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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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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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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5.14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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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DUMMY

비록 최성민의 말로만 막연히 추측되는 Silence 한 몬스터가, 실제로도 그만큼의 능력을 지니고 있을지는 '직접 본 바가 없는' 한서준으로써는 솔직히 뜬구름을 잡는 이야기처럼 들리고 있었지만, 말을 하는 내내 시종일관 쾌활한 미소가 먹혀들어간, 또 안면 곳곳에 스며든 빛마저 살라내고 딱딱하게 굳혀버릴 것 같은 표정을 짓고 있는 최성민의 얼굴이, 그러한 사실을 뒷받침해주는 일종의 심적 증거였던 탓에, 직접 보고 겪어본 것이 아니라 하여 마냥 믿지 못하는 것도 어쩌면 크나큰 오류를 범하는 일일 수도 있었다.

'유비무환有備無患' 이란 단어가 그러하듯, 미리미리 여러가지 상황들에 대한 대처법을 염두에 두고 움직이는 것이 훨씬 생존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몬스터, 즉 Silence 라는 놈에 대한 정보는, 어차피 최성민에게 의지해야만 수집이 가능한 정보였기에, 그의 말을 무작정 거짓이라 치부하는 것은 되도록이면 피하는게 좋았다. 오히려 '사실' 이란 전제 조건을 배경으로 깔아두고 행동하는 편이 그보단 더 좋은, 더 안전한 생존을 기대해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였다.

"···그러니 그런 놈이 돌아다니고 있다고 한다면, 아무래도 밖은 위험하겠지요. ···형님 말대로, 나가는 건 좀 더 고려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느새 웃음을 그치고, 싸늘하게 가라앉은 분위기에 흠뻑 젖어든 것 같은 무거운 침음과 말을 한데 뒤섞어 토해낸 최성민이, 이윽고 다시금 깊은 한숨과 함께 등에 둘러맸던 총의 멜빵끈을 풀어내곤 조용히 유리문을 돌아보았다.

"지금은 지현이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수 밖에 없겠네요. 찾으러 나간다는 건, 이젠 도박이에요. 찾느냐 못찾느냐의 도박이 아니라, 죽느냐 사느냐의 도박이지요. 아니, 어쩌면 아예 한정된 결과만이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르니 도박도 아닐 수 있겠죠. ···결국 독에 죽든, 나가서 죽든, 죽는 건 똑같을 테니까요."

그리곤 자신의 오른쪽 손등을, 불과 5분도 채 안되는 시간동안 벌써 손등의 전체적인 면적을 좀먹어버린 시커먼 산성독의 분당 진행상황을, 핏기가 싹 가신 창백한 얼굴로 내려다보던 최성민이 돌연 헛웃음을 터뜨려내었다.

"아쉽게도, 산성독은 진짜 독이었나 보네요. 산성의 성질을 가졌으니, 혹시나 독은 아니지 않을까란 생각도 해봤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가 봐요. 독과 산성이란게 서로 상호 작용이 가능한 물질인지는 지금 처음 알았네요. ···그래도, 이 정도면 진행률이 그리 빠른 편은 아니니까, 조금은 시간이 남을 것 같기도 한데··· 어떡할까요? 이대로 지현이를 기다리는게 좋을까요? 아니면···."

그에 한서준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어차피 기존의 계획은 이미 없어져버린지 오래였다. 데자뷰가 뜯어고친 새로운 계획만이 그나마 현 상황에서 가장 실용가능성이 높은 계획이었다. 안전할지 어떨지는 모르지만, 그건 어디까지 이 후에나 겪어볼 일이었다. 구더기가 무섭다고 장을 담그지 못할 시기는 이미 훌쩍 지나가버린지 오래란 것이다.

"일단······ 돌아가서 해독제를 먼저 찾아보도록 하지요. ···그 다음 일은··· 그 후에 생각해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당신의 말대로라면··· 지금 나가는 건, 그냥 자살 행위나 다름없으니까요."

그러자 최성민이 한서준을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정말 듣던 중 반가운 소리네요. 솔직히 멀쩡한 선택지가 그것 밖에 없긴 했지만요. ···지현이가 좀 걱정되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몸이 튼튼해야 더 살려낼 수 있는 확률이 높겠죠. Silence 가 와도 말이예요. 한번이라도 발악은 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올지도 모르죠. 거기에 운이 좋으면 어쩌다 죽일 수 있을지도 모르고요."

물론, 이 대화의 끝마무리가 그저 물 흐르듯 아무 생각 없이 내뱉은 말의 연장선이라는 점은, 누구보다 최성민, 그 스스로가 가장 잘 알고 있었기에, 애초에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것 또한 무척이나 잘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그러니까 Silence 의 죽음은, 단지 최성민의 자그마한 희망사항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2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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