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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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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3.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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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라이벌, 하모닉스(9.20 수정)

DUMMY

“누나! 이거 봤어요? 신문 기사에 우리 나왔어요!”


성호가 신문 한 부를 들고 동아리실로 뛰어 들어왔다.

신문에 대학가요제 본선 일정이 보도된 것이다. 성호가 쥔 신문에는 대학가요제 본선과 관련한 기사가 쓰여 있었다.


기사 안에는 생방송 일정과 본선 장소, 본선 진출자 명단이 간략히 실렸다.


“이번 81년도 대학가요제는 9월 11일 정동문화체육관에서 열릴 예정이다. 본선 진출자는 서울 대표 한국대학교 대중음악연구회, 불꽃, 한국예전 하모닉스···?”


신문 하나를 두고 오순도순 모여 읽던 중이었다.

병철의 목소리가 한국예전 하모닉스 팀 앞에서 돌연 멎었다.


“한국예전 하모닉스?”

“하모닉스? 내가 아는 그 하모닉스?”


병철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의 눈도 하모닉스라는 단어 앞에서 번쩍 뜨이고 말았다.


‘하모닉스가 여기서 나온다고?’


선생님들이 여기서 나오신다고요? 기현은 자신도 모르게 이마를 짚었다.


‘대학가요제에서 대상 타면서 데뷔하는 것인 줄은 알았는데, 그게 81년도 대학가요제일 줄은···.’


하모닉스. 기현이 생각하는 가장 큰 라이벌이자, 앞으로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이었다.


혼과 달리 23년도에도 계속, 꾸준히 새로운 곡을 내놓았던 장수 그룹사운드.

기현도 익히 들어 잘 알고 있는 밴드다.


“하모닉스? 걔네가 그렇게 잘해?”


미선은 왜들 저렇게 호들갑을 떠는 건가 싶었다.

사실 대중음악연구회 외에는 대학생 밴드에는 큰 관심이 없어, 하모닉스라는 팀을 잘 모르기도 했다.


“누나, 서클 밴드를 하면서 하모닉스를 몰라요?!”

“대체 누군데 그래?”

“한국예전 학생 밴드요! 얘네, 완전 실력이 미쳤어요. 얘네는 벌써 언더그라운드 씬에서 노는 애들일 걸요?”

“뭐 얼마나 실력이 좋길래 그래?”

“걔네 신분만 학생이고 데뷔만 안 했지, 실력은 전문가 수준이에요. 벌써 세션 뛴다는 얘기도 있던데.”

“뭐? 세션? 진짜야?”

“그 팀 실력이면 가짜는 아니겠죠? 저도 딱 한 번, 걔네 축제 공연에서 봤는데 장난 아니더라고요.”


성호는 과거 한국예전 축제에서 하모닉스의 공연을 보았던 일을 떠올렸다. 프로 수준의 테크닉과 흠잡을 곳 없던 곡의 완성도.

아직도 떠올리면 목 뒤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 듯했다.


“그런데 걔네 이번에 명동 소극장에서 뭐, 정기 공연? 하던데.”


묵묵히 기타에 오일칠을 하며 듣고만 있던 성현이 한 마디 툭 던졌다.


“뭐? 정기 공연? 지금 시기에? 대학가요제가 코앞인데 공연을 해?”


대학가요제 연습에 매진하지는 못할망정, 정기 공연을 하다니. 미선은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


“이해는 안 가는데, 일부러 그렇게 잡은 것 같더라고요. 예행연습인가? 그런가봐.”

“공연이 언젠데?”

“언제였지, 다음주였나?”

“와- 미친놈들. 독하다, 독해. 걔네는 어떻게 대학가요제 전에 무슨 정기 공연을 하냐?”

“글쎄다.”


미선은 혀를 내둘렀다. 대체 무슨 약을 해야만 그런 생각을 하지?


‘정기 공연이라···.’


하모닉스 얘기로 소란스러운 사이, 기현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


‘하모닉스가 그렇게 잘한단 말이지?’


자신은 하모닉스라는 그룹의 먼 훗날만 알고 있기에, 기현은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순수하게 궁금했다. 그들의 과거는 대체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지.


‘얼마나 잘하는지 궁금한데···.’


비록 대학가요제 시연때 하모닉스의 모든 전력이 드러나게 될 터였지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라고 했고, 적을 알고 나를 알면 승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다고 했으니, 알아도 손해는 없겠다 싶었다.


‘하모닉스는 어차피 우리 모르니까.’


좀 보러 가도 괜찮지 않을까?


“우리 그 공연 보러 갈까?”


*


며칠 뒤, 명동 소극장.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하모닉스의 공연을 관람하기 위해 명동 소극장을 찾았다.


“우리 뭐 하러 온 건지는 잊지 않았겠지?”

“···관람? 응원···?”


미선은 성호의 등을 짜악, 소리 날 정도로 세게 후려쳤다.


“바보야! 너 프락치냐?! 적을 응원하면 어떡해!”


미선이 큰 목소리로 성호를 다그치자,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대중음악연구회 양옆 관람객들이 미선을 바라보자, 미선 바로 옆에 있던 기현이 다급하게 미선의 입을 틀어막았다.


“쉿, 쉿! 염탐하러 온 건데, 그렇게 큰 목소리로 소리 내면 어쩌자고? 우리 정체, 비밀인 거 알아, 몰라?”


기현의 속삭임에 미선이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명목상으로는 ‘관람’이었지만 사실 속내는 ‘염탐’ 아니면 ‘전력 파악’에 더 가까웠다.


혜화에 위치한 명동 소극장은 말 그대로 ‘소’ 극장이었다.

전 좌석 300석이 채 되지 않는 아담한 극장으로, 밴드 공연을 겨우 할 수 있을 만큼의 크기의 극장이었다.

운 좋게도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까지만 입장할 수 있었다. 대중음악연구회 이후 줄 선 사람들은 발걸음을 돌려야만 했다.


“와, 겨우 들어왔다. 우리 뒤로는 입장 못 했지?”

“뒤에 입장 못한 사람, 지인 아니면 동기인 것 같더라. 말하는 것 들어보니까.”


실력 있는 밴드인 만큼, 소극장이 관객으로 붐볐다. 단순히 지인만 모인 것이 아니라, 하모닉스의 연주를 듣기 위해 찾아온 일반 관객도 있었다. 그래서 좌석은 만석이었다.


“사람 정말 많다. 우리 당장 공연해도 이만큼 채울 수 있을까요?”


성현의 물음에 기현이 가늠했다.

미선이 지인에, 성호, 성현, 병철이 지인, 거기다 내 지인까지 하고, 혼 형님들이랑, 맨날 합주실 바깥에서 기다리는 친구들까지 하면···.


“···글쎄. 못하지 않을까?”


아무리 그래도 300석? 이만큼은 무리다.


공연까지는 아직 30분이 더 남았다. 좁은 실내가 답답한 미선은 공연 전까지는 되도록 바깥에 나가 있고 싶었다.


“나 잠깐 밖에 좀.”


사람도 많고 또 좁다.

미선은 호흡을 크게 들이쉬며 서둘러 극장 바깥으로 향했다. 숨이 턱 막히니, 목까지 타는 기분이라, 미선은 바깥 매점에서 사이다를 한 병 사 벤치에 앉아 마셨다.

청량한 사이다의 맛이 목구멍을 타고 넘어갔다.

사이다 한 병을 앉은 자리에서 다 비우던 중, 누군가 등 뒤에서 미선의 이름을 불렀다.


“강미선?”


어쩐지 익숙한 목소리다.

미선은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을 확인했다.


“···한겨울?”


운명의 장난인지, 혹은 단순한 우연인지.

미선을 부른 건 미선의 옛 친구이자 오랜 라이벌인 겨울이 거기에 있었다.


“네가 여기에 왜 있어?”


젠장. 온도, 습도, 분위기, 모든 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날이었는데, 예상치 못한 불청객의 등장으로 한순간에 망쳐버렸다. 미선은 인상을 찌푸리며 물었다.


“네가 왜 여기 있냐니. 나는 뭐, 여기 있으면 안 돼? 오랜만인데 말하는 싸가지는 여전하네.”


자세히 보니 겨울의 한 손에는 담배 한 개비가 들려 있었다. 정말 여전하네, 쟤는.


“내가 암만해도 남의 상 뺏어간 너만큼은 하겠니.”


미선은 예의 그 억지 웃음을 지으며 다 먹은 사이다병을 쓰레기통에 버렸다.


“바보같이 뺏긴 주제에 말이 많네.”

“그래, 싸가지 없는 건 그런 네 말버릇이고. 있잖아, 겨울아. 이젠 정말 다신 안 봤으면 좋겠다. 부고 외에는 연락 같은 거 하지 말고.”


미선은 겨울의 어깨를 툭툭 치고는 그대로 겨울을 쌩하니 지나쳤다. 이런 곳에서 감정 낭비 같은 거 하고 있을 시간 따위 없었다. 공연 시간이 가까워져 있었으므로.


*


“화장실 다녀왔어요?”

“아니, 목 말라서 조금.”


공연 시간이 거의 다 되어서야 자리에 앉으니, 성호가 물었다. 미선은 고개를 내저으며 막 시작하려는 공연에 집중했다.


불이 꺼지고 스포트라이트가 켜지면, 오늘의 주인공, 팀 하모닉스가 한 명씩 무대로 오른다.


“와아아아!!!”

“하모닉스!!!”


쏟아지는 함성과 박수 사이로, 미선은 잠시 두 눈을 의심했다.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 저기에 있었다.


“쟤가 왜 저길···.”

“누구 아는 사람 있어요?”


성호의 물음에 미선이 손가락으로 겨울을 가리켰다.


“저 년.”

“누나 한겨울을 알아요? 와, 나 진짜 좋아하는데. 건반 진짜 잘 치잖아요.”

“내가 더 잘 쳐.”

“그건 당연하죠.”


한겨울.

다시는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 강미선에게 한겨울은 그런 인물이다.


방금 전까지 저주를 퍼부었던 한겨울이 무대 위에서 등장하자, 미선은 평정을 유지할 수 없었다.


‘심지어 건반이야? 아니, 당연히 건반이겠지.’


신디사이저 앞에 앉는 한겨울을 보며 미선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자신과 같은 건반 악기를 연주한다니.


드럼의 리드로 연주가 시작되었다. 성호의 말대로 정말로 연주에는 흠잡을 구석이 하나 없었다.

프로라 할 정도로 준하는 연주력.

연주력 하나 만큼은 대중음악연구회 이상이었다.


‘정말 잘한다, 정말.’


기현은 하모닉스의 연주에 감탄했다. 마음을 맞추기한 듯한 합과 시원하고 거침없는 고난이도의 기타 속주.

재즈 음악에서 영향을 받은 듯한 베이스는 그루브한 연주와 리듬감 넘치는 슬랩과 태핑 연주를 들려주고 있었다.


“···저거 26인치 빅 드럼 맞죠?”


드럼은 소리내기도 어려운 26인치 드럼을 파워풀하게 자유자재로 사용했다.


기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남성 보컬.

관중을 휘어 잡는 강렬한 카리스마를 가진 것과 다르게, 허스키한 음색 하나 없이 청량하고 깨끗한 목소리다.

그녀는 목소리 하나만으로 300여 석의 소극장을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리고 건반.


한겨울은 자신의 음악적 역량과 빛나는 재능을 십분 발산해 연주했다.

그녀의 외모만큼이나 화려한 화음과 꾸밈음.

격정적인 다이나믹.


‘잘하잖아.’


미선은 눈을 질끈 감았다.


‘이건 뭐··· 클래식 콘서트장에라도 온 것 같네.’


기현은 순간 클래식 콘서트장에 온 것만 같은 착각을 받았다.

사실 이 밴드에서는 그 정도로 건반 악기의 존재감이 강렬했다. 마치 핑크 플로이드의 The Great Gig In The Sky의 전주 같다.


“······.”


공연 중반부부터 미선은 말을 잃었다.

말을 잃은 채 묵묵히, 똑바로 하모닉스의 공연을 보기만 했다.


*


“미선아 안 가?”

“···가요.”


미선은 공연이 끝난 뒤에도 우두커니 자리에 앉아 있었다. 객석 내 관객들은 먼저 빠져나가고 없었다. 기현이 부른 뒤에서야 그녀는 뒤늦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공연 내내 컨디션이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어디 안 좋아?”


미선은 고개를 설레설레 내저었다. 괜찮다는 뜻이다. 하지만 표정은 왜?


“아는 사람 있다고 하던데, 그것 때문인가봐요.”


성현이 귀띔했다.


그때.


“미선아, 공연은 잘 봤어? 객석에서 네 얼굴 보니까 야, 반갑더라.”


겨울이 미선을 붙잡았다.

미선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뭐지?'


미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가장 먼저 앞서 가던 기현이 다시 몸을 틀어 미선에게로 향했다.


작가의말

오늘의 곡

자우림- 미안해 널 미워해


*


추천글 써주신 ‘김영한’님 정말 감사드립니다.

어제 밤에 추천글 써주신 것 발견하고는 너무 좋아서 소리 질렀습니다...

매일 매일 재밌는 글을 쓸 수는 없어도, 매일 매일 열심히는 쓰겠습니다.

부담 없이 읽힐 수 있는 집밥 같은 글 쓸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하겠습니다. ^^

늘 감사드립니다. 


*


25화의 몇몇 부분을 수정하였습니다.

하모닉스의 여자 보컬 설정을 남자 보컬로 수정하였고, 하모닉스의 공연이 대학가요제 본선 전주라는 설정 또한 수정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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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특훈이다! +3 23.09.23 2,596 91 11쪽
29 잭 브루스와 폴 매카트니 +4 23.09.22 2,734 91 11쪽
28 염탐 +7 23.09.21 2,770 90 11쪽
27 시연 +10 23.09.20 2,858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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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이벌, 하모닉스(9.20 수정) +4 23.09.18 3,192 94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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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부지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6 23.09.15 3,817 112 10쪽
21 본선… 축하드립니다 +11 23.09.14 3,889 108 10쪽
20 우린 한 팀이잖아 +4 23.09.13 3,860 107 10쪽
19 돈보다 값진 연주 +4 23.09.12 3,910 111 9쪽
18 봄날은 간다, 아나? +4 23.09.11 3,941 104 10쪽
17 이제 네 차례 +6 23.09.10 3,951 111 11쪽
16 만장일치 +2 23.09.09 3,965 103 10쪽
15 참가번호 99번 대중음악! 연구회입니다! +6 23.09.08 3,979 10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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