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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만은
작품등록일 :
2016.10.03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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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8.26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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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DUMMY

먼저 가서 기다리거나, 아니면 먼저 도착한 이들과 자연스런 재회를 유도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인 방법이었다.

한서준은 이어서 '시간이 없다. 얼른 움직이도록 하지.'란 단어를 어렵게 어렵게 뱉어 내며 다시금 패여진 무릎을 접고 몸을 돌려 걸어가는 몬스터 최성민의 뒤를 쫒아, 뻣뻣한 발걸음을 옮겨 내었다.

워낙에 날씨가 날씨이다보니, 발목 바로 위에, 다시 말해 종아리의 아랫 부근까지 쌓여 있는 눈송이들은 어느새 딱딱하게 덩어리화가 되어, 날카롭게 얼어 있었다. 그 덕에 한 걸음 한 걸음마다 천연 빙하를 헤치며 나아가는 거대한 쇄빙선이 된 것처럼, 눈밭을 가르며 내딛어지는 유일한 왼쪽 다리를 마치 베어낼 기세로 아릿하게 스쳐 지나가는 가시 돋은 눈의 성벽들은, 이전처럼 가벼운 백색의 가루를 사방으로 튀겨 내거나 하진 않았다.

대신 그 날카롭기 그지없는 얼음창의 창끝으로 정강이와 종아리, 그리고 발목 부근을 쿡쿡 찔러 대기만 할 따름이었다. 이대로 걸음을 계속 옮긴다면, 언젠가 저 칼날 같은 얼음에 옷이 찢겨지고 기어이 살갗마저 갈라져 버릴 것이 틀림없었다.

한서준은 이러한 악조건이 겹쳐진 눈밭에 독자적으로 길을 만들어 내 따라가는 것을 빠르게 포기하고는, 방향을 틀어 몬스터 최성민이 개척하는 길, 웬만한 성인 남성의 다리보다 곱절은 더 굵은 다리로 2명이 나란히 걸어도 될 정도의 널찍한 길을 고스란히 남겨 내는 그의 등을 쫒아 서둘러 발걸음을 재촉했다.

헌데 왼쪽 무릎의 눈알이 흔적도 없이 터져 나간 탓인지, 흐트러진 무게 중심을 잡기가 상당히 고역스러워 보이는 몬스터 최성민의 걸음은 이전과 달리 무척 어정쩡한 자세로 이어지고 있었다. 흡사 한서준과 같은 모습으로, 정확히는 괴사가 진행 중이던 오른발이 멀쩡히 붙어 있던 시기의 그와 비슷한 움직임으로, 연신 휘청휘청대며 나아가는 몬스터 최성민의 몸뚱이는 꼭 잔뜩 술에 절은 사람처럼 위태롭게 비춰지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러나 그 외엔 딱히 이렇다 할 특이점 같은 건 없었다.

힘들어 하는 기색은 없었으며, 또다시 본능에 집어삼켜질 기색도 없었고, 그렇다고 뭔가 불편하다는 기색을 엿보이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처음부터 이러한 움직임에 익숙해져야만 하는 선천적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사람같이, 바람에 휘날리는 갈대보다 몇배는 더 어지럽게 낭창대는 몸뚱이를 아무렇지도 않게 가누기만 할 뿐이었다.

대신 중간중간 마주치는 기울어진 전봇대나, 고작 세 달의 시간이 변화시킨 검붉은 쇳물이 뚝뚝 떨어지는 고철덩어리, 예전엔 분명 자동차라 불렸을 거대한 장애물과, 도로를 가로막은 깎여 나간 건물의 잔해물 등은, 아무리 몬스터 최성민이라도 어찌할 방도가 없었는지, 그것들과 마주칠 때마다 그의 걸음은 계속해서 느려지기 일쑤였다.

통행 금지 표지판의 빨간 대각선 모양을 그대로 본뜬 듯한 전봇대와 마주칠 때에는, 그는 한서준보다 더 힘겹게 허리를 숙이고 무슨 거북이를 보는 것 같은 속도로 기어가다시피 지나갔으며, 고철덩어리가 된 자동차는 유일한 왼팔로 '끼기긱!' 귓청이 떨어질 것 같은 마찰음을 한껏 뽑아내며 한 움큼 한 움큼씩을 자국걸음으로 밀어내고, 막힌 길을 드러내었다. 또 개구멍 하나 존재하지 않게 빈틈없이 도로를 가로막은 건물의 잔해물들은, 억지로 통과하기보단 빙 돌아서 가는 길을 선택했기에, 자연스레 걸음이 늦춰지는 것은 거의 당연하다라 할 수 있는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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