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심장의 꿈틀거림마저 죽이는 호흡은, 저격수로써 기본적으로 지녀야할 기초 중의 기초요,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가장 중요한 준비 자세였으니, 비록 10년의 공백이 몸 구석구석에 베어들었다지만 거진 습관화 되어버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까마득한 기억 속의 호흡법은, 이미 그의 신체 이곳저곳에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린지 오래였다.
그가 공기총을 제작한 순간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본능적으로만 행해지던 일종의 노하우와도 같은 단독적이고 유일무이한 호흡을 이제서야 비로소 약간이나마 인식할 수 있게 되었던 것이었다.
물론 단순히 총구의 흔들림을 없애주는 호흡법 하나 인지했다해서, 저격총과는 다소 거리가 먼 기관단총으로 저 먼거리의 '무언가' 를 맞춘다는 건 솔직히 100% 의 실패율을 자랑할 것이 명확했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기관단총' 이라는 총에 한정된 이야기일 뿐. 만약 현재 그의 손에 잘 손질된 K-2 소총이 잡혀 있었다면, 아니, 하물며 깨끗하게 닦여진 조준경이라도 하나 쥐어져 있었다면 지금처럼 꼭 눈치를 살피듯 가늠쇠를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하진 않을게 분명했다.
"저기 뭔가가 있네요. ···지현이 일까요?"
최성민도 그 꿀렁대는 움직임을 발견한건지 최대한 조용히, 그러나 조금 무겁게 울려퍼지는 목소리로 한서준에게 물었다.
"움직임만 봐선··· 일단 인간이라고는 보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거리가 거리인만큼, 순전히 육안으로만 분별한 '꿀렁댄다.' 라는 특징이 정확히 저 '무언가' 가 의도한 움직임인지는 확실히 판가름할 수 없었으나, 가늠쇠 위에 간신히 올라타있는 점 같은 저것의 움직임은 일단 그의 눈이 보기엔 적어도 인간이라고 확정지을 수 있을만한 움직임은 아니었다.
흡사 연체동물이라도 되는 것 마냥, 팔다리로 추정되는 네 갈래의 검은 줄기들은 기이하리만치 흐느적대며 꾸물거리고 있었고, 몸통으로 추정되는 가운데의 약간 굵직한 덩어리 여기저기엔 꼭 무언가에 꿰뚫린 것 같은 구멍들이 어렴풋이 드러났다 사라지길 반복하고 있었다.
물론 손톱에 낀 때만치나 작게 보여지는 '무언가' 에 대한 지극히 개인적인 판단을, 그저 눈으로만 확인한 몬스터다운 모습만으로 무작정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라 변별하고 결정짓기엔 살짝 성급한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한서준은 저 이상한 검은 점의 정체가 결코 유지현이 아님을 확신할 수 있었다.
많아봐야 7~8분. 혹은 10분.
그가 몬스터의 기습을 피해내고, 최성민을 발견한 뒤, 다시한번 데드 존에 대한 생각을 정리하며 이곳까지 내려오는데 걸린 총체적인 시간이었다.
그러니까, 몬스터에 쫒기는 거라 추정되는 유지현이, 그것도 함부로 발을 놀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엉망진창 난장판인 도로 위를, 그 간극의 시간동안 내달려 무려 1km는 떨어져보이는 저 곳까지 이동했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란 것이었다. 거기다 유지현이 상대하고 있었을 몬스터의 고유 능력은, 다름아닌 무형무색무취의 '소리' 였다. 한서준이 일순 귀를 틀어막고 주저앉았을만큼 어마어마한 소리의 폭탄을 수시로 터뜨려내는 몬스터란 것이다. 때문에 후퇴를 한다해도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고, 만에 하나 성공했다하더라도 그리 멀리까지는 가지 못했을게 자명한 일이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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