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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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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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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239,628

작성
17.05.07 09:56
조회
492
추천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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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혼자서 행동을 개시하기엔 저것의 정체와 능력이 아직 불확실하다.' 라는 말로 서두를 꺼내려던 한서준의 눈을 의심케하는 상황이 삽시간에 그의 유일한 왼쪽 눈 전체를 시커멓게 물들여버렸던 것이었다.

분명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과정이 하나도 빠짐없이 적나라하게 '기억' 돼 있는 머릿 속의 데이터와는 하늘과 땅의 차이만큼이나 다른 돌발적인 사태가, 돌연 최성민의 몸을 위 아래로 두동강 내는 것은 물론 곧장 자신의 눈 앞까지 한줄기의 검은 섬광이 되어 쏜살 같이 날아들어온 것이었다.

그건 무언갈 할 수 있는 시간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극히 '찰나' 의 순간이었고, 어느 때나 또렷하게 신체를 지배하는 인간의 '동물적인 감각', 즉 '본능' 으로 인한 무의식적 자기 방어조차 일각에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어마어마한 속도가 스며든 새카만 칼날이기도 했다.

언젠가, 정확히는 5분도 안되는 시간 전에 겪었던 '죽음' 이란 단어를 전혀 생각지도 못한 지금 이때에 다시 겪으리라곤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지만, 아쉽게도 어느덧 턱 아래까지 접어든 칼날이 흩뿌리는 예기는 결코 머리가 만들어낸 한 줌 거짓된 허상이 아니었고, 목 아래 부근에서 느껴지는 싸늘하고 매서운 냉기 또한 절대 머리가 구현해낸 희끄무레한 허깨비가, 그렇다고 겨울철 북풍이 몰고온 서늘하고도 차가운 한기가 아니었다.

'시린' 차가움과 '얼어붙을' 차가움은, 각자의 냉기를 뿜어내고 있는 도구부터가 본질적으로 다르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한서준은 자신의 목을 노리고 날아드는 무언가가 어떤 무언가인지 금방 깨달을 수 있었다.

얇은 피부를 시작으로, 울대를 갈라내며, 나아가 식도 그리고 뼈를 깨부수고 통과해 이윽고 동맥과 정맥을 살살 긁어내기에 이르기까지, 직접 닿지도 않았건만 그렇게 시린 냉기를 풀풀 풍겨대는 것만으로도 이러한 착각을 하게 만드는 무언가는 다름아닌 몬스터의, Silence 의, 빛마저 먹혀들어가는 완전한 칠흑의 칼날이었다.

대체 어떻게 이곳의 위치를 알아낸 걸까.

그런 생각을 미처 스스로에게 날리기도 전에, 한서준은 또다시 시야에서 멀어져가는 자신의 몸뚱아리와 짜증이 날 정도로 맑게 갠 하늘을 번갈아 쳐다보는 머리통의 눈알을 빠르게 이곳저곳으로 굴려대다,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내쉬고 말았다.

물론 그 행동이 단지 생각으로만 이루어진 일종의 환상이라는 점은 한서준, 그도 이미 어렴풋이 인지하고 있던 터라 따지고보면 그다지 신기할 것도 없는 현상이었지만, 이런 추상적인 자극 안에서도 제법 제 기능을 발휘하고 있는 기관이 받아들이고 인식하는, 그러니까 점점 흐릿해져 가는 시야 속으로 박혀드는 끈적하고도 시커먼 액체가 어느새 자신과 최성민의 주변 일대를 가득 뒤덮었음을 문득 깨달은 한서준은, 이번에도 역시 앞선 한숨과 마찬가지로 거진 반사적으로 고개를 갸웃거렸으나 그건 겨우 5초도 이어지지 못하는 마지막 발악과도 같은 착각일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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