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하지만 최성민의 널널한 표정이 말해주듯 사실 냉정하게 생각해보면, 꿈이라는 단어로 이 느닷없는 중얼거림과 데자뷰 현상을 설명하기에는 아주 크나큰 걸림돌이 하나 존재했다.
꿈이 튀어나올 수 있는 절대적인 매개체인 '잠' 에 빠진 기억이 한서준의 머릿 속엔 전혀 들어있지 않았던 것이었다. 그는, 그러니까 그 뜬금없는 중얼거림을 내뱉기 전의 한서준은, 최성민의 멍청한 행동에 옅은 한숨만 푹 내쉬는 중이었다. 그리고 경계 태세의 미어캣처럼 고개만 쑥 내밀고 있는 그의 몸뚱아리를 이용해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힐 계획을 조용히 시뮬레이션처럼 재생시키고, 부분부분을 면밀하게 재검토하는 중이었다.
단 1초의 낭비도 없는 이러한 시간동안, 오로지 최성민이란 인간에게 집중되었던 신경다발이 갑자기 뚝 끊어져버렸다면 응당 발생했어야 할 공백의 '수면 시간' 이, 그의 의식 안에선 전혀 인지되지도, 전혀 실행되지도 않았단 뜻이었음이다. 그렇기에 애당초 '꿈' 이라는 단어는 현재의 한서준과 퍼즐처럼 맞물려지는 관계가 아니었고, 간접적인 영향이 미쳐지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누군가 초능력을 발휘해 한서준의 정신 세계를 이곳관 전혀 다른 곳으로 보내버린게 아니라면야, 급작스레 뇟 속을 파고드는 의미조차 불분명한 중얼거림이나 데자뷰 현상은 도저히 이성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또 이해할 수 없는, 그리고 아무리 아귀를 맞춰보려해도 성립 그 자체가 되질 않는 불가사의한 일이란 소리였다.
"······아무래도 감이 좋지 않군요. ···무턱대고 나가는 건 일단 보류하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적어도 데자뷰가 가져다주는 위험 경보가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보내기엔 너무나도 빨갛고 혼란스러우며 시끄럽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이미 시뮬레이션까지 마친 행동거지들을 죄다 들춰보다 못해 아예 처음부터 뜯어고쳐버리기까지 한 것을 보면, 더 이상 데자뷰를 마냥 기분 탓으로 돌려내기에도 어려웠다. 머릿 속이 일순 빨갛게 물들여져버릴 정도의 선명한 위험 경보는 이미 요 며칠 간 셀 수도 없이 수두룩하게 느껴보고, 겪어봤기 때문이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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