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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성마소천(聖魔燒天)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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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7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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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쪽

복수행 - 27

DUMMY

모두가 잠든 깊은 밤.

진호연은 매일 하듯 하루의 마무리를 시작했다.


객방의 침상에서 다리를 틀고 앉아 눈을 감았다. 숨을 들이마시며 삼단전을 열어 한 가닥의 기를 끌어올렸다.


덜컥.


마치 수면 아래에 있던 그물이 일시에 딸려오듯 왈칵 솟구치는 거대한 덩어리에 기맥이 찢어지려 했다.


무성왕과 같은 체질, 감히 사람이 감당하기 힘든 기괴한 체질 탓에 농밀하다 못해 끈적하게 덩어리진 힘은 너무나도 무거워서 다스리기가 힘들었다.


기의 폭류(爆流)가 몸을 터뜨리지 않도록 이를 악물고 맥을 굳건히 했다. 오장육부와 사지백해를 맹렬하게 몰아치는 힘의 한 가닥이라도 바깥으로 새어나가지 않도록 집중했다.


침묵이 찾아오며 고통이 사그라들고, 몸이 안정되자 오행의 흐름에 따라 각 장부의 기세가 살아났다.


그는 지금껏 명우공의 바탕이 되는 심법인 오정성휘공(五精星輝功)으로 몸을 다스려 왔으나, 진호연이 자라나는 만큼 힘도 점점 자라나고 있었기에 오정성휘공만으로는 부족해졌다.


오정성휘공을 기반으로 하여 더욱 높은 곳으로 향할 심법을 연마할 필요가 있었다.


오행정기의 원활한 순환을 이루었으니 이제 태음과 태양의 커다란 빛을 향해 나아갈 차례,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명우공(鳴宇功)의 법문을 염송하기 시작했다.


‘일단(一旦), 정소우자(精召宇者), 홀연초월계(忽然超越界), 당지재무공(當地在武功), 당지재강호(當地在江湖). 도봉향리노(道逢鄕里老), 문저지(問這地), 남노옹왈(南老翁曰), 저지북구로주야(這地北俱盧洲也). 우자앙수망천, (宇者仰首望天), 사이도지(祠而禱之), 연이불귀(然而不歸). 우애호(宇哀號), 원천규문(怨天叫問), 복지유체(伏地流涕).’


무성왕이 남긴 법문을 처음부터 외며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이어 잡생각이 사라졌을 즈음, 진호연은 상승의 내공심법인 칠요대정법(七曜大正法)을 외웠다.


‘오언심이지 심이행(吾言甚易知 甚易行), 천하막능지 막능행(天下莫能知 莫能行), 우주유정(宇宙有精), 만물기본정(萬物其本精)···.’


한 호흡마다 만물의 근원인 정을 들이마시며 심상에서 태음과 태양의 두 빛을 그렸다.


무엇보다도 밝은 빛덩이들이 나란히 놓였다.


진호연이 눈이 멀 정도로 밝은 빛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중, 두 빛 사이에서 작고 까만 점이 떠올랐다.


‘전하···.’


늙고 갈라진 목소리가 울렸다.


‘···전하.’


어쩌면 아직 한창나이의 부부일지도 몰랐다.


‘······전하.’


또 어찌 보자면 과년은커녕 열둘도 되지 않은 계집아이의 목소리일지도 몰랐다.


전하.

전하, 전하!

제발 살려주십쇼! 살려주십쇼!


진호연의 귓가에서 쟁쟁하게 울리는 목소리는 끝이 없었다.


간절하고 끔찍한 절규가 만든 진창, 진호연은 그 속에서 허우적거리며 온몸을 짓누르는 고통을 느꼈다.


나의 마음이 움직임으로 나의 세상이 움직이니, 육신도 당연히 마음의 영향을 받는 법이라.


심상 속의 진호연은 이를 악물고 질척하게 달려드는 목소리들을 물리쳤다.


절규가 점차 잦아들자 밝은 빛 속에 있던 까만 점이 차근차근 선명해지며 무언가의 형상을 드러냈다.


이는 어느 사내의 눈동자였다.


형형한 눈동자에는 원망과 증오, 가족을 지키지 못한 분노와 슬픔이 처절하게 맺혀있었다.


진호연이 사내의 눈동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때, 역겨운 냄새가 코로 파고들었다.


‘···잡아!’

‘···저 새끼, 배 갈라!’

‘···월월월! 컹!’


시뻘건 내장의 냄새와 함께 아비가 산 채로 배를 갈려 짐승에게 뜯어먹히는 끔찍한 광경이 펼쳐졌다.


피칠갑을 한 개들이 창자를 뜯으니 오물이 쏟아지며 구역질 나는 악취가 더욱 심해졌다. 그 옆에서는 어미와 누이가 악적들에게 붙들려 윤간을 당하고 있었다.


남녀 가리지 않고 입이 찢어져라 웃으며 아비의 송장을 짓밟고 가족을 유린하는 원수들, 지금 당장이라도 일어나서 놈들을 죽이리라.


진호연은 이제 참변 당시의 네 살 아이가 아니었다. 몸이 이리 자라나고 신공을 익혔으니 저 악적들을 단박에 때려죽일 수 있었다.


한데 어찌 몸이 움직이지 않는가.


심상 속에서도 독침을 맞은 진호연은 몸이 찢어지는 고통 속에서 손가락 하나를 까딱할 수 없었다. 그저 잠든 것처럼 누워서는 처참한 꼴을 고스란히 눈에 담을 뿐이었다.


분노한 진호연은 있는 힘껏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그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다시 한번 숨을 담고 비명을 내지르려 했을 때였다.


법문에서 이르기를, 심상 속에서는 듣지도 보지도 만지지도 맡지도 말하지도 말라는 경고를 떠올리고 급히 입을 다물었으나 때를 조금 놓치고야 말았다.


“···풉, 크흐읍!”


심상이 아닌 실제 진호연의 육신이 반응했다.


콧구멍을 제외한 온몸의 구멍을 닫고 내외를 밀폐했던 상황에서 입이 벌어지자 주천하던 기가 일순에 멈추고 역류를 시작했다.


속이 뒤틀리는 고통에 진호연의 몸뚱이가 생선 뛰듯 펄떡 뛰었다.


“크학!”


그대로 침상 아래로 고꾸라지며 바닥에 널브러졌다.


기혈이 뒤집히며 온몸에 시퍼런 핏줄이 도드라지고, 숨통이 막혀버렸다. 뿐만 아니라 눈에서 피눈물이 흐르고 코에서는 코피가 쏟아졌다.


“······!!”


바닥을 손톱으로 긁으며 고통에 몸부림치는 모습은 소금 뿌린 생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는 내장이 꼬이는 고통을 참으며 겨우 검지를 미간에 올렸다.


눈썹 사이의 혈을 꾹꾹 누르곤, 안간힘을 써서 자세를 바로잡았다.


범람한 황하처럼 마구잡이로 몰아치는 기를 억눌러 다시 단전으로 몰아넣었다. 삼단전이 닫히기 시작하자 난동을 부리던 힘도 서서히 기세를 잃고 수그러들었다.


“···흐윽, 허어억.”


진호연은 아찔했던 고통에 숨을 헐떡였다. 뒤로 드러누워 호흡을 고르고 나서야 이미 날이 밝았음을 깨달았다.


그가 심마에게 사로잡힌 동안 아침이 찾아왔다.


창문을 가린 두터운 휘장 탓에 해가 얼마나 떠올랐는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식사하라며 부르러 온 종복이 없는 걸로 보아 이른 시각이리라 짐작했다.


몸을 추스른 진호연이 젖은 옷을 벗어던졌다.


그의 전신에서 뜨거운 김이 피어올랐다. 쇳덩이를 이고 산에 오른 사람처럼 온몸의 근육이 팽팽하게 부풀었다. 어찌나 힘이 들어갔는지 살가죽 아래로 근육의 결이 선명하게 보일 정도였다.


건드리면 터질 듯한 몸을 움직여 식은땀과 피에 젖은 얼굴을 닦는 중이었다.


콩콩.


누군가가 방문을 두들겼다.

진호연은 얼굴을 문지르던 수건을 아래로 내렸다.


“후우, 누구십니까?”

“저기, 일어나셨어요?”


진호연을 찾아온 이는 비복이 아니라 인자검의 딸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십사 년의 삶에서 처음 깨달은 춘심이 가득했다. 아름다운 청년을 마주하고 그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어 새벽부터 일어나 직접 죽을 쒀서 가져온 참이었다.


“소저, 아침부터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공자, 식사하셔야죠! 문 좀 열어주실래요?”


휘장으로 가린 어둑한 방 안, 진호연은 바깥을 향해 눈을 천천히 깜빡였다.


“그건 곤란합니다.”

“예? 왜요? 제가 직접 죽 쒀서 가져왔으니까···.”

“소저, 참으로 송구하오나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진호연의 대답에 그녀가 들고 있던 쟁반이 흔들리며 넘치도록 담은 죽이 조금 흘러내렸다.


“네? 방금 뭐라고? 앗, 죽이 흘렀···.”


진호연의 덩치를 생각해서 소여물을 퍼담듯 대접 가득 담은 죽이 아주 조금 흘렀을 뿐인데도 아까워서 발을 동동 굴렀다.


“저기 공자, 방금 뭐라고 하셨어요?”

“이만 돌아가 주십사 부탁드렸습니다.”

“왜요! 죽까지 가져왔는데요! 빨리 문 열어주세요. 팔 아파요.”

“돌아가세요.”

“그치만 당과도 좀 가져왔는데, 같이 먹으면서 노래 한 곡···.”

“안됩니다.”


소녀가 일생의 모든 용기를 다 짜내어 뱉어낸 말, 고작 청년과 얼굴을 마주하고 함께 과자를 먹고 싶다는 구애가 무참하게 짓밟혔다.


“이거, 이거 맛있는데···.”


문 바깥에 선 인자검의 딸이 억울하여 울먹이자, 진호연이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서 큰 신세를 지는 길손을 곤경에 빠뜨리려 하십니까. 약혼을 앞둔 소저께서 정체 모를 외인과 단둘이 있었다는 일이 퍼지면 제가 소저를 모욕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어째서 사람을 은혜도 모르는 금수로 만들려 하십니까?”


이제서야 말귀를 알아들은 인자검의 딸이 얼굴을 새빨갛게 붉혔다.


“···아, 죄송해요. 제 생각이 짧아 거기까지 미처 고려치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해요.”

“아닙니다. 이만 돌아가 주시지요.”


그녀는 방문의 옆에 쟁반을 내려뒀다.


“그럼, 이거 식기 전에 빨리 드세요. 드실 거죠?”


하지만 그녀의 발이 좀처럼 떨어질 생각이 없었다. 한 걸음을 옮겼다가 뭐가 그리 아쉬운지 자꾸만 고개가 뒤로 돌아갔다.


바깥의 기척을 알아차린 진호연이 또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 아쉬우시다면 한 곡 들려드릴까요?”

“정말요?”


인자검의 딸은 언제 시무룩했냐는 것처럼 방글방글 웃으며 방문 앞에 쪼그려 앉았다. 방금 자고 일어나서 부스스할 진호연의 모습을 떠올리니 웃음이 절로 나왔다.


“저는 아무거나 좋아요.”

“그럼 잘 아는 곡으로 하나 고르겠습니다.”

“공자, 감사합니다아.”

“별말씀을···.”


소녀의 상상과 다르게 진호연은 땀에 젖은 알몸이었다. 살가죽을 찢을 듯 전신의 근육이 불거져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어깨에 대충 수건을 걸치고 의자 위에 앉았다.


비파를 끌어안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현을 퉁기기 시작했다.


투우웅···.

챠라랑···.


한 번 당기니 소녀의 간절한 눈빛이 또렷해지고, 한 번 밀어내니 인자검의 얼굴이 선명하게 다가왔다.


눈을 감자 두 사람의 얼굴이 어지러이 교차하며 새빨간 내장의 냄새가 지독하게 풍겨왔다.


손가락이 점점 빨라지며 진호연이 비파를 타는 것인지, 비파가 그를 붙들고 있는 것인지 모를 지경이었다.


더욱 빠르게.

더욱 거칠게.


맹렬하게, 그리고 아주 섬세하게.


가슴에 넘치는 격정을 고스란히 손끝으로 쏟아냈다. 네 가닥 현을 몰아치며 자신의 마음을 토한 진호연의 이마에서 송글송글 맺힌 땀이 흘러내렸다.


“···끝났습니다. 이제 가십쇼.”

“감사합니다. 잘 들었어요.”


일어나던 그녀가 죽 쟁반을 두들겼다.


“저기, 죽은 앞에 두고 갈게요. 맛있는 거니까 꼭 드셔야 돼요?”

“예, 남김없이 먹겠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걸어가는 작은 발소리가 창틈으로 희미하게 스며들었다. 진호연은 그 발자국 소리에 맞춰 다시 비파를 잡았다.


하지만 현을 퉁기지 않았다.


가만히 비파를 쓸어내리며 눈을 감으니, 아쉬움에 고개를 숙인 채로 걸어가는 소녀의 모습이 진하게 그려졌다.



***



낮 동안은 인자검과 함께 정원을 거닐며 시가를 읊고, 정자에서 피리를 서글프게 불며 성큼 다가온 겨울의 정취를 한껏 살리기도 했다.


그렇게 시간을 보내니 금세 날이 저물어 밤이 되었다.


기름진 음식과 향긋한 술이 차려진 대청으로 진호연이 들어왔다.


인자검 부녀가 앉은 커다란 식탁 주변으로는 집안의 어지간한 비복들이 모여있었다. 경사를 맞이한 인자검의 부탁으로 조촐한 연회를 벌이기로 했기에 한자리에 모인 차였다.


비복들이 어디 가서 악공의 가락을 듣겠는가, 다들 상당히 기대를 하는지라 들뜬 기색이 얼굴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비파선재, 가락이 하도 좋아 우리 딸녀석을 동석시켰소. 내 서운치 않게 쳐줄 터이니 몇 곡조 부탁드리겠소이다.”

“부탁이라니요. 따스한 잠자리와 밥을 얻어먹었는데 이런 정도를 못 하겠습니까. 그럼 어떤 곡으로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그야 비파선재께서 정할 일이지. 자신 있는 곡들로 하시구려.”


진호연이 준비된 의자에 앉자, 인자검이 그에게 손짓했다.


“지금 바로 하지는 말고, 우선 목을 좀 축이고···.”

“아닙니다. 바로 시작하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술맛을 돋우는 게 악공이 할 일이 아닙니까.”


진호연이 활짝 웃으며 인자검을 봤다가, 옆에 앉은 딸을 바라봤다.


딸도 진호연과 눈이 마주치자 아침의 일이 민망하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진호연의 얼굴을 마주한 게 기뻐서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까딱였다.


챠라랑, 챠장.

진호연이 연주를 시작했다.


인자검은 자신의 검을 옆자리에 내려놓고 술을 홀짝였다.


“드디어 우리 딸내미가 시집을 가는구나. 어미 없이 키운 딸이라 얼마나 마음을 졸였는지···.”

“아빠아, 근데 시집 꼭 가야 해요? 모르는 사람한테 가는 것보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한테 시집가는 게 좋잖아요.”

“어허,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 집안이 어떤 집안인데 그런 말을 하는 게야. 그만큼 좋은 혼처도 없으니 잔말 말거라.”

“그래도···.”


인자검 부녀가 사람이라면 대부분이 겪을 인륜지대사에 관해 말다툼을 하는 동안, 뒷정리를 하던 몇몇 비복들도 전부 대청으로 들어 쉬이 접하지 못할 악공의 연주를 감상했다.


조금 다툼이 있을지언정, 지금의 모습은 그저 평범한 집안의 모습이었다.


그냥 평범한 일상.

악적이나 복수 따위의 피비린내가 없는 평범함.


“와아, 저 처음 들었어요.”

“쉿, 조용히 해라. 주인어른께서 듣고 계시잖니.”


이들의 일상과 평범함을 접할수록, 진호연의 손은 더욱 거칠게 움직였다.


눈을 질끈 감고 품안의 비파에 기대어 열 손가락을 광인처럼 놀렸다. 숨이 벅찰 정도로 현을 퉁기며 뜨거운 땀을 쏟아냈다.


“어찌 이럴 수가, 참으로 명인이로다! 참으로!”

“세상에···.”


진호연이 새빨갛게 미쳐가는 동안, 이 집안의 모두가 광기와 격정이 담긴 선율에 빠져들었다.


손가락의 움직임마다 절절하게 벤 피비린내는 모르고 달콤한 소리만을 쫓으니, 진호연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치켜들고 입술을 벌렸다.


“하아아아—아아아하—.”


제대로 된 노랫말 없이 입과 코로 신음하듯 창을 이었으나, 그의 묵직하면서도 젊은 목소리는 굽굽이 가락에 어우러지며 신묘한 노래를 만들어냈다.


이윽고 진호연의 손이 멈추고 연주가 끝났을 때, 인자검이 손뼉을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진정, 참으로 명인이다. 참으로 명인이로다!”


진호연이 수줍게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과찬이십니다.”

“무슨 소리요! 어제 들었던 가락에 비할 바 아니구려! 참으로 심금을 울렸거늘!”

“삭월이 지나며 달이 모습을 드러내니, 달빛에 마음이 응하여 손이 움직인 것입니다. 어찌 제가 공치사를 하겠습니까.”

“허허허허! 그것도 아무나 하는 일이겠소이까? 그대의 가락이 월궁항아를 울렸나 보오!”


인자검이 주변에 선 비복들에게 명했다.


“무엇들 하느냐. 비파선재께 술 한 잔 가져다드려라.”

“예에.”


진호연은 어느 시비가 건네준 차가운 술을 들이켰다. 입가를 가만히 닦고서는 시립한 비복들을 찬찬히 헤아렸다.


“인자검 대협, 혹 이 자리에 빠진 이가 있습니까?”

“빠진 이라?”


앉아있던 인자검이 고개를 돌려 대청에 모인 비복들을 헤아렸다.


“다 왔나? 다 왔구려.”

“그렇습니까?”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오?”

“혹시라도 못 들려드린 분이 있을까 걱정되었습니다. 참으로 기쁘고 축하할 일인데 가솔 하나라도 빠지면 안 되지 않습니까.”

“허어 참, 얼굴만큼 마음도 곱구려. 어찌 이런 경사에 또 경사가 겹쳤을까.”


진호연의 솜씨와 말씨에 탄복한 인자검이 문득 물었다.


“아, 맞다. 여기는 무슨 일로 오는 길이라 했었소? 어제 술을 조금 과하게 마시다 보니 잊었구만. 찾는 사람이 있다 했었던가?”

“후후후후···.”


부드러운 미소로 질문을 던지는 인자검에 맞춰, 진호연도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들어올렸다.


순간, 삼단전을 일시에 완전히 개방하며 힘을 끌어냈다.


진호연의 주변으로 기장(氣場)이 퍼지고 새의 날개깃처럼 유형화된 기가 거칠게 파도쳤다. 상투가 풀린 머리카락과 옷자락이 나부끼는 사이로 시퍼런 빛을 머금은 눈동자가 모습을 드러냈다.


진호연이 입을 벌리는 순간, 신조가 울부짖듯 막강한 공력을 담은 끔찍한 목소리가 대청을 가득 메웠다.


[음구(淫狗), 당신의 목숨을 거두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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