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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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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3,723
글자수 :
171,704

작성
23.09.2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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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글자
11쪽

염탐

DUMMY

연주가 끝나자 하모닉스는 온데간데없었다.


‘대체 왜 듣다 도중에 나간 거지?’


그렇게 노래가 별로였나? 기현은 심각한 얼굴로 생각에 빠졌다. 들어주지도 못할 정도로 별로였으면 대체 어디가 별로였는지, 속 시원하게 말해주면 좋을 텐데.


하모닉스는 아무래도 본인들 대기실로 돌아간 듯했다. 아니면 시연이 끝났으니, 귀가했거나.


‘하모닉스, 정말 대단했지.’


기현은 집에 돌아와 침대에 드러누워 하모닉스의 곡을 곱씹었다.


아직도 하모닉스의 그 엄청난 박력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결코 밀리지 않았던 그 카리스마.

좌중을 휘어잡는 쇼맨쉽과 깨끗한 발성.

묵직하고 날카롭게 한 방 때리는 듯한 사운드.


명동 소극장 때에도 생각했던 거지만 라이벌 관계를 떠나, 정말로 대단한 팀이다.


하모닉스가 부른 곡은 ‘한밤의 생각’이라는 곡이었다. 이건 명동 소극장에서 부르지 않았던 곡이다.


‘한밤의 생각이 여기서 나올 줄 몰랐어.’


이건 다행히 기현도 아는 곡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하모닉스 곡 중 가장 하모닉스 스럽지 않아서 기현이 좋아하는 곡이었다.


‘이게 데뷔곡이었다니.’


‘한밤의 생각’이라는 곡은 하모닉스 곡 중 가장 개성 강하고 날 것의 느낌이 많이 담긴 곡이다. 유일한 하드록 계열의 곡이기도 했다.


하모닉스는 대학가요제로 데뷔해, 이후 대형 기획사에 들어가 2023년도까지 큰 잡음 없이, 큰 굴곡 없이 평탄하게 큰 밴드다.


사실 하모닉스가 데뷔 이래 그렇게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난함’이었다.


대형 기획사에 들어간 이후 하모닉스는 자의 반, 타의 반, 사람들이 좋아하는 팝 록과 발라드 록 계열의 곡만 뽑아냈다.

듣기 편하고 소위 말하는 잘 팔리는 멜로디의 곡을 많이 만들어내며 대중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어떻게 보면 기현과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다고 말할 수 있는 밴드였다.


‘그래서 그런가, 내가 아는 하모닉스라기에는··· 오늘 본 모습은 굉장히 의외였어.’


기현은 시연 때 보았던 하모닉스의 연주를 떠올렸다. 그건 자신이 아주 잘 아는 2023년의 하모닉스의 연주가 아니었다.


'1981년의 하모닉스가 이랬었다니.'


굉장히 날 것의 사운드, 거칠고 개성 강한 멜로디, 묵직한 파워까지.

모든 게 새롭고 모든 게 의외였다.

시연 때의 모습은 명동 소극장에서 본 것과도 또 달랐다.


굉장히 날 것의 사운드에 기현도 내심 압도당해버렸다. 어떤 누구도 시연 때의 하모닉스를 본다면 그 강렬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게 해야 이길 수 있을까···.’


머리를 붙잡고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았다.


“역시 연습밖에 없나.”


결국 생각이 닿은 곳은 연습, 또 연습이라는 결론이다.

기현은 한숨을 푹 내뱉으며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


한국예전.


늦은 밤까지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건물 안을 쩌렁쩌렁 울렸다. 아예 학교에서 밤을 샐 모양인지, 학교 열쇠마저 놓여져 있었다.


하모닉스의 보컬, 나종범은 장기현의 노래를 들은 이후 잊을 수 없었다.


“씹! 왜! 왜, 안 되냐고!”


아무리 불러도 그만큼 부를 수 없었다.

장기현의 음색, 테크닉, 감성, 모든 게 그랬다.

왜? 왜? 왜 나는 그렇게 부를 수 없는 거지?

왜 그 허스키하면서도 청량한 느낌이 나오지 않는 거지?


가볍고 신선한 시작과 봄바람 같던 연주.

그에 반해, 모든 걸 휘감아버리는 돌풍 같던 목소리.

아스라이 여운을 남기며 사라지던 목소리.


그는 건물이 가득 울리도록 울분이 가득 찬 소리를 내지르며 발을 굴렀다.

종범을 일절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미친 사람인 줄 알 터였다. 그 정도로 종범은 합주실 안에서 미친 고릴라처럼 날뛰고 있었다.


이만큼밖에 못하는 자신에게 화가 날 대로 나, 머리를 쥐어뜯었다. 머리가 완전히 산발이 된 종범의 모습은 흉함, 그 자체였다.


“내가··· 내가··· 언제부터 노래를 불렀는데···.”


어렸을 때부터 불러왔던 노래다. 어렸을 때부터 판소리 신동으로 이름난 그는 정말로 단 한 번도 노래로는 누군가에게 져본 적 없었다.

노래는 그의 외길이자, 인생이었다.


그렇게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져본 적 없다고 자신해왔는데, 그 자신이 산산조각이 나버리게 된 것이다.


“적당히 해. 뭘 그렇게 따라 하려고 애쓰고 있어. 정말 나종범 성격 알아줘야 돼.”


하모닉스에서 베이스를 담당하고 있는 최윤이었다. 최윤은 합주실 의자를 길게 늘어뜨려 침대처럼 쓰고 있었다.


“너 혹시 눈물까지 흘렸냐? 군대도 다녀온 남자새끼가? 그게 그렇게 분하냐? 노래로 진 게?"

“꺼져.”

"그, 눈물 좀 닦고 연습하면 안 되냐?”

"꺼지라니까!"

“통금 시간이거든.”

“유치장에서 하룻밤 묵는 것도 좋겠네.”


나종범은 최윤의 말을 무시했다. 그저 오로지 눈물을 질질 흘리며 연습에 매진할 뿐이었다.


“야, 종범아 뱁새가 황새 따라가다 가랑이 찢어진다-”


최윤이 누워 나른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자신이 뱁새라는 사실에 발끈한 종범은 신고 있던 신발을 벗어 최윤에게 내던졌다.


“누가!”

“억!”


팍! 오른쪽 신발이 최윤의 명치에 명중했다. 최윤은 허리를 둥글게 말며 신음했다.


“뱁새냐!”

“악!”


퍽! 그 사이 왼쪽 신발이 최윤의 머리에 명중했다. 최윤은 이마를 부여잡고 신음을 앓았다.


“아니, 나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양쪽 신발을 다 던지고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리며 던질만한 다른 물건을 찾았다. 손에 집히는 거라면 모든 게 무기가 되었다. 타겟은 물론 최윤이었다.


“도와주지를 않을 거면! 가만히나 있으라고!”


최윤에게 물건을 마구 던지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기현의 노래 생각뿐이었다.

대체 어떻게 하면, 어떻게 연습을 하면 그렇게 노래를 부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들이 종범의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아, 아! 그렇게 따라하고 싶으면 걔네 연습하는 거라도 보고 오던가!”


최윤이 소리를 빽 내질렀다. 필통을 던지려던 종범의 손이 멈칫했다.


‘···아?’


마치 제 생각을 꿰뚫기라도 한 듯한 명쾌한 해답이었다.


*


종범은 기현이 있는 한국대학교로 무작정 향했다. 선글라스에 마스크, 모자까지 쓴, 한눈에 봐도 수상한 차림새를 하고선 한국대학교에 왔다.


“···저. 죄송한데요.”

“왁! 뭐, 뭐예요?!”


이상한 종범의 차림새에 종범을 마주치는 사람마다 경기를 일으키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더운 날에 몸까지 둘둘 싸맨 종범은 바바리맨 내지, 간첩 같은 느낌을 풍겼다.


“저기··· 학생회관이 어디예요···?”

“아, 깜짝 놀랬네. 학생회관 찾으시는 거예요? 저쪽이요.”


종범은 허리를 꾸벅 굽히고는 학생이 가리킨 쪽으로 곧장 향했다. 종범에게 길을 알려준 학생은 수상하다는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그렇게 물어물어 도착한 학생회관은 어째서인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왜 이렇게 사람이 많은 거야?’


이래서는 대중음악연구회 서클실을 찾을 수도 없었다.


“저기··· 대중음악연구회 합주실이 어디입니까···?”

“어후, 인기척 좀 내세요. 그런데 안 더우세요?"

"감, 감기에 걸려서요···. 그나저나 대중음악연구회 합주실은···."

"아, 대중음악연구회 합주실이요? 그냥 사람 제일 많은 쪽 가시면 돼요.”


사람 제일 많은 쪽? 뭔 그런 설명이 다 있나 싶었지만, 종범은 이번 한 번 믿어보기로 했다.


‘사람 제일 많은 쪽··· 사람 제일 많은 쪽···.’


학생회관에서 사람이 북적거리는 쪽이라···. 확연히 눈에 보이긴 했다. 어느 한 곳이 눈에 띄게 사람이 많이 모여있긴 했으니까.

종범은 그쪽을 향해 조심조심 인파를 뚫고 나아가기 시작했다.


‘대체 뭐가 이렇게 많은 거야?’


온통 여자, 여자, 여자뿐이었다. 여자들이 저만치서부터 우글우글한 사이, 희미하게 밴드 음악 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 여자들 사이 자신 혼자 남자라 눈에 확 뜨였다.


‘이쪽인가 보네.’


음악 소리가 들려오자, 종범은 맹렬히 앞을 비집고 뚫고 지나갔다. 앞을 켜켜이 막고 있는 여자들을 밀고 비집고 나아갔다.


"실례합니다, 실례합니다···."


‘좀 더 가까이서 봐야 돼···.’


좀 더 가까이서, 더 가까이서 봐야 놈이 어떻게 연습하는지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더 가까이서 봐야 하는데···.

종범은 고개를 쭉 빼고 몸을 비틀었다. 종범이 몸부림을 치자, 종범의 덩치 탓에 양옆에 있던 소녀들이 자연히 밀쳐질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좀 보이네.’


그렇게 한참 대중음악연구회의 연습 장면에 집중하고 있는 사이, 누군가 종범의 어깨를 붙잡았다.


“······?”


고개를 돌리자, 아주 근엄한 얼굴의 여학생 한 명이 서 있었다. 아름이었다.


“저. 기. 요.”


아름의 목소리가 심상치 않았다. 얼핏 듣기에도 위압적인 목소리. 평소에 움츠러드는 일 없는 종범도 자신도 모르게 움츠러들었다.


‘하모닉스인 걸 들켰나? 그런데, 어떻게? 얘가 내가 하모닉스인 걸 어떻게 알고?’


아무래도 찔리는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무슨, 일 있으세요?”


쥐구멍에 기어가는 목소리로 의기소침하게 물었다.


"남자 분이 여긴 어쩐 일이세요?"


하긴, 주위를 둘러보면 모두 여자다. 홀로 남자인 처지라, 이상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기현 형··· 보려고 왔는데요."


스스로 말하면서도 부끄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기현 형이라니, 기현 형이라니!


“기현 오빠 좋은 건 알겠는데, 그래도 줄 서서 보셔야죠. 그런데 처음 오셨어요?”

“네··· 하, 하, 하.”


처음보다는 훨씬 누그러진 목소리다. 종범은 이 소녀들이 도대체 왜 모여있는 것인지, 비로소 깨달았다.


‘대체 저 놈 어디가 그렇게 좋아서 모여있는 거야? 노래는 정말 잘 부르긴 한다만.’


종범의 머리와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또래 여자애들이 원래 저런 남자애들을 좋아했나? 아니면 저렇게 쫓아다닐 정도로 누굴 좋아할 수가 있나? 자신은 음악 말고는 이성에 일절 관심이 없어, 아름의 심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다음에는 질서 꼭 지켜주세요. 아셨죠?”

“네. 하, 하, 하.”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종범, 그렇게 아름 옆에서 기현이 연습하는 모습을 염탐했다.

연습은 어떤 방식으로 하는지, 발성은 어떻게 하는지, 자세히 볼 수 있었다.


‘조금만 더 자세히 들으면 알 듯도 한데···.’


그러나.


“아악!! 선배액!!”


기차 화통을 삶아 먹은 듯한 여자가 종범 바로 옆에서 중간중간 음공을 질러주며 종범과 기현 사이를 방해하고 있었으니.


‘이 여자 울림통이···.’


이 여자의 이름은 이아름, 울림통이 남다른 스무 살 소녀였다. 아름이 해맑게 웃으며 기현을 향해 손을 흔들자, 기현과 멤버들도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선배들!! 너무 귀여워요!!”


아름의 방해로 종범의 염탐은 제대로 어그러지고 말았다.


작가의말

오늘의 곡

더스미스- There is a light that never goes o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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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부지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6 23.09.15 3,817 112 10쪽
21 본선… 축하드립니다 +11 23.09.14 3,889 108 10쪽
20 우린 한 팀이잖아 +4 23.09.13 3,860 107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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