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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29,781
추천수 :
3,723
글자수 :
171,704

작성
23.09.09 18:3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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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글자
10쪽

만장일치

DUMMY

‘대중음악연구회?’


어디서 들어본 듯한 기시감이 들었다.

역시 이번에도 보나 마나인 팀이라 그런가?


인사를 들으니 의심은 확신으로 변해갔다.

사람은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보통 저렇게 인사 하나 준비해오지 못한 팀은 노래도 뭐, 보나 마나다.

이번에는 어떤 쪽이려나? 기본도 못한 팀? 아니면 교묘하게 짜깁기 팀?


‘인사를 서로 맞추지도 않은 건지, 아니면 긴장을 머리 끝까지 한 건지. 팀 인사가 아주 엉망이구만.’


김성룡 피디는 속으로 저울질하며 연필을 손가락으로 휘휘 돌리며 의자에 허리를 기댔다. 이 팀도 별로 기대가 되지는 않았다.

남자 넷에 여자 하나라. 멤버 구성은 참신하긴 하네.


“예··· 준비 되셨으면 시작하세요.”


사실 기대도 안 됐다.

오늘 예선은 종 쳤다고 생각했다.

처음 예선을 볼 때에는 어떤 그룹사운드들이 날 놀라게 할까? 하는 적은 기대라도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 한 팀만 남겨둔 지금은 그 기대조차도 사라진 채였다.


10년 피디 인생, 노래 잘하는 놈들은 얼굴만 봐도 안다.

하지만 이놈들은? 딱히 노래 잘하게 생긴 얼굴은 없다.


저기 중앙에 있는 노래 부르는 놈같이 유들유들하게 생긴 기생오라비는 있어도, 배철수, 이문세 같이 좀 노래에 특출나게 생긴 애들은 없었다.


아, 저 건반 치는 여자애는 당장 여배우 해도 될 정도로 예뻤다.

대학가요제 말고 우리 방송국 탤런트 공채에나 나오지. 탤런트 쪽으로 돌리라고 꼬셔볼까?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예.”


그래. 저리 긴장하니 얼마나 하나 보자.


심사위원들은 하나같이 겨드랑이에 팔짱을 낀 채로 심드렁하게 대중음악연구회를 응시했다.


장조 음으로 된 멜로디가 산뜻하게 울렸다.

멜로디를 따라 음에 장식을 더하는 리드 기타 성현의 슬라이드. 가볍고 경쾌한 발걸음 같은 기현의 스트로크.

적재적소에 감칠맛을 더하는 미선의 멜로디.


역시나 시작이 좋다.

곡이 시작되자, 어깨까지 짓눌렀던 긴장은 온데간데없이 말끔하게 사라져 있었다.


‘어라···?’


장내에 있는 심사위원들은 마치 곡에게 한 대 기습적으로 맞은 듯한 느낌을 일제히 느꼈다.

두뇌가 얼얼할 정도로 새로운 멜로디.


천진하게 통통 튀는 베이스. 곡에 깊이와 묵직함을 더하는 파워풀한 드럼.


모든 게 생각 이상이고, 기대 이상이었다.


턱 끝까지 차올랐던 긴장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아버지와의 내기도, 모두 잊은 채 기현은 즐겁게 기타를 쳤다.


‘즐겁다.’


그건 미선도, 성현도, 성호도, 병철도 마찬가지였다.

방금까지 역력했던 긴장의 기운은 모두 털어냈다.


텅 빈 소강당을 대중음악연구회의 즐거운 밴드 사운드가 가득 채운다.

이 자리가 예선이라는 것도 잊은 채 기현은 노래했다.

눈앞에 심사위원이 있다는 것도 잊은 채 연주했다.


6월의 온화한 기운과도 잘 어울리는 멜로디.


하지만 뻔하지 않다.

다들 꿰하는 마냥 맑고 화창한 멜로디도 아니고, 그렇다고 해서 슬프고 글루미하지도 않다.


해가 쨍쨍한 5월, 화창한 채로 흠씬 쏟아진 소나기. 이 곡은 그런 곡이다.


‘제법이다.’


라고 생각할 무렵.

간주가 끝나고 시작되는 프론트맨의 목소리.


‘아니, 제법이 아니라 정말 좋잖아···?’


심사위원들은 기현으로부터 또다시 자행되는 일방적 공격에 흠씬 두들겨 맞았다.


기타 두 대, 베이스, 드럼, 건반까지. 총 다섯 대의 악기를 뚫고 나오는 우렁찬 성량.

매력적인 테너 톤의 목소리.


‘이 정도 실력은 전문가라고 봐도 될···.’


시원하게 올라가는 진성의 목소리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 김성룡 피디는 안경을 쓱 들어 올리며 노래를 부르는 기현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내가 대어를 낚았구나. 이 녀석들이 이번 해의 스타구나.

김성룡 피디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실력은 분명 지금 나온 놈들중에서 가장 수준급인데···. 이게 대학생 실력이라고?’


조철우 팀장은 무언가 이 팀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곡 수준이 너무 높아. 이 자식들 자기네 곡 아니고, 전문 작곡가한테 곡 받은 거 아니야?'


분명 잘하는 건 맞다.

오히려 잘하는 게 맞아서, 상상 이상으로 너무 잘해서 의심이 들었다.


‘대중음악연구회, 라···.’


조철우 팀장의 뇌리에 대중음악연구회가 강하게 각인되었다.


결과는 이례적인 만장일치, 2차 예선 진출이었다.


*


지역 예선이 끝나고 대학가요제 측에서 마련한 저녁식사 겸, 술자리.

여기 모인 심사위원들에게 안주는 앞에서 노릇노릇 구워지는 냉동 삼겹살과 예선에 참가한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었다.


“최 선생님, 부산은 좀 눈에 띄는 참가자들이 있던가요?”

“그래도 좀 몇 팀 건진 것 같긴 해요. 서울은요? 서울은 너무 많아서 문젠가?”

“말도 마세요. 오히려 너무 없어서 문제라니까요. 이걸 어떻게 방송으로 포장해야 할지 생각하면 벌써부터 까마득해요.”


대학가요제의 메인 구성 작가는 이마를 짚으며 냉동 삼겹살을 집게로 뒤집었다.


“예선을 보면 본선 대충 감은 오던데. 그런 참가자 없었습니까?”

“당연히 있었죠. 장난 아니었어요.”

“그래요? 몇 번 참가자요?”


남자가 묻자, 서울 지역 심사를 맡았던 심사위원들 입에서 짜기라도 한 것처럼 ‘참가번호 99번’이 호명되었다.


“그야, 당연히 99···.”

“참가번호 99번이겠죠.”


사람이 많으면 각기 다른 번호를 호명할 법도 한데, 오직 특정한 한 참가자만 콕 집는 게 신기했다.


“참가번호 99번이요? 그렇게 대단했습니까?”


마지막이라 기억에 남아서가 아니었다.

참가번호 99번, 대중음악연구회 1차 예선을 통틀어 단연코 순위권이라 장담할 수 있었다.


“아마도 그 팀은 큰 변수가 없다면 본선까지 갈 것 같아요.”

“저도 같은 생각이에요. 다음 예선이 너무 기대가 돼요.”

“간만에 신생 그룹사운드다운 패기 있고 신선한 음악을 들었다고 해야 할까요.”


참가번호 99번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다.

반면,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솔직히 저는 1차 예선을 너무 좋게 들어서, 이 이상의 곡은 나오지 않을 거라고 봐요. 2차 예선은 1차 예선보다 촉박할 텐데, 과연 이 이상으로 준비를 해낼까? 싶은 생각도 들고요.”

“이번 실력에는 거품이 꼈다는 말씀이시네요.”

“뭐, 단적으로 얘기하면 그렇죠.”


회의적인 태도에, 결국 의견이 충돌했다.


“그 실력이 거품이라고요? 아뇨, 저는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솔직히 대학생 그룹사운드,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습니까. 저 정도 실력이 본 실력이라면 예전에 음반 냈을 테죠.”

“그러면 그렇게 합시다. 저 팀이 본선 진출하는지, 안 하는지를 놓고 내기를 하는 겁니다. 어때요? 만약 저 실력에 거품이 끼어있다면 본선 진출도 못 할 테니까요.”


참가번호 99번의 음악을 듣지 못한 심사위원들은 이 두 사람을 내기까지 하게 만든 장본인들에 대한 궁금증만 더 커져 갔다.


“두고 보면 알겠죠.”


거품인지, 아닌지, 두고 보면 알 일이다.


*


한편 1차 예선 통과 소식을 들은 대중음악연구회는 뒷풀이로 양념갈비와 함께하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물론, 큰손 강미선 덕분에 먹을 수 있는 양념돼지갈비다.


치이익, 치익-


달짝지근한 간장양념이 된 돼지고기가 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구워지고 있었다.


“1차 예선 통과했으니까, 2차 예선도 열심히 하자고 동아리 회장으로서 내는 거야.”


미선이 벽에 허리를 기대며 중얼거렸다. 1차 예선을 통과했으니, 이제는 2차 예선이 우리 앞을 드리우고 있었다.

1차 예선을 통과한 만큼, 2차 예선은 1차 예선보다 더 많은 것을 보여줘야만 한다.


“2차 예선곡은 어떻게 할래? 다른 곡 들고 가야 하는데.”

“내가 할게.”


이번에는 기현이 먼저 자원했다. 어차피 해야 할 걸 알아서가 아니었다. 기현은 그 곡을 여기서 꺼내보고 싶었다.


‘인디밴드를 결성했을 때 가장 처음 썼던 내 곡.’


처음 평론가들에게 좋은 반응이 있었던 앨범의 타이틀곡. 기현의 20대 청춘이 담긴 곡이다.


‘지금 들으면 많이 엉성하지만, 나름대로 고치면 될 거야.’


기현은 그 곡을 2차 예선에 들고 가보고 싶었다.

어떻게 보면 자기 자신에 대한 시험일지도 몰랐다. 그때 썼던 이 곡이 과연 여기서는 먹힐 것인지에 대한 시험이다.


“그렇지 않아도 오빠한테 먼저 물어보려고 했는데. 고마워.”


미선은 한시름 덜었다는 듯이 크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이미 곡은 거의 다 완성됐어.”

“정말? 가사도요?”

“아니, 가사는 아직.”


하지만 그렇게 2차 예선 곡을 받아 들고 나니, 기현은 또 다른 걱정이 생겼다.


‘하아, 그런데 가사는 어쩌지?’


가사가 고민이었다.

이미 완성된 곡인 만큼, 원래 있던 가사를 쓸 수도 있는 일이었지만, 그 곡은 다른 멤버가 가사를 쓴 곡이었다.


‘곡이랑 찰떡같이 맞는 새 가사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곡과 가사가 자신의 방향성과도 맞지 않아, 여러모로 그대로 쓰기는 싫었다.


“가사가 문제인데···.”

“혁철이 형 도움 받으면 안 돼요?”


성현이 곁에서 귀신같이 얘기를 주워 들었는지, 의아한 얼굴로 물었다.


“아···!”


그래, 그렇지.

작사 관련해서 꼭 도와주겠다던 혁철이 형이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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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드디어 본선이다 (2) +7 23.09.26 2,422 99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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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라이벌, 하모닉스(9.20 수정) +4 23.09.18 3,191 94 11쪽
24 난 오늘 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어 +7 23.09.17 3,421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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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부지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6 23.09.15 3,817 1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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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린 한 팀이잖아 +4 23.09.13 3,860 107 10쪽
19 돈보다 값진 연주 +4 23.09.12 3,910 111 9쪽
18 봄날은 간다, 아나? +4 23.09.11 3,941 104 10쪽
17 이제 네 차례 +6 23.09.10 3,951 111 11쪽
» 만장일치 +2 23.09.09 3,965 103 10쪽
15 참가번호 99번 대중음악! 연구회입니다! +6 23.09.08 3,979 106 12쪽
14 형님들은 꼭 전설, 아니 레전드가 될 거예요 +3 23.09.07 3,956 108 10쪽
13 해체는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은 무대부터 즐기고 +1 23.09.06 3,952 111 10쪽
12 가자, 무대로 +5 23.09.05 3,981 112 10쪽
11 서울락밴드연합회 +2 23.09.04 4,061 116 11쪽
10 아버지의 마음 +7 23.09.03 4,091 1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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