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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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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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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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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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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4.07 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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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지현이가 말해줬었죠? 거울 인간들. 걔네들 덕에 알아낸 거예요. 원래 그런걸 만든 목적도 대충 이런 일에 쓰기 위해 만든거니까요. 여차하면 본체의 방패가 되는게 거울 인간들의 최종적인 목표이자 맨 처음 주입되는 목표죠. 그래서······ '그 집' 에서 탈출할 때, 제가, 아, 이건 거울 인간 이야기예요. 아무튼, '최성민' 이 저 몬스터와 한 번 붙은 적이 있어요. 그 때 알게 된거죠. '아, 저 놈은 산성을 뿌려대는 놈이구나.' 라고요. 또······."

말을 뱉어내면서도 방독면의 정화통을 만지작거리다, 거의 습관처럼 움직이는 손바닥의 경로 덕에 몬스터의 체액으로 추정되는 찐득한 무언가에 그만 푹 손가락을 찔러넣은 최성민이 오만상을 찌푸리며 아예 방독면을 홱 옆으로 던져버렸다.

그리곤 엄지와 검지 사이에 달라붙어 끈적하게 늘어나는 투명한 액체를 대충이나마 옆 벽면에 슥슥 닦아낸 후, 끊겼던 말을 다시 이어붙였다.

"또··· 으······. 이 놈의 몬스터는 죽어서도 짜증나게 만드네. ···여튼, 이게 제 복사품이 꽤 열심히 일했다는 증거라고도 할 수 있죠. 죽기 전에 이러한 정보를 하나라도 남기고 갔으니까요. 거기다 '충전식' 이라는 약점 같은 것도 알려주었고······ 솔직히 제 역할은 다 했다고 봐도 되지 않나요? 단군이 목표한 거울 인간의 존재 가치성이 제 복제품으로써 입증되었다고 해도 부족하진 않을 테니까요. 죽음을 무릎쓰고 본체를 도와주다 죽은 거니까······ 충분히 뽕은 뽑았다고 할 수 있죠. 거기다 복수는 또 제가 해줬으니 '성민' 이는 복도 타고난 거지 않겠어요?"

부연적인 설명 자체엔 그다지 참고해볼만한 건 없었지만, 그 중 '충전식' 이었다는 몬스터의 여타 특징에 대한 설명은 그나마 그에게 쓸모가 있는 정보였다.

숨까지 턱 막혀버릴 정도로 지독했던 산성독을 수십여발은 쏴대었을 건물의 '거실' 에서, 태연하게 숨을 쉬고 태연하게 움직였던 최성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내는데엔 약간의 쓸모가 있었던 것이었다.

충전식이었기에, 그는 산성독에 먹혀들지 않았다.

제한이 있는만큼 무작정 남발할 수 없으니 그냥 일반적인 공격 수단만 질릴 정도로 쏘아냈을거란 뜻이었음이다. 물론 중간중간 산성독을 섞은 액체를 쏘아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건 한서준이란 방해물이 느닷없이 튀어나오지 않았을 때의 이야기였다.

조금만 기억을 더듬어 몬스터와 대치 중이었던 최성민의 모습만 떠올려봐도, 그는 맨얼굴, 즉 방독면을 착용하지 않은 상태였고, '거실' 도 산성독을 쏘아냈다고 보기엔 너무나도 멀쩡한 광경으로 남아있었다.

다시말해, 한서준이 모든 채비를 마치고 나가 '거실' 이라 칭해지는 방 앞에 다가갈 때까지, 몬스터는 그저 평범하기 이를 데 없는 일반적인 공격만 꾸준히 그에게 날려대었단 소리였던 것이다.

어떠한 목적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가는 비록 알 수 없지만, 그렇게 모아놨던 산성독은 결국 한서준에게로 쏘아졌고, 몬스터는 그 찰나의 틈을 메꾸지 못하고 등을 보여준 최성민에게 죽임을 당했다.

한서준이 폐부를 갉아먹는 독연기를 피해 온 몸으로 바닥을 뒹굴어다니는 사이, 새하얀 연기 너머에선 이 일련의 과정이 순식간에 벌어지고 끝마쳐졌단 것이었음이다.

거진 처음부터 최성민의 의도대로 움직여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미처 자신도 인지하지 못한 어느 순간부터, 저 혼자 살아 움직이는 목각인형이 되어 사지에 실이 묶여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자유' 와 '속박' 의 의미를 헛갈려대다 미리 정해진 춤사위를 저 혼자만의 자유라 착각하며 선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란 것이었다.

찰그락!

그렇게 끝맺어진 모든 생각을 심호흡으로써 다독이듯, 거친 숨소리를 진정시키려는 호흡과 그에 뒤섞인 옅은 한숨을 길게 내뱉은 한서준은, 머릿 속을 꽉 채워버린 상념 마냥 흘러나가는 숨결만큼이나 그다지 좋다곤 할 수 없는 기분을 끌어안고서, 최성민에게 겨누었던 총을 유난히 소리나게 거두어들였다.

이젠 누군가를 믿는다 뭐다를 판가름할 필요가 없었다.

최성민은, 이곳에 부여된 근원적인 생존법에 따라 똑같이 움직였을 뿐이었고, 자신은, 그런 얕은 거미줄에 걸려든 머리 나쁜 나비가 되어 살기 위해 발버둥쳤다.

다른 어떤 것들보다 철저히 '생존' 만을 위해 움직인 최성민의 행동을 굳이 규탄하고 환멸할 이유는 없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구태여 '믿음' 의 높낮이를 주관적으로 판가름한다면, 현재의 최성민에게 매겨진 믿음의 수치는 거의 최하위권에 머무르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오히려 그게 더 나았다.

앞으로 한 낱 미끼가 되어줄 뿐인 인간에게 쓸데없는 믿음을 쌓아놓는 것은, 이곳에선 스스로 독약을 삼켜버리는 꼴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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