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1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12 06:00
조회
304
추천
1
글자
16쪽

83.정미년 통신사(3)-불효자

DUMMY

고니시를 따라 빠져나왔던 오솔길들을 지나, 어릴 적 동네 아이들과 멀리까지 나와 놀았던 강과 숲들을 지나갔다. 하나에게 선물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몇 주 동안 올라갔던 뒷산의 모습도 보이기 시작했고 마을 사람들과 열심히 농사를 짓고 있는 사람들이 보였고 평화로운 나가시노 성도 시야에 나타났다. 그리고 마침내 하루가 살고 있는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하루는 삿갓을 쓰고 조용히 홀로 걸어 나갔다. 사람들은 깨끗한 새 기모노를 입고 걸어 나가고 있는 하루를 보고 최소한 어디 사무라이나 성주의 가신정도는 되는 사람인 줄 알고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비켜서 지나갔다.


자신의 집이 모습을 드러냈으나 하루는 바로 집으로 들어가 어머니를 뵙지 않았다. 아직 17년만에 부모님을 다시 만난다는 것에 대한 마음이 준비가 다 끝나지 않았기에 뒷산으로 올라가서 숨을 가다듬었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잘 살아계시겠지? 혹시 돌아가시진 않았겠지? 지난 17년 동안 부모님께 너무나도 큰 죄를 지었기에...차마 고개를 들지 못 하겠는걸...」


하루는 해가 기울어질 때까지 계속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 망설였다. 부모님의 건강과 생존 여부도 모르는 상황이었고 제일 중요한 것은 하루가 생각하기에 부모님께서 자신의 대죄를 절대로 용서해주시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루는 끝내 결심을 했는지 확신에 가득 찬 표정을 지었고 가득한 자신의 짐 꾸러미 속에서 조선에서부터 입고 왔던 옷으로 가지런히 갈아입었다.


「여기까지 와서 별걸 다 걱정하고 있어! 잘못했으면 사과드릴 수 있을 때 사과를 들여야지! 그리고 꼭 훌륭한 무사가 돼서 돌아오겠다고 말씀드렸잖아? 비록 훌륭한 무사는 못되었지만 조선에서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조선에서 잘 정착해서 인정받고 있다고! 부모님께 보여드려야해!」


하루는 조선복장으로 갈아입은 다음에 살포시 산을 내려왔다. 집으로 돌아가고 있던 농민들이 이국적인 복장을 하고 있던 하루를 신기하게 쳐다보았으나 삿갓을 꾹 눌러쓰고 있어서 마을 어르신 중 누구도 그가 하루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여보! 저 돌아왔어요.」

「수고하셨어요. 오늘도 밭일 하시느라 힘드셨죠?」


하루는 집 안으로 들어가는 아버지의 모습과 집안에서 들려오는 어머니의 목소리를 듣고 두 분 모두 자신이 일본을 떠나 있던 동안에 무사히 지내고 계셨음을 확신했다. 하루는 크게 한 숨을 쉰 다음에 17년 만에 자신의 집으로 들어갔다.


똑똑똑

하루가 문을 두드렸고 안에서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문이 조용히 열렸다.


「예! 안녕하세요! 근데 복장도 이상하고? 누구신데 저녁밥 먹을 시간에 찾아오신 거죠?」

「어머니. 아버지. 못난 아들 돌아왔습니다.」

「네? 제 아들은 아마 죽었을 텐데?」


하루는 쓰고 있던 삿갓을 살그머니 벗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드럽게 떠서 앞에 있는 어머니와 앉아계신 아버지의 모습을 따뜻하게 바라보았다. 부모님의 얼굴에는 집을 떠났을 때보다 이마와 눈가, 입가 할 것 없이 주름이 가득해졌고 머리는 절반이 넘게 흰색으로 물들어계셨다.


하루의 어머니인 유키와 아버지 카와는 흰머리가 나기 시작했고 팔자주름이 희미하게 생기기 시작한 아들의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당황한 아버지는 눈을 꾹 감았다 뜨기를 반복했고 어머니 역시 하루의 바로 앞에서 눈을 연신 비벼보았다. 하지만 아들의 형체는 사라지지 않았고 아들이 살아서 돌아왔음을 확신했다.


하루와 부모님은 서로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서로의 두 눈을 바라보면서 멈추지 않는 눈물을 주룩주룩 흘렸다. 눈물을 흘리고 소매로 닫기를 수십 차례를 반복했다. 너무 감격에 차서 입가에는 미소가 한가득 했고 눈에서는 눈물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그래, 우리 하루! 잘 돌아왔다!」

「어딜 갔다가 이제야 돌아오니? 자 일단 밥부터 먹자.」


어머니 유키는 뒤적뒤적 밥그릇과 국그릇을 찾아보았다. 낡았지만 그렇다고 너무 닳아버려 있지 않는 하루의 밥그릇과 국그릇이 나왔다.


「작년까지만 해도 엄마가 아들 언제가 꼭 돌아올 거라 믿고 매일 하루가 쓰던 그릇들을 눈물로 닦아냈었단다.」


어미니는 따뜻한 밥과 국을 직접 떠서 밥상을 차려주셨다. 어머니와 아버지는 식기 전에 빨리 밥을 먹으라고 겨우 밥 한 젓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그 다음에는 국 한 모금을 마셨다. 그리고 나물반찬들을 한 입을 입에 넣고 먹었다. 어릴 적에 먹었던 그 정겨운 맛과 거의 비슷했다. 조금 짜고 단맛이 강해지긴 했지만 말이다. 오랜만에 먹는 집 밥은 마루네 어머니가 만들어주신 강된장을 처음 먹어봤을 때보다 열 갑절은 더 맛있게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나서 간단한 안부대화가 오고간 다음 복장을 가지런히 하고 일어났다.


「아니? 뭘 하려고 그러는 거야?」

「먼 길 찾아오느라 고생했을 텐데 편하게 앉아 있어.」

「아닙니다. 아버지 어머니께 조선의 방식으로 극진히 사과를 드리려고 합니다. 죄송합니다.」


곧게 서서 두 손을 가지런히 포개 모은 다음 천천히 양 무릎을 꿇고 부모님께 고개를 숙여 절을 올렸다. 한동안 고개를 들지 못하고 바닥에 엎드려 머리를 바닥에 꼭 붙였다. 일본의 도게자와는 다른 조선의 예절을 갖춘 큰절로써 부모님께 사과와 큰 절을 올려드렸다. 너무나도 죄송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었고 어머니와 아버지는 번갈아가며 등을 쓰다듬어 주시고 나서야 겨우 몸을 추스르고 일어날 수 있었다. 큰절을 올리고 부모님의 눈가를 보니 역시 굵은 눈물들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서로의 눈물을 닦아준 다음에 지난 17년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하나씩 이야기해드렸다.


「그래, 어쩌다가 조선에 건너가게 된 거니?」

「제가 따르던 고니시가 15년 전 임진년 전쟁의 선봉대장이었습니다. 저는 고니시를 따르던 무사로서 조선정벌에 앞장서게 되었습니다.」

「그랬었구나. 그런데 어떻게 조선인이 된 거니?」

「조선과 일본사이의 전선이 침체되자 병사들은 전의를 잃었고 병들어 죽는 자들이나 굶주려 고통 받는 자들이 넘쳐났습니다. 그래서 저는 두 명의 다른 친구들과 함께 평양성, 고니시의 군영을 탈출하고 조선으로 귀화했습니다. 이후 일본병사들이 후퇴한 다음에 다시 평양성으로 돌아와 정착해서 살고 있죠.」

「그럼 조선에 귀화했을 때는 차별당하거나 그런 거 없었니?」

「없을 리가 없죠. 처음에는 차별도 많이 당하고 부당한 일들도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조선의 서민들은 제 진심된 마음을 받아줬고 저를 가족으로 따뜻하게 맞이해줬어요. 조선인 친구도 생겼고요.」


셀 수 없이 많은 과거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다.


「혹시 조선에 귀화한 다음에도 전투에 참여하거나 군사적인 일을 한 적이 있니?」

「예, 제가 철포를 잘 다루기에 평양성의 군영에서 철포다루는 법을 가르쳤어요, 조선으로 귀화한 사야가 대장으로부터 화약 만드는 법을 배워서 화약을 공급하기도 했고 물품을 나르기도 했습니다. 물론 2번 전투에 참여한 적도 있고요. 한 번은 조선의 새 가족들을 노예에서 평민으로 신분상승을 위해서 전투에 참여했고 다른 한 번은 울산의 왜성전투에 참여했습니다.」

「어이쿠. 그래도 다행히 잘 살아남아서 이렇게 우리 집으로 돌아왔다니 참으로 기특하다. 기특해!」

「그 뒤로 조선인 친구, 그리고 함께 귀화한 2명의 일본인 친구는 현재 아들, 딸들을 낳고 잘 지내고 있습니다. 전쟁이 끝나니 군영에서 자주 부르지 않았고 조선의 일반 백성들과 마찬가지로 농사를 주로 지으면서 생활했어요. 그러던 중 사야가 장군이 우연히 저를 임금께 통신사의 임시통역관으로 추천해 주셔서 이렇게 찾아올 수 있게 된 거죠.」


조선과 일본사이의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조선에 귀화해서 살고 있는 이야기들을 차례대로 들려드린 다음 조선에서부터 귀하게 챙겨가지고 온 선물꾸러미를 풀어서 하나씩 아버지와 어머니께 전달해드렸다.


「아이고! 이게 다 뭐야?」

「아들이 늦게나마 성공해서 돌아와서 부모님께 드리는 선물입니다.」

「이것 좀 봐요 하루엄마! 우리아들이 비단 옷을 다 사가지고 왔어!」

「어머나 세상에 색깔 좀 봐! 정말 아름답다! 조선 사람들이 입는 옷이니?」

「예, 조선 복장이에요.」

「이야, 내일 아주 우리 아들이 멋지게 성공해서 돌아왔다고 이 비단 옷 입고 동네를 돌아다니자고 여보!」

「그거, 좋지요! 하루야 너도 오늘 입고 온 복장대로 내일 동네 한 바퀴 소리치며 돌아다니는 거다?」


계속해서 선물꾸러미에서 선물을 꺼내 또 다른 선물들은 건네주었다.


「이건 아버지께 드리는 조선 합죽선입니다. 원래 같이 따라오던 조선 사신 중 한 분께서 오랜만에 만나는 아버지께 드리라고 제게 주셨습니다.」

「이야. 조선 부채인데 굉장히 촘촘하고 부챗살이 단단하고 두툼한 것이 일본부채보다 훨씬 좋구나! 새겨져 있는 그림과 금은박들도 화려하고! 허허, 살살 부치는데도 정말 시원하네! 그 분께 돌아가거든 좋은 부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 전해드려라.」

「그리고 이건 조선과 교토에서 산 어머니 장신구들이에요. 제가 끼워드릴게요.」

「아이고! 이 많은 옥과 보석들을 다 어디서 났어? 내 머리카락이랑 팔에 다 끼우지도 못하겠다.」


직접 어머니의 머리에 장신구를 하나씩 꽂아드렸고 손목에 팔지를 두개 손가락에 반지 하나를 끼워드렸다. 그리고 남아있던 선물을 전해드렸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건 조선의 홍삼입니다. 예로부터 고려인삼이 세상에서 제일 유명한 약재잖아요? 그 고려인삼을 잘 쪄서 건조시킨 것이 이 홍삼이에요. 제가 이 홍삼을 이렇게 잔뜩 사가지고 온 이유는 못난 아들을 기다리시느라 몸 고생, 마음고생 다하셨을 부모님을 생각해서 이렇게 사가지고 온 것입니다.」

「세상에 이 귀한 약재를 이 나무상자에 한가득 가지고 왔단 말이냐?」

「그리고 이건 적은 양이지만 부모님 생활하시는데 도움이 되도록 은자 일곱 냥을 드릴게요. 필요하신 것들 사시고 잡수고 싶으신 것들 드시면서 노후를 즐기시길...」


작은 나무상자에 넘치도록 홍삼을 담아서 조선에서부터 가지고 왔다. 돈은 최소한의 여행경비만을 남겨둔 채 지난 날 사신 나리가 주신 은자 다섯 냥에 두 냥을 더 보태서 부모님께 내밀어 드렸다.


더 이상 선물로 자신의 잘못을 숨기려고 하는 것 같은 감정이 들어서 그리고 이따위 선물로 밖에 지난 잃어버린 17년을 보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너무 원통해서 목에서 더 이상 소리가 나오지 못했다. 하지만 선물을 받아들은 어머니와 아버지는 무척이나 기쁘게 소리치며 자랑스러운 아들이라 계속 칭찬하셨다. 기쁘셔서 그런 것인지 슬프셔서 그런 것인지 모르는 표정, 눈물과 웃음이 뒤섞인 얼굴과 목소리로 말이다.


「장하다. 너무 장해! 자식 농사 최고로 잘 지었다!」

「멋지다 우리아들! 최고다 우리아들!」

「아빠는 지금당장 죽어도 여한이 없다! 아들이 다른 나라에 가서도 이렇게 성공하고 잘 지내고 있다는데 무슨 걱정이 더 있겠어! 장하다! 장해!」

「엄마도 너무 고마운 거 있지? 앞으로 동네에서 아들자랑하면서 남은 인생 보낼 수 있겠네? 아~ 너무 좋다!」


밤새 잠을 설치면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고 부모님과의 17년만의 재회를 너무나도 기쁘고 평온하게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리고 다음날 하루의 부모님은 조선식 복장을 하며 동네를 돌아다녔다. 그리고 나름 멋있는 모습으로 귀환한 아들이 모습을 한껏 자랑했다.


「자자!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들! 우리 하루가 돌아왔어요! 보세요! 저희들에게 이렇게 멋있는 조선의 비단옷들도 선물해 주었고요!」

「자 보세요! 이건 하루가 저한테 선물해준 장신구들이라고요! 어 때요! 너무 예쁘죠? 집에 이거 말고도 하루가 가지고 온 선물들이 더 많이 있다고요!」

「맙소사! 이게 누구야! 하루잖아? 그럼 어제 이국적인 복장을 하고 마을을 돌아다녔던 사람이 바로 하루 너였어?」

「예, 부모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정체를 숨기고 집에 먼저 들어갔습니다.」

「이야! 짜식! 어딜 싸돌아다니다 이제야 나가시노로 돌아온거야! 네 아버지 혼자서 밭일 하시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어허, 이 사람이 그래도 너무 그렇게 혼내지는 마! 그래도 어떻게 조선에서 출세했나보다? 일본의 볼품없는 하급무사들 보다 훨씬 좋아 보이는데?」


하루는 마을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이전에 있었던 마을 주민들과 또래들에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교토에서 구입한 작은 선물들을 하나씩 나눠주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하루가 성공해서 17년 만에 돌아온 것에 놀라워했고 부모님은 이러한 하루를 여기저기서 자랑했다.


그렇게 온 동네를 돌아다니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지막으로 옆집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러갔다.


「옆집 아주머니! 이것 좀 보세요! 우리 하루가 돌아왔습니다.」

「뭐? 하루? 정말 하루가 맞니?」

「예, 맞습니다. 아주머니 잘 지내셨나요? 하나는요?」

「하나같은 소리하고 있네. 너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하나 때문에 시집가는데 얼마나 애 먹었는지 알아! 애 아빠랑 같이 겨우겨우 설득해서 나고야에 있는 한 가신 밑으로 시집갔다.」


하루는 하나가 이미 시집을 갔다는 사실을 듣고 갑자기 표정이 어두워졌다.


「예? 시집을 갔다고요? 나고야로요?」

「그래! 벌써 시집 간지 오 년이 넘었어! 측실부인이 된다고 무척이나 좋아했는데 애가 결혼한 나리한테 미움을 샀나, 나고야에서의 화려한 생활은커녕 딸 얼굴도 못보고 있다고!」

「아...」

「뭐, 그래도 성공해서 돌아온 것은 진심으로 축하하마. 한 칠년 정도만 일찍 돌아오지 그랬냐? 그랬으면 난 외동딸을 잃지 않고 행복하게 살았을 텐데...아무튼 돌아가 보거라.」


하루는 충격을 먹고 집으로 들어왔다. 그 충격에 잠시 멍을 때렸으나 하나가 시집을 갔다는 것은 자신이 헛된 야망을 쫓다가 일이 잘못된 것이니 하루 자신의 잘못도 컸다. 어제와 달리 오늘은 하나에 대한 걱정과 미안함으로 잠을 못 이뤘다.」


「미안해...하나야...」


그 뒤로도 하루는 나가시노에 도착해서 보름동안 고향의 집에서 머물렀다. 늙은 아버지를 대신해서 밭일도 도와드렸고 늙은 어머니를 위해서 빨래도 대신 해드렸다. 그리고 저녁에는 일본의 미소된장을 이용해서 마루네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는 것처럼 강된장을 한 번 만들어 식사를 대접해드렸다. 조선의 강된장만큼 맛있지는 않았지만 나름 야채와 된장이 조화가 잘 어우러졌기에 늙어서 입맛이 떨어진 부모님도 밥을 세 그릇이나 드셨다.


그리고 또 다시 떠나야 될 순간이 찾아왔다.


「어머니, 아버지. 정말로 같이 조선에 돌아가시지 않을 건가요?」

「에이, 한 나라의 일을 하러온 아들이랑 국가와 국가 사이의 의례인 사신단에 껴서 어떻게 가니? 우리는 사신의 쇄환목적인 포로가 된 조선인들도 아니고 말이야. 게다가 요즘 무릎이 너무 아파서 우리는 수만리의 여정을 못가요. 가더라도 지쳐서 낙오될게 뻔해.」

「아들! 하루야! 엄마랑 아빠는 이미 성공한 너를 다시 만났다는 것만으로도 정말 기쁘고 이제 죽어도 여한이 없어요. 가서 남은 여정에 대한 일도 성공적으로 마치고 조선으로 잘 돌아가거라.」

「아버지, 어머니...」


하루는 부모님께 진한 포옹과 뽀뽀를 한 다음에 먼저 에도로 향한 조선통신사를 따라잡기 위한 길을 나섰다.


부모님은 아들을 다시 보지 못한다는 생각에 눈시울이 붉어졌다. 하루는 계속해서 고개를 뒤로 돌려 인사를 드렸다. 그리고 이제 아버지와 어머니의 모습이 손바닥만 하게 보일 쯤 하루는 부모님께 조선식 큰절을 올리며 소리쳤다.


「아버지! 어머니! 하나뿐인 아들을 이렇게 훌륭하게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만수무강 하십쇼!」


하루는 정중하게 큰절을 올렸다. 또 다시 헤어져야만 된다는 생각에 끓어오르는 슬픔을 꾹 참으면서...


작가의말

부모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6 86.정미년 통신사(6)-조선귀국 18.09.15 311 1 13쪽
85 85.정미년 통신사(5)-나쁜남자 18.09.14 318 1 14쪽
84 84.정미년 통신사(4)-공식일정 18.09.13 315 1 12쪽
» 83.정미년 통신사(3)-불효자 18.09.12 305 1 16쪽
82 82.정미년 통신사(2)-스쳐지나감 18.09.11 293 1 12쪽
81 81.정미년 통신사(1)-험난한 여정 18.09.10 303 1 12쪽
80 80.국교회복과 뜻밖의 기회 18.09.09 356 1 15쪽
79 79.북쪽의 세력다툼 18.09.08 335 1 11쪽
78 78.쇼군이 된 이에야스 세자를 막는 선조 18.09.07 325 1 13쪽
77 77.마테오 리치와 게으른 황제 18.09.06 346 1 13쪽
76 76.나라의 배신 18.09.05 368 2 13쪽
75 75.세키가하라 전투 18.09.04 370 1 12쪽
74 74.북쪽의 새로운 강자 18.09.03 351 1 12쪽
73 73.흉흉한 소문(2) 18.09.02 374 1 13쪽
72 72.되찾은 평화와 아기 18.09.01 388 1 12쪽
71 71.전후처리 18.08.31 374 1 12쪽
70 70.마지막 해전 18.08.29 385 1 12쪽
69 69.헛 된 꿈이었다. 18.08.26 421 1 12쪽
68 68. 병사에 대한 대우 18.08.24 380 1 12쪽
67 67.의미 없는 전투 18.08.22 402 1 12쪽
66 66.나라를 위해서라면 18.08.19 416 1 11쪽
65 65.전쟁의 광기 18.08.07 429 1 12쪽
64 64.필사즉생 18.08.05 425 1 15쪽
63 63.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2) 18.08.04 413 2 11쪽
62 62.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1) 18.08.03 434 1 12쪽
61 61.재입대 18.08.02 457 1 12쪽
60 60.칠천량해전 18.07.31 440 1 14쪽
59 59.백의종군 18.07.29 424 1 12쪽
58 58.전쟁은 끝날 것인가?(2) 18.07.28 412 1 13쪽
57 57.전쟁은 끝날 것인가?(1) 18.07.27 427 2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