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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36 회
조회수 :
129,790
추천수 :
3,723
글자수 :
171,704

작성
23.09.16 18:40
조회
3,607
추천
104
글자
10쪽

부정맥인가?

DUMMY

2차 예선이 끝나자, 시끄러웠던 학교는 다시 평화를 되찾았다. 한국대학교에 일었던 대학가요제 붐이 한 차례 꺾인 것이다.

갑자기 대학가요제 나가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던 애들이 사라지니, 대중음악연구회도 원래 연습하곤 했던 학교 연습실을 되찾았다.


“합주실 못 찾을 줄 알았잖아.”


미선이 길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며칠 전까지만 해도 영영 다시 못 찾을 줄 알았던 합주실이다. 한편으로는 1차 예선과 2차 예선이 끝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사라진 것이 신기하기도 했다.


“그럼 한 번 더 갈까?”


그렇게 다시 한번 연습에 열중하려던 찰나.


“그런데 합주실 바깥에 저 사람들은 누구예요?”


성호가 바깥 창을 흘끗거리며 의아하다는 얼굴로 물었다.


“사람?”


미선이 복도 창 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합주실에 달라붙어 지켜보고 있는 눈들이 보였다.

대중음악연구회 서클 연습실 바깥으로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다. 많지는 않지만 결코 무시할 수는 없는 숫자였다. 전부 여학생으로, 이상할 정도로 눈을 빛냈다.


“우리 서클 가입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인가? 나가서 물어보지, 뭐.”


기현은 대중음악연구회 가입하겠다고 다짜고짜 합주실 문을 두드렸던 자신이 떠올랐다.

기현이 어깨를 으쓱이며 연습실 문을 조심스럽게 열자.


“기현 선배!!”

“으악!!! 기현 선배!!”


절규인지, 환호인지 모를 함성이 쏟아졌다.


뭐, 뭐야. 뭐야 방금?


기현은 당황한 나머지 열었던 문을 다시 닫아버렸다.


쿵, 쿵쿵.


'기현 선배, 기현 선배. 문 열어주세요.'


분명 들리지는 않는데, 들리는 듯한 이 기분은 무엇인가.


“······.”

“방금 뭐, 뭐였어요?”

“···글, 글쎄?”

“기현에엑···?”


거의 절규에 가까운 소음에 당황한 건 다른 멤버들도 마찬가지였다.


“다시 열어봐?”

“나쁜 사람들은 아닌 것 같던데요, 아마도.”


병철의 말에 기현은 다시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다시 절규와 같은 함성이 기현에게로 쏟아졌다.


“기현!!! 선배에엑!!!”

“악!!! 선배에엑!!!”


대체 이 무리는 무엇인가.

물론 합주를 할 때 바깥에서 구경하는 사람들은 늘 있어왔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것과는 살짝 결이 달랐다.


기현은 곰곰이 곱씹어보았다.

날 언제부터, 어떻게 알고 저리 목 놓아 부르는 걸까.

하지만 뇌리 그 어디에서도 이 얼굴들을 본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누구일까···.


끝없는 절규에 정신이 대략 아득해지려던 순간, 미선이 다가와 정신을 놓은 기현 대신 그들에게 물었다.


“여긴 어떻게 오셨어요?”

“악!!! 기현 선배 보려고 왔어요!!”


합창이라도 하는 것처럼 합이 딱딱 맞았다.


아, 나를 보러 왔구나. 그렇구나···. 그런데, 왜?

나, 뭐, 돼...?


기현은 예의 그 순한 얼굴로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저를요? 대체 왜요?”

“으악!!! 시골 똥개 같아!!! 너무 귀여워!!!”


기현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군부대 삶아 먹은 듯한 절규는 또다시 시작되었다.

누군가 그랬다. 한 명의 여고생은 열 명의 군인과 같다고.

그런데 그 사람, 중요한 것 하나를 빠트린 것 같다.

한 명의 소녀팬도 열 명의 군인과 같다는 사실을···.


“그러니까, 기현 오빠 보러 오셨다, 이 말씀이죠?”

“네에!!”


한 무리의 소녀들은 기현을 향해 눈을 빛내며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기현은 알 수가 없었다. 대체 자신의 어떤 부분이 매력 포인트라, 저 소녀들을 홀렸는지.


“저 때문에 오신 거예요? 왜요?”


기현은 정말 한번 진지하게 묻고 싶었다. 여기에 훤칠한 남자가 셋이나 더 있는데, 왜 하필 나인지.


“귀엽잖아요!”

“잘생겼어요!”

“노래 너무 잘 불러요!”

“입학식 때 보고 반했어요!!”


가지각색의 이유가 쏟아졌다. 납득이 가는 이유도 있었고, 영 납득할 수 없는 이유도 있었다.


“선배! 이거 선물이요! 제 마음이에요, 꼭 받아주세요! 답장해주셔야 해요!”

“저도요!”


소녀들의 손에는 무언가가 꼭 하나씩 들려 있었다. 편지도 있었고, 선물도 있었다.

한 명이 편지를 주기 시작하니, 너나 할 것 없이 선물 공세가 기현에게로 쏟아졌다. 어느새 양손이 모자랄 정도로 선물이 한아름 쌓였다.


‘암만 둔해도 그렇지, 저걸 그냥 받는다고?’


미선은 기현에게 쏟아지는 소녀들의 선물 공세가 영 편치만은 않았다.

무언가 기분이 찝찝하고 복잡스러웠다. 대체 제 기분이 왜 이런지는 알 수 없었다.


“아아, 고마워요. 잘 읽을게요. 선물도 잘 쓸게요.”


고백하는 마음이 담긴 러브레터인 게 빤히 보이는데, 고맙다고 넙죽넙죽 받는 저 남자는 얼마나 둔한 걸까.


‘진짜 오빠 바보 아냐?’


미선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 이후로도 소녀들의 방문은 매일 같이 이루어졌다.

심지어는 기현에 대해 소문이 퍼진 건지, 아니면 기현이 미선만큼 한국대학교 유명 인사가 되어버린 건지, 날이 갈수록 합주실 앞에서 대기하는 소녀들이 늘어났다.


미선은 곤란한 표정으로 얼굴을 양손으로 쓸어내렸다.


“대체 무슨 약을 친 거예요?”

“난 아무런 짓도 안 했어. 노래만 불렀지···.”

“안 그래도 입학식 공연 때문에 제법 유명해졌는데, 본선 진출한 소문이 교내에 쫙 퍼진 모양이더라고요?”


당장 합주실 바깥이 북적여 집에도 못 가게 생겼는데, 성현은 아주 남 일 말하듯 말하고 있었다.


“아니, 다 이해하는데 왜 하필 나냐고···.”

“솔직히 형 얼굴, 잘생겼잖아요. 형 나이보다는 젊어 보이고 살짝 귀여운 얼굴이긴 하지만, 확실히 괜찮은 얼굴은 맞잖아요.”


이런 관심 난생처음이었다. 그래서 기현은 좀 부담스럽고 낯설었다.


“내가? 잘생긴 사람 다 죽었다, 다 죽었어.”

“그나저나, 선물 많이 받아서 좋으시겠어요.”


미선은 기현에게 자꾸만 툴툴거리고 싶었다.

마음의 출처나 이유는 몰라도, 도출된 결과는 그랬다.


“사실 이걸 잠자코 그냥 받아도 되는지 모르겠어.”


이 둔한 남자를 어찌해야 하나. 편지가 러브레터인지, 팬레터인지도 모르는 이 남자를 어찌해야 하나. 미선은 한숨을 길게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오빠한테 온 그거 다··· 연애편지잖아요.”

“아, 그래? 몰랐는데. 이런 걸 받아봤어야 말이지.”


어쩐지 사랑한다고 사귀어 달라는 말이 좀 많더라. 기현은 받은 편지를 곱씹으며 중얼거렸다.

기현에게 온 편지는 겉에서부터 나 연애편지요, 하고 자기소개하는 편지들이 대다수였다. 연분홍색 편지 봉투에 빨간색 하트 스티커가 붙어있는.


“···그래서 연애편지 받으니 기분은 좀 어때요? 마음에 드는 애 있어요? 애들 예쁘던데.”


이런 것까지 굳이 캐묻는 이유는 다 자신이 서클 회장이기 때문일 테다.

미선은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나는 우리 노래가 좋아서 보낸 편지인 줄 알았어. 연애편지··· 이런 말하기는 미안하지만, 막 기쁘지는 않은데. 아무래도 연습에 지장이 가니까.”


그럼 그렇지. 미선은 쾌재를 불렀다.


‘그런데, 내가 왜 저 오빠 얘기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거지?’


그것도 잠시, 쾌재를 불렀던 자신을 의심하기도 했다.


“뭐, 천천히 처음부터 알아갈 수도 있겠지만, 나는 모르는 사람이랑 사귀는 편은 아니라서.”

“아는 사람이랑은 사귄다는 말 같네요, 그거.”

“그렇게 된 셈인가?”


어제는 그저께보다 더 많았고, 오늘은 어제보다 많았다. 이제는 완전 복도가 북적이는 수준이었다.

기현의 추종자들은 연습이 시작해서 끝날 때까지 계속 그 자리를 지키고 서 있었다.

오로지 한 가지, 기현에게 선물과 편지를 주겠다는 것, 그 목적만 있었다.

모든 연습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때였다.


“선배에엑! 이것도 받아주세요!!”

“이것도요!!”


이걸 안 받을 수도 없고, 모르는 채 할 수도 없고. 기현은 난감했다. 양손 한아름 가득이었던 선물은 어느새 양손에 들기도 어려울 정도로 불어났다.


‘이 이상 받다가는··· 집에 못 간다!’


기현은 어떤 위기를 느꼈다. 자꾸만 불어나는 선물들과 늘어나는 소녀들. 매몰찬 편은 아니라, 완전히 거절하지도 못해, 소녀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옴짝달싹할 수 없잖아, ···하아. 미치겠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해 곤란한 그때 누군가 켜켜이 쌓인 무리를 비집고 들어와 기현의 손을 붙잡았다.


“······?”


누구지?


보드랍고 큰 손이다. 기현은 의아한 얼굴로 제 손을 붙잡은 주인공을 향해 뒤돌아보았다.


“하나둘 하면, 뛰어요!”


미선이다.

미선은 기현의 손을 붙잡고 인파를 우악스럽게 뚫으며 앞장서 달리기 시작했다.


"하나둘 안 했는데?!"

"그냥 뛰어요!"


단지 기현의 손을 붙잡았을 뿐인데, 미선의 심장이 이상할 정도로 요란하게 뛰었다.


‘···부정맥인가?’


미선은 홧홧해지는 뺨을 무시하며 기현의 손을 잡지 않은 다른 손으로 제 가슴팍을 쓰다듬었다.


*


대학가요제 본선은 1차와 2차에 냈던 곡 중 하나를 선택해 시연하는 방식이었다. 1차 곡, 2차 곡 모두 좋아,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고민에 빠졌다.


“1차 곡 하고 싶은 사람 손.”

“둘 다 하면 안 돼요? 반반 섞어서···.”


성호가 팔짱을 낀 채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1차 곡과 2차 곡 중에서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없었다.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다른 사람들은?”

“으음···.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보다 어려운 난제인데요.”


연주하는 사람으로서, 둘 다 정말 좋은 곡이고, 둘 다 정말 애정하는 곡이었다.


“듣는 사람한테 결정하라고 하면 안 되나?”


기현이 불쑥 말을 꺼냈다. 물론 지금은 버스킹 같은 건 꿈도 못 꾸겠지만, 멤버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선택을 맡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정기 공연을 해야 하나? 하지만 그러기에는 시간이 촉박했다.


“그럼, 저 사람들한테 맡기면 되네.”


미선이 합주실 바깥을 향해 눈짓했다. 미선이 가리킨 곳에는 기현의 소녀팬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 있었다.


작가의말

오늘의 곡

산울림- 내게 사랑은 너무 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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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 4

  • 작성자
    Lv.84 hy****
    작성일
    23.09.16 20:14
    No. 1

    아무생각없이 읽다가 보니까
    어느새 다 읽었네요
    주말 즐겁게 보내시고
    전 다음화를 기대할게요
    응원합니다
    작가님 ^^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OLDBOY
    작성일
    23.09.16 21:19
    No. 2

    잘 봤어요.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아사아
    작성일
    23.09.17 02:47
    No. 3

    미선이 감히 누굴 넘봐

    찬성: 2 | 반대: 2

  • 작성자
    Lv.99 djsejr
    작성일
    23.09.22 00:51
    No. 4

    내게 사랑은 너무 써. 이 곡을 추천하심?
    '만약에 사랑에 빠진다면' .....미선의 가슴속 민들레 씨앗이 기현에게 날아든 날. 언제나 싹이 트려나요.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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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아부지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6 23.09.15 3,817 112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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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우린 한 팀이잖아 +4 23.09.13 3,860 107 10쪽
19 돈보다 값진 연주 +4 23.09.12 3,910 111 9쪽
18 봄날은 간다, 아나? +4 23.09.11 3,941 104 10쪽
17 이제 네 차례 +6 23.09.10 3,951 111 11쪽
16 만장일치 +2 23.09.09 3,965 103 10쪽
15 참가번호 99번 대중음악! 연구회입니다! +6 23.09.08 3,979 106 12쪽
14 형님들은 꼭 전설, 아니 레전드가 될 거예요 +3 23.09.07 3,956 108 10쪽
13 해체는 나중에 생각하자, 우선은 무대부터 즐기고 +1 23.09.06 3,952 111 10쪽
12 가자, 무대로 +5 23.09.05 3,981 112 10쪽
11 서울락밴드연합회 +2 23.09.04 4,061 116 11쪽
10 아버지의 마음 +7 23.09.03 4,091 125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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