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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ㅁㄴㅇㄹㅇㄴㄹ

성마소천(聖魔燒天)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매지컬백정
작품등록일 :
2024.06.26 14:43
최근연재일 :
2024.09.15 13:20
연재수 :
4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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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23
추천수 :
48
글자수 :
305,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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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17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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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6쪽

복수행 - 17

DUMMY

화산파의 제자들과 대화를 나누며 걷던 석관평이 발걸음을 멈췄다.


“저건···?”


아직 거리가 조금 있어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덩치 좋은 장정보다 머리 하나는 족히 넘어가는 커다란 체구와 특유의 철비파 덕에 쉬이 정체를 알아챌 수 있었다.


그가 다가오는 진호연을 보고 꽤나 반색을 표했다.


“오!”


그의 표정을 본 화산파의 제자들이 물었다.


“사숙, 아는 사람입니까?”

“그래. 수상한 자가 아니니 다들 맘 놓아라.”


석관평의 말에 제자들은 움켜쥔 주먹을 풀었다. 하지만 앞에서 다가오는 사람이 엄청난 거한인지라 긴장되는 건 어쩔 도리가 없었다.


“저거 철비파인가? 저런 건 드물지 않나?”

“종종 보이기는 하잖아. 저번에 누가 철비파 들고 다니는 거 봤었어.”

“나도 철비파의 고수가 있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석관평은 술렁이는 제자들에게 조용히 하라는 듯 양손을 들어 다독이는 시늉을 했다.


“무림고수는 아니고 비파고수다. 저번에 말했던 비파선재야. 철비파는 스승에게 받은 거라고 하더라.”

“아, 그 내공을 못 쌓는 몸이라 안타깝다던?”

“기골이 저리 장대한데, 아깝게 됐네.”

“어머나, 그러게···.”


본산에 갇혀 수련만 하던 제자들을 만난 석관평이 무공성덕비 앞에서의 일을 이야기했기에 그들도 진호연을 알아봤다.


특히나 비파를 신들린 듯이 타는 굉장한 미남이라는 말을 들었던 여인들은 어서 진호연이 가까이 다가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마음으로 진호연을 뚫어지게 보던 한 여인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무슨 짐이 저렇게 많아?”

“그러게, 비파에 배낭에 등바구니에 지팡이에···.”

“달팽이도 아니고, 등에 뭘 저렇게 달고 있는 거야.”


아무리 칠척장신의 거한이라지만 이고지고 다니는 짐짝이 너무나도 많은지라 보는 사람이 힘겨울 정도였다.


특히 배낭이 있음에도 왜 등바구니를 지고 다니는 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이사 가나?”

“글쎄, 떠돌이 악공이니 다른 동네로 뜨는 중이기는 하겠지.”


사람들이 진호연에게 관심을 가진 이유는 쉬이 볼 수 없는 거구에 특이한 행색만은 아니었다.


진호연이 가까이 다가올수록 얼굴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늘을 드리운 삿갓 아래로 살짝 드러나는 날렵하고 굳건한 턱과 붉은 입술, 언뜻 보이는 우뚝한 코가 시선을 더더욱 끌어모았다.


“잠깐, 삿갓 들었다.”


화산파 무리의 열 발짝 앞으로 다가온 진호연이 삿갓을 슬쩍 들어올렸다. 앞머리를 덥수룩하게 내려 얼굴을 가리던 평소와 달리, 삿갓을 얹기 편하도록 깔끔하게 정돈하여 상투를 튼 채였다.


“오오, 얼굴 보인다.”

“쉿쉿.”


이제는 남녀를 불문하고 기묘한 호기심에 휘말려 진호연의 얼굴에 몹시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몇몇은 나이가 꽤 많기는 해도 대부분은 진호연과 얼마 차이 나지 않는 또래였기에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이윽고 삿갓을 들어올린 진호연이 석관평의 앞에 섰을 때, 그의 얼굴이 온전히 보이게 됐다.


그의 코에서는 화산의 봉우리처럼 깎아지른 만년거암의 굳건함이, 눈에서는 너른 벌판을 묵묵하게 흘러가는 황하의 웅혼함이 물씬 풍겼다.


“······어.”

“······와아.”


절반이 가려져 코와 턱만을 봤을 때엔 차가운 인상이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로 눈이 그윽하고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지라 전체적인 분위기가 순해졌다.


석관평에게 인사를 건네려던 진호연이 고개를 돌렸다.


자신을 빤히 쳐다보고 있는 화산파 제자들을 향해 빙긋 웃었다. 제자들 중 몇몇 여인은 시선이 마주치자 얼굴을 붉히며 황급히 눈을 내리깔았다.


붉은 입술 사이로 희고 가지런한 이를 드러낸 진호연이 멜빵에 매달린 비파를 움켜쥐었다.


챠라랑.


그가 가볍게 현을 튕기며 목청을 돋웠다.


“하늘에서 봄눈 가득히 내리니, 앉은 자리 꽃잎처럼 화사하네. 정원 속 나무가 눈꽃을 피우니, 무엇이 매화인지 알 수 없구나.”


가볍게 한 곡조 뽑은 진호연은 짙은 눈썹을 치켜올리더니 너스레를 떨었다.


“아, 곧 상강이니 봄이 아니군요. 눈앞에 빙자옥질(氷姿玉質)의 고운 자태가 보여 저도 모르게 봄인 줄 알았습니다.”


진호연은 사내들을 향해 말을 덧붙였다.


“설중고사(雪中高士)의 고고한 절개가 더해지니 더더욱 그렇지 않겠습니까.”


물론 지금 이곳에 있는 화산파 제자들의 인물이 그렇게 빼어나지는 않았다. 설중매의 요요한 자태에 비교할 여인도 없었고, 고고한 기품을 품은 사내도 없었다.


다들 진호연이 너스레를 떨며 자신들을 추켜세웠다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헛소리라 해도 칭찬은 기분이 좋은 법이었다.


한 처자가 눈을 진호연을 올려보다가, 갑작스레 웃음을 터뜨렸다.


“푸후웁!”


그녀는 황급히 입을 양손으로 틀어막았다.


“···프흡!”


웃음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자 볼이 빵빵하게 부풀었다. 자꾸 터지려는 웃음에 당황하여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나 왜 이러는······푸후후훕!”

“얘가 왜 이래?”

“풉!”


갑작스러운 폭소에 난처해진 처자가 눈물을 글썽였다. 왠지 모르겠지만 그윽한 표정과 달콤한 목소리가 어우러진 진호연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웃음이 터져버렸다.


“이리 와. 이게 무슨 추태니.”

“예, 언니히히히힉! 푸후훕!”

“좀 참아라. 좀.”

“아, 나 미치겠네 진짜. 풉!”


웃음보 터진 처자가 다른 제자에게 저 멀리 끌려가자 장내가 갑작스레 어색해졌다.


누가 먼저 말을 꺼내야 좋을까 서로 눈치를 보는 중, 진호연이 손을 겹쳐 내밀고 고개를 까딱였다.


“석 아저씨, 오랜만에 뵙습니다. 잘 지내셨는지요?”


진호연의 인사를 받은 석관평이 활짝 웃으며 손을 모았다.


“나야 잘 지냈지.”

“어디 멀리 다녀오시는 길입니까?”

“저번에 제자들 데리고 낙양 외유 겸 견학 좀 시키고 집에 돌려보내는 길일세.”

“이야, 재미있었겠군요.”

“허허허, 이것들이 한창때라 골치 아팠어.”


이번 화산파 제자들의 외유는 그저 유흥이 아니었다.


진충맹 본부에서 다른 문파의 제자들과 솜씨를 나누기도 하고, 세간의 화산파에 대한 인식과 요즘 정세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알려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제철을 맞이한 청춘들인지라 세상물정 모르고 천방지축 날뛴 덕에 석관평이 깨나 골머리를 썩었더랬다.


석관평이 그런 제자들을 둘러보며 푸근하게 웃고는, 제자 또래인 진호연에게 얼굴을 향했다.


길바닥 생활을 전전하는 청년이었기에 산에 틀어박혀 무학만 파고들던 제자들과 달리 의젓한 기색이 엿보였다.


“흰둥이 자네는 한동안 뭘 하다 지냈는가? 저번에 모습이 보이지 않길래 화음을 진즉 떠난 줄 알았는데.”

“할머니를 모시느라 쉬고 있었습니다.”

“···할머니?”


진호연이 고개를 뒤로 돌려 등바구니에 눈짓을 보냈다.


석관평은 진호연의 눈길을 따라 등바구니의 성긴 살 사이로 안쪽을 들여보다가, 자그마한 사람이 누워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엇?”


그러자 안에 누워있던 적오원군이 맥없이 말했다.


“뉘시우···?”


진호연과 둘이 있을 때와는 달리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기운 없는 말투였다.


앙상한 손가락으로 바구니의 살을 잡고 몸을 일으키자, 들여다보던 석관평이 화들짝 놀라 몇 걸음을 물러났다.


“죄송합니다.”

“괜찮수. 다 늙은 노인네가 뭘 가릴 게 있다고 창피해 하겠소···.”


적오원군은 등바구니 위를 덮은 삼베를 걷으며 말했다.


“바구니 좀 아래로 내려다오. 쉬었다 가자꾸나.”

“그럴까, 할매?”


진호연이 등바구니를 아래로 내리고 적오원군을 감쌌던 담요를 슬쩍 풀었다.


얼굴 가죽이 찢어지고 다리가 사라진 흉측한 몰골에 지켜보던 몇몇 제자들이 숨 멎는 소리를 냈다.


“흡!”

“꺅!”


이런 무례한 반응에 제자들 중 윗줄에 있는 이들이 눈살을 찌푸렸다.


“무슨 무례냐. 창피한 줄 모르고.”

“이것들이, 어디서 막돼먹은 짓을.”


손윗 사형제의 눈총을 받은 어린 제자들이 입을 틀어막고 뒤로 물러나는 동안, 석관평은 등바구니를 향해 공손히 손을 모으고 허리를 굽혔다.


“할머니, 이놈은 화산의 제자인 석관평이라 합니다.”


석관평이 나라의 녹을 먹는 벼슬아치이자 명문대파의 중진이라 하지만, 백 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 노인 앞에서 고개를 빳빳하게 세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물며 제자들이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그가 솔선수범을 해야 했다.


“방금의 결례는 용서해 주십시오.”

“흘흘흘, 괜찮대두. 뭘 그리 신경을 쓰시나···.”

“감사합니다. 어르신.”


허리를 세운 석관평은 의아한 눈으로 진호연을 바라봤다.


어째서 이런 노인을 집에서 모시지 않고 길바닥을 전전하며 험한 여정을 다니는지 묻고 싶었다. 그런데 백살노인이 앞에 있으니 대놓고 묻기가 참으로 껄끄러운 일이었다.


그 기색을 알아챈 적오원군이 입을 열었다.


“사실 말이우. 흰둥이 얘는 내 친손주가 아니올시다. 옛날 오랑캐가 침략하고 도적들이 창궐했을 때······.”


도적들이 습격하여 마을 사람들을 도륙하고 이 꼴이 된 후로 진호연과 함께 일정한 거처 없이 살아가고 있다는 거짓말을 술술 풀어놨다.


“그러다가 운 좋게 산중에 은거하던 거사께 노래를 배우고 비파를 받게 됐었다오.”

“아아, 그랬군요. 그럼 초급 무공이랑 광대들의 건신비법도 그때 배웠습니까?”

“그렇지요. 그 후로는 그나마 배곯지 않고 다니게 됐수다···.”


구구절절한 가짜 사연을 듣던 석관평과 제자들이 눈시울을 붉혔다.


“저도 사실 그 난리 때 부모님 잃고 고아가 됐는데···.”

“화산에도 저희 같은 난리통 고아가 꽤 있거든요.”


몇몇 제자들은 길거리를 전전하던 서러운 삶과 오랑캐와 흉적의 칼에 비명횡사한 부모의 얼굴이 떠올라 결국 눈물을 떨어뜨렸다.


순간, 진호연과 적오원군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둘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잽싸게 눈빛을 교환하고 턱을 희미하게 흔들어 신호를 주고받았다.


고개를 숙여 사람들과 눈을 맞춘 진호연은 이내 속눈썹 기다란 눈꺼풀을 지그시 내리고 붉은 입술을 뗐다.


“나라가 망했어도 강산은 여전하고, 푸른 봄 저자에는 초목이 우거지네. 한스러운 시절에 꽃잎이 흐느끼고, 사무친 헤어짐에 작은 새 놀라누나.”


그의 짙고 두툼한 눈썹이 구겨지며 참으로 애통한 표정을 내보였다.


“석 달 내리 타오른 봉화대 여전하여, 가족들 소식이란 만금 보다 값지네···.”


깊은 동굴에서 말하는 것처럼 낮디 낮은 목소리를 절절하게 떨며 울적한 시가를 한 수 읊자, 조용히 눈물을 흘리던 이들의 목구멍에 울음이 차올랐다.


전란이란 재앙에 휘말려 부모를 잃은 아이와 만신창이가 된 노파의 삶이 어땠을지 생각하니, 그것이 자신의 서러운 과거와 겹치며 급기야 참았던 울음소리가 터져 흐느끼기 시작했다.


사문에서 거둔 고아 출신 제자들을 보던 석관평도 코를 훌쩍이며 진호연의 팔뚝을 다독였다.


“그런 사정이 있었던가, 흰둥이 자네 참 고생이 많았겠구만. 참 장하고 대견한 총각이야.”

“세월이 그런 세월이었는데 누구인들 고생하지 않았겠습니까.”

“말이야 그렇지만 어디 피도 섞이지 않은 노인을 모시고 수발드는 게 보통 일이겠는가. 사람이 의롭고 인정이 참 도타워.”


석관평은 진호연과 적오원군의 사기행각에 홀딱 넘어갔다.


사실 두 사람의 거짓말은 진실을 근본으로 하고 있었기에 몹시도 실감났다.


배신자들에게 당해 삶의 실패자가 된 적오원군과 역적에게 친부모가 죽던 날에 구사일생으로 마수를 벗어났나 했더니, 결국 집요한 자객이 찾아와서 양부모까지 도륙 당한 진호연.


그 둘이 만나 길바닥을 전전하며 혹독한 세월을 살아왔으니, 둘이 풀어놓는 이야기에는 설움과 한이 알알이 맺혀 듣는 이의 심금을 울려버릴 수밖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옆집 할머니인데 남이라고 하기도 그렇잖아요.”

“허허허, 부끄럽기는!”


석관평의 눈에 이채가 감돌았다.


“자네 낙양으로 간다고 했었지?”

“예.”

“그러지 말고, 우리랑 화산에 오르는 건 어떤가?”

“예??”


석관평은 대견하다는 눈으로 진호연을 올려봤다.


“타고난 기골이 아쉽지 않나. 내공도 쌓을 수 없는 탁한 혈맥을 지녔다지만 우리 화산의 심법을 배워 매일같이 몸을 가다듬으면 차도가 있을 걸세.”

“아아, 하하하.”


머쓱하게 웃은 진호연은 바구니의 적오원군에게 눈길을 던졌다.


“우리 할매가 아직 움직일 수 있을 적에 세상 구경이나 더 시켜드려야 해서요. 못 먹어본 음식도 먹으러 가고.”

“에구, 이 뒈질 노인네가 창창한 놈 발목을 잡는구나. 이런 좋은 기회 놓치지 말고 어서 알겠습니다 해야지이···.”

“할매, 또 마음에 없는 소리 한다. 진충맹 담벼락이라도 구경해 보고 싶다며.”


투닥거리는 두 사람을 지켜보던 몇몇 제자들의 눈에도 다른 기색이 비쳤다.


헌헌장부 미공자를 마주하여 설렜던 마음에 가련한 소년의 모습이 겹치며 절절한 나날의 동병상련과 더불어 진한 동정심이 일어났다.


서늘한 가을바람이 코끝을 스치자, 왠지 모르게 가슴속에 거센 파도가 몰아치며 숨통이 답답해졌다.


“저어···.”


어느 처자가 손을 들어 진호연을 부르려 했으나, 진호연은 찬바람이 불자 깜짝 놀라며 적오원군을 담요로 꽁꽁 싸매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런, 날 저물기 전에 어서 가야겠습니다.”

“허허허, 그냥 가려는가?”

“예,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아무래도 제 길이 아닌 듯합니다.”

“내 마음도 없는 사람에게 자꾸 묻는 것도 오지랖 부리는 거 같아 미안하네만, 낙양에 가서 무얼 하려고 하나?”


그 물음에 진호연이 씨익 웃으며 손을 모아 뾰족한 지붕의 형상을 만들었다.


“낙양에는 낙양제일루가 있지 않습니까.”

“아, 그렇지.”


진호연의 장대한 기골을 보며 무인으로 만들 생각만 하던 석관평은 머쓱하게 목덜미를 긁었다.


“딴생각하느라 자네가 악공이라는 것도 깜빡했구만.”

“하하, 종종 오해하는 분들 계셔서 익숙합니다.”

“그럼 한동안은 낙양에 머무르는 건가?”

“글쎄요, 겨울 동안은 낙양에 머무를 생각이기는 한데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길바닥 떠돌이가 다 그렇지 않습니까.”


입꼬리를 시원하게 올린 진호연이 등바구니를 짊어졌다. 혹여 빠뜨린 게 없는지 주변을 살피고서는 석관평을 향해 손을 모았다.


“그럼 다음에 한 번 찾아뵙겠습니다.”


서둘러 떠나려는 진호연의 모습에 모두가 아쉬워했다.


“우리가 낙양에서 오는 길인데, 도적은 딱히 없었지만 그래도 조심하게나. 행인이 노상강도로 돌변하는 경우도 있으니.”

“예, 명심하겠습니다.”

“여기서 이십 리 정도 길을 따라가다가 큰 바위가 나왔을 때에 북쪽으로 오 리 정도를 가면 객잔이 있는 마을이 나오니 거기서 쉬었다 가는 것도 좋을 걸세.”


잠자코 듣고 있던 한 처자가 손을 번쩍 치켜들었다.


“사숙! 우리가 호위해 주는 건 어때요?”


그녀의 말에 철없는 제자들이 환호성을 내지르며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다.


“옳다! 화산의 제자라면 응당 약자와 의인을 보호해야죠!”

“좋습니다! 와아아! 우리가 지켜주자!”

“비파선재는 평생 내가 지키겠다!”

“응?”


갈 길이 바쁜데 진호연을 호위하기 위해 낙양까지 되돌아갈 수 없는 상황, 석관평이 난색을 표하려 하자 진호연이 잽싸게 손을 모아 정중하게 거절했다.


“감사합니다만, 혼자서도 충분히 갈 수 있습니다.”

“으응? 하지만···.”

“이 길이 행인도 없는 외진 길도 아니고, 너무 염려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그 말대로 화산파의 철딱서니 없는 제자들이 떠드는 옆으로 나귀가 끄는 짐달구지와 많은 행인이 지나가고 있었다.


그들은 갑작스레 소리를 지른 화산파 제자들을 이상한 눈으로 훑고 떠나갔다.


“하하, 보시다시피 사람들이 꽤 지나다니지 않습니까. 이번 일은 마음으로만 받겠습니다.”


작별인사를 건넨 진호연은 곧장 낙양을 향해 걸었다.


떠나가는 진호연의 뒷모습을 보던 화산파의 처자들이 아쉬운 한숨을 토했다.


“세상에 저런 사내가 있긴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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