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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성마소천(聖魔燒天)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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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수 :
48
글자수 :
30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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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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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복수행 - 21

DUMMY

“없지는 않겠지요. 무성왕께서 자손을 중원에만 남긴 것이 아니니, 오랑캐 중에도 있지 않소이까.”

“하지만 다들 요절하지 않았소이까. 전승자들이 몇 대를 못 넘기고 죄다 요절했으니 명우공의 맥이 끊기지 않았겠소?”


명우공과 선계허라는 말이 들리자, 진호연이 아닌 척 눈알을 굴렸다.


“해서 두문불출하시는 게 아니겠소. 어떻게든 하려고.”

“그런데, 황궁의 비고에는 필사본이 남아있지 않겠소? 당시 세조께옵서 명우공을 사사하셨을 거요.”

“게다가 진왕가에서 황후를 몇 번이나 배출했는데, 태후마마께옵서도 진씨의···.”


사람들은 그리 말을 하며 만허선사를 바라봤다.


이 자리에서 가장 연배도 높고 황궁에 출입했던 적도 종종 있었기에 뭔가 아는 것이 있나 싶었다.


만허선사가 고개를 저었다.


“빈승이 구중심처(九重深處)의 일을 어찌 알겠습니까. 태조께옵서 중과 술객이 황실의 일에 말을 얹고, 교파가 조정의 일을 좌지우지하는 것을 경계하라 유훈을 남기지 않으셨습니까.”

“하기사, 태조께옵서 그리도 치를 떠셨다 하니···.”


마불(魔佛)을 섬기던 마승들로부터 비롯된 사악한 가르침에 심취하여 산 사람으로 제사를 지낸 폭군을 물리치고 나라를 세운 태조가 유훈을 남겼기에 황실과 조정에서는 교의 득세를 몹시도 경계했다.


만허선사도 그저 불공을 올려달라는 요청에 의해 몇 차례 드나들었을 뿐으로 아는 게 없었다. 설령 아는 게 있다 하더라도 이곳에서 경솔하게 입을 열 생각은 없었다.


사람들은 다시 제각각 이야기를 꺼냈다.


“설마 놈들이 다시 나타날까?”

“잔당도 무성왕 시절에 소탕됐잖소. 절대 그럴 리가 없지.”

“지금 그게 중요하오? 자꾸 이야기가 다른 데로 새잖소.”


무당파의 백종자는 소란스런 대화 중에서도 홀로 술을 마시며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고 있었다. 그랬던 그가 소리가 나도록 술잔을 내려놨다.


따악!


모두가 백종자를 주목했다.


“아마 있을 거외다.”

“진인,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뭐가 있다는 말씀이신지, 마교의 잔당이 있다는 말입니까?”

“마교의 잔당이 아니라 명우공이 하늘 아래에 남아있다는 말이올시다.”

“그야 진왕야께서 남은 것들로 복구를 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백종자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실 분들은 아시지 않습니까. 명우공을 알고 있을만한 사람이 또 있다는 것을.”

“그게 누굽니까?”

“대호법 말입니다.”


구석에서 밥을 먹던 진호연이 눈을 부릅떴다. 그 답지 않게 젓가락으로 집던 고기를 놓쳐 돗자리 위에 떨어뜨렸다.


“엇, 내 갈비.”


진호연은 떨어진 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에 넣었다. 짐짓 추접한 모습을 누가 봤을까 염려하는 듯이 입을 가리고 모른 체했지만 이미 몇몇 이들이 본 후였다.


하지만 이를 본 사람들도 그저 그러려니 하고 넘어갈 따름이었다. 천한 악공이 바닥에 떨어진 음식을 집어먹건 말건, 지금 그게 중요한 일이 아니었으니까.


“아, 그렇지 적오원군이 있었군.”

“대호법? 설마 적오원군말입니까?”


어리벙벙한 남궁방이 의문을 표했다.


“적오원군은 백 년 전에 죽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뜻밖의 이야기에 당황한 것은 흑단개도 마찬가지였다.


“에엥? 적오원군이 이 시대까지 살아있었단 말입니까?”


백종자가 수염을 쓸어내리며 눈을 감았다.


“이제는 공공연한 비밀이지요.”

“공공연한 비밀이라 하기엔 금시초문입니다만.”

“흐흠, 어지간한 분들께서는 진참안의 주동자가 바로 적오원군이라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보셨을 겁니다.”

“예에??”


화들짝 놀란 남궁방이 엉덩이를 들썩이는 동안, 구석에 앉은 진호연도 흠칫 놀라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백종진인, 사실 비밀이라 할 것도 없지 않소이까? 상부에서는 진참안을 일으키고 도주한 적오원군이 이번 일의 배후가 아닐까 의심하고 있으니 말이오.”

“그렇지요. 조만간 맹주께서 이를 공표하실 겁니다.”


남궁방이 허탈하게 웃었다.


“하, 아버지께선 아무런 말씀도 없으셨는데.”

“맹주 성정에 이런 일을 아들이라고 귀띔을 하시겠소?”

“그야 그렇지만···.”


이를 엿듣던 진호연은 이를 악물었다.


모든 것을 바쳐 자신을 길러준 적오원군을 역도로 몰아가는 말에 분노가 치솟았다.


대체 소종의 뒤에 누가 도사리고 있는 건지, 또 소종과 결탁한 이들이 얼마나 많기에 이런 거짓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건지 모를 노릇이었다.


의심스러운 황실은 물론이요 인척관계인 남궁가도 당가도 믿을 수 없는 상황, 진호연이 의지할 것이라고는 자신이 가진 힘만이 전부였다.


그는 속으로 분루를 흘리며 씁쓸한 술을 들이켰다.



***



술자리에 무림의 명숙들이 하나씩 합석하다 보니 파장한 것은 자시를 넘기고 축정(丑正)을 지나서였다.


한밤을 지나 새벽이 다가오는 시간에 술에 거나하게 취한 이들이 학정루에서 우르르 빠져나왔다.


“크흐, 취한다.”

“어서 술기운 털어냅시다.”


다들 나오자마자 운공을 하여 주독을 조금씩 몰아내고 있었지만 남궁방은 달랐다.


“끅, 흰둥 공자.”


술에 취해 눈이 풀린 남궁방이 진호연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그도 상당한 장신이기에 조금 비뚜름하기는 해도 진호연과 어깨동무를 할 수 있었다.


“오늘 아주 대단했어. 강호무림의 절대고수만큼이나 대단해, 자네가 바로 청등홍가의 절대고수고 화류항의 천하제일이야.”


진호연에게 기대어 히죽히죽 웃던 남궁방이 돌연 몸을 떼며 하인들을 향해 손을 휘둘렀다.


“여봐라! 이 흰둥 공자에게 촉금(蜀錦) 세 필과 열 냥치 은자를 내어주어라. 끅!”

“예, 나으리.”

“청구는 내일 내게 사람을 보내고!”

“예이!”


전두를 거하게 베푼 남궁방은 술냄새를 풍기며 질척거렸다.


“히꺽, 흥도 나는데 같이 하처(下處)에나 갈까?”


본디 청등홍가에서의 하처란 급이 낮은 기루를 일컫는 말이었으나, 지금 남궁방이 말하는 하처는 그런 곳이 아니었다.


이 벽산관처럼 고급스러우면서도 예기가 아닌 창기들이 몸을 파는 기루를 이르는 것이었다. 대놓고 하는 싸구려 매음굴이 아니고 농염한 여인들만 선발하여 은근하게 장사를 하기에 체면 차리는 이들과 돈 많은 자들이 드나드는 장소였다.


“내가 사겠네. 거하게 사겠어. 사내가 말이야, 술을 마셨으면 꽃향기도 맡아야 해장이 시원하게 되는 법이야. 끅!”


그리 말하는 남궁방이 남은 손을 진호연의 아랫도리로 뻗었다.


“끅, 앞으로 동생이라고 불러도 되지? 흰둥 동생, 이 형님이 말이야 한 수 가르쳐···!”

“윽!”


진호연의 아랫도리를 움켜쥔 남궁방이 화들짝 놀라며 뒤로 물러났다.


“뭐냐, 방금.”


고개를 털고 손아귀를 보던 남궁방이 중얼거렸다.


“···흰둥 형님이었네.”


진호연의 양물을 움켜쥐었던 남궁방이 차수를 하며 한쪽 무릎을 꿇었다.


“끄윽! 형님, 한 수 가르쳐 주십쇼!”

“소야, 이러지 마십시오. 사람들이 봅니다.”

“흰둥 형님, 형님? 크하하하하하학!”


그러고는 배를 잡고 웃다가 바닥에 주저앉고야 말았다. 어찌나 크게 웃었는지 딸꾹질이 심하게 터져 구역질까지 할 정도였다.


“꺽! 꺼억! 웨엑!”

“소야, 보는 눈이 많습니다. 일어나시지요. 어서요.”

“이거 놔라! 감히 어디에 손을 대! 너도 내가 우습더냐!”


진호연은 엄청난 추태를 부리는 남궁방을 부축하려다가, 그가 손을 쳐내자 어색하게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나무아미타불, 허어.”

“허허허, 고달픈 청춘이로다. 허허어어어어.”


노인들이 한심하게, 또 다친 새끼고양이를 보듯 가여운 눈으로 남궁방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찌하면 좋을꼬.”

“쯔쯔쯧···.”


난봉꾼도 이런 난봉꾼이 없었다.


진충맹주의 아들이라는 자가 창피한 줄도 모르고 인사불성이 되어 매춘을 하러 가자며 떠들고, 함부로 진호연의 몸에 손을 대려 했다가 크게 혼이 났으면서도 이번에는 양물을 주무르질 않나.


여하간에 공자도 성인으로 추앙한 주공 단과 백가종사 태공망의 반열인 기주의 난신십인으로부터 시작됐다는 남궁씨의 이름에 먹칠을 거하게 하며, 남궁가가 남궁방의 손아귀에 들어가면 하루아침에 망하리라는 소문이 헛된 것이 아님을 몸소 증명하고 있었다.


“쯔쯧, 맹주께서 요새 흰머리가 부쩍 늘어나셨다더니···.”

“누가 아니라나. 허이구.”


남궁방이 갑작스레 격분하여 쌍수검을 한 손으로 휘두르며 악을 내질렀다.


“끅, 누가 나를 모욕해! 내가 바로 검객이다. 내가 바로 국사의 재목이다!”

“으악! 살려주십쇼!”

“흰둥아, 어디 가!”


서슬 퍼런 칼날을 보고 기겁한 진호연이 네 발로 기다시피 달아나다가 남궁방에게 목덜미를 붙들렸다.


“가자! 이 형님이 산다!”

“아, 안 됩니다. 소야, 제발 놔주십쇼.”

“끅? 감히 내가 말을 하는데! 네놈이 뭔데!”


진호연은 네 발로 기던 자세 그대로 머리를 조아렸다.


“돌아가야 합니다. 할머니께서 잠도 못 주무시고 걱정하고 계실 겁니다.”

“끅? 할머니이? 그럼 할머니도 같이 가면 되지!”


남궁방이 고개를 돌려 한 하인에게 쌍수검을 겨눴다.


“거기 너! 객잔에 가서 흰둥이네 할머니 데려와라!”

“예에, 나으리!”


할머니가 무슨 이유로 창기들을 보러 간단 말인가, 명을 받고 객잔으로 떠나려는 하인을 다른 이들이 붙들었다.


술에 취한 남궁방이 힘없는 악공에게 언제 칼을 휘두를지 모를 상황에 노파까지 데려와 저 앞에 앉힌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었다.


이 막무가내 술주정을 보다 못한 만허선사와 백종자가 남궁방을 제압하려 자세를 잡았다.


“남궁 시주, 이제 그만하시지요.”

“검을 뽑아들다니, 이게 무슨 짓입니까.”


만허선사의 주먹에 누런 정광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고, 백종자의 손가락에서도 푸른 선기가 흘렀다.


“악공을 놔주시지요. 지금껏 우리를 기쁘게 해준 악공이 무슨 죄가 있어 이런 일을 겪어야 한단 말입니까.”

“제대로 무공을 배우지도 못한 사람입니다. 혈맥이 어그러졌다 하니, 이번 일로 크게 놀라기라도 한다면 몸을 해칠 수 있습니다.”


남궁방은 진호연의 목덜미를 붙들고 번쩍 들어올렸다.


“으아악! 살려주십쇼!”

“끅? 살려줘? 누가 흰둥이를 괴롭혀? 어떤 새끼야!”


그는 진호연의 애처로운 비명은 아랑곳 않고서 주변으로 칼을 휘둘러댔다.


“누가 흰둥이를 때려! 이 난신적자 새끼들아, 내가 바로 검객이다! 국사무쌍의 재목이 바로 나 방이다!”


두 노인은 시선을 교차했다.


“어쩔 수 없군요. 빈승이 먼저 출수하겠습니다.”

“예, 그리하시지요.”


만허선사가 검지를 뻗어 손끝에 진득한 정광을 맺었다.


“남궁 시주, 혈을 짚을 터이니 잠시 주무···.”


그때였다.


“맹주 납시오!”

“맹주 납시오! 길을 비켜라!”


권마성이 울리며 귀밑에 서리가 내린 초로의 장한(壯漢)이 진충맹의 무사들과 함께 들이닥쳤다.


무사들이 좌우로 도열하여 창으로 바닥을 두들기는 동안, 얼굴이 붉으락 푸르락 한 진충맹주가 무사들의 사이로 걸어 나왔다.


“여러분께 인사를 올려야 하나, 참으로 부끄럽게도 아들놈 일이 시급한지라 처리한 뒤에 인사를 올리겠습니다.”


무계오후의 창응공(蒼鷹公), 남궁석.


원리원칙을 중시하여 규정된 법도 외에는 거들떠보지도 않는 올곧고 깐깐한 성정을 비유한 별호이기도 했으나, 한편으로는 변통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이 모질다 못해 잔인스럽기까지 한 성질머리를 비꼬는 별호이기도 했다.


그의 분노한 모습을 본 무림의 명숙들과 관리들이 뒤로 물러나며 예를 갖췄다.


만허선사와 백종자도 마찬가지였다. 바깥으로 뿜어내던 공력을 해소하고 단전으로 돌리며 뒷걸음질 쳤다.


“맹주께서 오셨습니까.”

“어찌 다망한 중에 예까지 발걸음을 하셨습니까.”


창응공의 두 눈에 노기충천한 안광이 맺혔다.


“혹시 목을 축일 술이 남았을까 하여 왔는데, 자식놈이 가문에 먹칠을 하고 있으니 민망해 고개를 못 들겠습니다.”


말은 이리 했으나 사실은 남궁방이 혹여라도 술을 마시고 실수를 할까 싶어 오는 길이었다.


역시는 역시였다.

안에서 새는 바가지가 밖이라고 안 샐까.


정처 소생의 적장자라는 놈이 만취하여 인질을 잡은 도적처럼 악공을 붙들고 칼춤 추는 꼴이 벌어졌으니 아비의 속이 환장하여 지랄병이 나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이었다.


창응공이 주먹을 움켜쥐고 남궁방의 앞에 섰다.


“아, 아, 아버지···.”

“또 술 처먹고 칼을 휘두르는 게냐. 또 피를 보려는 게야?”


고주망태가 되어 난동을 부리던 남궁방이 호랑이 앞의 개처럼 뻣뻣하게 굳었다.


“내려놔라.”

“···옙.”


목덜미를 움켜쥐고 높이 들어올렸던 진호연을 바닥에 내려두자, 진호연이 덜덜 떨며 네 발로 기어 달아났다.


이제 사람들 사이에 두 부자만 남아 서로의 얼굴을 마주했다.


“칼 집어넣어라.”

“···옙.”


남궁방은 언제 술에 취했냐는 것처럼 반듯하게 서서는 술냄새가 날까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었다.


“······.”


창응공은 당장이라도 아들을 찢어발겨 죽일 것처럼 눈을 부라렸다.


“아, 아버지. 소, 소자는···.”

“이 꽉 물어라.”

“···예.”


남궁방이 턱에 힘을 주자마자, 창응공의 주먹이 턱주가리에 꽂혔다.


퍼억!


단번에 남궁방의 입안이 터지며 입술 사이로 핏방울이 흘렀다.


퍼억, 퍽!


주먹질은 한 번으로 그치지 않았다.


입안이 죄다 터진 남궁방이 몸을 움츠리며 팔로 막으려 들자, 성질이 뻗친 창응공이 손바닥으로 머리를 사정없이 후려갈긴 뒤에 배를 걷어찼다.


펑!


배를 걷어차인 남궁방이 바닥을 구르다가 속에 든 것을 모조리 게워냈다.


아비의 주먹질에 상투관이 부서지고 비녀가 부러져 산발한 머리카락에 오물이 잔뜩 들러붙었다.


“끄윽, 우웨에에엑!”

“내가 개를 키웠구나!”


창응공이 네 발로 엎드려 토악질을 해대는 남궁방에게 삿대질을 퍼부었다.


“아직도 개처럼 살고 싶으냐. 그러면 개답게 네놈이 토한 걸 다 처먹어라!”


창응공은 남궁방의 목덜미에 발을 올려 짓밟았다. 하지만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의 토사물을 먹는 추태를 보이고 싶지 않은 남궁방이 있는 힘껏 버텼다.


그 꼴에 창응공의 얼굴이 더욱 붉게 달아올랐다.


“개처럼 살고 싶으면서, 개들이 하는 짓은 못 하겠다 이거냐?”

“···끄윽, 소자를···용서해···.”

“이 개만도 못한 놈, 가축만도 못한 자식···.”


창응공이 목덜미에 올린 발을 뗐다가, 곧장 옆구리를 걷어찼다. 남궁방의 몸이 일 장을 날아가 흙바닥을 굴렀다.


“크아악!”

“아들이 아니라 원수로다. 내일 네놈이 목을 매고 죽지 않는다면 내가 목을 매달겠다!”

“쿠훼에에엑! 커헉!”


창응공은 옆구리를 부여잡고 신물까지 토해내는 아들을 한심하게 보다가 좌중을 향해 몸을 돌려 작읍(作揖)했다.


“소생이 불민하여 집안일 하나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주제에 무성왕의 뒤를 이은 무거운 자리에 앉아있으니 수치스럽고 참담할 따름입니다.”


좌중도 손을 모아 허리를 굽혀 인사를 올렸다.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공이 아니면 누가 진충맹주의 자리에 앉겠습니까. 말씀 거두시지요.”


사람들은 창응공을 위로하면서도 흙바닥에서 토악질을 하다 혼절한 남궁방을 안쓰럽게 바라봤다.


자리의 사람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눈 창응공은 한쪽으로 피신한 진호연에게 손짓을 했다.


“저 거인 같은 녀석을 이리 데려오라.”


무사들의 손에 이끌린 진호연이 창응공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진호연이 넙죽 엎드리며 통곡하듯 말했다.


“나, 나으리. 이놈은 흰둥이라 하는데 아무런 잘못도 없습니다요!”

“무슨 일이 있었는데 저놈에게 붙들려 곤욕을 치렀느냐. 사정을 상세히 고하라.”

“그게 말입니다···.”


울먹이는 진호연이 지금까지의 일을 말하고, 자리에 있던 이들도 이를 증언하자 창응공의 표정이 더욱 딱딱하게 굳었다.


“어찌 죄 없는 악공에게···.”


탄식한 창응공이 손수 진호연을 일으켜 세웠다.


“다친 데는 없느냐.”

“예에, 나으리.”

“그래, 그건 다행이다만 혈맥이 엉망이라 했었지. 혹시 놀라서 경기가 일어날 수도 있겠어.”


진호연의 몹시 불안한 안색을 관찰하던 창응공이 문득 눈을 가늘게 떴다.


“······가만, 혹시 우리가 아는 사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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