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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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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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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4.27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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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그건 최성민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고 있던 모양인 터라, 그는 더 이상 몬스터의 이해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의문을 방금처럼 드러내지 않았다.

"어쨌거나, 저렇게 수문장 처럼 지키고 있는 놈한테 벗어나려면, 일단 저 놈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거나 아니면 죽여버릴 수 밖에 없겠네요. 물론 말과 행동은 서로 반비례하는 경우가 더 많지많요. 내뱉기야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렵죠. ···살짝 다른 방법을 찾아본다면, 아마 한두 가지··· 쯤은 의외의 방법이 있을······ 것 같지도 않네요. 이대로 계속 대치하다간 지현이를 찾는 것도 어려워 질거예요."

대신 현 상황을 보이는 그대로 이해한 것 같은 말을 조용히 늘어뜨려 놓았다. 시종일관 쾌활한 미소를 지니고 있다는게 나름 장점이라면 장점인 최성민도, 지금의 상황만큼은 제법 무겁게 어깨가 짓눌려지고 있다는 점을 깨닫고 있는 건지, 그의 입가엔 약간 씁쓸해보이는 미소가 어렴풋이 맺혀져 있었다.

"게다가··· 혹시라도 걔가 먼저 저희들을 찾아 온다면 그건 그것대로 곤란해지는 문제예요. 지현이는 지금 이 곳에 저 놈이 있다는걸 모를 테니까요. 만약 들키기라고 한다면··· 다신 얼굴을 못 볼 가능성이 높겠죠. 저 놈의 명칭을 괜히 Silence 라고 붙인게 아니니까요. 제대로 움직이는 걸 본 적은 거의 없지만, 그 때마다 '무음' 이란 단어가 뭘 뜻하는지 본능적으로 알아챌 정도니까··· 아무리 조심스레 움직인다 해도, 들키는 날에는 뭣도 모르고 죽어버릴 수도 있거든요. 때문에, 지현이도 그렇지만, 어설픈 계획은 그대로 저 놈의 숟가락 위에 얹혀지는 꼴이에요. 사지에 스스로 걸어들어간다는 거죠. 핏방울이 '잘려나간다는게' 뭔지 확실히 알 수 있을 거예요."

겁을 주려는 의도로 말을 뱉어낸 거라면, 거진 절반 쯤은 성공했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은근한 떨림을 불러일으키는 경고성 짙은 말들을 재차 이어붙인 최성민은, 마지막 단어에 미처 마침표가 찍히기 전에, 돌연 뭔가가 생각난 양 품 속을 뒤적여 작은 상자 하나를 꺼내들었다.

손바닥보다 약간 크다 싶은 청색의 상자를 익숙하게 열어젖히며, 그 안에 담긴 시커먼 구슬 하나를 대뜸 집어들어 꿀떡 입 안에 던져넣고, 질겅질겅 씹어대던 최성민이 꼭 물을 끼얹은 것처럼 한순간에 떨어진 말의 심지에 다시 불을 붙여낸 것은, 잠잠하던 목울대가 갯바위에 몰아치는 파도 마냥 크게 한차례 휘청이고 난 뒤였다.

"청심환이에요. 아무래도 긴장이 되거든요. 몬스터와의 전투는 꽤 심장에 좋지 않거든요. ···사실 그냥 습관적인 거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먹어두면 안심은 되니까요. 심리적인 치료법이라고들 하죠. 물론 장기간, 그것도 상습적으로 먹으면 그다지 효과가 없지만요. 아까··· Acid, 그러니까 그··· 산성독이랑 싸울 때도 하나 먹었었는데, 그다지 오래가지 못하는 걸 보면 이것도 면역 같은게 있는 것 같아요. 마치 감기약 처럼요. ···아, 형님도 하나 드실래요?"

"···아니."

청심환을 안먹어도 좋을 만큼의 울렁거림이 딱히 존재하진 않는다고 볼 순 없었지만, 어차피 이러한 울렁거림이 약에 의존한다해서 고쳐지는 건 아니었다. 거기다 애초에 10년 전의 전쟁에서 그는 처음으로 사람의 머리통을 터뜨렸고, 심장을 박살내었으며, 다리를 분질러 놓았고, 팔을 잘라 내었다. 또 아예 '인간이란 것' 을 다진 고깃조각으로 만들어 날려버린 적도 있었다. 그런 다채로운 살인 방법을 겪으면서 굳어버린 심장을 청심환 따위에 의지시켜도 좋을 시기는 이미 한참이 지나고도 넘쳐버렸단 뜻이었다.

물론 10년이란 세월이 만들어 놓은 '느슨함' 이 심장을 꽉 조여놓았던 볼트를 어떤 식으로 건드려 놓았을진 비록 알 수 없었지만, 요 며칠간 겪은 굵직굵직한 사건들로 미루어 볼 때, 아직 그의 심장은 추락할 대로 추락한 정신과는 달리 어느 정도까지는 변함없이 멀쩡했다. 지금 당장 사람을, 다시말해 바로 옆의 최성민을 쏴죽인다 하더라도, 마냥 이렇다 할 죄책감이 한가득 차오른 황금빛 달의 꼬리가 길게 늘어뜨려진 밤바다처럼, 급격히 밀려들진 않을 거란 소리였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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