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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똘

1980 밴드천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김규똘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8.26 17:04
최근연재일 :
2023.09.29 19:20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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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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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7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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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9.2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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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드디어 본선이다 (2)

DUMMY

“드디어 81년 대학가요제의 막이 올랐는데요, 그럼 첫 번째 참가자 불러볼까요?”


대학가요제가 막이 올랐다.

여성 MC와 남성 MC는 서로 사이좋게 말을 주고받으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아주 순조롭게 시작되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첫 시작을 하모닉스가 끊을 예정이었다.


“예, 첫 번째 참가자, 서울 팀 하모닉스입니다!”


대학가요제의 첫 번째 순서, 하모닉스가 등장했다.


“한국예전 서클 팀이라는데요, 성비가 남성 둘, 여성 둘이라죠?”

“네, 그렇습니다. 무슨 사이일지 정말 궁금한데요, 한번 그 주인공들에게 직접 물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무대 경험이 많은 하모닉스답게 하모닉스는 떨리는 기색 하나 없었다. 오히려 조금은 거만한 자세로 뒷짐을 진 채 인터뷰에 응하고 있었다.


“서클 멤버들은 어떻게 모이게 된 멤버들입니까?”

“추구하는 음악적 가치가 맞아 모이게 된 멤버들입니다.”

“그러니까, 아무 사이도 아니라는 말씀입니까?”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그럼 혹시 서클 내에 관심이 있는 이성이 있습니까?”


무례할 수도 있는 질문이다. 그런 질문을 받을 거라 예상하지 못했던 건지, 하모닉스는 처음으로 당황한 기색을 비췄다.


"제가요? 얘랑요? 죽어도 관심 없습니다."

"어우, 저도 싫어요."


특히 겨울과 종범은 무슨 못 들을 말을 듣기라도 한 양, 기겁하며 호들갑을 떨었다.


"하, 하, 하, 이성으로는 관심 없지만, 친구로서는 아주 좋은 친구라는 뜻입니다."


덕분에 다른 두 멤버가 수습하기 바빴다. 종범과 겨울이 더 말하지 못하게끔 입을 막은 건 덤이었다.


“하, 하, 하, 하, 그렇군요···.”


아주 잠깐이었지만, 종범과 겨울 두 사람의 얼굴은 정말로 진심이었다. 전혀 관심 없다. 죽어도 관심 없다. 아마 다시 태어나도 관심 없을 것이라는 얼굴은 너무 진심이라, 뭐라 더 말할 수도 없었다. 내숭기 하나 없는 인터뷰 대답에 장내가 순간 얼음물을 끼얹은 듯 싸하게 가라앉았다.


이 모든 것을 무대 밑에서 바라보고 있었던 김성룡 피디는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이 싸해진 분위기는 어쩔 것이며, 갑자기 인 침묵은 또 어쩔 것이며···. 어찌 되었든 이걸 빨리 수습해야만 했다.


[인터뷰 괜찮으니까, 남은 인터뷰 뒤로 넘기고 빨리빨리 무대 진행시켜!]


자칫하다간 방송 사고가 날 수 있다. 김성룡 피디는 스케치북에 재빨리 글씨를 휘갈겨 쓰고는 MC 쪽으로 들어 보였다.

김성룡 피디의 스케치북을 확인한 두 MC는 진행 카드를 뒤로 넘기고는 남은 인터뷰를 생략하고 곧바로 무대 순서로 직행했다.

이럴 때는 스피드가 생명이다. 오랜 PD 생활로 배운 거였다.


“아- 네! 그럼, 서울 팀! 하모닉스의 곡, ‘한밤의 생각’입니다.”


하모닉스가 무대에 올랐다.


눈을 감고 명상하고 있던 기현은 하모닉스가 무대에 오르자 눈을 뜨고 바깥 상황을 중계하고 있는 텔레비전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대학가요제가 시작한 것이다.


“드디어 시작한다···.”


미선이 중얼거렸다. 제가 연주를 하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긴장이 되는 건지. 다음 차례를 앞두고 있음에도, 저 자리가 얼마나 떨릴지 가늠할 수 없었다.


“하나, 둘! 하나, 둘, 셋, 넷!”


종범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마이크를 터트릴 듯 타고 퍼졌다.


그 뒤를 잇는 수준급의 기타 리프. 현란한 기타 리프는 관객들의 혼을 쏙 빼놓았다.

26인치의 빅 드럼은 묵직하고도 3000석의 정동문화체육관을 꽉 채울 만큼 파워풀하다.

처음부터 이렇게 강렬한 무대라니. 처음을 만만하게 생각했던 관객들은 예상치 못한 대상 후보의 이른 등장에 눈이 크게 떠졌다.


치밀하게 구성하고 또 생각해서 만든 곡이라는 게 느껴진다.

그만큼 빈틈없이 꽉 차는 사운드와 음표에 관객들의 피부 위에 소름이 오소소 돋는다.


‘위압적이다.’


음악에 깔려 눌린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음악에 지배당한다면 이런 느낌일지도 모른다.


하모닉스는 그 어떤 때보다도 더 절실하게 악기를 연주했다.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다 툭, 떨어졌다.


하모닉스는 관객들에게 자신들의 합주가 닿기만을, 들리기만을 바라며 연주했다.


묵직하고 날카로운 사운드.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하모닉스의 연주가 관객들의 귓가를 파고든다.


점점 더 고조되는 종범의 목소리.

그의 목소리는, 그들의 음악은 클라이막스를 향해 질주하기 시작한다. 활공하기 시작한다.


하모닉스의 음악이 대중음악연구회를 대놓고 비웃는다.


‘테이프라도 삼킨 것 같아.’


연주의 퀄리티가 테이프라도 삼킨 것 같았다.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말 한 마디도 없이 집중한 채 하모닉스의 연주를 중계하는 텔레비전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중음악연구회 팀, 대기할게요!”


그때, 문 바깥에서 조연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중음악연구회 멤버들은 조연출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하모닉스의 무대를 보고 있었다. 그만큼 거기에 혼이 빠져 있었다.


“대중음악연구회 팀!”

“······.”

“대중음악연구회 팀?!”

“······.”


아무리 불러도 대답이 없자, 답답해진 조연출은 대기실 문을 벌컥 열고 들이닥쳤다.


“대중음악연구회 팀! 하모닉스 다음 팀이라 얼른 대기하셔야 돼요!”


그제야 뒤늦게 정신을 되찾은 멤버들은 일제히 조연출을 뒤따라 무대 뒤로 이동했다.


‘이 순간만 지나면 무대···.’


이 복도만 지나면 광활한 무대가 나온다. 기현은 리허설을 하며 몇 번이고 걸었던 방송국 대기실 복도가 유독 길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내가 긴장을 너무 했나?’


혈관이 있는 모든 부위가 심장이라도 달린 것처럼 쿵쿵 뛰었다. 손끝에서부터 발끝, 머리끝까지, 작은 심장이 달린 것처럼 쿵쿵 뛰어댔다.


기현은 눈을 감고 훅 숨을 내쉬었다.


‘마치 터널 같다.’


터널처럼 어두웠던 내 인생 끝에는 아이러니하게도 80년대가 있었다.

그렇다면 이 통로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떤 무대가 우리를 마주하고 있을까.


심장이 비로소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긴장돼요?”


옆에서 나란히 걷던 미선이 물었다.


“어, 긴장돼.”


기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입가에서 바람 빠진 웃음소리가 났다.


“···하지만 나쁜 긴장은 아니야. 즐거워.”


비로소 무대 뒤편에 도착하면, 정동문화체육관을 꽉 채운 관객들이 수평선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모두 3000명이다.


“와아아아!!”

“하모닉스!!”


때마침 하모닉스의 무대가 끝나, 환호성이 관객석에서 터져 나왔다. 우레와 같은 박수와 환호성이었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긴장은 기대로 변했다.

저 무대 위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 무대를 겪고 난 뒤의 나에게는 어떤 변화가 또 생길까.


‘······.’


무대 뒤로 퇴장하는 하모닉스는 대중음악연구회와 눈을 마주쳤음에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그 얄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한겨울도 이번에는 냉정하게 쌩하니 강미선을 스쳐 지나갔다.

마치 없는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대중음악연구회를 스쳐 지나가는 하모닉스의 행동은 라이벌을 향한 명백한 견제였다.


“멋졌어요.”


기현은 옆을 쌩하니 지나가는 하모닉스에게 그 한마디만을 남기고 무대로 뛰어 들어갔다.


멋졌다는 그 한마디에 종범의 발걸음이 멈칫하고 말았다.

무대 뒤로 어른어른 MC들이 진행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81년 대학가요제의 두 번째 팀! 대중음악연구회 팀입니다!”

“이 팀은 멤버 성비가 조금 특이한데요, 어떻게 모이게 된 팀인가요?”


MC들의 물음에 미선이 차분히 대답했다.


“저희는 한국대학교 그룹사운드 서클로 만나게 된 팀입니다. 지금은 친한 친구 사이고요.”


하모닉스와는 다른 분위기에 MC들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아, 그렇군요? 지금은 친한 친구 사이라니, 그 우정 오래오래 영원했으면 좋겠네요.”

“대중음악연구회 팀이 준비한 노래는 뭐죠?”

“저희가 준비한 노래는 ‘축제’입니다.”

“그러면, 서울 팀 한국대학교 대중음악연구회의 ‘축제’ 들어보겠습니다.”


이번 무대는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기현의 가족에서부터, 미선의 가족, 혼 멤버들과 심사위원으로 있는 나승연까지.

기현의 어머니와 누나는 기현의 무대가 시작하자 손을 꼭 붙잡았다.


“실수 없이 잘해야 할 텐데.”

“잘하겠죠. 친구들도 있는데요, 뭘.”


그녀에게는 아직 마냥 막내인 아들이라, 매사 실수투성이로만 보였다.


기철은 겉으로 내색하지는 않아도, 사실은 엄청 긴장 중이었다. 양손을 계속 주무르며 차오르는 긴장을 눌렀다.


“···열심히 준비했잖아. 잘할 거야.”


나승연은 심사위원석에 앉아 기현을 바라보았다.


‘저 애가 정말 스타의 기질까지 있을까?’


그것이 여기서 판가름 나게 될 것이다.

뮤지션의 기질은 판가름 났다. 이제는 ‘스타’의 자질 차례다. 만약 천상 꾼이라면, 이 무대마저 뒤집어 놓게 될 것이고, 그만한 깜냥은 없다면 좋은 뮤지션으로만 남게 될 것이다.


하지만 승연이 원하는 건.


‘뮤지션이자, 스타.’


비틀즈의 레논-매카트니, 퀸, 딥 퍼플과 같은 뮤지션이자 스타를 만들어내는 것.


승연은 그 어느 때보다 굳은 얼굴로 기현을 응시했다.

그래도, 그녀는 그를 믿어보기로 했다.

자신의 인생을 건 승부에 그가 있으니까.


기현은 눈을 감고 숨을 후, 내쉬었다.

하나, 둘, 셋. 속으로 천천히 셋을 센다.


‘가자.’


별다른 구호 없이 시작되는 기타 연주.

심플한 어쿠스틱 기타 솔로 리프로 시작하는 전주.

기현은 담백하게 첫 시작을 알린다.


기현이 연주를 시작하자, 각 악기가 알맞은 때에 맞춰 들어온다. 악기의 소리는 서서히 쌓이다, 기현의 목소리에 맞춰 한꺼번에 팡 터지기 시작한다. 마치 폭죽처럼.

상승과 하강 없이 정상만을 향해 끝없이 솟아오르는 곡.


‘축제다.’


이건, 마치 축제 같다.

아니, 축제다.


카세트 플레이어, 음악에 맞춰 춤을 춰, 춤을 춰

새벽 안개부터 저녁 노을까지 춤을 춰, 춤을 춰


종이꽃이 마구 휘날리는, 정신없이 즐거운 축제.

기현은 관객들을 상대로 한바탕 축제를 열고 있었다.


‘즐겁다.’


좀 전의 하모닉스의 무대는 무거웠다면, 이번 무대는 마냥 즐거웠다. 곡의 제목처럼 즐길 수 있는 무대. 관객들은 환하게 웃으며 이 무대를 진심으로 즐겼다.


'행복하다.'


이 장기현이라는 남자는 사람들을 음악으로 즐겁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사람들을 진정으로 행복하게 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정말 행복해 보여.’


그리고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는 주인공은 그 누구보다도 행복해 보여, 다른 수식어를 붙일 수 없었다. 그의 노래 앞에서는 다른 수식어가 필요치 않았다.


기현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객석을 충만하게 채운다.

오금이 저릿할 정도로 소름이 돋아오르는 아름다운 목소리.

그리고.


“와아아아아!!!!!!!”


풋사랑 같은 여운만 남기고 사라진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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