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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앤별 작가님의 서재입니다.

1940-나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별앤별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10 22:05
최근연재일 :
2023.04.04 10: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640
추천수 :
83
글자수 :
205,848

작성
23.03.11 10:30
조회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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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글자
11쪽

스물 아홉 번째 이야기

DUMMY

"무엇을 그리 원하는 것이오?!"


그러자 종로경찰수장은 이 대감에게 다가가 입을 열었다.


"이 집안이 무너지는 것을 원하죠."


그에 집안의 단서를 확보한 순사가 입을 열자 종로경찰수장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


"역시 여기 있었네요? 왜 유산을 이리 미리 써놓으신겁니까? 혹 멀리 떠나실 생각이십니까?"


"내 네 놈에게 쉽게 죽을 것 같으냐?"


결국 분노에 가득찬 이 대감은 종로경찰수장에게 잡혀 죽느니 스스로 목숨을 끊겠다며 혀를 깨물어 피를 토해냈다.


"뭐야?! 이건 사고야. 우리는 잘못이 없어!"


종로경찰수장은 당황하며 이 대감의 문서만 가지고 급히 밖으로 나섰다.


****


갑작스러운 순사들의 움직임에 학생들과 사회단체는 몸을 숨기며 움직이기 시작했고, 도현은 회의 장소를 변경하기 위해 계획을 짜던 순간이었다.


요 며칠 사람들의 눈을 피하던 시기에 집에도 들어가지 못하던 도현이었다.


그리고 조선으로 돌아온 도원은 이 대감 댁으로 일본 경찰들이 향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도현에게 달려갔다.


"수장님!"


"아, 자네 왔는가? 이것 좀 보게. 아무래도 일본 순사들이 우리 거사를 눈치 챈 것 같아. 장소를 변경해야겠어."


"그게 문제가 아닙니다. 아무래도 수장님 집 안이 발각된 것 같습니다!"


"뭐?"


"지금 수장님 댁으로 일본 경찰들이 들어섰다합니다!"


"그게 무슨 소리인가? 순사들은 자주 들지 않았나?"


"그렇긴 하지만 오늘은 다릅니다! 아무래도 가보셔야할 것 같습니다."


"이런, 자네 잠시 이곳을 좀 맡아주게."


도현은 결국 자리에서 벗어나 제 처소로 향하였다.


모두가 떠나고 조용해진 집 밖에서부터 파냄새가 흘러들어왔다.


집 문 앞에서부터 피 냄새는 진동했고, 도현은 점점 걸음이 빨라지며 바닥에 누워계시던 이 대감에게 달려갔다.


"할아버님......? 할아버지?!"


이미 얼굴이 하얗게 변해버린 이 대감에 도현은 눈물을 흘리며 소리쳐 울었다.


"왜 누워계십니까...... 바닥이 차갑습니다. 그만 안에서 주무세요......"


뒤늦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연화 역시 바닥에 주저 앉았다.


"아버지......"


하지만 슬픔도 잠시였다.


이 대감의 사건이 퍼지면서 인기척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도현아, 어서 가거라. 너가 이곳에 있으면 안돼!”


“하지만······ 하지만 할아버지께서······”


그러자 연화는 도현을 붙잡으며 매정하게 대답했다.


“네 정체가 발각된다면 아버지의 장례조차 이어질 수 없어. 정신 똑바로 차려. 지금 네가 무얼 해야하는지 생각하란 말이다.”


“흐으윽······”


결국 도현은 그 자리에서 일어서며 사람들이 들이 닥치기 전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연화는 눈물을 닦고선 자리에서 일어서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맞이했다.


“저기, 사고가 일어났다는데······ 어?”


“······ 나 이연화요. 상해에서 돌아와 아버님을 뵈려왔으나 이미 돌아가셨소. 우선 장례를 내가 직접 치루려하니 다들 나가주시오.”


”연화 아가씨? 예······“


”이게 무슨 일이요······“


사람들은 소근거리며 이 대감 근처에서 사라졌고, 연화는 눈물을 참아내며 장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


종로경찰서.


”분명 스스로 목숨을 끊었네. 난 아무 잘못이 없어.“


종로경찰서장은 손에 뭍은 피를 닦아내며 중얼거렸다.


”맞습니다. 저희는 손끗하나 대지 않았습니다.“


”그치? 우리는 아무 잘못이 없어.“


그러던 순간, 순사 한 명이 들어섰다.


”서장님, 지금 이 대감 댁에 그 집안 딸이 돌아와 장례를 준비한다 합니다.“


”딸? 아, 그러고보니 그 집안 자녀가 한 명 남아있었지. 그런데 분명 상하이에 있다 들었는데 언제 들어왔지?“


”그건 아직 모르겠습니다.“


”갑자기 때 맞춰 돌아왔다는 것도 이상하군, 그 집안 좀 뒤져봐. 뭐가 나올지도 모르니.“


”예.“


****


삼판통 인력거공업소. 인력거 도담단 거처.


"이 대감께서 돌아가신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리 오래 기다릴 수는 없습니다.”


“맞습니다. 우리에겐 군자금은 필요하고, 저격수 역시 언제 필요할지 모릅니다.”


이 대감의 장례가 이어지면서 도담단 거처는 소란이 가득해졌다.


“조용!”


도현의 목소리에 의병들은 소리치던 말을 멈추고선 그를 바라보았다.


“우리에게 매번 자금을 보태주던 어르신이 돌아가셨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저격수가 바로 그 집안의 아가씨입니다. 장례 정도는 편히 치룰 수 있게 해주어야하는 거 아닙니까?”


“······ ······”


“단 사흘입니다. 잠시 기다려주죠. 그리고 이 대감께서 돌아가시기 전 우리에게 자금을 남겼다 합니다. 그러니 당분간은 군자금에 있어 부족하지 않을테니 기다리세요.”


“······ 죄송합니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오늘도 다를 바 없이 도원이 회의를 마무리하며 의병들이 돌려보냈다.


****


“수장님께서 이번 사고에 대해 너무 과잉반응한 것 같지 않소?”


의병들이 밖으로 나서며 도원에게 작게 투덜거렸다.


”수장님도 힘드시겠죠. 아버지 같은 분이 하루 아침에 그 사고로 돌아가셨으니 얼마나 속상하겠습니까. 심지어 우리 동지의 가족이지 않습니까?“


”······ 그러네요.“


”예, 그러니 기다려보죠.“


도원은 동지들을 달래주면서 도현의 거처를 바라보며 그를 걱정했다.


****


그리고 이 대감의 죽음 소식은 상해에까지 전해졌다.


현진은 이 대감의 죽음을 듣고 군자금을 받아왔던, 도담단의 수장의 가족의 죽음에 여러 생각에 잠기었다.


의병들에 있어 죽음은 자주 있는 일이었으나 조선의 대감이, 그것도 수장의 가족이 죽음을 맞이했기에 도단단 수장을 마주하는게 맞는 일이었다.


하지만 자신 역시 별하단의 수장이자 상해의 사람들을 이끌어야했기에 매번 의병들에게 이 일을 맡기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


결국 상해에 있던 라온을 불렀다.


“부르셨다 들었습니다.”


라온이 들어서고, 현진은 이번 거사를 계획하다 멈추었다.


"아, 라온아, 아무래도 일이 커진 것 같다."


"무슨 일입니까?"


“우선 앉자.”


그리고 라온과 현진은 의자에 앉으며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이 대감께서 갑자기 세상을 떠나셨다하구나."


이 대감? 혹 내가 알던 그 마님은 아니겠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종로경찰수장이 갑작스럽게 닥쳐 이 대감을 끌고 가려는 것을 결국 대감께서 스스로 목숨을 끊으셨다하구나."


"예? 아니, 그게 무슨......."


"나라도 가봐야하는데 내 이 일을 맡고 있으니 네가 잠시 가보고 오거라. 상황 좀 살피고. 그리고 아무래도 상황이 상황인만큼 조심히 움직이고, 군자금도 좀 보내고 오거라."


"...... 예, 알겠습니다."


라온은 고개를 끄덕이며 늦은 시각, 조선으로 향할 배에 올라탔다.


****


연화는 이 대감의 장례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피하지 않고 제 사람들을 이끄며 장례식을 이어갔다.


그리고 이 대감의 장례식 근처에는 항상 일본 순사들이 존재했고, 저 멀리 상욱이 존재했다.


이 대감의 사건은 누가봐도 종로경찰서장의 행위였지만 연화는 그 자를 저격할 수 없었다.


종로경찰서장을 저격하는 순간 연화는 일제와 적으로 불러질 것이고, 그렇다면 아 대감의 장례 뿐 아니라 제 사람들의 안전은 보장할 수 없었다.


결국 연화는 이를 악물며 이 대감의 장례식을 이어갔다.


****


이 대감의 장례식이 끝나고, 연화는 홀로 이 대감의 거처 안으로 들어섰다.


그리고선 혹여나 이 대감이 남김 서찰이 없는지 집 안을 살폈지만 그 어디에도 발견된 서찰은 없었다.


저들의 눈을 피해 숨겨둔 서찰이라면 어딘가에 남아있을지 모를 서찰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다시 한번 살피던 끝에 마지막 단 한 곳, 이 대감과 아주 어린 시절 숨막꼭질을 할 때마다 숨었던 서랍 밑이었다.


연화는 천천히 서랍 밑을 만지며 서찰을 확인했다.


그리고 한참 뒤 무언가 손에 만져지면서 연화는 조심스럽게 손에 잡힌 종이를 꺼내들었다.


서찰이었다.


아버지가 제게 남긴 서찰에 연화는 작은 촛불 하나로 서찰을 읽으며 벽에 소리없이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아버지는 어머니를 진심으로 사랑하셨고, 늦은 나이에 자신을 낳다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주위에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어린 나는 언제나 투정부리며 아버지와 놀기를 원했고, 그렇게 아버지는 어린 나를 위해 매번 숨막꼭질을 하며 놀아주셨다.


나이가 들어 힘드셨을텐데 언제나 자신을 위해 활동해주셨고, 언제나 존경스러운 아버지셨다.


그리고 자신이 일곱살 쯤 되었을 때였다.


자신의 조카라며 어린 아기가 들어왔다.


어린 나는 아무것도 알지 못했지만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면 그 날 내 아버지는 눈물을 흘리셨고, 아주머니께서는 어린 아기를 데리고 오셨던 기억이 생생하였다.


그리고 그 아기 옆에 따라 들어온 아저씨는 두 상자를 안고 계셨고, 그 상자 안에는 내 오라버니와 새언니가 계셨던 것 같다.


나는 어린 나이에 아무것도 알지 못했고, 어린 아기가 따뜻한 방 안에 놓여 자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직접 손으로 만진 기억이 있다.


그때 아기는 자고 있었고, 제 손짓에 내 손을 잡은 아기로부터 나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이 어린 조카를 위해 좋은 고모가 되어주기로 마음 먹었던 기억이 떠올라왔다.


그 아이를 지켜주겠다 아버지께 다짐하였는데 정작 아버지는 지켜드리지 못했다.


“흐윽······”


그리고 벽 앞에 어두운 그림자가 다가왔다.


“······ 잠시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상욱의 목소리였다.


“······ 예.”


연화의 수락에 상욱은 조용히 안으로 들어와 연화 옆으로 자리를 잡았다.


“늦어서 미안합니다.”


“······ 아닙니다. 알고 있습니다. 장례식 함께 해주신거 보았습니다.”


“아······ 그래도 곁에 있어드리지 못했지 않습니까.”


“괜찮습니다. 이리 오셨지 않습니까.”


연화는 분명 웃으며 대답했지만 그녀의 목소리 끝에는 눈물로 가득했다.


그에 상욱은 연화의 옆으로 자라를 바꾸며 다시 입을 열었다.


“······ 기대셔도 됩니다.”


“······ 되었습니다.”


그러자 상욱이 연화에게 조심스럽게 손을 데며 입을 열었다.


“하루 정도는 괜찮습니다. 밖에서는 보이지 않을 겁니다.”


“흐윽······”


“······ 고생하셨습니다.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매 순간 당당하셨고, 그래서 제가 정말 많이 좋아했습니다. 그래도 너무 힘들면 잠시 쉬어도 괜찮습니다. 가끔은 이리 울으셔도 됩니다.“


”흐으윽······“


”쉬이이······“


상욱은 해가 오를 때까지 연화 곁을 지키며 밤을 세웠다.


그리고 연화가 눈을 떴을 때에는 이미 상욱은 사라진 후였고, 그녀 위에는 따뜻한 이불이 덮여져 있었다.


“······ 참 잊을 수 없는 사람이네······”


연화는 작게 미소를 지으며 이 대감의 편지를 품에 넣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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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서른 일곱 번째 이야기 23.03.30 28 1 11쪽
37 서른 여섯 번째 이야 23.03.28 28 1 12쪽
36 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 23.03.25 26 1 11쪽
35 서른 네 번째 이야기 23.03.23 29 1 11쪽
34 서른 세 번째 이야기 23.03.21 31 1 12쪽
33 서른 두 번째 이야기 23.03.18 33 1 11쪽
32 서른 한 번 째 이야기 23.03.16 25 1 11쪽
31 서른 번째 이야기 23.03.14 29 1 12쪽
» 스물 아홉 번째 이야기 23.03.11 29 1 11쪽
29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 23.03.09 47 1 12쪽
28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 23.03.07 31 1 11쪽
27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23.03.04 30 1 11쪽
26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23.03.02 29 1 12쪽
25 스물 네 번째 이야기 23.02.28 28 1 13쪽
24 스물 세 번째 이야기 23.02.25 33 2 11쪽
23 스물 두 번째 이야기 23.02.23 33 2 12쪽
22 스물 한 번째 이야기 23.02.21 37 2 12쪽
21 스무 번째 이야기 23.02.18 50 2 12쪽
20 열 아홉 번째 이야기 23.02.16 35 2 12쪽
19 열 여덟 번째 이야기 23.02.14 33 1 11쪽
18 열 일곱 번째 이야기 23.02.11 36 2 11쪽
17 열 여섯 번째 이야기 23.02.09 39 2 11쪽
16 열 다섯 번째 이야기 23.02.07 36 1 12쪽
15 열 네 번째 이야기 23.02.04 38 2 11쪽
14 열 세 번째 이야기 23.02.02 44 2 12쪽
13 열 두 번째 이야기 23.01.31 41 2 11쪽
12 열 한 번째 이야기 23.01.28 53 3 12쪽
11 열 번째 이야기 23.01.26 5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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