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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뒤 이내 뭔가를 말하려는 양, 틀어막은 손을 내리고 검붉은 핏줄기가 흘러내릴 만큼 억세게 다물고 있던 입을 열어 겨우겨우 한마디 한마디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아, 아··· 무··· 래도··· ···벼··· 변··· 이··· 가··· 끄륵! 시··· 자··· 아··· 도··· 되··· 엔··· 것··· 가··· 앝··· 다···."
그러자 차가운 금속의 가공된 표면 위로, 마치 거미줄같이 묻어난 눈알의 붉디 붉은 신경 조직체를 잠시 훔쳐보듯 흘겨보던 한서준이, 재차 몬스터 최성민에게 눈길을 주었다.
아직은 눈 앞의 몬스터가 방금 전의 상황처럼 급작스레 자신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 표출된 불신 가득한 눈초리가, 비록 한서준이 보내는 대답 비스무리한 행동과 함께 튀어나온 부차적인 감정 표현의 전부였지만, 애초에 이러한 취급을 받을 날을 어느 정돈 각오해 두었던 것인지, 몬스터 최성민은 한서준의 그런 눈빛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여전히 미동조차 없는 움직임으로 어느새 꾸물꾸물거리며 움직이는 자신의 무릎, 눈동자가 방금 떨어져 나간 무릎 위를 뒤덮어 가는 검은빛의 새살을 다소 절망 어린 눈으로 쳐다보다, 이젠 하나의 코스처럼 거듭 한서준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시··· 가··· 안··· 이··· 어··· 어, 업··· 다··· 빠, 빨··· 리··· 시, 심.. 장··· 을···."
거울 인간은, 본체의 심장을 취하는 것으로 그 자신이 본체가 된다고 했다.
까닭에, 몬스터 최성민이 이처럼 심장을 갈구하는 것도 조금은 이해가 됐지만, 그렇다고 심장을 다시 차지한다 한들, 파죽지세로 밀고 올라오는 변이 인자들이 돌연 흔적도 없이 소각되며 온 몸을 물들인 변이체의 표피까지 모두 없던 일로 되어 버리는 것은 분명히 아닐 터였다.
아예 서로의 몸이 뒤바뀌는 것이 아니기에, 몬스터 최성민의 몸을 변이시킨 악질 바이러스들이 불과 일주일 전의 한서준이 즐겨 하던 RPG게임의 특권 아닌 특권과도 같은 조건부 시스템에 의해, 다시 말해 특정 조건을 달성하면 주어지는 '모든 상태이상 회복'이란 스킬이 자동적으로 발동되어지는 것처럼, 실제적으로 '심장을 취한다.'라는 조건을 만족할 시 발생할 여러가지의 부가적인 변화가 가져다 줄 효과들이 게임과 마찬가지로 정말로 존재하고 있다 하더라도, '변이'라는 이름의 디버프를 게임에서처럼 무작정 사라져 버리게 하진 않을 것이란 뜻이었음이다.
흡사 머리카락에 달라붙은 껌딱지같이, 질기게 남으면 남았지, 결코 집 안을 들쑤시다 박멸되는 벌레들처럼 무력하게 사라지진 않을 것이 명백했다.
그리고 조금만 생각해도 알 수 있는 이 정보를, 거울 인간에 대한 특징을 여태껏 만나온 사람들 중 누구보다 자세하게 알고 있는 최성민이 절대 모를 리가 없었다.
잠시 시간이 끊겨버린 듯한 무거운 침묵을 지키던 한서준이, 나직이 입을 열었다.
"···심장을 되찾으면, 다시 인간으로 돌아오는 건가?"
끄륵.
그러자 싸늘하게 식어버린 눈밭 위의 핏방울처럼 차갑기 그지없는 침묵과 함께 탁하게 갈라지는 숨결을 반복적으로 골라내던 몬스터 최성민이, 마치 잠자리의 날개짓 소리와도 같이 음울하게 떨리는 한숨 비스무리한 날숨을 거칠게 토해내고는, 여전히 잔경련이 일어나는 입을 열고 겨우겨우 대답을 뱉어내었다.
"···아··· 니···. 그, 그··· 그··· 러··· 럴··· 일은··· 어, 업··· 없을 것··· 이··· 다···."
"다시 돌아오지 못한다면, 심장을 굳이 찾을 이유가 있나?"
그에 한서준이 살짝 따지는 어투로 묻자, 몬스터 최성민의 뻣뻣하게만 보이는 머리가 대뜸 '뚜둑!' 괴상한 소리를 질러내며 절레절레 움직여졌다.
"···저, 저··· 적··· 어도··· 끄륵. 이, 이··· 러··· 언··· 꼬··· 꼴,로··· 느··· 는··· 주, 죽··· 으··· 을··· 수가··· 이··· 이··· 있··· 게··· 게엤··· 지···."
"이런 꼴로는 죽을 수가 있다?"
요컨데, 심장을 다시 되찾으면 완벽한 몬스터로서의 변이가 멈춘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서서히 이성을 좀먹어 가는 '원시적인' 인간과 몬스터의 본능이, 심장이랑 매개체를 통해 정화되고, 이성을 오롯이 남아 있을 수 있게 한다는 뜻이었다.
물론 아직 밝혀지지도 않은 부분을 멋대로 해석하는 건 그리 좋지 않은 버릇이었다.
- 작가의말
개인적인 사정으로 인해 며칠 간 연재를 하지 못 했던 점, 죄송합니다.
1차 수정 완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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