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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앤별 작가님의 서재입니다.

1940-나는 아직 할 말이 남았다

웹소설 > 자유연재 > 대체역사, 현대판타지

완결

별앤별작가
작품등록일 :
2023.01.10 22:05
최근연재일 :
2023.04.04 10:30
연재수 :
40 회
조회수 :
2,646
추천수 :
83
글자수 :
205,848

작성
23.01.28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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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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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열 한 번째 이야기

DUMMY

어느 창고에 들어선 도현과 라온은 작은 불을 키고 도현의 상처를 확인했다.


“다행히 상처가 깊지는 않네요.”


“그렇습니까?”


“예.”


자연스럽게 라온은 도현의 상처를 확인하며 치료에 들어섰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던 도현은 라온에게 물었다.


“그런데 라온 동지는 어찌 자신과 함께 헤온 동지 분들을 두고 저를 따라오신 겁니까?”


“글쎄요. 왜인지 아침부터 수장님을 뵈었을 때 시선이 갔습니다. 제가 어릴 적 모셨던 도련님과 닮은 것 같아서요. 그래서 저도 모르게 수장님을 계속 보았고, 또 아까도 무언가 끌리는 것처럼 따라갔습니다.”


라온은 도현의 팔의 상처를 치료하면서 대답했고, 도현은 잠시 이야기를 멈추다 주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 치료해주시는 것이 능숙한데 많이 해보셨나봅니다.”


“저도 그렇고 제 동지들도 자주 다치시니까 치료하는 것은 다들 능숙합니다. 저희가 살아야 또 나라를 지키고, 저희의 의지를 보여줄테니까요.”


“라온 동지도 자주 다칩니까?”


“그렇죠. 저희가 다치는 것은 흔한 일입니다.”


“하지만 저는 라온 동지가 다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자 붕대를 감싸던 라온이 손짓을 멈칫하며 그를 바라보았다.


'뭐지?'


갑작스럽게 상대 수장의 대답에 라온은 잠시 당황한 듯 한 표정을 보이다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죠. 의병들이 건강해야 또 나라를 구할테니까요. 크음, 그러는 수장님이나 몸 조심하십시오. 어찌 수장이라는 분이 이리 다치십니까.”


“미안합니다. 그런데 저 질문 하나만 더 해도 되겠습니까?"


"예, 하세요."


"그럼 조금 전에 말씀하셨던 도련님 말입니다. 그 분은 지금 곁에 안계신 것 같은데 괜찮습니까......?"


"글쎄요. 예전에는 엄청 슬펐는데 이제는 적응되어서 괜찮습니다."


적응되었다라.......


그게 더 슬픈 표현같았다.


"도련님이라는 분, 나쁜 분이시군요."


"그리 말씀하지 마십시오. 제게는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제게는 가족이자 오라버니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제가 떠날 때 반드시 다시 돌아오겠다 약조까지 하신 분입니다. 다른 분은 몰라도 저는 압니다. 좋은 분이시라는 것을......"


라온의 대답이 흐릿해지자 도현은 아주 잠시 눈을 감으며 감정을 다스리고선 다시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라온 동지에게 좋은 분이셨나봅니다.”


“...... 예, 그랬습니다.”


“그런데...... 과거형이네요.”


“...... 예. 예전에 사고로 돌아가셨습니다. 하지만 전 보지도 못했습니다. 어릴 적 상해로 떠나서 말입니다. 꼭 다시 만나기로 약조하였는데······”


라온은 분명 눈물을 흘리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알 수 있었다.


이 아이, 지금 제 감정을 참고 있는 것이었다.


당장이라도 손을 잡아주고 싶었다.


당장이라도 말하고 싶었다.


참지말라고,


울고 싶으면 울어도 괜찮다고.


힘들면 잠시 쉬어도 괜찮다고.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떠한 것도 할 수 없었다.


지금 나는 도현이 아닌 이강이니까.


도담단의 수장이니까......


우리는 의병이니까.


그저 내가 해줄 수 있는 말은 오직 하나였다.


"너무 오래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리 라온 동지께서 아파하고 참고 계신다면 돌아가신 도련님도 원치 않으실 겁니다."


"그렇겠지요?"


"예. 그럴겁니다."


라온이 작게 웃으며 대답했다.


"말이라도 감사합니다."


"아닙니다. 진심입니다!"


"예?"


"아, 그게 아니라...... 정말 그러실 거라는 겁니다."


"아, 네."


오랜만에 라온의 미소를 보았다.


잠시라도, 아주 잠시라도 이리 웃는 그녀의 모습이 보기 좋아서였을까.


나는 참고 있던 속마음을 뱉어냈다.


"제가 그 도련님은 되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라온 동지에게 가끔은 그 분처럼 곁에 있어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너무 오래 아파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무엇 때문일까.


그저 나를 위로하는 말 한 마디일 뿐인데 라온에게는 처음 느껴보는 간질거리는 여러 감정들이 다가왔다.


****


대한제국. 사진관.


“이 사진관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아는가?”


새로 생긴 사진관 앞 사람들이 모여 입을 열었다.


“어떻게?”


“나야 모르지.”


“뭐야?”


“하하, 장난이고, 이 분이 그렇게 미인이라던데.”


“그래? 아, 그런데 이 사진사 소문으로는 조선인이라는 소문도 있던데?”


“조선인이 왜 상해에 갔다 다니 오나?”


“그런가? 그래도 그렇게 절세 미인이라던데, 얼굴 한번 보고 싶네.”


“그러게. 가게 문만 열어놓고 어딜가셔서 이리 얼굴 한 번 안보여주시나.”


사람들은 웃으며 다시 가게에 몸을 돌렸다.


하지만 여전히 사진관을 바라보던 여인이 한 명이 중얼거렸다.


"상해에서 왔다라......"


****


1919년 2월. 대한제국.


당시 조선 내외로 비밀 결사 단체는 다양하게 존재했다.


그리고 남여 노소 할 것 없이, 또 나이 상관없이 움직였지만 서로의 정체는 밝히지 않았고, 스스로의 정체를 숨기며 움직이고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부터 의심스러운 사건이 발생되었다.


우리도 모르는 조직들이 나타나 연회장을 공격했고, 또 그 조직의 이름은 밝혀지지 않았다.


그 조직을 주시하던 또 다른 비밀 결사 단체가 있었으니 그 조직의 이름은 여보회로 여성비밀결사조직(평양에서 조직된 항일 비밀여성단체)으로 그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있었다.


과거 1913년 평양 여학교의 교사 뿐 아니라 졸업생 그리고 재학생 등은 그들의 독립의지를 밝히기 위해 함께 단체를 조직하였다.


초대회장인 김경희는 평양 여학교 교사로 근무하면서 비밀결사를 조직, 항일투쟁을 전개하였고 상하이 망명 이후 비밀결사 부인회를 조직하여 군자금 모집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회원들은 전국 각처의 여학교에서 교편을 잡으며 학생들의 항일의식 고취에 힘을 쏟았다.


이들은 망명지사의 가족을 돕고 독립군 자금 지원과 실력함양을 목적으로 하였다.


매주 토론회와 역사강좌를 가졌으며, 입회는 회원의 추천과 전원의 찬성으로 이루어졌다.


또 졸업한 뒤에는 각 지방학교의 교사로 부임하여 활동 폭을 넓혔다.


창립회원들로 이루어진 송형제 계열과 젊은 회원들로 구성된 죽형제 계열로 분리하여 관리하였다.


비밀유지와 회원관리에 철저하여 점조직형태로 활동하면서 서로의 이름을 바꾸며 그들의 존재를 숨기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의 본부는 평양에 있었고, 회장 1명이 조직 전체를 관장하였다.


이들의 활동은 일본·미국 등지까지 퍼져나가고 있었다.


1919년 당시 여보회 단체는 여학교에 결성된 비밀결사대를 이어가며, 독립운동에 투신하였다.


“애들아. 태극기가 너무 아름답지 않아?”


“맞아. 우리 태극기의 '태극'은 '지극히 큰 하나'라는 뜻으로, 이 음양 두가지의 힘으로 우주 만물을 창조하듯이 우리 민족의 창조성을 나타내었으며, 평화, 광명, 무궁, 조화, 평등을 상징하지. 태극기의 흰 바탕은 순수하고 깨끗한 민족성을 상징해요. 네 귀퉁이의 검은색 선들은 각각 '건, 곤, 감, 리'라고 하는 4괘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는 각각 상징하는 것이 다르지. 건은 하늘을, 곤은 땅을, 감은 달과 물을, 리는 해와 불을 상징하고, 이들 4괘가 태극을 중심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이 바로 우리의 태극기잖아.”


“맞아. 역시 기옥은 모르는 게 없구나.”


“아니야. 너희도 알고 있잖아.”


우리는 이 순간만큼은 평화롭게 웃으며 이야기를 나누어갔다.


때마침 선생님이 달려와 입을 열었다.


“얘들아, 잘 하고 있어?"


"그럼요. 어? 그런데 선생님 어디 가세요?"


"응, 요즘 우리 같은 비밀 단체가 늘고 있다는 소문이 들리더구나. 그리고 그 조직원 한 명을 찾은 듯 하여 내가 가보려한다."


"정말요? 그런데 그 분이 우리와 같은 독립군인지 아닌지 어찌 구별합니까?"


"최근 우리 조직에게 알리는 건지 요 며칠 자신의 정보를 밝히는 이가 있더구나. 그리고 더 찾아보니 그 분의 위치도 찾은 것 같구나. 우선 우리 태극기를 가져가 보여주면서 우리의 준비를 알려주고 합류하자고 해야겠구나."


"알겠습니다. 조심하세요. 선생님."


“그래. 다녀오마."


당시 1919년 대한제국이 일본에게 강제로 지배 당한지 근 10년이 되던 해였다.


1910년 한일병합조약으로 일본에게 강제합병을 당한 이후 대한제국은 일본의 무단 통치에 신음하고 있었다.


****


그리고 도담단과 계약을 맺은 별하단 여자 의병인 라온은 우리 조직 말고도 더 많은 독립 의지를 보여줄 조직들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며 조직원에게 이야기를 열었다.


"아마 우리 말고도 저희와 같은 비밀 결사 조직은 더욱 존재할 겁니다."


그에 도현이 대답했다.


"그래, 그럴 수 있겠지. 하지만 그러다 우리 조직의 위치가 밝혀지면 어찌한단 말이오? 아무리 조직원을 넓힌다하여도 잘못하다간 우리마저 들킬지 모르오."


"그러니까 몰래 하자는 거죠. 분명 우리 조직이 사람 수가 늘고, 또 두 달 전 보여주었던 연회장 거사로 분명 우리의 존재는 그들에게도 전해졌을 겁니다."


"흐음...... 우선 연회장 거사가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일본인들의 행동은 아직 여전히 의심을 놓을 수는 없소. 그러니까 당분간은 조심하는 것이 서로에게 좋을 듯 하니 무리해서 움직이지 마시오."


"알겠습니다."


라온은 의병들의 안전을 위해 말을 멈추었고, 오늘의 회의는 이것으로 끝을 보였다.


그리고 한 명씩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가고, 라온 역시 나가려는 순간 도현이 라온을 붙잡았다.


"라온아."


"예?"


"아무리 마음이 급해도 우리와 상의 없이 움직이는 말거라. 너의 선택이 오히려 모두에게 피바람이 불지도 모르지 않겠냐?"


"...... 미안합니다. 그저 저희를 바라보는 시선 중에 우리와 같은 의지를 가지고 있는 분이 계시지 않을까 살펴만 보았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 조직원들에게 다른 피해는 없을 겁니다."


라온이 사과를 건네자 도현은 소리 높여 대답했다.


"그것이 아니라......"


"그러면 무엇을 말하시는 겁니까?"


'네가 다칠까봐 겁이 난다. 겨우 찾은 너인데 또 너를 잃으면 어찌 한단 말이냐.'


하지만 라온의 물음에 도현은 대답 할 수 없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니다. 조심하거라."


라온은 웃으며 대답했고, 또 도현 역시 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예. 걱정마십시오. 수장님."


'그래, 수장...... 내 너에게 수장임을 잊지 않으마.'


라온은 조심스럽게 얼굴을 가리며 사진관으로 향하였고, 가게 문을 열려는 순간 듸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그리고 라온은 가게 문을 열려던 순간 잠시 손을 멈추었고, 상대의 목소리를 주시했다.


"이곳이 그 유명한 미인이 운영한다던 사진관이라던데 오늘은 사진 좀 찍을 수 있겠습니까?"


라온은 몸을 돌려 말을 건네는 사람을 바라보았다.


여자였다.


그리고 라온은 가게의 불을 키고선 다시 손님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들어오세요."


****


라온은 여자 손님을 주시하며 카메라를 만졌고, 그에 손님이 입을 열었다.


"왜 그러십니까?"


"아, 아닙니다. 여자 분께서 이 늦은 저녁에 홀로 사진을 찍으러 오시는 일이 흔하지는 않아서 말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저도 신비롭네요. 사진관을 운영하는 분이 여자라는 소문은 들었으나 이렇게 눈으로 보니 신비롭네요."


"그렇습니까?"


왜인지 라온과 손님은 웃으며 대답하고 있지만 서로를 주시하는 모습이 보여졌다.


"손님, 조금 웃으시면 좋을 듯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리고선 손님은 작게 미소를 지었고, 그에 라온은 다시 카메라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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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서른 아홉 번째 이야기(완) 23.04.04 42 1 13쪽
39 서른 여덟 번째 이야기 23.04.01 30 1 11쪽
38 서른 일곱 번째 이야기 23.03.30 28 1 11쪽
37 서른 여섯 번째 이야 23.03.28 28 1 12쪽
36 서른 다섯 번째 이야기 23.03.25 26 1 11쪽
35 서른 네 번째 이야기 23.03.23 29 1 11쪽
34 서른 세 번째 이야기 23.03.21 31 1 12쪽
33 서른 두 번째 이야기 23.03.18 33 1 11쪽
32 서른 한 번 째 이야기 23.03.16 25 1 11쪽
31 서른 번째 이야기 23.03.14 29 1 12쪽
30 스물 아홉 번째 이야기 23.03.11 29 1 11쪽
29 스물 여덟 번째 이야기 23.03.09 47 1 12쪽
28 스물 일곱 번째 이야기 23.03.07 31 1 11쪽
27 스물 여섯 번째 이야기 23.03.04 31 1 11쪽
26 스물 다섯 번째 이야기 23.03.02 29 1 12쪽
25 스물 네 번째 이야기 23.02.28 28 1 13쪽
24 스물 세 번째 이야기 23.02.25 33 2 11쪽
23 스물 두 번째 이야기 23.02.23 34 2 12쪽
22 스물 한 번째 이야기 23.02.21 38 2 12쪽
21 스무 번째 이야기 23.02.18 50 2 12쪽
20 열 아홉 번째 이야기 23.02.16 35 2 12쪽
19 열 여덟 번째 이야기 23.02.14 33 1 11쪽
18 열 일곱 번째 이야기 23.02.11 36 2 11쪽
17 열 여섯 번째 이야기 23.02.09 39 2 11쪽
16 열 다섯 번째 이야기 23.02.07 36 1 12쪽
15 열 네 번째 이야기 23.02.04 38 2 11쪽
14 열 세 번째 이야기 23.02.02 45 2 12쪽
13 열 두 번째 이야기 23.01.31 42 2 11쪽
» 열 한 번째 이야기 23.01.28 54 3 12쪽
11 열 번째 이야기 23.01.26 57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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