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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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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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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4.15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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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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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그 외엔 마치 물에 풀어넣은 설탕처럼, 혹은 세상을 하얗게 그려버린 눈송이가 여태 그치지 않고 끊임없이 하늘하늘 내려오는 것처럼, 간드러지는 움직임을 선보이며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어대는 백색의 리본 같던 입김은, 허공 중에 풀어져 그야말로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솜사탕' 마냥 아무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고 말았지만, 어차피 이런 잡다한 걸로 무언가의 변화를 기대한다는건 솔직히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안그래도 반투명하게 변질된 유리문을 닦아주기는커녕 한 겹은 더 불투명함을 쌓아올려버렸으니, 그 쓸모없음에서 드러나는 불필요함은 금세 한서준의 관심에서 멀어지기엔 충분하고도 넘치는 현상이었고, 그건 무작정 얼굴만 들이박고 있는 최성민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인식이었다.

2층으로 통하는 계단 위에 그나마 멀쩡한 왼쪽 무릎만 꿇고 앉아 언제든지 사격을 개시할 수 있도록 총의 개머리판 부분을 정확히 어깨보다 약간 안 쪽, 즉 자신이 느끼기에 가장 편하다 싶은 자세를 취하고 고정함으로써 한 점 흔들림 없는 총구를 똑바로 유리문에 겨누고 있던 한서준은, 그렇게 약 1분여 가량이 지나도록, 아무런 정보도 잡아내지 못하고 있는 최성민의 '다소 멍청해보이는' 뒷통수를 물끄러미 쳐다보다, 이윽고 옅은 한숨과 함께 겨누었던 총을 거둬들였다.

"...그렇게 해서는 죽어도 백 번은 죽었을 겁니다."

날카로운 겨울 바람이 온 몸을 비틀며 파고드는 계단 사이사이의 틈새에서조차 이런 쇳소리는 울려퍼지지 않을거란 생각이 번쩍 들 정도로, 가히 몬스터보다 더 몬스터 다운 목소리로 툭 말을 뱉어내며 절뚝 거리는 걸음걸이로 힘겹게 최성민의 옆, 그러니까 건물의 출입구 역할을 도맡은 유리문 바로 앞까지 다가간 한서준은 뭔가를 말하려는 최성민의 입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필시 '위험' 이란 단어를 꺼내려는 그의 말문을 틀어막듯 거침없이 유리문을 열어젖혔다. 정확힌 최성민의 몸뚱아리를 기습적으로 밀어내 그의 어깨로 하여금 활짝 열어젖히게 만든 것이었지만, 그런 급작스런 상황에 얼떨떨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잽싸게 손에 쥔 총을 바깥으로 돌려낸 최성민은, 미처 한서준의 이런 돌발적인 행동에 대한 의구심을 조금도 따져댈 여유가 없다시피하며, 재빨리 몸을 어딘가에 숨기기에만 급급했다.

마치 세상의 종말이 당도한 것만 같은 모습으로 그들을 반겨주는 쩍쩍 갈라진 아스팔트 도로 위의 난장판이, 금세 그의 신호기에 빨간 경보음이 울려퍼지게끔 봉인된 스위치를 거칠게 찍어눌렀던 탓이었다.

그건 비단 최성민 뿐만 아니라 한서준에게도 적용되는 적색의 신호였으나, 아쉽게도 그는 최성민처럼 멀쩡하다란 신체적 조건을 충족한 사람이 아니었다. 적당한 은폐 구역을 찾아 숨기에는 그의 몸이 일반적인 몸의 상태와는 너무나도 차이가 심하단 뜻이었음이다.

때문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솟아오른 거대한 콘크리트 파편 뒤에 대충 허리와 무릎을 굽히고 앉아, 더할나위 없이 굳은 표정으로 손에 쥔 K-1A 를 만지작 거리고 있는 최성민과는 달리, 건물에서 벗어나기는 고사하고 그저 과도하게 열려버린 유리문 바로 앞 바닥에 바짝 엎드린 채, 슬그머니 고개를 빼어들어 다시한번 외부의 상황을 살펴보는 최성민을 엄호하는 양 재차 빠르게 총을 어깨에 견착시킨 한서준은, 문득 가늠쇠 끝부분에서, 들쭉날쭉하게 솟아오른 콘크리트 바닥과 부드럽게 굽이치는 송이눈을 제외한 무언가가 꿀렁대며 움직이는 광경이 흐릿하게 맺혀들어오자, 거의 반사적이다 싶을 정도로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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