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내일만은 님의 서재입니다.

Messorem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최근연재일 :
2019.01.03 20:30
연재수 :
505 회
조회수 :
359,887
추천수 :
5,086
글자수 :
1,239,628

작성
17.08.01 08:48
조회
406
추천
5
글자
5쪽

동료

DUMMY

꽈악.

어떤 방식의 공격을 해올지 전혀 알 수가 없었기에, 한서준은 천천히 몸뚱아리를 빛에 반사시키는 괴생명체의 움직임을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려보았다.

그렇게 유일한 무기인 쇠파이프를 쥐어 잡은 두 손에 절로 힘이 들어가자, 자칫 손바닥의 껍질이 벗겨지는 게 아닐까 싶은 마찰 소리가 꽤나 적나라하게 지하실 벽을 두들겨 대었다.

한 줄기의 식은땀이 이마에서 솟아나 눈썹을 타고 눈꼬리, 연달아 군데군데에 피딱지가 달라붙은 볼을 마치 썰매를 타는 것처럼 한순간에 미끄러져 내려갔고, 어느덧 덥수룩하게 자란 덤불 같은 수염 사이로 지금껏 해온 짧은 여행이 모두 거짓이라는 듯, 삽시간에 빨려들어 갔다.

그래도 천장의 짙은 그림자에 의해 가려진 목부분까진 무사히 흘러내려 간 모양인지, 음영 덕분에 도리어 그 윤곽선이 또렷하게 보여지는 한서준의 툭 튀어나온 목젖의 긴장어린 꿀렁거림엔, 언뜻 비춰지는 비취 알 같은 땀방울이 흡사 개미의 냄샛길과 비슷한 길디 긴 물자국을 선명하게 남겨 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그런 가감 없는 목울대의 움직임 만큼이나, 한서준은 괜히 숨이 턱턱 막히는 기분이 들었다.

공포심 같은 인간의 근본적인 감정은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았지만, 금방이라도 눕고 싶을 정도로 진득한 피곤함을 불러일으키는 긴장감은 몸뚱이를 자꾸만 축축 처지게 만들었다.

더군다나 예리한 감각을 자랑하던 코는 이미 지독한 혈향에 의해 그 뿌리부터 마비된지 오래였기에, 숨을 제대로 쉬고 있는가조차 먼저 의심이 들 만큼 폐를 쥐어짜는 비릿한 향기는 도저히 그의 주변에서 없어질 생각을 하지 않았다.

꼭 사냥감이 약화되기를 기다리는 끈기 있는 맹수처럼, 조용히 숨어 단번에 몰락시킬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한서준은 이러한 자신의 몸뚱아리를 미처 제대로 수복하기도 전에 잡고 있던 쇠파이프를 저도 모르게 아래로 내리고 말았다.

탁한 전등빛에 꾸역꾸역 다가와 마침내 그 수십 개의 눈알이 달린 몸통을 얼룩진 빛 아래에 주춤주춤, 영 부실하게 드러내기 무섭게, 그 괴생물체의 정체를 단번에 눈치챘던 것이었다.

외형은 기억 속의 모습과 천차만별로 달랐으나, 시커먼 뇌가 고스란히 드러난 왼쪽 부근의 머리통과 사라져 버린 오른쪽 귀, 그리고 금방이라도 땅에 떨어질 것같이 볼록하게 불거진 왼쪽 눈은, 텅 비어 있는 오른쪽 팔과 오른쪽 옆구리의 상처와 함께 그의 기억을 자극하는 어떤 하나의 공통점으로써 작용하고 있었는데, 피는 커녕 무슨 분홍빛 젤리의 단면을 보는 것처럼, 여러군데의 상처가 다소 말랑말랑하게만 비춰지는 괴생물체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한서준이란 인간을 몇 번이나 도와준 우호적인 몬스터였다.

헌데 대체 이 짧은 시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유일하게 멀쩡한 왼쪽 신체엔 예전엔 없던 수십 쌍의 눈동자들이 제각기 틀린 모양으로 자라나 있었다. 또 눈두덩이가 푹 들어간 본래의 눈동자와 아예 똑같은 움직임을 취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통해서도 보여지는진 아직 미지수였지만, 확실히 자신의 것이란 감각은 있는 건지, 몬스터는 맨 아래에 달린, 그러니까 무릎에 솟아난 눈알에 핏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조심 움직이는 중이었다.

그렇게 탁하기 그지없는 빛 아래에 서서, 정확히는 빛이 가장 많이 쏟아져 내리는 중앙에 서서 꼭 뭔가를 전달하려는 듯, 왼팔을 들어올리고 팔꿈치를 접어 곧장 자신을, 그러니까 분화구 같은 기이한 자국이 선명하게 새겨져 있는 심장 부근을 똑바로 가리킨 몬스터가 이내 접었던 팔꿈치를 펴내었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한서준을 똑바로 지목했다.

"···그··· 어, 거··· 억···."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단답형의 신음 비스무리한 소리를 토해내며 손가락질로 끊임없이 자신을 지목하는 몬스터에게서 잠시 시선을 떼어내고, 마침 좋은 지팡이가 되어 줄 쇠파이프를 지지대 삼아 힘겹게 피웅덩이 안에서 몸을 일으켜 세운 한서준은, 마치 누군가가 석고를 이용해 딱딱하게 굳혀버린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자신의 오른쪽 다리를 순간 반사적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런 후 검붉게 물들어져 있는 나무 부목이 대신 그곳에 자리하고 있음을 새삼스레 인식하자마자 푹 한숨을 내쉬었다.

이젠 익숙해질 법도 하건만, 가끔씩 뇌를 오작동하게 만드는 낯선 감각들이 아직도 오른쪽 다리가 붙어 있다란 착각이 일게끔 그의 머리를 강력하게 유도했던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역시 그저 장애가 온 오른쪽 다리가 뻣뻣하게 굳어 있다란 착각을 머릿속에 담아내고 있던 그는, 그러한 감각을 산산히 박살내 버리는 부목을 다소 복잡한 눈으로 바라보다 이내 몬스터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작가의말

2차 수정 완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essorem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77 동료 17.09.10 323 4 3쪽
176 동료 17.09.09 336 6 3쪽
175 동료 17.09.07 296 4 3쪽
174 동료 +1 17.09.04 301 5 4쪽
173 동료 17.09.03 304 6 3쪽
172 동료 17.09.01 463 4 3쪽
171 동료 17.08.31 476 4 4쪽
170 동료 17.08.29 305 6 4쪽
169 동료 17.08.28 410 6 5쪽
168 동료 17.08.26 344 5 4쪽
167 동료 +1 17.08.23 436 4 4쪽
166 동료 17.08.22 360 5 3쪽
165 동료 17.08.20 337 6 3쪽
164 동료 17.08.19 351 5 5쪽
163 동료 17.08.14 410 6 3쪽
162 동료 +1 17.08.13 376 5 4쪽
161 동료 17.08.12 344 5 4쪽
160 동료 17.08.10 355 5 4쪽
159 동료 17.08.08 506 6 4쪽
158 동료 +1 17.08.05 361 6 4쪽
157 동료 17.08.03 415 4 4쪽
156 동료 +1 17.08.02 365 5 5쪽
» 동료 17.08.01 407 5 5쪽
154 동료 +1 17.07.30 402 5 4쪽
153 동료 17.07.28 375 4 3쪽
152 동료 17.07.26 335 5 4쪽
151 동료 17.07.22 314 4 4쪽
150 동료 17.07.20 343 5 3쪽
149 동료 +1 17.07.18 387 4 3쪽
148 동료 17.07.15 307 5 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