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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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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9,7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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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23
글자수 :
171,704

작성
23.09.22 19:20
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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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
글자
11쪽

잭 브루스와 폴 매카트니

DUMMY

대학가요제 본선.

그 뜻인즉슨, 얼굴이 전국 방방곡곡, 대한민국 전 국민에게 팔린다는 것과 같았다. 이제 곧 생판 모르는 남들이 그들을 알아보게 될 수도 있을 거였다.


'텔레비전에 나오는데, 이래도 되나? 예의가 아닌 게 아닐까? 얘네랑 같은 팀으로 묶여 나오는 나는?'


대학가요제 생방송 날이 가까워지니, 미선은 어떤 깨달음 하나를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것은 바로.


‘역시 이 모습들로는 안 된다! 아! 이 꼴들로는 절대 안 된다! 특히 저 새끼!’


라는 거였다.


팀 내의 유일한 여성인 미선은 그래도 최대한 말끔한 모습으로 텔레비전에 비춰지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두 놈의 꼴을 뜯어 고쳐야만 했다.

시간이 촉박했다. 그 전까지 최대한 멀끔하게 바꿔놓자.


발등에 불 떨어진 미선은 ‘특히 저 새끼’에 해당하는 민성호의 뒷덜미를 붙잡고 곧장 이발소로 향했다.

민성호가 미선에게 끌려가자 다른 멤버들도 구경 났다는 듯 따라 움직였다.


"너네도 똑같아! 오빠는 머리 조금만 정리 하고요."

“아, 아! 왜 기현이 형은 정리만 하는데! 나 안 간다고! 안 갈래!”


거의 눕기 일보 직전인 성호는 치과 가기 싫은 7살 아이 그 자체였다. 미선은 성호를 집어삼킬 것처럼 우렁차게 꾸짖었다.


“빨리 안 와?! 그딴 머리 하고 방송 탈 거야?!”


미선의 입장으로는 지금 성호 머리로 방송을 탄다는 건, 그건 그거대로 위기였다.

사실 기현도 내내 신기하게 여기던 헤어스타일이기도 했다.


“어! 어! 탈 거야! 탈래! 이 머리가 뭐 어때서! 내 영웅! 잭 브루스 헤어스타일이라고!”

“헛소리 말고 빨리 와! 너 말고 다른 애들도 가잖아!”

“아아악!!”


미선의 손아귀에 이끌려 단체로 이발소로 향하고 있었다.

다른 멤버들은 미선의 장군과 같은 기개에 이미 체념한 채로 이발소로 향했지만, 성호는 있는 힘, 없는 힘을 다해 반항하고 있었다.


“폴 매카트니처럼 깎아주겠다고 할 때 가.”

“아! 난 잭 브루스가 더 좋단 말이야!!”


이유는 단 한 가지, 밴드 크림의 전설적인 베이시스트 잭 브루스의 헤어스타일을 지키겠다는 것 한 가지였다.

사실 말이 좋아 잭 브루스였지, 성호는 그냥 거지꼴이다.


“나랑 성현이는 그렇다 쳐도, 그런데 너는 왜 가는 거냐?”


기현이 병철에게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철은 더 이상 깎을 머리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냥요. 재밌잖아요. 성호 쟤 저러는 것도 오랜만에 보고.”

“이야, 잔인한 사람이었네. 최병철.”


기현과 병철이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미선은 가차 없이 성호의 긴 구레나룻을 쥐고 당겼다.


"뭔 소리야, 최병철? 다음 타자는 너야."

"······."


병철의 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그 사이 성호의 입에서 고통스러운 비명이 튀어나왔다.


“잔말 말고 가!”

“싫, 아아아악!!”


그렇게 성호의 비명과 함께 도착한 한국대학교 인근 이발소.


“어서오···.”


이발소 사장은 긴 구레나룻을 잡고 끌고 오는 미선을 보고는 말을 잃고야 말았다.


“이 새··· 아니, 이 녀석 머리 좀 잘라주세요.”


미선은 사장이 먼저 자리 안내를 하기도 전에 성호를 이발소 의자에 앉혔다.


“으으, 윽···.”


구레나룻을 잃을 위기를 겪은 성호의 눈에는 어느새 눈물이 달려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구레나룻이 아팠다.


“너 군대 가면 병철이처럼 머리 빡빡 깎아야 하는데, 그때는 어쩌려고 그래?”

“누나, 나··· 군면제야. 내가 왜 아직까지 군대를 안 갔겠어?”

“하···.”


미선은 예상치 못한 군면제 공격에 정신이 아득해져 이마를 짚었다.


“아저씨, 바리깡 주세요.”


어딘가 무서운 목소리다. 미선은 이발소 사장님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선이 분위기를 잡자, 오히려 당황한 건 영문도 모르는 이발소 사장이었다.

저 아가씨, 뭔지는 모르겠지만, 굉장히 무서운 아가씨였다.


“네, 네? 바리깡은 왜유?”


이발소 사장은 미선에 포스에 눌려 얼떨결에 바리깡을 주고 말았다.


“저 새끼 머리 빡빡 밀어버리게요.”


당장이라도 성호의 머리를 털 하나 없이 밀어버릴 것 같은 분위기.

성호는 제 머리를 양팔로 감싸고 절규했다.


“아악! 누나아! 아, 미안! 미안! 머리 깎을게! 깎을게!”


성호의 절규가 이어졌다. 아무래도 빡빡 깎는 것보다는 잭 브루스를 포기하는 것이 낫지.

성호가 기어이 항복을 하자, 미선은 아주 몹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이발소 사장님에게 바리깡을 돌려주었다.

무서우리만치 섬뜩한 미소다.


“폴 매카트니 같은 머리로 부탁드려요, 아셨죠?”

“예? 예, 폴 매카트니···.”


이발소 사장님은 고개를 세차게 주억거렸다.

미선은 눈웃음을 치며 성호의 어깨를 주물렀다.


“꼭 폴 매카트니 머리로 해주세요···.”


그래, 잭 브루스가 안 되면 폴 매카트니를 하자.

성호는 올망졸망한 눈으로 베이스의 또 다른 레전드, 폴 매카트니의 머리를 부탁했다.


*


성호는 폴 매카트니처럼, 성현과 기현은 깔끔하게 상고머리로 머리를 깎았다.

잭 브루스 같은 거지 머리에서 폴 매카트니 머리로 헤어스타일이 변하니, 인물이 훨씬 살았다.


“이야, 우리 성호 귀여운데?”


미선은 아주 흡족한 얼굴로 성호의 등을 세게 후려쳤다.


“같은 사람 맞나?”


그 거지꼴 민성호가 맞나? 가슴이 웅장해진다.

기현이 보기에도 드라마틱한 전후였다. 주변의 칭찬이 쏟아지자, 기분이 좀 풀렸는지, 성호의 얼굴에 은은한 미소가 번졌다.


“···좀 폴 매카트니 같아요?”

“어, 완전.”

“저 지금 폴 매카트니처럼 베이스 칠 수 있을 것 같아요.”


폴 매카트니처럼 베이스를 칠 수 있을 것 같다는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차올랐다. 지금 당장 베이스를 치고 싶었다.


“얼른 연습하러 가요.”


항상 가장 먼저 집에 가자고 재촉하던 성호가 얼른 연습하러 가자고 먼저 얘기하다니.

하지만 미선에게는 처리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남아 있었다.


“다음은 최병철 너다.”


미선은 고개를 돌려 병철을 응시했다.


‘아, 때가 되었구나.’


사실 이미 기현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았다.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눈에 훤히 보이는 기분.

아아. 병철아, 안녕. 잘 가.


단지 미선이 자신을 바라보기만 했을 뿐인데, 병철은 어째서인지 뒷덜미가 선뜩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뭘?”


병철의 머리로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은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저 놈의 옷···.’


그렇다.

병철은 다시 없을 패션 테러리스트였던 것이다.

차라리 벗고 다니는 게 훨씬 나을 정도로, 병철은 훌륭한 피지컬에 비해 옳지 않은 패션 센스를 가지고 있었다.


“정말 몰라서 그래?”

“어···.”

“다른 애들은 다 알 걸.”


기현과 멤버들은 고개를 엄숙하게 끄덕였다.


“솔직히 그런 대문짝만하게 ‘희망’ 적혀있는 티셔츠, 너 아니면 누가 입냐?”


자신은 이 티셔츠가 정말로, 진심으로 좋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성호처럼 꼴사납게 반항할 수는 없는 일. 궁지에 몰리고 만 병철은 꼼짝없이 미선과 미도파 백화점에 가야만 했다.


“나 예전부터 궁금했어. 대체 몸도 좋은 놈이 왜 그런 옷을 입는 거야? 그냥 흰 티셔츠에 청바지만 입어도 멋질 것 같은데.”


기현이 팔짱을 낀 채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병철의 신체 조건은 정말 좋았다. 180cm를 훌쩍 넘는 큰 키에 우람한 어깨, 꾸준한 운동으로 단련된 몸까지.

거적때기를 걸쳐도 모델 같은 몸이라, 지금까지 ‘희망’ 티셔츠 같은 거적때기 티셔츠가 잘 보이지 않았던 건 사실이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된다. 이대로는.

이대로는 텔레비전에 출연할 수 없었다. 아니, 못한다.

연예인처럼 옷 골라 입혀주는 코디네이터가 없으니, 알아서 입고 가야 하는데, 병철이 녀석은 분명 가장 이상한 그림이 그려진 티셔츠를 입고 올 게 뻔했다. 아니면 온몸에 튀는 색깔 있는 옷을 두르고 오거나.


“앞으로 우리랑 있을 때는 그림이나, 글씨 쓰인 티셔츠는 절대 안 돼. 너는 그냥 무조건 청바지에 검정 티셔츠만 입어.”

“무조건?”

“무슨 일이 있어도.”


병철은 거의 사망 선고를 받은 것 같은 얼굴이었다. 기현과 멤버들은 폭소가 튀어나오려는 것을 애써 참았다.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미선이 만족할 때까지 미도파에 붙잡혀 있다, 점심이 한참 지나서야 풀려날 수 있었다.


“이제 드디어 연습하러 가는 거예요?”

“아, 그 전에 낙원악기 한 번만 들리자.”


문득 무언가 떠오른 성현이 우뚝 멈춰 섰다.


“낙원악기는 왜?”

“기타 줄 좀 사게요.”

“그래, 뭐 학교랑 멀지도 않으니까.”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단체로 낙원악기로 향했다. 다섯 명이 단체로 낙원악기에 들어가니, 낙원악기 공간이 꽉 들어차는 기분이었다.

기현은 제법 오랜만에 뵙는 낙원악기 사장, 경식에게 허리를 꾸벅 굽혀 인사했다. 기현의 기타를 거저 주신 은인이다.


“잘 지내셨어요? 사장님, 덕분에 잘 쓰고 있어요.”

“나야 그럭저럭 지냈지. 그런데, 성현아, 여기는 다섯이서 단체로 왜 왔냐?”


성현이 이만큼 누군가를 데려온 건 당연히 전례 없던 일이라, 경식은 의외라는 얼굴로 멤버들을 휘휘 둘러보았다.


“근처에 일 있어서 들렸다가, 겸사겸사 기타 줄 사러 왔어요.”


경식은 고개를 느릿하게 주억거리며 계산대 서랍 쪽에서 성현이 쓰는 기타줄 한 팩을 꺼내주었다.


“아아- 네가 쓰던 것, 이거 맞지?”

“네, 맞아요.”


그러다 성현과 기현이 대학가요제에 참가했다는 게 불현듯 떠올랐다.


“그런데 그 대학가요제, 그건 어떻게 됐냐?”

“맞다, 사장님한테 말씀드리는 것 깜빡했다. 저희 이번에 본선 나가요. 저희 방송 타요.”

“이야, 너희가 본선에 나간다고? 테레비에서 볼 수 있는 거냐?”


경식이 제 일이라도 된 것처럼 크게 박수를 치며 환하게 웃었다.


“그럼요.”

“큰일 했다, 정말. 스타 탄생이네! 스타 탄생! 그래, 악기 필요한 거 있냐? 본선까지 갔으니, 큰맘 먹고 빌려주마.”


이건 낙원악기 사장 최경식만이 줄 수 있는 혜택이었다.


악기를 빌려주신다니!


악기를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기현이나, 이미 좋은 기타를 가지고 있는 성현은 그다지 끌리지 않는 제안이었지만, 오래된 베이스를 쓰고 있는 성호에게는 달랐다.


“저요! 저요!”


성호가 번쩍 손을 들었다.


“어떤 거? 필요한 거 말해봐라.”

“베이스요!”

“펜더 프리시젼이면 되겠어?”

“네!!”

“본선 때까지 잘 쓰고 갖다주면 된다.”


경식은 매장에 전시되어 있던 펜더 프리시젼을 위에서 내려 성호에게 안겼다.


“맨입으로 빌려주는 거 아니다. 협찬이다, 협찬. 알겠어?”

“그럼요. 상 받으면 꼭 낙원악기 사장님 감사합니다, 할게요.”


경식의 농담에 기현이 너스레를 떨었다.

머리 스타일도 손 봤는데, 베이스까지 좋은 걸 쓸 수 있다니.


이대로라면 본선 준비, 만반의 준비를 할 수 있겠다.


작가의말

오늘의 곡

Beatles- Hel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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