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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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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9,628

작성
17.04.21 0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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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그건 스스로도 놀랄만큼 진득하게 각인되어져 있던 군인으로써의 증표요, 다신 찾을 일이 없을 것 같던 일종의 징크스와도 같은 주문이었으나, 이건 달리 지금의 정신 상태가 10년 전의 날카로웠던 정신 상태로 되돌아가기엔 너무나도 썩어버렸음을 의미하는 기약 없는 발굴이기도 했다. 생사의 고비를 넘나드는 위기를 몇번이나 맞이하고 몇번이나 가까스로 살아난 것에 비해, 10년 전의 굳건했던 정신으로 탈바꿈되는 작업은 너무나도 녹슬고, 너무나도 무뎌져버려, 도저히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뜻이었음이다.

때문에 이러한 망가진 시계 태엽 같은 패턴이 이대로 쭉 반복되어진다면, 아마 그는 사지가 찢겨 죽어나갈 때까지 땅을 기는 굼벵이만도 못한 오물 수준의 정신 세계에서 한 발자국도 벗어나지 못할게 틀림없었다.

그냥 이 상태 이대로, 오직 스스로가 납득할만한 죽음만을 갈구하는 염세적인 생각을 지니고서, 그러나 그것관 거리가 먼 몬스터에게 갈기갈기 뜯겨져나가는 허무한 죽음만이 그가 누린 삶의 최종 종착지가 될 수도 있단 것이었다.

까닭에 장기적인 측면에선, 얼른 이 썩어빠진 정신 세계를 뜯어고치는 편이 지금보다 월등히 일반적인 상황과 돌발적인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가 쉽겠지만, 한서준은 굳이 그렇게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아니, 애초에 인위적으로 가능한 일이었다면, 10년 전부터 모든 것을 포기한 채 살아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로지 담배와 술, 그리고 잠과 컴퓨터.

이렇게 나누어진 4가지의 선택지만이, 그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던 최고의 유흥거리였고, 효과 좋은 치료제였으며, 가장 편안한 휴식처였다.

오른쪽 신체의 마비가 찾아옴으로써 꺼져버린 정신을 다시금 피워내고, 나아가 인간답게 살만한 최소한의 자극조차 그에겐 저 네 개의 행동거리를 제외하곤 조금도 찾아오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렇게 보낸 시간만 장장 10년이었다. 이제와서 정신적으로, 혹은 물리적으로 어떠한 자극이 가해진다한들, 10년이란 세월이 쌓아놓은 시커먼 퇴적물이 쉽게 씻겨져 내려가지는 않을 것이란 뜻이었다.

물론 오른발과 마찬가지의 굵직한 사건이 계속해서 반복되어진다면 또 어떻게 달라져버릴지는 비록 알 수 없는 일이었으나, 지금은 한가하게 이런 것에 정신을 빼앗기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그저 '돌아오면 돌아오는 대로 좋은 것이고, 아니면 그만.'.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살짝 묻어두는 편이 애써 인위적으로 정상적인 이념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간단한 대처방법이었다.

사실 마음가짐을 약간 고쳐먹기만 해도, 어느정돈 예전의 강인했던 정신력으로 되돌아갈 순 있었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닥쳐올 심력의 낭비를 고스란히 짊어진 채 날카로운 정신력을 며칠이나 유지할 수 있는가는, 솔직히 '답이 드러났다해도 과언이 아닌' 미지수에 해당되는 문제였다. 대충 어림잡아봐도, 지금의 한서준은 겨우 일주일도 가지 못하고 재차 물렁해질 확률이 극히 높았다.

그렇기에 억지로 맞추는 것보단, 그냥 흘러가는대로 두는 편이 좀 더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할 수 있었다. 어차피 시간은 멈추지 않으며, 제 시간을 가르키는 시곗바늘이 갑자기 다른 숫자를 가리키는 일은 없을 것이고, 또 급작스레 역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오직 그 자리 그 순간순간마다에, 조금도 변하지 않는 절대적인 법칙으로써 고요히 존재하기만 할 따름이란 것이었다.

한서준은 사방을 경계하면서도, 끊임없이 어디론가 기어가는 최성민을 따라 자신도 조금씩조금씩 팔을 뻗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모세의 기적처럼 쫙 펼쳐진 콘크리트 바다 사이의 평평한 길 위에 서있던 '무언가' 의 초기 위치를 다시한번 슬쩍 바라본 그는, 이번엔 좁쌀만한 크기로 너울거리던 검은색의 '무언가' 대신 그저 아무것도 없이 뻥 뚫려있는 길목 위의 광경에 금세 흥미를 잃은 사람처럼 느릿느릿 고개를 돌려버렸으나, 그건 금방 다시 홱 꺾여져버리는 지조없는 몸짓일 뿐이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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