문화와 경제체계도 확연히 차이가 났다.

무엇보다 서로 다른 지배자가 있는 시점에서 하나가 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가능했다.


‘합법’적인 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다.


그것은···.


“정략결혼.”


홀프는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내뱉었다.

곁에 있던 유아의 입가에 미소가 걸렸다.

동부와 서부가 하나가 되는 방법.

두 지배자가 하나의 국가를 통치할 수 있는 방법.


동부 로덴 왕국의 전통 후계자 크레이센 국왕과 서부 로덴 왕국의 반역자 붉은 여제의 정략혼이다.


내란을 일으킨 주범과 결혼이라니...?


분명 귀족 세력이 반발은 심할 것이다. 반란조차 꾀하는 자가 나올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누가 이를 막을 수 있을까?


반역의 검 아슬란은 그렇다 쳐도 수호의 검 다리우스가 지키고 있다.


또한 공공적인 자리에서 그들의 축하하며 테라의 군주가 직접 도움을 주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를 막을 자는 없다. 있다면 그것은 곧 ‘제왕’들의 뜻을 거스르는 ‘반역자’가 된다.


‘합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역적’이 되는 셈이다.


타국의 군대를, 동부와 서부의 군대를 움직이는데 '역적'을 처단하는 명분으로는 충분하리라.


홀프는 자신도 모르게 손가락뼈로 입을 가렸다.


‘말 그대로 합법적인 쿠데타.’


동부와 서부 로덴 왕국을 일시적으로 장악한 것과 다르지 않았다.

이번 일로 두 나라는 테라에 '빚'을 지게 될 것이다.

친분에 따른 외교적 부분도 긍정적으로 반응할 것이다.


‘이렇게 간단히···.’


그토록 고민하고 갈등했던 일이다. 그것을 너무나도 간단히 해결했다.


“사실상 정략혼도 아니죠. 서로 사랑하잖아요. 그 사실을 직접 확인까지 했으니 망설일 필요도 없죠."


유아는 크로이센 왕을 쳐다봤다.


"사실상···.”


크로이센 왕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종전 선언문을 붉은 여제에게 내밀며 말했다.


“이 종전 선언을 받아주시겠소? 모리안.”


유아는 웃음이 터져 나와버렸다.


“...공식적인 프러포즈나 다름없지만요."


그것도 반지가 아닌 문서로 이루어진 프로포즈였지만 말이다.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연독률 박살 ㅠㅠ

그래도 재밌다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댓글로 연재하는 작가로서는 너무나도 큰 힘이 됩니다!


+후원 감사합니다! 쪽지로 답장해드리려고 했는데 막혀 있네요. 열심히 연재해 완결까지 가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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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마도국의 손님 +28 18.11.05 7,901 197 14쪽
45 마도국의 손님 +28 18.11.02 8,053 221 13쪽
44 마도국의 손님 +32 18.10.31 8,059 219 13쪽
43 마도국의 손님 +43 18.10.30 7,976 210 13쪽
42 마도국의 손님 +20 18.10.29 8,228 204 14쪽
41 마도국의 손님 +33 18.10.27 8,430 201 13쪽
40 마도국의 손님 +25 18.10.24 8,483 213 13쪽
39 마도국의 손님 +19 18.10.23 8,569 205 14쪽
38 4장 프롤로그 - 새로운 시작 +37 18.10.20 8,714 215 13쪽
37 사이비 종교 + 외전, 어느 이야기. +37 18.10.18 8,752 209 13쪽
36 사이비 던전 +33 18.10.17 8,613 2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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