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저걸 방패로 써봤던건데······ 잘못했으면 몸에 바람 구멍이 날 뻔 했네요. 그렇게 무작정 쏴버릴 줄은 정말 생각도 못했거든요. 놀라서 던져버렸으니 말 다한거죠."
한서준의 위치를 발설해야만했던 이유 아닌 이유를 설명함으로써, 제 딴에는 비교적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생각했는지, 강력한 총알의 반발력에 밀려 한 쪽 벽면에 처박힌 채 죽어있는 몬스터의 터져나간 신체 일부를 죽 훑어보며 가벼운 너스레를 떨어대는 최성민에게서 문득, 걸죽하게만 보여지는 검은색의 액체를, 정확힌 그의 손등 부분에서부터 시작해 느릿느릿 손가락까지 뒤덮어가며 흘러내리는 정체불명의 검은 액체를 발견한 한서준은, 저도 모르게 그것에 대해 물으려던 자신의 입을 꾹 다물어버리고 재차 또다른 주제로, 또다른 이야깃거릴 꺼내려는 최성민의 입을 강제로 틀어막듯 빠르게 질문을 토해내었다.
"···그 정보는 어디서 안겁니까?"
고작해야 일주일이 조금 넘는 시간이 그가 몬스터와 대면한 실질적인 시간이었지만, 그 기간동안 만났던 몬스터란 존재들은 모두 제각기의 모습과 능력을 지니고 있었다.
단 한 개체도 겹치는게 없을만큼, 하나하나가 저마다의 유일성을 지닌 독립적인 존재들이란 것이었다.
까닭에 최성민이 미리 몬스터의 정보를 알고 있었다는건,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도저히 앞뒤가 맞질 않는 괴이한 일이었다.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들을 한데 모아 엮어버린 간편한 무언가가 있다 하더라도, 그 중 하나를 콕 집어낸다는 것은 그의 생각 범위 내에선 조금도 실현 가능성이 없는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데드 존' 이란 이명까지 나붙은 대구와는 달리, 안정화된 인간들의 세상엔 엉성하게나마 각자의 자료가 있기는 하겠지만, 몬스터가 모두 제각기의 특징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보면 왜 그 자료가 그곳에 존재하고 하는건진, 굳이 깊게 파고들어갈 필요도 없이 간단하게 정답을 도출해낼 수 있는 문제였다.
누군가가 자료에 나오는 몬스터와 직접 살들을 맞부딪혀보았기에, 거기다 결국 그러한 전투의 최후의 승자가 당연하다싶은 인간이었기에 그 존재의 여부가 성립되는 자료였던 탓이었다.
따라서 미래를 내다보고 온게 아니라면야, 몬스터의 확실한 특징은 쉽게 알아낼 수 있는게 아니었고, 설령 그러한 시도를 무모하게 실행한다해도 자칫 목숨이 달아나는 위험한 상황이 들이닥칠 수도 있기에, 무작정 몬스터와 대면해보는 것도 그렇게 좋은 방책은 아니었다.
물론 이러한 대면을 함으로써 정확한 무언가도 없이 마냥 시각적으로 정리된 자료보다는, 좀 더 '정보' 라는 것에 가까운 몬스터의 특징을 알아내기에는 쉽겠지만, 그런 앎으로 인해 목숨까지 어디론가 운반되어진다는 것은 아무리 좋게 쳐줘도, 서로 아귀가 들어맞질 않는 불공정한 물물교환일 따름이었다.
그렇기에 최성민의 머릿 속에 들어있을 저 '산성피 몬스터' 에 대한 정보는, 출처가 불분명한, 경로조차 찾을 수 없는 바이러스성 파일과도 같은 정보였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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