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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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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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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5.17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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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더욱이 독의 전염성이 비단 팔에만 국한된다고 볼 수도 없었기에, 지금은 흘려보는 시선으로도 한 눈에 들어오는 독의 진척도가, 나중엔 여러 번 훑어봐야 겨우겨우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전체적인 부위에 퍼져 나갈지 모르는 일이었다. 따라서 확실한 해독을 위해선 아직 진행 정도가 더딘 지금 당장 해결책을 강구해보아야 했다. 여유롭게 창문이나 쳐다보며 허비할 시간이 더 이상은 존재하지 않는단 뜻이었음이다.

"이제 움직이도록 할까요? 여기서 이래봤자 뭔가 이득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그냥 처음처럼 지현이를 찾는게 지금으로써는 최선인 것 같아요. ···이렇게 멍하니 서있는 것보단 적어도 뭔가를 할 수는 있잖아요. 게다가 단순히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만히 있으면 독이 퍼져나가는 속도도 왠지 빠른 것 같고요. 아무리 생각해도 지금 움직이는게 좋겠어요."

창문에서 눈을 떼고, 벽에 기대어있던 자신의 총을 주섬주섬 챙겨든 최성민이 이윽고 자신의 가슴팍 바로 아래까지 올라오는, 그다지 크지 않은 창문을 경계선 삼아 오른쪽으로 한 팔 너비만한 공백을 띄워놓은 채 지어진, 마찬가지로 팔 하나의 너비를 가진 녹슨 선반 위에 놓여있던 검은색 쌍안경을 집어들곤 의아한 표정을 지어보이다 곧 그것을 한서준에게 내밀었다.

"그런데 대체 왜 이런게 필요해요? 딱히 쓸데도 없을 것 같은데···. 밖으로 나가서 어디 먼 곳을 볼 필요가 있어요?"

하지만 정작 쌍안경을 받아든 한서준에게서 흘러나오는 대답은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휴대용으로 제작된 쌍안경의 맨 뒤 끝자락 좌우 바깥쪽 양 옆에 나붙은 일체형의 가죽끈을 마치 걸쇠에 둘러대듯 목덜미에 걸치는 것으로, 대신 대답을 끝마쳤다 생각했는지, 그의 입에서 나직이 흘러나온 말은 앞선 질문과는 전혀 다른 관점의 말들이었다.

"아직 바깥이 안전하다는 보장은 없으니··· 최대한 준비를 해야 합니다. 뭐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만큼··· 어떠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쳐야 하지요. ···필요하다면 자폭도 마다하지 않아야 합니요. 만약 운이 좋다면··· 팔다리 하나로 끝날 수도 있으니까요."

부러진 나무 디딤대를 다시 바꿔 끼움으로써 비로소 온전한 부목을 오른발에 연결시켜 놓고,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눈높이로 다시 한 번 최성민의 오른 손등을 쳐다보던 한서준이 이내 창문 쪽으로 조용히 시선을 돌려내었다.

그리고 재차 그 너머를 눈대강으로나마 훑어보다 잠시 끊어진 말을 이어붙였다.

"건물 앞에는 몬스터가 없습니다. 콘크리트 파편 뒤까지는 파악이 되질 않지만, 일단 조용하다는 건 이 근처에 몬스터가 없다는 소리이겠지요. 아니면 소리를 내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는 뜻이기도 하겠고······ 당신이 말한 Silence 라는 몬스터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역시 준비를 해둬서 나쁠 건 없겠지요."

구체적인 형태나 색감 같은 건 대충 최성민에게 전해들어 예상은 하고 있지만, 직접 보지 않으면 확실히 정립될 것 같지 않은 형상을 지니고 있는 몬스터인 만큼 어쩌면 여태껏 보고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상태로 넘어갔었을 수도 있었으나, 그건 어디까지 망원경, 그러니까 Juggernaut 에 의해 잃어버린 스코프가 없던 일반적인 육안이었을 때의 이야기였다.

물론 그래봤자 고작 하루. 좀 더 실제적인 시간으로 따져보면 약 20분. 이 짧은 시간만이 그가 망원경 없이 바깥을 훑어본 전체적인 시간이었기에, 사실 몬스터를 발견하지 못한 것도 응당 평범하다 할 수 있는 경우일 가능성이 높았지만, 그 시간동안 소름이 끼치도록 적막하기 그지 없던 바깥 상황에 대해선 도저히 '평범' 이란 단어로 치장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겨우 3마리의 몬스터가 기습 공격을 한게 아니라면, 이제껏 눈치채지 못한 다른 몬스터의 무리가 조용히 바깥에서 슬금슬금 기어나올 먹잇감을 기다리고 있단 소리가 성립되는 까닭이었다. 아니면 최성민의 말대로, 가히 절대적인 절삭력을 가진 Silence 란 몬스터가 이름 그대로 아무 소리 없이 이곳을 지켜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앞서도 생각했듯이, 어디까지나 망원경이 없었을 때의 이야기일 뿐. 해독제의 효과를 기다리는 동안 최성민과 함께 부목을 고친답시고 이곳저곳을 들쑤시고 돌아다니다 도착한 2층 복도의 가장 끝에 위치한 방에서, 그러니까 이제껏 최성민과 유지현이 데드 존에 체류하면서 수집한 온갖 잡동사니들로 산을 이룬 '다용도실' 에서 찾은 쌍안경이 있는 지금은, 180° 로 달라질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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