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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자꾼의 서재입니다.

마신 유희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판타지

완결

그림자꾼
그림/삽화
sion422
작품등록일 :
2018.06.24 20:23
최근연재일 :
2019.07.22 00:10
연재수 :
9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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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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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89
글자수 :
548,659

작성
18.10.17 23:53
조회
8,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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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
글자
17쪽

사이비 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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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MMY

유아의 ‘다치지 말라’라는 말과 달리 로커스는 거세게 질주했다.

손에 들린 두 개의 단검을 던졌고 홀프는 그런 단검을 대검으로 쳐냈다.

금속음이 들리며 단검이 튕겨 허공에 떴다.


“...베이지 않았다?”


홀프는 놀란 듯 허공에 뜬 단검 두 개를 쳐다봤다.

벨 생각으로 대검을 휘둘렀건만, 단검 두 개는 그저 튕겨 나갈 뿐이다.


‘저건···. 마법, 아니 신기인가?’


두 개의 단검에서 희미하게 빛나는 검은 빛을 본 홀프의 시선이 내려갔다.

어느새 로커스가 홀프의 품에 파고 들었다.

허리춤에 있는 쇠사슬을 꺼내 홀프가 대검을 들고 있는 손을 묶고 끌어당기며 팔을 꺾었다.


“부서져라!”


뼈가 정반대방향으로 꺽이려는 걸, 홀프는 안광을 가늘게 뜨며 살짝 뛰어올랐다.

꺽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회전한다. 관절이 꺾이는 걸 그대로 봉쇄, 다른 한 손으로 로커스의 목젖을 때렸다.

로커스는 뒤로 물러섰고 쇠사슬은 가볍게 풀려버렸다.


“컥...!”


“훌륭합니다. 조금 전 성기사보다 훨씬 좋군요. 혹 당신도 테라의 신도입니까?”


“테···. 뭐?”


로커스의 말에 홀프의 안광이 일그러졌다.

설마 테라에 대해 모르는 건가?


'하지만 이 익숙한 기운은 그분의 것인데, 착각인가?'


유아가 테라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시점에서 로커스는 ‘테라’라는 말이 낯설었다.

그리고 홀프로서는 로커스에게서 느껴지는 이상하게 친숙한 기운이 ‘유아’에 의한 신도이기 때문, 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로가 엇갈린 시점에서 홀프는 쇠사슬을 다른 손으로 풀고 로커스를 노려봤다.


“테라의 신도가 아닙니까?”


“난 코와붕가의 신도다.”


“...테라를 섬기지 않는다?”


“이 사이비 종교를 말하는 건가?”


“사···. 이비? 감히 제가 섬기는 신을 모욕하시는 겁니까?”


홀프는 불쾌하다는 억양으로 말했다.

그게 그거지만 역시 알 리 없는 두 사람이었다.


“다치지 말라고 했는데.”


두 사람을 보며 유아는 입맛을 다졌지만 말릴 생각은 하지 않았다.

묘하게 두 사람이 즐거워 보였기 때문이다.


‘좀 더 즐기게 놔두고 위험하다 싶으면 말리도록 하자. 그나저나 저게 뭔지 궁금하네.’


유아는 시선을 돌렸다.

대전의 중앙, 제단에 박혀 있는 황금색 창이 눈에 띄였다.


룽기누스의 창에 먼저 다가선 건 드워프였다.

그는 보석처럼 빛나는 창을 여기저기 훑어보고는 눈을 빛내며 떨리는 손으로 어루만졌다.

손가락 끝이 룽기누스의 창을 지날 때마다 드워프는 움찔움찔 몸을 떨었다.


“아···. 이제는 죽어도 여한이 없어.”


감격한 나머지 눈물마저 글썽거렸다.


“매번 생각하지만, 이 세계 사람들은 목숨을 참 가볍게 생각하네요.”


드워프는 흠칫 놀라며 옆을 쳐다봤다.

어느새 유아가 다가와 있다.

그는 룽기누스의 창을 이리저리 훑어보고는 룽기누스의 박혀 있는 창날에 손가락을 튕겼다.


탱-!


귀가 정화되는 듯한 고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드워프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후 제정신을 차리며 버럭 소리를 질렀다.


“이놈이···! 이게 어떤 창인 줄 알고 건드는 것이냐.”


“대강 보는 건데 이 창 성능이 장난이 아니네요.”


“뭐?”


드워프가 의아하며 물을 때였다.


“이단자 따위가 감히 성스러운 창에 접근하다니!”


“당장 떨어지지 못할까!”


드워프는 주변을 둘러봤다.

어느새 룽기누스의 창 주변으로 수도사복을 입은 신도들이 둘러싸고 있다.

그들은 각자 무기를 들고 눈을 부라리며 유아와 드워프를 노려봤다.


“이거 위험하잖아. 물론 성물을 만지고 보고, 그리고 앞에서 죽어도 여한이 없기는 하지만···. 여, 역시 좀 더 살고 싶다고!”


드워프는 당황해하며 등 뒤에 있던 워해머를 빼 들었다.


“좀 조용히.”


유아의 눈이 희미하게 빛났다.

창을 훑어보며 그곳에 담긴 힘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왔다.

로커스는 단검을 다시 움켜쥐었다.


‘뭐야, 저 언데드.’


로커스는 눈 근육을 꿈틀거렸다.

무식하게 거대한 대검을 들고도 저 가녀린 뼈다귀는 비정상적으로 손쉽게 들어 올리고 있었다.

유아의 지인이라는 소리를 듣고 평범한 인물이 아닌 건 알았지만 이 정도로 괴물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검왕인지 뭐시기인지 보다도 더한 놈이잖아.’


그나마 검왕이라는 존재와는 대등하게 싸웠다. 하지만 이자는 압도적으로 자신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갑니다.”


홀프가 허리를 숙이며 대검을 잡은 오른손을 뒤로 뺐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도 없이 로커스의 바로 눈앞에 나타났다.


“...!”


로커스는 양손에 쥔 단검을 교차하며 날아오는 대검을 막아냈다.


쿵-!


거대한 바윗덩어리가 떨어진 느낌이다.

지면을 받치고 있던 바닥에 금이 가며 로커서의 허리가 굽어졌다.

온몸에 힘줄이 돋아나며 겨우 몸을 지탱했다.


‘괴물, 괴물, 괴물 같으니!’


조금이라도 힘을 빼면 베인다. 몸이 좌우로 갈려 절단이 날 것이다.

그것만큼은 사양이다.


“다치지 않게 하라고 했지만 그렇게는 못하겠군!”


로커스는 막는 걸 포기하며 옆으로 굴렀다.

대검이 바닥을 내리꽂는 듯하다가 방향이 바뀐다.


“...!”


단검으로 날아온 대검을 막았지만, 단검이 튕겨 날아갔다.

대검이 다시 회수된다. 휘둘러진다.

좌우, 대각선, 곡선, 당기고 찌르고 회전 등등.

가지각색의 공격 패턴.

그것도 ‘한 손’으로 대검을 잡고 나뭇가지 휘두르는 거 마냥 너무나도 빠르고 가볍게 움직인다.

저렇게 커다란 대검은 보통 좌우, 위에서 아래로 휘두르는 게 다이건만, 눈앞의 존재는 ‘검술’을 쓰고 있었다.


“빌어먹을···!”


대검이 살짝살짝 피부를 스쳐 지나갔다.

두꺼운 가죽이 베이며 피가 흘러내렸다.

온몸에 상처가 생김에 따라 로커스의 움직임도 줄어든다.


‘진짜로 위험한데. 저 언데드 전혀 봐줄 생각이 없어.’


상대는 망설임이 없다.

진심으로‘베어버릴’ 생각이다.


‘유아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견디는 건 한계야.’


로커스는 몸을 뒤로 뺐다.


‘사지를 잘라주마. 언데드!’


로커스의 주변으로 검은 그림자가 퍼져나갔다.

홀프를 둘러싼 로커스의 분신들.

각자 그림자 무기를 든 채 그를 노려봤다.


“내가 섬기는 코와붕가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마!”


그림자들이 각자 무기를 움켜쥔다.

로커스의 눈이 황금빛으로 빛나며 홀프의 뼈마디를 잘라낼 궤도를 보았다.


‘어차피 상대는 언데드. 나중에 회복할 수 있겠지.’


저 가슴에 있는 라이프만 건들지 않는다면 죽지 않고 부활할 것이다.

그러니···.


“산산이 조각내주마!”


검왕 다리우스마저 죽일 수 있는 일격.


“코와붕가!”


수십 개의 그림자가 홀프를 덮쳤다.

홀프는 그런 그림자들을 보며 흠칫 놀라며 굳어졌다.

사방으로 날아오는 최후의 일격.

사지를 절단내기 위해 관절부위마다 날카로운 그림자 단검이 날아든다.


‘빠르다! 그리고 이건···.’


피하지 못한다.

막을 수도 없다.

그렇담···.


‘벨 수밖에···!’


홀프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대검 손잡이에 또 다른 손을 움켜잡는다.

양손을 잡은 채 안광을 이글거렸다.

검을 슬쩍 들어올려 좌측에서 우로 한 번 휘둘렀다.

로커스에 경악으로 굳어졌다.

갈린다.

마치 공간이 갈라질 듯 상하로 두 동각이 난다.

로커스의 그림자들이 사라진다.

그가 쥐고 있던 스킬로 강화된 단검마저 잘려나간다.


“훌륭한 일격이었습니다.”


홀프가 눈웃음을 짓고 대검을 땅에 꽂았을 때, 모든 것이 ‘베였다.’


“어···. 얼라?”


신전 내부에 있던 신도들은 의아해하며 자신의 몸을 내려다봤다.

신도뿐만이 아니다. 철문 앞에 있던 도망치려 했던 모험가와 신성 교단의 병사들도 의아해하며 자신의 몸을 쳐다봤다.

몸의 균열이 어긋난 듯 상체와 하체가 서서히 분리된다.


“어, 어···?”


“교, 교주···. 님···?”


그리고 수백 명에 이르는 인간들이 동시에 피를 뿜으며 쓰러지고 신전 내부는 거대한 검날이 스쳐 지나간 듯 자욱한 검상을 남기며 진동했다.

한 번의 일격으로 피어난 피와 자욱한 먼지 속에서 홀프는 로커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지금까지 이처럼 훌륭한 일격은 보지 못했습니다. 참으로 대단하군요. 이건 진심으로 해드리는 칭찬입니다.”


로커스는 들고 있던 단검을 떨어뜨렸다. 그도 자신의 몸을 바라봤다.

팔뚝과 가슴에 얇은 검상이 천천히 새겨지더니 피가 뿜어져 나왔다.

최후의 일격을 날렸건만, 오히려 자신이 치명상을 받고 말았다.

로커스는 다리에 힘이 빠져 무릎을 꿇고 말았다.


“하지만 암살 기술 따위로는 ‘검의 왕’ 앞에서는 무의미합니다.”


로커스는 힘겹게 쓰고 있던 나무 가면을 벗었다.

튀어나온 송곳니를 감싼 입술이 움찔거리며 겨우 입을 열었다.


“...나는 로커스라고 한다. 당신의 이름은?”


“저는···.”


홀프는 대검을 들어 올렸다.


“검왕 홀프라고 합니다.”


홀프는 대검으로 로커스의 목을 치려고 할 때였다.


탱-!


고운 소리가 물결처럼 울려 퍼진다.

홀프는 흠칫 놀라며 시선을 돌렸다.

제단 위, 자신이 베지 못한 존재가 서 있었다.


“으으···. 뭐,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드워프는 자신의 머리를 어루만졌다. 쓰고 있던 투구가 잘려나가고 그 틈으로 머리카락이 깔끔하게 베여 있다.

키가 작은 덕분에 검의 일격을 운 좋게 피한 것이다.

그런 드워프는 충격을 받은 듯 옆으로 시선을 돌렸다.


“...좋네요. [공간 절단], [주인 귀속]이라는 옵션이 달려 있다니. 공간 절단은 그대로 공간을 베어버리는 거 같고, 주인 귀속은 다시 되돌아오는 건가?”


투구를 쓴 한 명의 소년이 창을 뽑아들고 땅에 내려찍고 서 있었다.

그 모습에 홀프의 안광이 흔들렸다.


‘...신의 창을 뽑았다?’


자신도 뽑지 못한 채 방치한 창을?


“그대는 누구···.”


홀프가 말을 하다기도 전 소년은 창을 가볍게 휘둘렀다.

순간 공간이 종잇장처럼 갈라지며 타원형의 공간을 만든다. 그 공간이 어딘가와 연결된 듯 다른 공간을 비추고 있다.


“사거리는 100m까지인가.”


소년은 그곳으로 발을 내디뎠다.

홀프는 그 모습을 멍하니 쳐다볼 때, 그의 등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제 볼일은 다 봤으니 집으로···.”


“...!”


홀프는 소름이 돋았다.

방금 눈앞에 있던 소년의 기척이 등 뒤에서 느껴졌다.

말을 걸어오지 않고 만약 공격했다면?

일격을 허용했을 것이다.

홀프는 한 손으로 대검을 잡아 등 뒤를 향해 휘둘렀다.


“...돌아가도록 하죠. 홀프씨.”


소년의 말에 대검이 멈췄다.

홀프는 귀에 익은 목소리와 호칭에 안광이 흔들렸다.


“설마···. 당신은!”


“그나저나 다치지 않게 싸우라고 했더니.”


소년은 로커스에게 시선을 보냈다.

그의 몸에서 그림자 손길이 뿜어져 나와 로커스를 감싸고는 황금빛 성력을 주입해 치료한다.

눈 깜짝 할 사이에 상처가 회복되며 로커스는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는 홀프가 굳어 있는 모습을 보며 안도한 듯 한숨을 내쉬었다.


“이야···. 진짜 죽는 줄 알았어. 아니, 진짜로 죽이려 하더군. 나도 저쪽도 몰입한 나머지 진심으로 하고 싸웠지 뭐냐. 뭐, 내가 압도적으로 졌지만 말이야. 유아, 네 지인 진짜 괴물이야. 설마 저런 괴물이 또 있는 건 아니겠지?”


“글쎄요.”


홀프는 주춤 뒤로 물러섰다. 그러면서 눈앞의 소년을 보며 자신의 갈비뼈 사이에 있는 라이프 베슬을 움켜쥐었다.

두근거리는 심장이 있는 게 아니건만, 뭉쳐진 마력 덩어리가 미쳐 날뛰며 자신의 심정을 나타내고 있었다.


“설마···. 진짜로 당신이옵니까?”


홀프의 말에 소년는 투구를 벗었다.

긴 흑발이 찰랑거리며 내려앉았다. 검은 눈동자가 뚜렷하게 언데드 리치를 바라보고, 입가는 보는 이가 기분이 좋아질 정도로 밝은 미소를 지었다.

유아는 홀프를 보며 방긋 웃으며 말했다.


“10년만이네요. 집으로 돌아가도록 하죠. 홀프씨.”


* * * *


눈보라가 친다.

마차 한 대가 흔들거리며 거센 눈보라를 뚫고 지나간다.

말은 지쳐 죽어버렸고 그것을 대신해 해골마가, 그리고 마부석에는 스켈레톤이 앉아 길을 이끌고 있었다.

드워프는 그런 마차에 앉아 식은땀을 흘리며 힐끔힐끔 주변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머리가 지끈거려 탈모가 걱정이건만, 던전에서 참격으로 남은 머리마저 빠져버렸어. 그리고 지금은···.’


목숨마저 위협을 받는 스트레스마저 쌓이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눈앞의 괴물들 때문이다.


“카하하하! 이거 대단하십니다. 오크가 이렇게 강하다니!”


나무로 된 맥주잔을 든 언데드 리치가 통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고 꿀꺽꿀꺽 죽은 망자가 잘도 술을 마셔댔다.


‘맙소사. 저거 언데드 맞아? 죽어도 배불리 먹으면 때깔도 곱다는 말은 있지만, 저건 그 도를 넘어섰잖아? 아예 살아있는 듯 생기가 감도는구먼!’


드워프가 질린 듯 혀를 찼다.


“하하하! 이거 진짜로 졌습니다. 설마 언데드 리치가 검을 그렇게 잘 쓰다니.”


똑같은 맥주잔을 든 오크가 붉어진 얼굴에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너는 웃음이 나오냐? 저 망자에게 모가지가 베일 뻔 했는데?’


드워프는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 만났을 때도 저 무식하게 큰 쇳덩이를 들고 다니시더니, 검이었네요. 검을 잘 다루나요?”


그중 가장 조합에 어울리지 않는 소년이 맥주잔에 담긴 맥주를 조용히 마시며 말을 걸었다.


‘이 중 가장 비정상적이로군. 아니, 나도 그런가?’


드워프는 몸이 잔뜩 굳어져 아무런 말도 못하고 있었다.

그 또한 맥주잔을 든 채 그들 사이에 끼어 있었다.

웃음을 터트리며 술을 마시다니. 얼마전의 그 칼부림과 핏빛 학살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놈들 제정신이 아니야!’


얼마 전만 해도 서로 죽일 듯 칼부림을 하더니 이제는 하하 호호 웃으며 술잔을 부딪치고 있다.

언데드 리치 홀프는 유아의 물음에 웃음을 툭 멈추더니 예의를 갖추며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100년 전에는 대륙에서 알아주는 검사였지요. 사실상 죽었을 당시 데스 나이트가 아닌 언데드 리치가 되었다는 것에 당혹감을 느끼기는 했습니다.”


“아, 그래요? 하지만 마법도 쓰던데.”


“100년간 마법을 어깨 너머로 배웠지요. 사실상 재능이 없어 초중급 마법밖에 쓰지 못합니다. 하하!”


‘역시 비정상이야.’


리치가 마법이 아닌 검을 더 잘 쓴단다. 게다가 그런 리치가 존대하며 어려운 듯 깍듯이 대하는 이라니.

드워프는 힐끔 유아를 쳐다봤다.

아무래도 인간 측에서 보면 예쁘장한 소년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몸도 작고 가녀려 보인다. 강하다는 느낌은 없다. 하지만···.


‘...룽기누스의 창에 선택되었다.’


교간에서 전해지는 전설적인 보구이자 성물, 룽기누스의 창.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서라면 전쟁도 불사할 만큼 귀중한 보물이었다.

그런 보물을 짐짝 취급하며 마차 구석에 내버려 둔 것을 보며 드워프는 식은땀을 흘렸다.

사실상 룽기누스의 창이 없더라도 눈앞의 괴물들이라면 충분히 왕국 한 두개쯤은 작살 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존재들이 도대체 어디서 나온 것일까?


‘난 도대체 어디로 가는 거지? 설마 마굴이나 마계라는 곳이 실제로 존재하는 걸까?’


그리고 이놈들은 그런 세상에 사는 마족 같은 것들이 아닐까?


‘그렇담 나도 이제 끝이로군. 아아, 룽기누스의 창을 보고 죽어도 여한이 없건만, 없기는 하지만···! 그래도 살고 싶다.’


드워프는 속으로 눈물을 흘릴 때였다.

거세게 흔들리던 마차가 어느새 안정적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응?”


추워 모포까지 덮고 있던 드워프는 갑자기 이상하리만큼 따뜻해진 기온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도착한 모양이네요.”


“도, 도착하다니?”


마굴에? 아니면 마계에?

드워프가 긴장한 얼굴로 유아를 쳐다볼 때, 유아는 마부석에 가려진 천을 걷어냈다.

그리고 언데드 리치 홀프, 오크인 로커스, 드워프인 벨로그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조금 전까지 있었던 차디찬 얼어붙은 대지가 아니다.

따뜻하고 푸른 대지 위였다.


넓게 펴진 숲과 들판, 그리고 수많은 농경지.

그 너머로 보이는 작고 큰 마을과 높게 솟아오른 외벽, 그리고 듬성듬성 보이는 도시와 함께 우뚝 솟은 테라의 ‘성전’이 보였다.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웅장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사실상 그건 겉모습에 지나지 않죠. 겨우 10년으로 만들어진 문명 따위는 쉽게 무너질 거에요."


유아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드워프의 어깨를 잡았다.

드워프는 흠칫 놀라며 고장난 기계처럼 삐걱거리며 고개를 돌려 유아를 쳐다봤다.

미소 짓고 있다. 하지만 그 미소는 순수한 어린아이와 같은 장난기가 묻어나 있었기에 오히려 소름이 돋았다.


"드워프씨는 손재주가 좋다죠? 그렇담 테라에 수많은 기술을 제공해줄 수 있겠네요."


"그, 기, 기술이라고 해봤자 단순한 손재주, 기껏해야 건축 기술이라던가, 쇠를 조금 다룰 줄 아는 게 전부인데."


"그럼 좀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겠네요. 농사, 문화, 경영 등, 그밖에 여러 기술들을 발전할 수 있는 기술자들 말이죠."


곰곰히 생각하던 유아는 입술을 핥았다.


"그러고 보니 옛 동화에서는 도깨비가 사람을 납치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던 거 같던데."


그말에 드워프를 비롯한 로커스와 홀프는 입다문 채 그를 쳐다봤다.


"대륙 곳곳에 있을 기술자를 모셔오도록 하죠."




오타 맞춤법 지적해주시면 감사드립니다. 선호작, 추천, 댓글 등을 달아주시면 감사드립니다! +다시 한 번 강조드리지만, 후원은 NO! 작가를 응원하는 후원은 오히려 작가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후원보다는 댓글을 남겨주시는 것이 작가에게 큰 힘이 됩니다!


작가의말

이번주 안에 처음부터 끝까지 점검을 해봐야겠네요. 필요없는 건 다 지우고 간략하게 한다고 한다면... 으음; 한 2,3화 정도 분량이 증발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에게는 영향이 없습니다!


+드워프는 엑스트라입니다. 따로 큰 비중이 없고 그냥 테라의 수준을 높여주는 희생양(?)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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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이비 던전 +33 18.10.17 8,614 230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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