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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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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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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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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9,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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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5.01 09:49
조회
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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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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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쪽

동료

DUMMY

콰과광!

지축이 뒤흔들리는 요란한 소리가 재차 울려퍼졌다. 그와 함께 맹렬한 불꽃을 토해낸 총구에서 비롯된 여러 발의 납덩어리가 눈 앞의 모든 것을 찢어발기는 회전력을 머금으며 공기 중에 휘몰아치자, 절로 대기가, 얼핏 '공간 그 자체' 가 나선형의 모양으로 일그러지는 듯한 감각적인 착각을 일게 만들었지만, 그건 비단 총알이란 수단만이 만들어낸 단순한 환상이 아니었다.

"이 새끼···! 공간을 이동······!"

채 이어지지 못하는 몇 마디의 외침을 끝으로, 일순 공간이 일렁거릴 정도의 어마어마한 속도를 머금은 검은색 칼날이 부지불식간에 최성민의 몸을 정확히 두 동강 내버린 것이었다.

왼쪽 사타구니 쪽에서부터 정수리의 오른쪽 부근에 이르기까지.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할 정도로, 한 순간에 벌어진 거짓말 같은 사태에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버린 한서준이 억지로 손가락에 힘을 주어 재차 방아쇠를 당겨내었으나, 그건 이때에 이르기까지 단 한 방울의 피도 흘러나오지 않는 최성민의 몸뚱아리에 대한 기이한 현상을 이해하는데에 크나큰 도움만 가져다주는 행동이었다.

콰과과광!

하늘의 구름마저 흩어져나갈 만큼의 커다란 소리가 터져나오며, 그대로 최성민의 몸통을 관통한 총알들의 상흔에서 '팍!' 핏줄기가 튀어나옴과 동시에, 여태껏 붙어있던 몸뚱아리에 사선의 기다란 검은색 선이 생겨나더니, 그대로 잘려나간 짚인형처럼 툭 떨어져버린 것이었다.

푸화학!

그리고 그제서야 멈춰있던, 정확히는 몸과 함께 잘려나갔지만 아직 잘린 줄도 모르고 붙어있던 신체 조각들 마냥 절단된 핏방울들이, 뽑혀나간 소화전처럼 단번에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거진 절반은 장난 삼아 이야기 했던 몬스터의 절삭력이 결코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주는 셈이었다. 어쩌면 저 신기에 가까운 절삭력 덕에 최성민도 제 스스로가 베였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연이은 총알에 전신이 꿰뚫릴 때까지, 정상적으로 살아있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이젠 딱히 그런 특수한 상황을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아니, 그렇다고 몸이 반절로 잘려나간 최성민의 기적적인 도움을 기대해볼 수도 있다는게 아니라, 어느샌가 총도 쏘지 못할 정도로 흐릿해진 자신의 시야와 힘 하나 들어가지 않는 몸뚱아리, 그리고 정수리 부분에서부터 시작된 흡사 물감을 풀어넣은 것처럼 걸쭉하고 부드러운 느낌이, 그렇지만 결코 좋다고 할 수 없는 몽롱하고도 알싸한 압박감이 돌연 방아쇠를 당기던 손가락의 제어권을 앗아가고, 이어 무의식이라 할만한 행동거지마저 꿀꺽 삼켜버렸다는 점에서, 더는 발악해볼 기회조차 없어진 자신에 대한 기대감이 와르르 무너져내렸기에 문득 떠오른 상념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저···."

까닭에 입 안에서, 그보단 좀 더 아래인 기관지 안에서만 머무르며 터져나오는 욕지거리를 억지로 끌어올려와 막 입술을 움직여 뱉어내려는 순간, 한서준은 갑자기 눈 앞에 펼쳐진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의 모습에 저도 모르게 고개를 갸웃거리고 말았다. 하지만 그 미묘한 움직임 또한 제어권을 벗어난 손가락처럼 무작정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것만은 아니었다.

분명 머리는 눈이란 감각적 도구를 통해 전해들어온 갑작스런 정보에 약간의 의구심을 갖도록 몸을 조종했다고 인식했건만, 정작 그 머리가 내보인 움직임은 그저 갸웃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360° 로 회전해버리는 움직임을 보여주었던 것이었다.

콧 속을 파고드는 시큼한 콘크리트 냄새가 안면부 전체를 짓누르며 침투해오는가 하면, 잡스런 생각들을 모조리 토해내고도 남을 광활한 푸른 하늘은 기울어지는 시야각에 따라 저도 같이 기울어졌으며, 다시 마주한 콘크리트 바닥은 어느새 질척한 진흙과도 같은 만만한 감촉으로 변모해 있었고, 마찬가지로 다시 눈에 담아낸 푸른 하늘은 그 끝도 보이지 않는 영원한 시간 속의 반짝이는 우주로 변해 삽시간에 그의 눈알을 집어삼켰다.

한번한번의 장면들이 눈 앞을 스쳐지나갈 때마다, 뇟 속에 인식되는 풍경들이 천차만별로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두 개의 세상이 점차 어두워지고, 점차 질척해져가며, 이윽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공허의 세계로 들어섰을 때, 한서준은, 비로소 '무언가' 를 깨달을 수 있었다.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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