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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니 님의 서재입니다.

잘 살았소이다.(힘들었지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대체역사, 퓨전

완결

별별조니
그림/삽화
조니
작품등록일 :
2018.05.03 08:29
최근연재일 :
2020.01.03 13:00
연재수 :
171 회
조회수 :
82,719
추천수 :
345
글자수 :
882,289

작성
18.08.26 08:00
조회
421
추천
1
글자
12쪽

69.헛 된 꿈이었다.

DUMMY

[1598년 음력 8월 18일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일본을 넘어 조선과 명나라 심지어 천축(인도)까지 손에 넣겠다는 야망을 끝내 이루지 못한 채 후시미 성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임진왜란을 발발시킨 지 6년이 지났고 정유재란을 발발시킨 지는 1년 반이 넘었으며 그가 태어난 지는 만 61년이 지났다.


환갑이 넘은 히데요시는 무척이나 병약해져있었다. 그는 찬란했던 인생의 마지막을 자신의 은거지였던 후시미 성에서 초라한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다.


「조선에서의 전투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더냐?」

「잘 흘러가고 있습니다. 이순신을 궁지로 몰아넣었고 조선의 임금은 다시 한양을 버리고 북쪽으로 피란길을 떠났다고 합니다. 곧 있으면 조선을 점령하고 명나라로 건너갈 수 있을 것입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고개를 힘없이 좌우로 저으면서 자신의 가신들에게 가벼운 헛웃음을 지었다.


「어허, 사실대로 고해라. 분명 진격도 못하고 경상도에 발이 묶여 있겠지.」

「네, 그것이...」

「내 말이 사실인가 보구나.」

「예, 가토, 고니시, 도도 타카도라, 와키자카 야스하루 등을 비롯해 모든 영주와 장수들이 경상도에 발이 묶여있다고 합니다.」

「헤? 헤헷, 그 밖에 다른 상황은?」



이전과 달리 히데요시의 얼굴에 광기나 무서운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작년 겨울부터 찾아온 원인모를 그에게 찾아온 병 때문에 병약해져서일까? 그의 질병이 매서운 광기를 이겨버린 지 몇 달이 되었다.


「그것이 이순신이 고금도로 진영을 옮기고 몇 달 동안 아무렇지도 않다가 몇 주 전에 우리들의 배를 잔뜩 부수고 열도 영주들의 수군에 많은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 그 밖의 전투에서 입은 피해들도 어느 정도 되고요.」

「헤? 그런 일이?」

「죽, 죽여주십쇼. 태합전하!」


숨기고 있던 이야기들 까지 모조리 밝힌 히데요시의 하급가신은 머리를 다다미바닥에 조아리며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하지만 히데요시는 몇 달 전과는 달리 맥없는 가는 목소리로 그의 행동을 만류했다.


「됐어! 일어나. 아이? 일어나래도?」

「죄송합니다. 태합전하.」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차랑 다과들이나 가지고 오라고해. 오랜만에 따뜻한 차와 찹쌀떡들을 먹어야겠어.」


히데요시는 병약해진 몸 때문에 끼니도 종종 거르고 있던 상황이었지만 무슨 일인지 오랜만에 차와 다과를 즐기려고 했다.


잠시 뒤 따뜻한 국화꽃이 올라가있는 차와 쫀득쫀득한 찹쌀떡이 작은 다반에 가지런히 올려 히데요시가 있는 곳으로 들어왔다.


「오호? 벌써 국화꽃이 피더냐?」

「예, 북쪽지역에서 가지고 온 것입니다.」

「오호라. 내 생의 예순 번째? 아니 예순 한 번째 가을이로구나.」


히데요시는 천천히 국화가 담긴 차를 마시며 자신의 과거에 대해서 회상했다. 그 천박하고도 천박한 자신의 어릴 적부터 말이다.


「에... 그러니까 내 과거는 완전 형편없었지. 거지나 다름없었어! 농민출신으로 태어난 건 뭐 평범한 일이니 둘 째 치고 내 친아버지는 무척이나 어릴 때 돌아가셨다고 하는군? 그래서 친아버지에 대한 기억은 거의 나지 않아. 친아버지는 전쟁 중에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새로운 아버지와 재혼하셨지 어휴 근데 그 새 아비란 놈은 매일 나를 쥐어박고 못살게 굴었다고! 집안은 완전 거지같이 변해버렸지... 나는 그런 아버지를 뒤로 한 채 출가해서 좀 더 나은 삶을 살기위해 발버둥 쳤어.」


히데요시는 말랑말랑한 찹쌀떡을 집어 들면서 말을 이어나갔다.


「바늘장수부터 시작해서 할 수 있는 일은 뭐든지 해봤다고! 완전히 거지같이 살다가 우연히 오다 노부나가주군의 하급 무사로 들어가게 되었지. 그 때부터 오다 공의 총애를 받기위해 온갖 좋고 싫은 일들을 다 하며 노부나가님의 총애를 받는 다섯 영주 중 하나가 되었지.」


히데요시는 찹쌀떡을 허공에 둔 채 이리저리 움직이며 마치 달을 바라보듯이 지켜보았다.


「노부나가공은 나에게 항상 “사루! 너는 나중에 무엇을 할 거냐!” 라고 물어보셨어. 나는 늘 “전국을 통일한 다음에는 제가 조선과 명나라 아니 천축까지도 점령하러 가볼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지. 그 당시에는 밤하늘에 떠 있는 달까지도 내 손에 집어넣을 수 있을 정도로 나의 전성기였고 언제나 나는 파죽지세로 나아갔지!」


히데요시는 찹쌀떡을 늙은 손으로 찌그러뜨리며 맥없는 목소리로 자신의 이야기의 끝을 말해주었다.


「푸하하하! 이 히데요시가 조선은 물론이요 명나라 땅까지 밟아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모든게 지금 이 찌부러진 찹쌀떡처럼 손에 쥘 수 있었다게면 얼마나 좋았을까? 멍청하게 2백년 동안 자리 잡고 있던 나라를 2천년 동안 자리 잡고 있던 민족을! 육십년 밖에 못사는 내 발아래 두고자 했다니! 멍청하기 그지없는 생각 이었다! 조선정벌은 내 욕망이 만들어낸 헛된 야망이었어! 조선에 있는 나의 가신들과 열도의 영주들과 장수들에게 퇴각명령을 내리거라.... 크허허허! 이미 소용없는 싸움이야!」


히데요시는 찹쌀떡을 집어던지며 마지막 한마디를 남겼다.


「몸이여! 이슬로 와서 이슬로 가나니! 오사카의 영화여.... 오사카의 영화여...」


히데요시의 한 때 꿈으로 빛났던 그리고 한 때는 욕망으로 빛났던 그리고 최근에는 광기로 매서웠고 이제는 늙어서 힘 빠진 그의 눈에서 모든 기력이 빠져나가고 초점이 사라졌다.


「주군! 주군!」

「태합전하! 정신 차리시옵소서! 태합전하!」


여러 가신들과 장수들이 그의 죽음에 소리 질렀지만 망자의 영과 혼은 이미 떠나버렸다.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는 전국시대를 통일하고 토지와 여러 단위들을 재정립하는 등 열도의 근세적인 발판을 마련해 일본인들의 존경을 받는 인물이 된 동시에 수십 수백만 조선백성을 죽거나 다치게 하고 오랫동안 괴롭힌 한민족의 영원한 적으로 역사에 기록되었고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있다.


히데요시의 죽음은 빠른 속도로 일본열도와 조선에 소식이 전달되었다.


「뭐야! 그 원숭이 녀석이 드디어 죽었다고?」

「그렇습니다! 이제 도쿠가와 가문이 열도의 제일 가문이 될 날이 찾아온 것입니다, 주군!」

「하하하! 내가 뭐라고 했더냐? 그 녀석 헛된 꿈을 꾸다가 몇 년 가서 죽을 것이라고 했지 않았더냐? 이제 내 앞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도 없어졌고 내가 날개를 펼 날만 남았구나?」


히데요시의 죽음을 전해들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무척이나 기뻤다. 자신역시 전국통일에 힘을 썼으나 히데요시 만큼 열도에 이름을 높이지는 못했다. 히데요시는 항상 안 되는 것은 되게 만드는 고집 있는 영주였기에 늘 자신보다 앞서있었다. 그런 그를 이길 수 없다고 생각한 이에야스는 그의 가신으로 들어간 척 하며 자신의 힘을 아껴둔 채 히데요시가 죽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것이다.


일본에서는 이제부터 이에야스의 천하를 만들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는 것이었다.


반면에 조선에 있던 영주들에게 히데요시의 죽음은 전반대의 상황을 야기했다.


「뭐야? 태합전하께서 돌아가셨다고?」

「예, 이제 조선에서 완전히 철수해도 된다는 말을 남기신 채 돌아가셨다고 합니다.」


고니시는 표정이 어두워졌다. 자신의 존경하던 주군이 죽었던 것에 마음이 조금 아픈 것도 있었지만 더 큰 이유는 이제 싸움을 할 대의명문을 제공할 자까지 모조리 죽어버렸으니 조선정벌계획은 사형선고를 당한 것이나 다름없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장수들은 서둘러 한자리에 모였고 다급히 퇴각과 관련된 의논이 시작되었다.


「태합전하께서 돌아가셨다는데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겠습니까?」

「뭘 어떻게 합니까? 당연한거 아닌가요? 조선에서 철수해야죠!」

「그렇습니다! 이렇게 성과 없는 전쟁도 없을 것입니다!」

「약탈한 물품과 열도로 가져간 조선의 동식물과 물건들 그리고 열도로 귀화시킨 도공과 기술자들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없지요...」

「그 정도면 많이 가져간 거 아닙니까?」

「많이 가져가긴요! 애초에 조선팔도를 조각조각 나눠서 우리들의 영지로 나눠준다고 하신 태합전하가 아니십니까? 근데 조선팔도는커녕 지금 경상도에서 모두 진퇴양난의 상황에 빠져있고 기근에 모진 질병들까지 몰아치니 상황이 말도 아닙니다!」

「그래요. 노략질이야 열도에서도 전국전쟁 때 했었던 일. 중요한 것은 전투 후에 새로운 영지를 확보하는 것! 그것을 못하면 전쟁의 의미가 없다고 할 수 있죠.」


영주들은 그간 쌓여있던 불만들을 서로 만났을 때 모조리 토로했다. 그들 자신들도 의미 없는 전쟁이 되었다는 것을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나 몇 번의 대승과 파죽지세였던 순간들을 잊지 못해 계속 버티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심에는 히데요시가 심어놓은 야망들도 분명 있었다. 하지만 이제 그 중심의 인물이 죽으니 더 이상 의지할 곳도 없으며 이 전쟁이 부정적인 면들만 보이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에는 모두가 더 이상 싸움을 원치 않고 퇴각하는 것을 원한다는 것이군요?」

「맞습니다. 하루 빨리 적들이 공격을 피해 열도로 돌아가야 합니다.」

「무슨 수로 주변에 대기하고 있는 조선과 명나라 군대들을 뚫고 도망간다는 것이오?」

「그거는... 살고자 마구 도망치면 못할 것이 어디 있습니까? 큰 희생이 있더라도 우리들은 살아 돌아가야 됩니다.」

「후우우우우우... 결국에 이 싸움은 우리들의 패배인 것인가요.」

「그러게요...」


무척이나 암울했다. 모든 지독하게 잔뜩 끼어있던 욕망의 안개가 사라지고 나니 이 전쟁에서 자신들이 얻은 것은 노략질 한 것들과 수많은 병사들의 죽음과 경제적 피해들 그리고 끝없는 비참함뿐이었다.


조선에 히데요시의 죽음에 대한 소식들이 들려왔을 때의 분위기는 일본군영과는 정반대였다. 이제는 이 지긋지긋한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생각에 사기가 올라가고 다들 희망이 생기기 시작했다.


“형님들 잘 지냈어?”

“어? 너 어드 아니냐?”

「이야! 잘 지냈어? 진짜 오랜만이다!」

“뭐 그럭저럭? 아이고. 군영 여기저기를 아부지랑 돌아다니느라 죽는 줄 알았어! 우리가 민간인들 사이에서 통역을 하러 온 것인지 아니면 전투에 참여하러 온 건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


어드는 이국 형들이 있는 곳을 발견하고 들어와서 인사를 올렸다. 잠시 숨을 고른 뒤 어드는 놀라운 소식을 전해주었다.


“형님들 그 소식 들었어? 일본의 왕인가? 태합? 아무튼 그 풍신수길이라는 사람이 병들어서 죽어버렸데?”

“뭐? 일본 왕이 죽었어?”

「정말로 히데요시 공이 죽었단 말이야?」

「아이 사실이라니까? 일본군영과 가까운 부대들에서 모두 다 그렇게 이야기 하던걸? 일본군영에서 아주 시끌시끌하다고! 곧 철수할 건가봐?」


놀라운 소식을 전해 듣자 곧 이 전투가 끝날 것임을 알게 된 마루와 친구들은 기쁨에 소리치기 시작했다. 그동안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이 얼마나 이들을 고통스럽게 만들었는가?


“와! 그게 정말 사실이야!”

「야호! 빨리 평양성으로 돌아가서 쉬고 싶다고!」


며칠 뒤 이 소식은 조선 조정과 조선과 명나라의 모든 군영으로 전달이 되었고 최후의 전투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장군! 풍신수길이 죽었다고 합니다!”

“어허, 그 천하의 원수자식이 죽었단 말이더냐?”

“예, 때문에 왜군들이 사기가 크게 꺾이고 대규모 철수를 계획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거 아주 잘 된 일이구나! 곧 있으면 이 지겨운 전쟁이 끝이 나겠어!”


히데요시의 죽음과 일본군의 퇴각소식을 들은 이순신은 너무나도 기뻐 소리쳤다. 오랜만에 그의 얼굴에서 고통 없는 맑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해서 내달 9월 달에 조선과 명나라 연합군이 마지막으로 육지전투를 벌인 다음 명나라 군대가 철수할 것이라 하였습니다.”

“어허, 그러하더냐. 명나라의 도움이 없었다면 이렇게 버티기도 힘들었을 텐데 끝까지 도와준다 하니 감사할 따름이구나.”


이순신은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를 천천히 살펴본 다음에 지휘봉으로 책상을 쾅 치며 강한 의지가 섞인 말을 내뱉었다.


“육지에서도 끝까지 싸우겠다는데 바다라고 질쏘냐? 우리도 바다를 통해 일본으로 퇴각하는 적들과 최후의 전투를 준비하자!”


작가의말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죽었군요.

이제 임진, 정유 전쟁의 끝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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