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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63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02 09:14
조회
374
추천
1
글자
13쪽

73.흉흉한 소문(2)

DUMMY

나라 밖에서 오랫동안 있었던 전쟁이 끝이 나자 일본 열도 내에서도 이런저런 소문들이 퍼져나갔다. 나라 밖에서는 엄청난 소란이 있었지만 일본 내부에서는 그 기간 동안 무척이나 고요한 편이었기 때문에 밖에서 들어온 이야기와 영주들의 이야기는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그 이야기 들었어?」

「무슨 이야기?」

「조선으로 출정했던 일본병사들이 모두 본국으로 철수를 했다고 하던데?」

「그래? 그럼 우리가 이긴 거야? 아니면 진거야?」

「음... 그건 잘 모르겠어. 아마 좋은 소식이 아니니까 그 이상 자세히 알려진 내용이 없겠지?」


나가시노 성에서는 올해 농사를 지을 준비를 시작하고 있었다. 모두들 히데요시에 의해서 할당받게 된 자신의 땅에서 서로 논밭을 일구며 과거가 되어버린 지난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나저나 천하를 손에 쥐신 거 같던 태합전하께서도 돌아가시고 이제 누가 우리 열도에 중심에 서게 될까?」

「그러게. 태합전하가 계셨을 때가 그나마 전쟁도 일어나지 않고 정말 평화로웠는데.」

「맞아! 농민들에게 이렇게 땅을 분배해서 직접 농사짓고 세금을 내는 방식도 태합전하의 주도 아래에서 실행되었지 아마?」

「응! 또! 도적 녀석들이 들고 있던 칼과 총들을 모조리 가져가서 이제 밤늦게 산을 넘어야 될 일이 생겨도 하나도 무섭지 않다고!」


논과 밭을 일구면서 히데요시의 업적이 일반 농민들에게 불러온 일들을 따져보며 나가시노 성의 농민들은 조선정벌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눈을 감아버린 히데요시의 내정정책에 그를 동경하고 있었다.


「앞으로 새 천하의 주인은 분명 도쿠가와 이에야스님이 되시겠지?」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도쿠가와 가문이 도요토미 가문을 공격할 수 있겠어?」

「이 사람이? 조선이랑 전쟁을 하려고 돈과 병력을 굴리는 동안 이에야스님이 태합전하를 직접적으로 도와주는 얘기는 내 들은 적이 없다! 겉으로만 태합전하의 가신인 척 한 거지 지난 평화로운 기간 동안 분명 도요토미 가문을 꺾고자 힘을 쌓고 계셨을 거라고!」

「흠... 그 말을 듣고 보니 그럴 거 같기도 하다?」

「게다가. 지나가는 나리들이 태합전하가 만들어 놓은 법을 어기고 영주들끼리의 결혼을 다시 시작했다나 뭐라나? 그래서 지금 도쿠가와 이에야스와 태합전하의 가신들 사이가 점점 틀어지고 있다네?」

「아이고! 이러다가 정말로 다시 어딘가에서 큰 전쟁이 터지는 거 아닌 가?」

「그러게 말이야. 제발 나가시노 성의 영주는 현명한 판단을 하셔서 농민들 피눈물 나게 안하셨으면 좋겠는데 말이야.」


그렇게 논밭을 갈다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었고 사람들은 돌아가면서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러고 보니 조선전쟁이 끝났다고 철수했다는 소문이 난지 반년가까이 지났는데 카와 자네 아들소식은 뭐 들려온 것이 없나?」

「예? 제 아들 하루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 그 집나간 놈 분명 고니시님의 무사로 들어갔잖아? 그 고니시님도 살아남은 병사들과 함께 돌아왔다는데 그 아들놈이 편지 서신 한통 보내지 않았나, 그 얘기이지.」

「아...그런 서신을 받아본 적이 없네요...」

「그러면 아들이 살아있다는 소식이라도 못 들었나?」

「그것도...」


하루의 아버지 카와는 집을 나선지 십년이 지난 아들에 대해서 단 한 마디의 소식도 전해들은 적이 없었다. 카와의 표정은 갑자기 확 굳어버렸고 같이 일을 하고 돌아오던 농민들은 서둘러 위로의 말을 전했다.


「아이고 내가 못할 말을 했네. 아들이 전쟁을 마치고 돌아와서 너무 바빠서 그런가보다. 그치?」

「하루 아버지. 무소식이 희소식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분명 열심히 일하고 있을 거예요.」

「맞어! 이러다가 갑자기 팍! 비단옷에 갑주를 입고 백마를 타면서 위풍당당하게 귀향할 걸세. 아! 이 나가시노 성의 새 영주로 찾아올 수도 있는 일이고 말이야!」

「예... 분명 그렇겠죠?」


카와는 먼저 집에 도착에서 다른 농민들에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농민들 사이에서 흉흉한 이야기가 오고가는 것이 귓가에 생생히 들려왔다.


「어르신! 갑자기 하루얘기를 꺼내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 전쟁과 영주님들 관련된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나도 모르게 그만.」

「카와 앞에서는 절대로 하루랑 관련된 이야기 꺼내지 말자고 그랬잖아요! 이미 어디선가 죽어있을 애 이야기를!」

「어허! 이 사람이! 좀 조용히 하게! 이러다가 카와가 다 듣겠어!」


카와는 멀리서 들려오는 작은 소리를 확실하게 들었고 고개를 푹 숙인 채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보. 오늘 밭일은 어땠나요?」

「밭이 아주 잘 갈리더군... 올해도 시작이 좋은 걸 보니... 농사는 잘 지을 것 같아요.」

「그거 정말 다행이다! 근데 왜 이렇게 표정이 어두워? 밖에서 좋지 않은 일이 있으셨나요?」

「그게 말이지? 무슨...아니다. 밥이나 먹자 여보.」


하루의 어머니 유키는 남편의 반응을 보고 금세 무슨 일을 겪고 돌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그동안 가끔가다가 아들이야기를 듣고 오면 보이던 모습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유키는 밥을 차려 와서 화로 앞에 가져다 놓은 다음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밖에서 하루 이야기를 듣고 온 거지?」

「어? 어어어... 응. 맞아.」

「괜찮아요. 엄마로서 그 마음 잘 이해해.」

「난 괜찮으니까. 어서 밥부터 먹자고! 어디서 이런 산나물을 또 구해지고 돌아왔데?」


카와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서둘러 밥그릇을 들고 밥을 꿀꺽꿀꺽 입에 집어넣었다. 하지만 이내 목이 꽉 막혀서 아무것도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정말... 정말 우리 아들 괜찮겠지?」

「물론이지! 우리 아들이 어떤 아들인데!」

「근데, 근데...윿끕! 아들이 집을 나선지 10년이 지나고 나니까! 이제 정말로 마음을 놓아야 될 것 같아...」

「마음을 놓긴 왜 놓아요! 이 사람아! 비록 상황이 나쁘더라도 하루가 어릴 적 보던 이상한 꼬리달린 별처럼 분명 하늘에서 떨어지지 않고 어디선가 홀로 빛을 내며 떠돌아다니고 있을 거라고! 그런 소리 하지마아아아. 으아앙!」


카와는 밥을 먹다가 먼저 눈물을 쏟아냈다. 이러한 카와의 모습을 본 유키 역시 하루가 어릴 적 신기하게 바라보던 혜성처럼 잘 살아있을 거라며 위로를 건넸지만 그 자신도 10년 넘게 돌아오지 않는 아들 생각에 눈물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잊으려 했던 아들에 관한 이야기를 오랜만에 들은 아들에 대한 소식 때문에 또 다시 슬픈 상상을 하며 눈물바다로 카와와 유키는 밤을 보냈다.


며칠 뒤 옆집에 있던 하나네 집에서도 괴로운 일이 발생했다.


「이봐 하나야. 옆의 나고야성(본토에 있는 나고야성)에 있던 장수들 중 한사람이 예전에 나가시노 성을 지나가면서 몇 번 너랑 마주쳤는데 네 외모에 한껏 반했다고 그러더라.」

「그래서요?」

「아유. 내 딸이 이렇게 눈치가 없으니까 걱정이다 참... 그래서 이렇게 직접 사무라이님께서 너를 첩으로 두고 싶다고 정성스럽게 편지를 쓰셔서 부하를 시켜 이곳까지 보내오신 것 아니겠니?」


하나의 어머니는 하나가 이미 시집갈 나이가 다 찬 것을 보고 서둘러 그녀를 동네의 괜찮은 청년들과 혼인을 시키려고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중 그제 아침에 어떤 하급무사가 말을 타고 와서 편지를 건네주며 말했다. 나고야 성에 있는 장수들 중 한 명의 부하인데 그 장수께서 나가시노 성과 나고야 성을 오고가면서 몇 번 하나를 봤고 첫 눈에 반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렇게 첩으로 들이고 싶다는 말을 보내온 것이다.


「어때? 괜찮지 않아? 우리 같은 농민 여성들이 신분상승을 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길 아니니?」

「그래서 지금 저보고 그 장수님과 혼인을 하라는 건가요? 정실부인도 아니고 첩으로요? 싫어요! 절대로 안해요!」

「하? 아이고 애가 아주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네. 첩이라고 해서 나쁜 거 아니야. 지금 우리생활보다 열 갑절은 더 풍족하게 지낼 지도 모른다고. 왜? 그 장수님이 나이가 많을 거 같아서 그러냐? 스물일곱 살이시라고 하시더라. 그렇게 늙은 사람도 아니잖아?」

「그래도 어떻게 얼굴도 모르는 사람이랑 결혼을 할 수 있어요! 어떻게 말 한 번도 섞어본 적 없는 사람이랑 결혼할 수 있냐고요!」


어머니는 딸을 설득하려고 했으나 하나는 계속 완강하게 거절을 했다.


「지금 보니까. 너? 그 옆집 하루오빠 기다리고 있는 거지? 야 집나간 지 10년이 지났는데 서신하나 오지 않고 살았는지 죽었는지 단 한마디의 소식도 없어? 아직도 그런 녀석이 정말로 부유한 사무라이가 되고 영주같은 높은 직분을 받고 나가시노 성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하는 거야?」

「하루오빠는 아직 죽지 않았어요!」

「아니! 분명히 죽었어! 그러니까 이제 꿈에서 그만 빠져나오고 현실을 보렴! 이런 꿀 같은 기회가 언제 또 찾아오겠어!」


어머니의 말을 듣고 하나는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밖으로 뛰어나왔다. 그저 끝없이 이어져 있는 길을 뛰어다니면서 계속해서 눈물을 쏟으며 주문을 외웠다.


「아니야! 하루오빠는 죽지 않았어! 죽지 않았다고! 절대로 죽었을 리 없어! 그러니까 제발! 오빠 살아있다면! 제발 내 앞으로 돌아와 줘!」


하나는 제발 하루가 살아있기를 빌었다. 제발 돌아오기를 빌었다.



한편 조선에서는

“아이고. 이게 뭐야? 요즘 밤마다 군영에서 종이를 얻어 와서 뭘 그렇게 열심히 쓰고 있는 거야?”

「아 이거? 일본어랑 네가 가르쳐준 조선말이랑 이렇게 하나씩 엮어서 책으로 만들고 있어.」

“이야. 대단하다. 역시 하루 너는 머리도 똑똑하고 무술도 뛰어나고 오히려 나보다 네가 과거시험을 봐서 무관이 되어야겠다. 아 사야가 장군님이 우리들 그 3명의 적들 목 가져오면 과거시험응시자격 준다고 조정에서 말했다고 우리들 도와줘서 너랑 나랑 소우스케랑 켄타는 무과 시험도 볼 자격을 주셨잖아? 그거나 같이 시험보자고?”

「아니야. 나는 일단 이 일을 마무리 지을래. 혹시 모르잖아? 언제 일본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말이야? 그러면 일본말을 잊지 않게 이렇게 스스로 경계를 해야지.」


왜란 중에 만들어졌던 신분상승의 기회에서 적의 1명의 목을 베어오면 공명첩을 써서 천민에서 양인으로 양천을 시켜줬지만 3명의 목을 베어오면 과거 응시자격을 부여했다.


왜란 중에 꾸준히 고생을 해준 것을 알고 있었던 사야가는 하루와 친구들이 돌아가려고 했을 때 자신이 획득한 적들의 목을 이용해 4명이 과거에 응시할 자격을 획득할 수 있게 해주었다. 이에 마루는 엄청나게 기뻐했고 다른 친구들도 기뻐했다.


하지만 하루는 달랐다. 마루처럼 애초에 조선에서 계속 살아온 존재도 아니었고 소우스케나 켄타처럼 일본에 더 이상 만날 가족이나 연인들이 없는 상황도 아니었다. 하루는 기회가 되면 다시 일본으로 넘어가서 아버지와 어머니께 사죄의 절을 올리고 하나와 만나서 혼인을 해야 되었기 때문에 조선에서의 관직은 그렇게 관심거리가 못되었다.


“아, 맞다! 빨리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겠구나! 부모님도 뵈어야 하고 사랑하는 여인과 혼인도 해야 되니까 말이야?”

「그렇지!」

“하루! 그런 거라면 걱정하지 마! 내가 빨리 무과에 합격해서 아주 한양 중군장이 되어서 돈을 잔뜩 모아 적극적으로 너를 도와줄테니까! 거 건너가는데 필요한 뱃삯, 가는데 입을 옷 부모님과 그 여인분께 드릴 선물까지 다 마련해 줄게!”

「정말?」


“물론이지! 예전에 내가 밤하늘 바라보며 너한테 약속하지 않았냐? 너를 다시 돌아갈 수 있게 연결해주는 마루(하늘)이 되어주겠다고 말이야!”

「우와! 그럼 나야 고맙지! 그런 생각만 해주는 것도 정말 고마워 마루야! 나도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기회가 왔을 때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게 준비를 해야지!」


마루는 하루에게 용기를 주었고. 진심으로 하루를 도와줄 것을 한 번 더 약속했다. 이에 하루도 기쁘게 조선말-일본말 단어장을 써 내려갔다.


언제가 일본으로 돌아갔을 때도 일본말을 하나도 까먹지 않고 부모님과 하나에게 사과의 말을 하기 위해서...


작가의말

언제쯤 일본으로 건너갈 수 있을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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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85.정미년 통신사(5)-나쁜남자 18.09.14 318 1 14쪽
84 84.정미년 통신사(4)-공식일정 18.09.13 315 1 12쪽
83 83.정미년 통신사(3)-불효자 18.09.12 305 1 16쪽
82 82.정미년 통신사(2)-스쳐지나감 18.09.11 293 1 12쪽
81 81.정미년 통신사(1)-험난한 여정 18.09.10 303 1 12쪽
80 80.국교회복과 뜻밖의 기회 18.09.09 356 1 15쪽
79 79.북쪽의 세력다툼 18.09.08 336 1 11쪽
78 78.쇼군이 된 이에야스 세자를 막는 선조 18.09.07 325 1 13쪽
77 77.마테오 리치와 게으른 황제 18.09.06 346 1 13쪽
76 76.나라의 배신 18.09.05 369 2 13쪽
75 75.세키가하라 전투 18.09.04 370 1 12쪽
74 74.북쪽의 새로운 강자 18.09.03 351 1 12쪽
» 73.흉흉한 소문(2) 18.09.02 375 1 13쪽
72 72.되찾은 평화와 아기 18.09.01 388 1 12쪽
71 71.전후처리 18.08.31 374 1 12쪽
70 70.마지막 해전 18.08.29 386 1 12쪽
69 69.헛 된 꿈이었다. 18.08.26 421 1 12쪽
68 68. 병사에 대한 대우 18.08.24 380 1 12쪽
67 67.의미 없는 전투 18.08.22 402 1 12쪽
66 66.나라를 위해서라면 18.08.19 416 1 11쪽
65 65.전쟁의 광기 18.08.07 429 1 12쪽
64 64.필사즉생 18.08.05 425 1 15쪽
63 63.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2) 18.08.04 413 2 11쪽
62 62.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1) 18.08.03 434 1 12쪽
61 61.재입대 18.08.02 457 1 12쪽
60 60.칠천량해전 18.07.31 440 1 14쪽
59 59.백의종군 18.07.29 425 1 12쪽
58 58.전쟁은 끝날 것인가?(2) 18.07.28 412 1 13쪽
57 57.전쟁은 끝날 것인가?(1) 18.07.27 4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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