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화. "우어!"의 뜻은?
감옥이 무엇인지 아는가.
죄인을 가두는 곳이다. 그리고 그들을 관리하는 곳이지.
그렇다면 죄수와 ‘탈옥’에 대해 논의하려는 경비병들은 뭐라고 하는지 아는가.
나도 모른다. 그냥 멍청이들 아닌가?
“그래서 감옥 밖으로 나간다는 소리군요. 아무래도 규정상 그건 안 될 것 같네요.”
“공손히 부탁해도 안 돼?”
“절 곤란하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그건 아닌데..”
수줍어하는(?) 앙피 대신 아치가 총 담당자와 이야기를 나눴다.
다행히 총 담당자가 탈옥은 안 된다로 결론 내렸다. 탈옥을 계획하는 죄수를 막을 생각은 하지 않는 걸까.
한편 그를 데려온 뭉치는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당연히 허락해줄 거라 생각한 것이 대단하다.
뭉치는 총 담당자 옆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땀만 뻘뻘 흘린다. 그러다 앙피에게 미안함이 가득한 눈망울을 보낼 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
“그럼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라요.”
결국 탈옥에 관한 대단한 논의는 당연한 결과로 끝났고 총 담당자는 꾸벅 인사를 했다.
끝까지 한마디도 거들지 못한 뭉치가 조용히 속삭였다.
“죄송합니다. 주인님...”
그리고는 어깨가 축 처진 채 총 담당자의 뒤를 쫓았다.
그런데 그때. 그들이 향하던 계단 쪽에서 익숙한 울음소리가 들렸다.
“쿠에에엙!”
“...비비 님?”
성대를 찢어버릴 듯 소리 지르는 건 비비밖에 없다. 앙피는 소리가 들리는 복도 끝을 바라봤다.
계단으로 향하던 두 경비병 사이로 비비가 뛰어온다. 그 뒤 계단에는 비비와 같은 방에 갇혀 있던 죄수들이 어정쩡하게 서 있다.
이게 무슨 일인가 알기 위해 잠깐 5분 전으로 돌아가겠다.
***
비비가 갇힌 곳은 앙피의 바로 위인 지하 2층이었다.
“음! 그렇군요!”
“우어어!”
비비가 감옥의 죄수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죄수들은 그 잠깐 사이에 비비의 말을 해석하게 되었다.
그들은 비비가 자신들을 공격하지 않는 사실을 알고는 경계를 풀었다. 조금 이야기해보니 나름 귀여운 구석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앙피라는 분을 찾으러 간다는 거죠?”
“우어!”
“하지만 감옥 밖으로 나가면 안 돼요.”
“쿠엙?”
비비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녀는 이 사람들도 앙피처럼 소심한 건가 싶었다. 그래서 그녀는 말해주기로 했다.
평생 이렇게 살 거냐고. 꿈이 없냐고. 감옥에 갇혀 살면서 죄수복만 입는 건 끔찍한 고문이라고.
“우어어어.. 쿠에에엙! 크르륽... 끄어어어...”
비비는 목을 짜내며 열심히 연설을 이어갔다.
그리고 죄수들은 그녀가 뭐라는지는 정확하게 몰라도 그 마음이 느껴졌다.
“그래요... 어렴풋이 저희 중지가 무언가 이상하다고 느끼고는 있었어요...”
“맞습니다. 예의가 전부가 아닙니다. 또 중법도 너무 이상한 점이 많았습니다!”
죄수들은 비비에게 동요되었다.
중법은 이상하다. 고지식하고 오래된 관습을 고쳐야 한다.
그들의 준법정신이 점점 개방적으로 변해간다.
이는 점차 옆방으로, 그리고 지하 2층 전체로 퍼져나갔다.
“나갑시다!”
“그래요, 나가요! 나가서 마을 사람들에게도 이 사상을 전해줍시다!”
“끄어어어!”
비비가 앞장서 감방 밖으로 나오자 다른 죄수들도 잇따라 감방 밖으로 나왔다.
“갑시다!”
“으아아아아!”
“나가자!!”
그렇게 비비와 같은 방 죄수들만 제외하고는 전부 감옥을 탈옥해 마을로 뛰어갔다.
그리고 비비는 곧장 앙피의 냄새를 쫓아 지하 3층으로 내려갔다.
“우어어어어!!”
비비는 끝방의 앙피를 발견하고는 밝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는 경비병 둘을 그대로 밀쳐버리고 달려온다.
“이봐요! 복도에서 뛰는 건 불법이에요!”
“저게 바로 탈옥입니까...”
뭉치는 그 모습을 보더니 또 어디론가 달려갔다. 제발 이번엔 이상한 짓을 하지 않기를 빈다.
“크르륽!”
“비비 님...?”
“쿠에에에에엙!!”
“비비 님!”
비비가 그대로 앙피에게 달려들어 안겼다.
“으악!”
앙피는 늘 그렇듯 진저리를 떨었다.
순간 반가웠던 마음이 비비의 차가운 살점에 닿자 눈 녹듯 사그라들었다.
그래도 이젠 익숙해져서 비비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비비도 앙피의 품에 안겨 골골거렸다.
“이봐요. 탈옥은 안 하기로 결론 내렸잖아요.”
떠나려던 총 담당자가 다시 끝방으로 돌아왔다.
하긴, 본인의 눈앞으로 죄수가 뛰어갔는데 경비병으로서 막아서는 게 당연하다.
그는 팔짱을 끼고는 비비를 노려봤다. 복도를 뛴 것도 모자라 자신을 밀치고 지나가다니. 그는 비비를 흉악한 범죄자로 판단했다.
그때 제트가 앙피에게 잘 보일 기회라고 생각했는지 나서서 비비를 변호했다.
“탈옥이 아니지.”
“무슨 소리세요. 이렇게 대놓고 밖으로 나왔는데요.”
제트는 코를 파며 한가롭게 답했다.
“아니지. 지금 감방 안에 있잖니. 죄수가 감방 안에 있는 게 왜 탈옥이여?”
“...”
총 담당자는 턱을 짚고 생각에 빠졌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맞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게다가 저 정도의 흉악범은 끝방에 옮겨도 무방하니 큰 문제도 없다.
그렇다면 이상 무다.
“그렇군요. 이해했어요.”
“저... 혹시 뭐 좀 물어봐도 될까요...?”
앙피가 웬일로 용기를 내서 질문했다. 그는 혹시 독방이 어디에 있는지 물었다.
막상 비비를 만나니 카힐이 걱정되긴 하는 모양이다. 사회성은 좀 떨어져도 나름 착한 앙피다.
“음. 개인적인 질문은 금지지만 이번만 대답해드릴게요. 여기서 2층 위인 지하 1층에 있어요. 그 같이 잡혀 온 분 때문인가요?”
“네...”
“걱정 마세요. 곧 있으면 사형 집행하니까요.”
“네?”
독대지가 분명 이틀 뒤 아침에 사형이라고 했는데, 왜 갑자기 오늘 밤으로 바뀐 거지?
앙피는 왕국의 칙사가 떠올랐다. 이번에는 독대지가 날짜를 착각한 모양이다. 아니면 사형을 담당하는 누군가가 날짜를 잘못 전달했거나.
“걱정 마세요. 이젠 그분을 기억할 필요도 없어질 테니까요.”
총 담당자가 냉정하게 말했다. 지금까지의 나사 빠진 대화들 때문인지 그의 말이 더 기계적으로 느껴졌다.
“ㅈ..정확히 언젠데요? 곧이 언제예요....?”
“아. 한 3···.”
총 담당자가 말끝을 끌며 시계를 꺼내 들었다. 그는 시계를 유심히 살피며 남은 시간을 계산했다.
‘3시간 뒤인가...?’
“3분 남았네요. 아, 이제 2분 55초에요.”
카힐의 사형까지 컵라면이 익을 시간도 남지 않았다.
그녀를 구하려면 휴식이고 뭐고 어서 출발해야 한다.
앙피는 그 순간 그녀와 휴식을 저울질했다.
‘여기 잠 잘 올 것 같은데... 하지만 카힐 님은 영원히 잠들 거야...’
어쩌면 손에 피를 묻히지 않고 시야 공유 대상을 하나 줄일 기회. 하지만 짧지만 같이 여행을 다닌 정이 있는데 무참히 버리기도 마음에 걸린다.
앙피는 머리가 터질 것만 같았다.
콰과광-
펑! 쿠과과과광-!
앙피의 머리가 진짜 터지···. 진 않고 갑자기 위층에서 거대한 폭발음이 들렸다.
“ㅅ...설마 저 폭발음이 사형 집행 소리....?”
“아니요. 무슨 소리지? 밤에 이런 큰 소음은 불법인데요.”
콰과과광-!
폭발음이 계속해서 울려 퍼지며 감옥 전체가 흔들렸다. 복도와 감방의 벽이 흔들리며 벽돌이 빠진다.
“우아악! 뭐야!!”
“꺄악!”
그리고 흔들리는 복도로 누군가 뛰어온다. 해맑게 웃고 있는 뭉치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지?
“주인님! 지금입니다!”
“ㄴ...느에?”
“탈옥할 시간입니다! 역시 경비병의 일보단 주인님을 위해서 움직이겠습니다!”
뭉치는 감옥 전체에 폭발물을 설치해 터뜨렸다.
비비의 과격한 탈옥에서 영감을 받은 뭉치였다.
콰과광-!
“콰과굉장하죠!”
‘.....이젠 어쩔 수 없다.’
이젠 탈옥이고 뭐고 감옥이 무너질 위기라 나가야 한다.
그 사이 비비 방에 있던 죄수들이 지하 3층의 사람들을 동요시키고 있었다. 그들의 말을 들은 죄수들은 홀린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감방 밖으로 탈출하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우리도 나가자!”
“가자고. 앙피 군!”
아치와 제트도 이때다 싶어 감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뭐 하는 거예요! 탈옥은 금지하기로 결정했어요! 그리고 복도에서 뛰지 마세요!!”
총 담당자가 흔들리는 땅에 비틀거렸다. 그도 감옥이 무너질 걸 직감했는지 탈출해야 한다고 느꼈다.
그리고 그때 그는 목격한 것이다.
모두가 뛰쳐나가는데도 앙피라는 이 죄수는 감방 안에 가만히 앉아 있다.
“이 상황에도 자리를 지킨다고요...? 엄청난···. 엄청난 예의...!! 제가 당신의 이야기를 꼭 모두에게 알리겠습니다!”
총 담당자는 앙피에게 경의를 표하고는 서둘러 뛰어갔다.
그리고 비비와 단둘이 남겨진 앙피는 여전히 그 자리에 앉아 있다.
“...으어어···. 너무 흔들려서 어지러워.... ㄴ.. 나도 데려가 줘..”
- 작가의말
선호작과 댓글, 추천 감사합니다.
Comment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