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미처 반응도 하지 못한 한서준의 왼팔이 우악스럽게 물려 씹혀져 버릴 정도로, 물고기형 몬스터의 공격은 다른 몬스터들에 비해 너무나도 재빠르고 갑작스러웠다.
까득!
물론 지금껏 왼손으로 쥐고 있던 쇠파이프가 사람의 팔 따위는 단번에 끊어낼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몬스터의 끔찍한 입 안에 정확히, 다시 말해 우연찮게 박히지만 않았다면, 왼팔은 단순히 물리고 씹히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단어 그대로 '산산조각이 난 채'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을 테지만, 그나마 쇠파이프가 막아준 덕에 그의 왼팔은 다행히 그의 어깨와 온전히 이어져 있었다.
비록 아직까진 커다란 몬스터의 입 안에 그대로 쑤셔박혀 있는 터라, 정확히는 몬스터의 앞 송곳니에 꿰뚫려 함부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에서 왼팔이 아무 짝에도 필요가 없는, 그러나 마냥 버리는 게 불가능한 계륵鷄肋과도 같은 짐덩어리가 되어 버린 터라, 달리 어떠한 조치도 취할 순 없었지만, 한서준은 이내 손에 쥔, 그러니까 여태 왼손에 붙잡혀 있던 쇠파이프가 생각보다 그리 오래 버티진 못할 것이라는 점을 쉽게 추측할 수 있었다.
끄그극!
30초도 채 지나지 않았건만 벌써부터 우그러들기 시작한 쇠파이프의 상태만 봐도, 길어도 1분 안에 완전히 구부러질 가능성이 거의 절대적이다 싶을 만큼 높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 한들, 움직이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무리 몬스터의 이빨이 톱날같이 파고들어 어마어마한 고통을 끊임없이 전해주고 있다 한들, 그 고통에 굴복해 지금도 사뭇 다가오는 죽음을 거리낌 없이 허락할 수는 없었다.
물론 죽음을 원하기야 하지만, 어디까지나 최소한의 인간다운 죽음을 원한다는 핑계 아닌 핑계로 지금껏 살아 남은 일주일이 단번에 날아가며 증발해 버리는 꼴은, 그가 원하는 일반적인 죽음이 아니었다.
이건 단지 허망하고 공허할 뿐인 죽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죽음이었다.
까닭에, 일단 급한대로 자유로운 오른손을 움직여 허리춤을 매만지던 한서준은, 그렇게 손가락 끝으로 전해져 오는, 한기에 얼어붙은 손끝의 미약한 감각으로도 어쩐지 또렷하게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촉을 어렵지 않게 눈치채고는, 마치 거미줄이 쳐진 것같이 흐릿한 머리 한쪽 구석에서 번뜩이는 기억 하나를 미처 선명히 가다듬기도 전에, 서둘러 허리춤의 이질적인 무언가를 콱 움켜쥐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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