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화. 누구보고 몬스터래!
“맞아? 쟤네야?”
“어. 저 녀석들이 몬스터야!”
초반에 얻은 분석 스킬이라면 사실 별 쓸모는 없다. 약점이나 공략을 알려주지도 않고, 몬스터의 스킬이나 특성도 알 수 없으니까.
하지만, 대상이 몬스터인지만 확인이 되는 것으로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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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힐> - 마족형 몬스터
<비비> - 언데드형 몬스터
<나영웅> - 몬스터
<앙피> - 도전자(Lv.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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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앙피와 달리 나머지 셋의 시스템 창이 빨간색이다 싶더니 몬스터라서 그랬던 것이었다. 게다가 정보도 다르게 떴으니 진작 눈치챘어야 했다.
그들의 본질은 소환수였으니까 미궁의 탑은 그들을 몬스터로 분류한 것이다. 같은 소환수인 윈스가 도전자가 아닌 100층의 보스로 있던 걸 생각했어도 당연한 일이었다.
“앙피라는 놈 빼고 세 명이 몬스터다!”
“잡아!!”
40명이 넘는 도전자가 일제히 앙피 일행을 향해 달려들었다.
누가 앙피인지부터 구분할 필요도 없었다. 그들은 이미 슬라임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었으니까 일단 잡고 아니면 말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지금 막 특성을 개화했다 해도 각각의 스킬이 달랐다. 그들이 미궁의 탑에 들어오기 이전에 어떤 삶을 살았냐에 따라 특성이, 스킬이 달라지기 때문에 그들의 공격패턴을 읽어내기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이곳에선 스킬, 특성보다 중요한 게 하나 있었다.
‘... 소환수라 몬스터인가....?’
앙피가 세 명을 쓱 살폈다.
카힐 - Lv. 15
비비 - Lv. 13
나영웅 - Lv. 8
벌써 10레벨을 돌파한 이가 2명이다. 그리고 지금 달려오는 저들의 레벨은 가장 높은 녀석이 고작 5레벨 언저리. 앙피와 비슷한 수준이다.
지금 저기 선두로 달려오는 남자, 아까 파티를 거절하자 시비를 걸었던 그 남자다. 그가 5레벨로 가장 높은 자였다.
그래, 솔직히 첫 각성부터 5레벨이면 엄청난 재능이다. 아마 미궁의 탑에 들어오기 전에도 ‘무언가’를 죽이거나 패는 일을 하다 왔을 것이다.
그러나 앙피 일행과의 레벨 차이는 평균 5레벨 이상.
미궁의 탑은 1레벨을 올리려면 목숨을 1번 잃을 뻔해야 하는 곳이었다. 한마디로 단 1레벨의 차이도 목숨 하나를 좌지우지할 정도의 차이라는 소리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아무리 다양한 스킬, 다양한 특성으로 덤벼들어도 결과는 뻔했다.
“점화!”
“무쇠 주먹!”
“무쇠 프라이팬!”
“바람의 상ㅊ···.”
“몬스터 아니라고 씹새들아!”
카힐이 날아드는 투사체와 무기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수 개는 되어 보였던 공격이 손쉽게 사라졌고 달려들던 도전자들은 전부 튕겨 나갔다.
도전자들의 눈에는 카힐이 마치 1층의 보스처럼 보였다.
정작 진짜 튜토리얼용 보스는 아직도 저 너머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튜토리얼이 끝나서 안심한 도전자를 급습하는 역할이었지만, 앙피 일행 때문에 튜토리얼이 끝나지 않아 계속해서 대기만 하고 있었다.
“보스다! 저 흰 피부에 뿔 달린 여자가 보스야! 공략해!!”
의지의 도전자들은 점점 팀워크를 갖추며 카힐을 공략하기에 이르렀다.
한편, 그녀를 피해 나머지 셋을 공격하는 도전자들도 있었다.
“이때다. 뒤의 약한 놈들을 노려!”
하지만 이곳 역시 비비가 굳건하게 나머지 둘을 지키고 있었다.
아무리 때려도, 베어내도, 찔러도 재생하는 비비에게 도전자들은 쉽게 의지를 상실했다.
“ㅂ... 비비 님....”
“꾸어!”
“저쪽에서도 와요....”
“...으어.”
앙피는 비비 뒤에 열심히 숨었다.
그렇게 도전자들이 쉽사리 앙피 일행을 무너뜨리지 못하자 시스템은 무언가 잘못됨을 느꼈다.
미궁의 탑과 함께 태어난 시스템. 그것은 육체가 없이 탑에 깃들은 영혼과 같은 존재였다. 탑의 어디든 볼 수 있고, 어디든 갈 수 있는 존재.
그의 역할은 미궁의 탑에 들어온 도전자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었다. 단순히 생명을 흡수하는 것에는 이미 질렸기에 이런 기행을 벌이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 도전자들을 불러들일 당시 이상한 점이 있었다. 분명 그가 지정한 인원은 항상 100명이었다. 하지만 세 명이나 초과된 상태였다.
게다가 그 세 명을 포함한 총 네 명의 인원이 1층이 아닌 100층으로 스폰되었다.
조치를 취하기도 전에 알아서 1층으로 돌아오기에 일단 넘어갔지만, 튜토리얼 퀘스트가 끝나지 않는 시점에서 시스템은 알아차린 것이다.
저 네 명의 인원이 무언가 이상하다는 것을. 그리고 100층의 보스와 이상한 거래를 마쳤다는 것까지 알았다.
‘1층 통과만으로 탑에서 탈출한다는 거래. 이상함. 제거 필요.’
시스템은 오류 덩어리와 같은 앙피 일행을 제거하기로 결정했다. 시스템인 그가 ‘석연찮음’을 느낀다는 것부터 그들은 위험 요소였다.
그렇기에 여기서 다른 도전자들을 이용해 앙피 일행을 제거하기로 했다.
시스템은 그들에게 새로운 퀘스트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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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퀘스트 - 오류 덩어리>
[오류 제거]
소환술사 앙피와 그 소환수 세 명을 처치하라.
난이도 : 상
제한 시간 : 없음
상세조건
- 소환술사 앙피를 죽이면 소환수들은 같이 소멸한다. 이 경우에도 몬스터 처치로 인정한다.
- 소환술사 앙피는 고작 5레벨로 현재 공격 및 방어 스킬이 없다.
- 가장 약한 소환술사 앙피부터 공략하라.
보상 : 경험치 30
실패 시 : 패널티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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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일 정도로 앙피 일행을 제거하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퀘스트였다.
그리고 시스템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도전자들에게 버프를 부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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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스템의 가호>
버프 효과
- 모든 스탯 + 10
- 임시 레벨 + 10
- 임시 스킬 레벨 + 10
지속시간 : 해당 퀘스트 완료 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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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의 탑에서 얻는 어떤 버프보다 강력한 버프. 이름부터 대놓고 <시스템의 가호>인 이 버프의 효과가 말도 안 되었다.
시스템이 얼마나 앙피 일행을 경계하는 것인지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효율과 논리만을 추구하는 시스템이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꼈기에 일어난 사태였다. 육체조차 없는 존재가 동물적인 감각으로 위험을 감지한 것이다.
“으아아아!!”
“몸에서 힘이 솟는다!!!!”
“그래. 이렇게 미래를 미리 체험하는 게 튜토리얼이지! 아주 좋아!”
사기적인 버프로 인해 도전자들의 전투력이 카힐과 비슷해졌다.
“무쇠 주먹!”
“아오. 넌 뭔ㄷ···.”
이 사기적인 버프의 존재를 모르는 카힐이 조금 전과 똑같이 달려드는 도전자에게 맞대응했다.
하지만 분명 약해빠졌던 스킬이 이번엔 카힐의 주먹을 으스러뜨렸다.
“꺄윽. 뭐야!”
카힐이 으스러진 주먹을 감싸고 뒤로 물러났다. 약해 보이는 놈이 내지른 볼품없는 주먹에 맞은 기분이 마치 딱딱한 솜사탕에 맞은 것 같았다.
이게 왜 강하지 싶은 기분이었다.
한편, 퀘스트 창에 뜬 노골적인 정보에 도전자들은 카힐을 무시하고 앙피에게 달려들었다.
“으악.. 저 몬스터 아니에요..! 쟤네가 몬스터에요...!”
앙피는 바로 소환수들을 팔아넘겼지만, 도전자들은 듣지도 않았다. 사기적인 버프로 강해진 그들에게 앙피는 아까의 슬라임과 같은 정도로 약해 보였다.
그 모습을 지켜본 비비는 이상함을 느끼고 그대로 앙피를 번쩍 업었다. 그리고 냅다 뛰기 시작했다.
레벨이 10이나 오르고 스탯까지 10이 올랐다고? 그래봤자 그들의 속도는 30이 넘지 못했다.
용사 아카데미의 슈 기숙사에서 단련된 비비의 속도는 무려 48. 사기적인 버프를 받은 정도로는 넘보지 못할 수치였다.
비비는 우다다다 1층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속도 특화의 도전자들이 그녀를 따라잡으러 쫓았지만, 비비는 차원이 다른 속도로 벽을 타며 도망갔다.
수면 위와 공중을 뛰어다니는 슈 기숙사생들에게 벽을 타는 것 정도는 껌이었다. 비비는 파시에게 인정받을 정도의 재능이 있었기에 이 정도는 쉽게 도달했다.
“꾸아아악!”
비비가 힘차게 벽을 타며 도전자들을 따돌리고 있었다.
그리고 여기, 비비가 앙피를 들고 떠나며 혼자 덩그러니 남은 사람이 하나 있었다.
“후후후. 기다리게. 나는 그대들과 같은 인간이라네.”
나영웅은 다가오는 도전자들에게 점잖게 말했다.
사실 그의 말대로 겉보기엔 멀쩡한 사람인지라 그에게 달려드는 도전자도 4명 언저리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괴물 같은 모습의 카힐이나 비비를 공격하는 게 그들의 마지막 양심이었다.
그리고 그딴 거 신경 안 쓰는 4명이 나영웅을 둘러쌌다.
“너도 쟤네처럼 뭐 있냐!? 어!!”
“죽여. 그냥 죽여. 죽이자고.”
그들은 이미 카힐에게 한 번씩 땅에 꽂히고 온 이후라 경계심이 가득했다.
미친 보스급 피지컬의 카힐, 무한 재생의 비비를 보고 왔으니 나영웅도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는 게 자연스러웠다.
“후후후. 차라리 카힐 양을 공략하는 게 나았을 걸세.”
나영웅은 두 팔로 공중을 휘저으며 마치 무슨 무술을 따라 하는 듯했다.
그 요상한 자태에 도전자들은 더욱 혼란에 빠졌다. 그들은 서로의 등을 떠밀며 섣불리 공격하지 못했다.
“무술인인가?! 몸은 전혀 그렇지 않아 보이는데.”
“니가 먼저 공격해 봐!”
‘후후후. 일단 멈췄군. 하지만 상황이 좋지 않네.’
나영웅은 주변을 살폈다.
카힐은 버프를 받은 도전자들 때문에 고전하고 있었고 비비도 당장은 잘 도망가고 있지만 언제 지칠지 모른다.
또한, 자신도 이 허세가 언제까지 먹힐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벗어날 방법이 없다.
그들이 몬스터로 판정이 된 순간부터 이 퀘스트에서 영원히 멈춰 있거나 죽는 길밖에 없었다.
망할 시스템이 제한 시간을 ‘없음’으로 설정했기에 그들이 죽을 때까지 퀘스트를 끝내지 않는다는 소리였으니까.
하지만 나영웅의 시야 끝에 익숙한 무언가가 걸렸다.
‘후후후. 그렇군. 애초에 그럴 필요조차 없었네.’
그는 이미 상황을 타파했다는 표정으로 웃었다.
그 웃음에 그를 둘러싼 도전자들은 더욱 흠칫했다.
“비비 양! 저쪽 분수 위에 그것이 있네!”
나영웅이 벽에 달라붙어 달리는 비비에게 외쳤다.
하지만 비비는 이미 체력이 다해서 조금씩 벽에서 미끄러지고 있었다. 속도가 빨라도 아직 체력이 안 되니 오래 유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나영웅의 말을 듣지도 못하고 탈진해서 그대로 다리를 멈췄다.
“끄에에엙...”
그대로 떨어지는 비비를 앙피가 얼른 안았다.
아, 물론 구해주는 건 아니고 바닥으로 떨어지면 다치니까 그녀를 이용한 것이다.
비비를 바닥에 깔아 무사히 착지한 앙피는 얼른 그녀를 안았다. 쿠션으로 쓴 덕에 산산조각이 났기에 일단 머리만 챙겼다.
비비의 머리를 품에 안은 앙피는 나영웅이 말한 분수로 뛰려 했다. 하지만 분수로 향하는 길엔 이미 도전자들이 잔뜩 몰려 있었다.
“드디어 내려왔다.”
“잡아!!”
그리고 그 순간.
쿠과가강-!
옆의 벽이 부서지며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뿌그르륵! 왜 이렇게 안 끝나나!”
천장에 닿을 정도의 거대한 슬라임.
1층의 보스인 그가 기다리다 지루해 튀어나왔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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