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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494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9.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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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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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2쪽

82.정미년 통신사(2)-스쳐지나감

DUMMY

[1607년 음력4월 12일 조선통신사는 쿄토에 들어갔다. 하지만 최종 목적지는 에도막부였으므로 계속해서 동쪽으로 나아갔다.」


오사카를 빠져나온 조선통신사는 배를 타고 강을 건너고 육로를 따라 며칠을 더 이동한 끝에 드디어 일왕이 거쳐하고 있는 교토에 입성했다. 하지만 교토와 일왕은 조선 통신사의 목적이 아니었고 잠시 머무르다 지나가는 곳이었다.


이번에도 조선통신사는 오사카 때와 마찬가지로 복장을 단정하게 하고 악기를 연주하며 교토의 대로를 이동했다.


“아이고? 뭔 사람들이 이렇게 많습니까?”

「이곳 교토는 오래전부터 천황께서 거처하시는 수도라서 사람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도 이건 너무 사람들이 밀집되어 있군요. 가다가 서로가 서로의 발을 밟을 정도니 말이죠.”

「시끄럽고 복잡하지만 숙소에 도착할 때까지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통신사 부사인 경섬은 북적북적한 쿄토의 대로를 지나가면서 번화한 상점가들과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모습과 함께 쌓인 피로 때문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저게 뭐지?」

「조선에서 사신들이 왔나본데?」

「끄어억! 저게 다 몇 명이야? 하나 둘 셋... 낯선 옷을 입은 사람만 백 아니 천명 가까이는 되어 보이는 데?」

「이러지 말고 조선 사람들이 글을 잘 쓴다는 소문이 있는데 가서 글귀나 하나 써달라고 하자고!」

「그런가? 분명 조선신하가 쓴 글씨라고 하면 소장가치가 높겠지?」


북적거리는 대로 중앙을 지나가고 있는 조선통신사를 신기하게 바라보고 있던 교토의 일본인 중 몇몇은 조선 사람이 글을 잘 쓴다는 소문을 듣고 달려 나와 조선관복을 입고 있는 자들을 붙잡고 문장을 써달라고 애원을 했다.


“뭐야? 왜 갑자기 사람들이 달려들어?”

「부탁드립니다. 글 좀 써주세요! 아무 문장이라도 좋습니다!」

「네네. 그저 시 한 구절만 써주셔도 감사하겠습니다!」

“야야, 하루야 얘들 지금 뭐라고 하는 것이냐?”

“아? 네. 시 한 구절만 적어달라고 하는데요?”

“시? 시라고? 가만있어봐... 그럼 어디...”


하루와 함께 다니고 있던 하급사신들은 교토 사람들이 시를 적어달라는 말에 붓과 종이를 받아 한 구절씩 시를 적어서 나눠주었다.


“이햐아! 아니 시를 그렇게 빨리 적으실 수 있나요?”

“그럼! 우리들이 글과 경서공부를 몇 년을 했는데. 시 몇 구절은 금방 적지.”

“뭐라고 적으셨는데요?”

“오 교토의 거리여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경천동지(驚天動地) 하구나.”

“경천동지?”

“하늘이 놀라고 땅이 움직인다는 소리야. 교토의 인파에 크게 놀랐다는 소리지, 푸하하하. 그냥 교토에 있는 일본사람들을 보고 생각난 감정을 한문시로 적은 것이란다.”


시를 써서 나눠준 다음 계속해서 통신사 일행은 앞으로 나아갔다. 그러는 동안 주변에서 계속 똑같은 음악으로 연주되고 있는 샤미센(3개의 현으로 이루어진 일본의 전통 현악기) 소리들이 들려왔다.


“아니? 복잡한 와중에서도 여기저기서 똑같은 가락 똑같은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구나? 하루야 이게 무슨 음악인 줄 알겠느냐?”

“아니요. 연주하고 있는 악기가 샤미센이라는 것은 알겠는데 무슨 음악을 연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제가 한번 가서 물어보고 올게요!”

“그래. 우리도 궁금하구나. 가락이 단조롭지만 나름 신비로움이 느껴진단 말이지?”


하루는 일행에서 잠시 이탈한 뒤 처음 듣는 음악을 연주하는 곳으로 달려가 샤미센을 연주하는 여인들에게 물어보았다.


「실례지만 지금 샤미센으로 연주하고 있는 곡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 노래요? ‘사쿠라’입니다.」

「사쿠라요?」

「네! 최근에 여인들을 위한 샤미센 입문 곡으로 퍼진 음악이에요.」


다름 아닌 전 세계에 가장 잘 알려진 일본 민요인 사쿠라였다. 하루는 재빨리 돌아와서 하급사신들에게 전해들은 이야기를 알려주었다.


“사쿠라, 그러니까 벚꽃이라는 입문용 연주곡이랍니다.”

“사쿠라? 벚꽃? 벚꽃이라. 단조롭고 가벼운 가락과 벚꽃이 휘날리는 모습. 나름 제목에 맞는 음악이구나?”

“그러게. 그리고 너무 어렵지 않아서 입문용 연주곡으로 괜찮은 음악이군.”


사쿠라 연주에 대한 감상을 하면서 교토 중심부에서 약간 떨어진 사찰들에 도착을 했다.


「여기가 여러분들이 지내시게 될 교토의 3대 사찰 중 하나입니다.」

“오호? 교토에서 제일 큰 사찰인가요? 좋군요. 건물도 그렇고 주변 환경도 그렇고.”

「곧 식사를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불편하신 점이 있거나 잠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으시다면 교토에 있는 다른 예비숙소로 이동시켜 드리겠습니다. 그럼 교토에서 편히 쉬시다 가십쇼.」


하루와 하급사신들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 잠자리에 들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선가 큰 코골이가 들려왔다.


“아이고! 이게 무슨 소리야. 누가 이렇게 코를 크게 골아?”

“그러게 어휴 시끄러워죽겠어!”

“어휴, 누군지는 모르겠는데 저녁에 술을 아주 거하게 걸쳤구먼?”

“좀 시끄럽겠지만 일단 참고 주무십시다.”


하루와 하급사신들은 옆방에서 들려오는 엄청나게 큰 코골이 소리에 부들부들 떨다가 겨우 잠에 들어 약간의 잠을 청했다. 오히려 자기 전보다 피로가 더 쌓인 그들은 서둘러 다른 사찰이나 숙소로 옮겨달라고 요청을 했고 교토 외각의 다른 예비숙소로 이동을 했다.


이동하던 중에 무슨 무덤 하나가 외진 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하급사신들은 이를 궁금해 했기에 누구의 무덤인지 물어봤다.


“저기, 실례지만 저기 있는 무덤은 누구의 무덤입니까? 평범한 사람의 무덤이라고 하기엔 크기가 꽤 큰데요?”

「아, 저 무덤 말인가요? 그게...」

“에이, 좀 말해 주시오. 숨길게 뭐가 있다고 뜸을 드리십니까!”

「저 무덤은 사실 조선인들이 코 아니지 아니야 귀가 묻혀있는 무덤입니다.」

“뭐? 뭐라고요?”

“세상에... 조선인의 코 무덤이라고요?”


갑자기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한 하급사신이 사신을 접대하는 일본인의 멱살을 붙잡고 소리쳤다.


“아니! 당신들이 그러고도 사람이야! 어떻게 왜란 중에 베어간 코를 보란 듯이 묻어둘 수 있어! 네 이 왜놈들을 그냥!”

“나리! 진정 하세요. 저 사람은 아무 죄도 없습니다.”

“맞네! 이보게 정신 차려! 우리가 나라를 지키지 못한 탓이 더 크지 않겠는가?”


겨우겨우 분노한 하급사신을 진정을 시켰고 흥분함을 멈춘 다음 접대인에게 한 가지 요청을 했다.


“미안합니다. 소란을 피워서.”

「아니요. 괜찮습니다. 같은 민족이 이러한 피해를 입으셨다면 당연히 분노할 일이죠.」

“저 죄송한데 잠깐만 여기 있다 가도 괜찮겠습니까? 고통 받았던 우리 조선백성에 대한 사죄의 절을 올리고 가고 싶어서 그런데 말이오?”

「네, 그리하시죠. 저도 일본인들을 대신해 사과의 묵념을 올리겠습니다.」


하루와 하급사신들은 코 무덤을 향해 극진히 사죄의 절을 올렸다. 일본의 접대인 역시 눈을 감고 고개를 푹 숙여 묵념을 했다. 잠시 동안 속죄의 정적이 흐른 다음 숙소로 이동해 나갔다.


조선통신사는 교토에서 머무른 다음 계속해서 에도를 향해 서쪽에서 동쪽으로 전진해 나갔다. 굽이굽이 언덕과 길을 건너서 히코네, 오가키를 지나 나고야에 도착을 했다.


“아이고, 드디어 명고옥(나고야)에 도착한 건가?”

“아이고 후덥지근해! 사신들이 조선에서 봄에 출발을 했는데 벌써 초여름이 되었네.”

“저기 나고야성이 보이니까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그래, 하루야. 근데 명고옥의 성은 대판(오사카)의 성보다는 작구나?”

“그리고, 성이 많이 낡고 허물어 진 부분들이 있는데?”

“예, 오사카성이 엄청나가 크고 화려했던 거였어요.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저건 폐성 이에요. 오다가문의 성주가 거처를 옮기고 난 뒤 활용을 하지 않기 시작했어요. 즉, 성만 있고 실질적인 내부를 활용하지 안하고 있어요.”


조선통신사는 나고야에 들어와서 나고야 성 주변에 있는 고급가옥에서 영주를 접대를 하고 서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일찍이 빠져나온 하급사신들은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쿠라 연주소리에 반응해서 손가락으로 한 여인을 가리켰다.


“이야, 저기 작은 방안에서 한 여인이 가지런히 앉아 벚꽃을 연주하고 있네.”

“그러게? 어휴. 옷을 보아하니 그래도 괜찮은 귀족은 되어 보이는 걸?”

“그러게요. 일단 숙소로 가서 짐을 좀... 풀어 놓죠...”


하루는 한 하급사신이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았다. 화려한 기모노를 입고 있는 그 여인은 누가 보더라도 최소한 높은 사무라이나 나고야영주 가신의 측실부인은 되어 보였다. 하루는 그 여인의 뒷모습에서 무언가 정이 느껴졌다. 그러나 하루는 피곤하기도 했고 접대인이 숙소를 안내하고 있었기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그 날 저녁 하루는 씻고 들어와서 자신의 짐을 풀어놓고 하나하나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루야, 그 짐 안에 있던 옷이랑 귀중품들 말이야. 조선에서부터 가지고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어찌된 것이냐? 전혀 사용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돈 대신 쓰는 것도 아니지 않느냐?”

“맞아. 게다가 교토에서는 각종 선물꾸러미들을 구매하고 말이야? 뭐 일본에서 누구 만날 사람이 있는 것이냐?”

“아, 네네. 다 만날 사람들이 있지요.”


하루는 자신의 짐에 있는 옷가지와 보석들을 하나씩 손에 들어서 보여주며 하급사신들에게 자신의 사정과 품고 있는 희망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줬다.


“사실 나가시노에 제 부모님이 계십니다. 제가 사랑하는 여인도 나가시노에 있고요. 헌데 사무라이가 돼서 반드시 성공해서 돌아온다고 했는데 그 약속을 한지 벌써 17년이 지났습니다. 저도 참 불효자고 죄인이네요.”

“허허...그런 일이 있었을 줄이야.”

“그래도 고향에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습니다. 적지만 차근차근 돈을 모았고 저를 임시통역관으로 만들어주신 김충선대장께서 사죄의 선물을 사가라며 은자를 조금 보태주시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게 모은 돈으로 부모님께 드릴 조선비단옷과 사랑하는 여인에게 줄 옥가락지 그리고 마음고생 심하셨을 부모님을 위해서 고려인삼으로 만든 조선홍삼을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교토에서 부가적인 선물을 좀 더 구매한 것이군요.”

“이야. 그럼 불효자가 아니라 효자네 효자. 부모님도 마음고생 심하셨겠지만 너 역시 많이 힘들었을 거 아니냐?”


하루의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하급사신들은 잠시 고민을 한 다음에 자신들의 짐을 풀어 하루에게 선물을 하나씩 주기 시작했다.


“자, 받아라. 이것은 내가 아끼는 부채인데 그냥 네 부모님께 전해드려라. 최고급 합죽선이라서 은자 열 개는 줘야 할게다! 껄껄.”

“자, 나는 이걸 너한테 주마. 사실 마누라 줄려고 샀던 머리 장식인데 어머니께 드리면 좋아하실 거다.”

“그럼 난 이걸 줄게. 누가 뭐라 해도 돈이 최고 아니겠느냐? 많지는 않으나 은자 다섯 냥을 너에게 주마.”

“나리들...”


하루는 자신을 도와주는 하급사신들의 따뜻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


“울지 말거라. 근데 내가 심심해서 일정과 지도를 자세히 살펴보았는데 나가시노를 직접 거치지는 않는다고 들었다.”

“저도... 그게 걱정인데 어떻게 안 될까요?”

“이렇게 하여라. 중간에 다른 길로 몰래 빠져나가거라. 너는 일본 옷을 입고 상투를 바꿔서 틀면 누가 봐도 일본인처럼 보이니 말이다. 부모님과 애인을 잘 만나고 며칠 지낸 다음에 우리를 뒤따라오너라. 어차피 에도에 가면 교토처럼 오랫동안 머무를 것이니 말이다.”

“정말, 그래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 우리들이 잘 입 막아 줄 테니 걱정 말고 다녀오너라.”


하급사신들은 하루가 나가시노에 다녀올 수 있도록 모든 계획들을 상세하게 가르쳐 주었다.


며칠 뒤 하루는 기모노를 입고 일본식 상투를 틀었다. 그리고 통신사일행이 남쪽 길을 갈 때 서둘러 동쪽의 나가시노를 향해 길을 나섰다.


「이 날을 위해서 17년을 기다려 왔어!」


수십 리만 더 걸어가면 되는 상황. 하루는 위풍당당하게 발걸음을 내딛었다. 자신의 고향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작가의말

드디어! 나가시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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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 86.정미년 통신사(6)-조선귀국 18.09.15 311 1 13쪽
85 85.정미년 통신사(5)-나쁜남자 18.09.14 319 1 14쪽
84 84.정미년 통신사(4)-공식일정 18.09.13 315 1 12쪽
83 83.정미년 통신사(3)-불효자 18.09.12 305 1 16쪽
» 82.정미년 통신사(2)-스쳐지나감 18.09.11 294 1 12쪽
81 81.정미년 통신사(1)-험난한 여정 18.09.10 303 1 12쪽
80 80.국교회복과 뜻밖의 기회 18.09.09 356 1 15쪽
79 79.북쪽의 세력다툼 18.09.08 336 1 11쪽
78 78.쇼군이 된 이에야스 세자를 막는 선조 18.09.07 326 1 13쪽
77 77.마테오 리치와 게으른 황제 18.09.06 346 1 13쪽
76 76.나라의 배신 18.09.05 369 2 13쪽
75 75.세키가하라 전투 18.09.04 370 1 12쪽
74 74.북쪽의 새로운 강자 18.09.03 351 1 12쪽
73 73.흉흉한 소문(2) 18.09.02 375 1 13쪽
72 72.되찾은 평화와 아기 18.09.01 388 1 12쪽
71 71.전후처리 18.08.31 374 1 12쪽
70 70.마지막 해전 18.08.29 386 1 12쪽
69 69.헛 된 꿈이었다. 18.08.26 421 1 12쪽
68 68. 병사에 대한 대우 18.08.24 380 1 12쪽
67 67.의미 없는 전투 18.08.22 402 1 12쪽
66 66.나라를 위해서라면 18.08.19 416 1 11쪽
65 65.전쟁의 광기 18.08.07 429 1 12쪽
64 64.필사즉생 18.08.05 425 1 15쪽
63 63.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2) 18.08.04 413 2 11쪽
62 62.하늘과도 같으신 어머니(1) 18.08.03 434 1 12쪽
61 61.재입대 18.08.02 457 1 12쪽
60 60.칠천량해전 18.07.31 440 1 14쪽
59 59.백의종군 18.07.29 425 1 12쪽
58 58.전쟁은 끝날 것인가?(2) 18.07.28 412 1 13쪽
57 57.전쟁은 끝날 것인가?(1) 18.07.27 427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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