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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96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8.31 11:20
조회
374
추천
1
글자
12쪽

71.전후처리

DUMMY

[1598년 일본과의 7년 전쟁이 끝이 난 뒤 조정의 북인들은 명나라 경략 정응택과 관련된 사건에 대한 유성룡의 행동에 책임을 물어 탄핵을 요구했고 서애 유성룡은 끝내 파직을 당하고 만다.]


종전의 기쁨과 동시에 이순신의 전사소식은 전국으로 퍼져나갔고 그를 존경했던 수많은 병사들과 백성들이 큰 슬픔에 잠겼다. 명나라 장수 진린은 이순신을 경애하며 눈물흘려 추모했고 주변의 많은 병사들과 백성들이 눈물을 흘리며 이순신을 떠나보냈다.


“장군님이 돌아가셨다니... 그것도 하필이면 마지막 전투에서...”

「믿을 수가 없어. 어떻게 그 분께서 전사하셨다니.」

「아마도 우리에게 약속하신 것을 지키기 위해서 치열하게 싸우셨을 거야.」

“그러네, 우리가 살 수 있는 아니 이 나라 백성들이 지낼 수 있는 평화를 되찾아 주시고 가셨네...”


하루와 친구들은 잠깐 동안 만나봤던 이순신장군이었지만 장군의 죽음을 전해듣고서는 그에 대한 아쉬움과 슬픔에 한동안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이 사실은 조정에도 전달이 되었다. 전쟁이 끝나다는 사실에 여러 대신들은 기뻐하였고 몇몇 관리들은 끝까지 바다에서 싸우다 전사한 이순신을 크게 칭송했다.


하지만 여러 신하들 사이에서 가장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는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유성룡이었다. 유성룡은 궐에서 필요한 일들만 끝마친 다음 일찍이 퇴청을 했다. 서둘러 집으로 들어온 유성룡은 낮 동안 참고 있었던 눈물을 모두 쏟아내기 시작했다.


“여해! 결국에는 이렇게 먼저 가버린 것인가? 여해!”


유성룡은 이순신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탁상위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어댔다. 어릴 적부터 같은 동네에서 서로 알고지냈던 유성룡과 이순신. 이 둘은 서로가 늘 붙어다녔고 과거시험을 볼 때 서로 격려하며 사이좋게 문과와 무과에 합격했다. 유성룡과 이순신의 관직생활은 평탄하지만은 않았는데 늘 일이생기면 서로 만나 위로하며 위기를 극복했다. 그러던 중 전란이 발생하게 되었고 이 전란을 막기 위해서 유성룡과 이순신은 각각 문신과 무신의 최고의 자리에 올라서서 뛰어난 통솔력으로 백성들과 병사들을 움직여 지혜롭고 공의롭게 전란을 극복했다. 이 둘은 전란 중에도 서로 힘든 상황을 공유하며 국가의 위기를 해결해 나갔다.


가장 소중한 친구이자 함께 일했던 동료였고 전란 중에 서로에게 의지하며 왜적들과 싸워나간 전우였던 이순신이 왜란 마지막 전투에서 전사를 했다는 사실을 유성룡은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달이 중천에 뜰 때까지 끼지도 거른 채 울고 있는 유성룡을 어찌할 수 없었던 유성룡의 노비는 어쩔 줄 몰라 밖에서 숨죽이고 빨리 대감께서 상황을 극복하기만을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한 손님이 찾아왔다.


“이리오너라! 여기 아무도 없더냐?”

“아이고 이게 누구 십니까요? 이산해 대감 아닙니까? 오랜만입니다요!”

“그래, 영상대감께서는 안에 계시더냐?”

“예, 그런데 이... 대감께서 심적으로 그렇게 좋은 상황이 아니셔서...”


이산해는 마당을 한 바퀴 둘러본 다음에 노비에게 말을 꺼냈다.


“흠... 그래도 긴히 전할 말이 있어서 왔네. 내가 꼭 할 말이 있어서 왔다고 알려주게.”

“예, 그래도 이 바쁘신데 찾아오셨으니.. 말씀을 여쭙고 오겠습니다.”


노비는 유성룡에게 이산해가 찾아왔다는 소식을 전해주었다. 유성룡은 이 말을 듣고 좀 놀라서 당황했고 눈물을 멈출 시간이 필요하니 잠시 뒤에 이산해를 들이도록 하라고 말했다.


“주인님께서 잠시 뒤에 들어오라고 하십니다.”

“허허, 알겠네. 그럼 여기서 잠시 기다리고 있겠네.”


이산해는 유성룡의 집 마당을 천천히 몇 바퀴 걸었다. 잠시 뒤 유성룡은 문을 열었고 이산해를 반갑게 방안으로 맞이했다.


“대감께서 제 집을 이렇게 직접 방문해 주시는 것이 정말 오랜만인 것 같습니다.”

“그렇지요. 제가 복직하고 나서 유대감과 사이가 좀 멀어졌으니 말입니다.”

“해서, 긴히 전하실 말씀이 있다고 하셨는데 무슨 일인지 들려주시죠.”

“하하, 그것이 말하자면 좀 곤란한데.”


이산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북인들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유성룡에게 전했다.


“그것이 북인 신하들이 작정을 하고 주상전하께 영상대감을 탄핵해야 된다는 상소들을 올렸네.”

“그렇습니까?”

“이전에 무술변무가 있지 않았는가? 그 일을 핑계로 자네를 해임하려고 하는 것일세.”

“그렇군요.”


무술변무 그것은 1598년 1차 울산왜성 전투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지만 경리 양호가 명나라 황제에게 대승을 거둔 것처럼 거짓보고를 해서 생긴 사건이다. 명 황제는 양호를 파직하고 심히 죄를 꾸짖었다. 이 때 선조는 조선을 위해 싸워준 양호를 변호하려고 했으나 오히려 이를 통해 명나라 조정과 조선 조정 사이에 마찰이 생기게 된 일이다.


“그런데 영상께서는 어찌 이 소식을 듣고 나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십니까?”

“저도 당연히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습니다. 이 전란의 책임을 물고 죄를 떠안아야 될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요.”

“그래서 말이오?”

“그렇습니다. 이 조정이 다시 백성들에게 빠른 신임을 얻고 순탄하게 돌아가려면 임금에게 전란의 흉터가 많아선 아니 되지요.”

“그러면 설마?”


이산해는 뭔가 좋지 않은 결정을 한 것임을 예감하고 일그러진 표정으로 유성룡을 바라보았다.


“맞습니다. 제가 죄를 떠안고 파직해야겠지요. 어찌 보면 잘된 일입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이 전란 극복의 일등공신이 영상대감인데 저항한번 하시지 않고 스스로 죄를 떠안고 파직당하시겠단 겁니까?”

“네, 이순신이 병사들보다 앞서 싸우다 전사했듯 저도 앞서 전란의 책임을 지고 떠나려고 합니다.”


이산해는 유성룡이 이미 마음을 굳히고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워했다.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이산해를 향해 유성룡이 입을 열었다.


“이대감께서는 북인의 영수이신데 이렇게 직접 와서 북인들의 공모사항을 제게 전해주시다니 저야말로 이런 수고를 해주신 대감께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아무리 지금은 정적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그간 수십 년 간 함께 대궐에서 논쟁도하고 도움도 주며 일을 했던 사이 아닌가요. 그냥 뭐, 저는 최소한의 인륜은 지키려고 온 것입니다.”


유성룡과 이산해는 이런저런 심심한 이야기들을 나눈 다음에 서로 인사를 나누고 떠났다. 밖에 나와 돌아가는 이산해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유성룡은 함께 나라를 이끌어온 동료신하인데 당쟁과 정치적 분위기 때문에 곧 이별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날 조정에서는 이순신의 전사소식이 들려 온지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유성룡의 탄핵과 관련된 일로 시끌시끌했다.


“전하! 유성룡을 빨리 탄핵해야 하옵니다.”

“그러하옵니다. 지난 무술변무 때 전하의 그 간곡한 부탁에도 불구하고 유성룡은 변무사로 명에 나아가지 않아 명과 우리 조정사이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습니다!”

“맞습니다. 때문에 양호를 변호하던 전하의 상황도 안 좋아졌고 명 관료 정응태가 조선이 왜와 더불어 명을 치려는 것이 사실이 아니냐는 의심까지 퍼져서 명나라와의 상황이 심히 불쾌해졌었습니다.”

“해서, 과인이 어찌했으면 좋겠습니까?”

“지금 당장 유성룡을 파직하시옵소서!”


북인들은 하나같이 입을 모아서 유성룡의 죄를 물어 그를 파직하라고 소리쳤다. 선조역시 유성룡의 파직에 대해서 고민을 적지 않게 했지만 분위기 상 그를 파직하는 것이 무너진 임금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하였기에 주저하지는 않았다.


“영상께서는 이에 대해서 뭐라 변론하실 게 없소?”

“없사옵니다. 전하.”

“그 말이 사실이오?”


분명 누가 봐도 부당한 상황임이 틀림없는데 변론할 것이 하나 없다고 말하자 선조와 조정대신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유성룡을 바라보았다.


“아니 오히려 그것을 제하고도 다른 죄들이 있습니다.”

“다른 죄들이라니? 그게 무엇이오?”

“소신은 왜란 중에 영의정과 더불어 도체찰사라는 관직을 부여받아 하삼도 지역을 비롯해서 조선팔도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전란극복을 위해 일했습니다. 헌데 이 과정 속에서 신이 지은 죄들이 있사옵니다. 전하와 저하가 이끄시는 정조와 분조사이의 마찰을 일으킨 적도 있었고 조선 백성과 병사들을 대변하려다 명나라 장수들을 분노케 만들었던 적도 있으며 전란극복을 위한 급진적인 개혁제도들의 도입으로 선비와 농민, 양반과 천민사이의 신분제도에 적지 않은 요동을 일으켰사옵니다. 이런 못난 제 죄를 물어 신을 파직시켜주시옵소서.”


순간 궐 안이 조용해졌다. 몇몇 대신들은 부끄러움에 헛기침을 내뱉거나 고개를 돌려 다른 곳을 바라보았다.


유성룡이 말한 것은 모두 자신이 잘못이 있는 것처럼 말했으나 실은 그렇지 않은 내용들이기 때문이다. 누구보다 조선팔도를 뛰어다니며 애를 썼고 정조와 분조사이를 오가며 성실히 일을 처리했으며 백성들의 입장을 명나라 장수들에게 잘 대변했고 양반과 지주들의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그가 주장하고 도입한 새로운 제도들은 전란극복에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잠깐이 정적이 흐른 다음 선조가 입을 열었다.


“해서, 여러 대신들은 이 일을 어찌 처리했으면 좋겠소?”

“전하, 본인도 자신의 과오를 인정했사오니 파직으로 이 일을 마무리 지으십쇼.”

“그렇사옵니다. 파직으로만 죄를 물으면 된다고 판단되옵니다.”


대신들이 유성룡을 파직한다는 의견에 뜻을 모았고 선조는 이 뜻을 받아들였다.


“과인은 지금 이 시간부터 영의정 유성룡의 관직을 박탈하고 그가 맡고 있던 도체찰사의 직분역시 해제하려 한다.”

“전하 망극하옵니다.”


소란스러워 질줄 알았던 유성룡의 파직은 유성룡 스스로 죄를 주고 받음으로 인해 순탄하게 끝이났다. 유성룡은 마지막으로 임금에게 인사를 올리러 홀로 임금을 찾아뵈었다.


“전하, 유성룡이옵니다.”

“들라하라.”


유성룡은 가지런한 복장과 가벼운 표정으로 들어와 선조에게 인사를 올렸다.


“전하, 저는 이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안동으로 내려가려 하옵니다.”

“그래, 내 자네의 뜻을 존중하겠습니다.”

“전하, 다시는 신을 궁으로 부르지 마시옵소서. 이 사람은 초야에 묻혀서 글과 책을 쓰는데 전념하려고 하옵니다.”

“그래도...흐음...알겠습니다.”

“그간 이 사람 전하를 모실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습니다. 앞으로 전하와 이 나라 조정이 형통한 일들만 있기를 기원하며 저는 이만 물러나보겠사옵니다. 그럼 만수무강하시옵소서.”

“후우우, 그래 그대도 건강하게 잘 지내도록 하시오.”


유성룡은 임금께 큰 절을 올린다음에 퇴청을 하였다. 이제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궁궐 그는 모든 무거웠던 짐들을 내려놓고 조정에서 영원한 퇴청을 하였다.



며칠 뒤


“대감 내려갈 준비를 모두 마쳤습니다. 바로 출발할까요?”

“그래, 물 한잔만 마시고 바로 떠나도록 하자꾸나.”


유성룡은 안동으로 내려갈 준비를 모두 끝마쳤다. 그는 마지막으로 한양 우물물을 떠 마신다음에 자신의 노비들과 몇몇 짐꾼들과 함께 이동하기 시작했다.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요.”

“그래 말해 보거라.”

“대감께서는 안동에 내려가시면 이 책을 쓰실 거라 하셨는데... 이 어떤 책을 쓰실 겁니까요?”

“흐하하, 아주 좋은 질문이구나.”


유성룡은 가볍게 웃은 다음에 이 질문에 답을 냈다.


“이 끔찍했던 전쟁에 대한 이야기를 상세하게 집필할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신하들이 전쟁이 참혹함에 대해 몸소 느끼고 다시는 이러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도록 경계할 수 있도록 말이다.”

“아! 그거 아주 좋은 책입니다요!”

“그렇지? 어렵게 되찾은 이 평화를 오랫동안 지켜낼 수 있도록 책을 쓰는 것이 목적이란다.”


유성룡은 평화가 찾아온 땅을 걸어가면서 이 조선 땅위에서 있었던 가장 끔찍했던 과거를 생각했다. 그리고 이 수많은 피로 지켜낸 이 땅을 후손들이 평화롭게 유지하길 원하는 마음으로 그 참혹한 과거를 하나하나 정리해나갔다.


훗날 유성룡은 이러한 사건들을 정리해서 [지난 잘못을 징계하여 근심이 없도록 삼간다.] 라는 의미로 쓴 ‘징비록’을 완성시켰다.


작가의말

서애 유성룡도 초야로 물러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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