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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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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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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수 :
50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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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7.30 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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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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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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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쪽

동료

DUMMY

결국 지금 이 자리에선,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 아무것도 없다는 소리였다.

콰아앙!

그리고 무언가의 변수가 발생하기도 전에, 한서준은 자신의 머리 바로 옆에서 굴러다니던 돌멩이 하나가 순간 '잿가루처럼 으스러진다.'라 인식하자마자, 여지없이 전신을 짓누르는 압박감 위로 돌연 몇 천 톤이나 되는 돌덩이 하나가 '쿵!', 다소 무책임하게 떨어져 버린 것 같은 충격을 느낌과 동시에, 사지를 잘라내다 못해 회생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그러뜨리는 어마어마한 고통을 그저 고스란히 받아들이고는, 자신의 이러한 상황을 미처 인지 하지 못한 새에 그만 정신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불과 2초도 채 걸리지 않은 이 일련의 과정에서, 한서준이란 미약하기 그지없는 생명체는 단어 그대로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뇌를 뒤흔드는 순간적이고 강렬한 자극에 저도 모르게 정신줄을 놓아 버렸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겨우 5초도 안 되는, 아주 잠깐일 뿐인 기절이었다.

분명 자신을 식빵 위의 딸기잼같이, 바닥에 듬뿍 쳐바를 것이 분명한 손바닥이 바로 눈 앞까지 다가온 장면은 고장난 슬라이드 기계처럼 끊겨 버린 머릿속 필름에 선명하게 각인되어 있었지만, 어찌된 일인지 온 몸에선 그렇게 됨으로써 느껴져야 할 어마어마한 고통 대신 기묘한 차가움과, 흡사 팔십 쌍의 다리를 가진 벌레가 뇟속을 기어다니는 것 같은 지극히 혐오스런 기분이, 그의 끊어진 정신줄을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는 공허 속에 오롯이 존재하게 만듦으로써 스스로에게 하여금 재차 붙잡게 만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 자칫 코를 꿰뚫어 버리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지독하고 괴상한 냄새가 그의 뇌를 한 차례, 나아가 맡는 이의 피마저 끈적거리게 끓여내는 듯한 비릿한 혈향이 그의 뇌를 두 차례 쉬지 않고 강타해 왔다.

아직 흐릿하기만 한 시야는 제대로 돌아오지도 않았건만, 예민하기 그지없는 코는 이미 이곳이, 그러니까 체감상으론 불과 5초 밖에 되질 않는 짧은 시간 동안 뒤바뀌어 버린 이 장소가, 결코 대구의 평범한 어딘가가 아니라는 사실을 직접적으로 알려 주었던 것이었다.

한서준은 아직 잘 보이지 않는 왼쪽 눈을 일단 그대로 두고, 멀쩡한 왼팔만 뻗어 서둘러 자신이 누워 있던 땅 주변을 매만져 갔다.

찰팍!

꼭 웅덩이에 고인 물을 쓸어내는 것 같은 촉감이 손바닥 전체로 밀려들어 왔다. 뒤이어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자꾸만 쩍 달라붙게 만드는 끈적한 무언가가 아낌없이 손 전체를 뒤덮는 것도 모자라 아예 손목까지 범람해 왔고, 그제서야 제 시력을 되찾은 시야 너머로 자신을 쳐다보는 여러 쌍의 눈동자를 바로 앞 어둠 속에서 발견한 한서준은 그와 동시에 손가락 끝에 걸린, 이 기묘한 액체 안에서도 전해지는 차가운 금속의 감촉을 느끼자마자, 재빨리 그것을 꽉 움켜 쥐었다.

쩌저적!

그리고 어느새 굳어져 버린 액체의 겉표면을 뚫고 튀어나온 금속의 무언가를, 다시 말해 동그란 쇠파이프를 마치 방어하듯이 자신의 가슴팍 앞에 가져다 놓은 한서준은, 오른팔과 더불어 더욱더 그것을 단단하게 움켜 쥔 뒤 여전히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높이가 제각기 다른 수십 쌍의 눈동자를 가만히 노려보았다.

그러나 눈동자의 주인들은 아무런 움직임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다중인격자의 여러 인격들이 몸 밖으로 표출된 것처럼, 깜빡이는 눈동자의 움직임을 한치의 오차도 없이 일제히 이루어 내며 자신을 노려보는 한서준과 마찬가지로 가만히 그를 바라보기만 할 따름이었다.

쉬익.

지금 있는 장소가 어딘가의 지하실인지, 필시 저 수십 쌍의 눈동자가 뿜어내었을 게 분명한 거친 숨소리가 지하실 특유의 진동과 함께 사방에서 아릿하게 들려왔다.

철퍽.

그리곤 이내 무언가를 하려는 양, 바닥을 뒤덮은 끈적한 피웅덩이를 헤치며 어둠 속에 가려져 있던 자신의 몸뚱아리를 희미하게나마 흘러나오는 천장의 전등빛 아래에 서서히 드러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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