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목과 어깨선의 구분이 꽤나 어렵게만 느껴지는 몬스터 최성민의 머리가 순간 미미하게 앞으로 숙여졌다 다시 되돌아갔다.
제 딴에는 고개를 끄덕여 보인 것 같았지만, 삼자의 눈에는 그저 경련을 일으키는 것처럼 보이는 의미불명의 행동일 뿐이었다.
"···그··· 래··· 어··· 차, 피··· 그··· 것들··· 의··· 모··· 목··· 저, 적도··· 지, 지··· 인··· 짜··· 유지··· 현··· 일 테··· 니··· 겨, 결··· 국··· 엔··· 그··· 지하··· 실··· 에서··· 마, 만··· 나··· 게··· 엤··· 지···."
거울 인간, 그러니까 지금껏 같이 행동해 왔던 가짜라 추정되는 최성민 옆에 있는 거울 인간 유지현의 목적이야, 당연히 본체의 심장일 것이라는 점은 굳이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금방 알아챌 수 있는 목적이었으나, 아쉽게도 그들의 현 목표라 할 수 있는 지하실의 변이된 유지현은, 이미 한서준의 손에, 더불어 Juggernaut의 뱃속에 들어간 지 오래였다.
최성민과 마찬가지로 거울 인간이라 추정되는 유지현의 목적은 이제 영원히 이룰 수 없는 허망함으로 뒤바뀌어 버렸단 소리였음이다.
헌데 그는 그러한 사실을 한서준에게 듣고도, 늑대에게 가기 위한 준비를 모두 끝마쳤었으며, 생명의 촉박함에 의한 다급함인지는 미지수인 재촉으로 기어이 한서준을 움직이게 만들었었다.
혹여라도 진짜가 살아 있다란 지푸라기 같은 희망을 쥐고 있는 건진 잘 알 수 없었지만, 이건 지하실로 가는 일련의 행동이 가져올 결과에 본체의 심장을 취하는 것 말고도 또 다른 목적이 있다는 사실을 그 자신이 직접적으로 드러낸 셈이기도 했다.
그게 비록 어떠한 목적인지까지는 아무리 한서준이라 하더라도, 그의 머릿속을 직접 들여다 보지 않는 한 쉽게 예측할 수 없는 것이었지만, 그토록 부르짖으며 언급했던 늑대와 어느 정돈 연관되어 있을 목적이라는 점만은 적어도 쉽게 알 수 있는 비밀 아닌 비밀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지死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Juggernaut의 안방과도 같은 소굴에 스스로가, 그러니까 제 발로 걸어 들어갈 일 자체가 아예 없었던 탓이었다. 웬만한 목적이 아니고서야, 목숨 같은 건 아주 없다고 쳐도 문제 없는 '그 집'의 지하실에 들어가는 일은 되도록이면 안 하는 게 더 좋았고, 어떤 목적이든 간에 그냥 내버려두는 편이 더 현명한 선택이었다.
헌데 유지현은 움직였다. 분명 진짜라 추측되는 유지현의 죽음에 대한 간접적인 설명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데드 존에서의 탈출보단 늑대를 먼저 생각했으며, 대체 어떤 목적을 지니고 있는 건지 도저히 예측되지 않는 '지하실'이란 목표를 두고 최성민과 합심이라도 한 듯, 한서준을 뜻대로 조종해 움직였다.
마치 한번 꺼내든 칼에 무라도 베어낼 기세를 담아낸 뒤 목적을 이룰 때까지 절대 납검을 하지 않는 사람처럼, 우직하게 자신의 계획을 강하게 진행시켰단 뜻이었다.
물론 그 계획은 도중에 끼어든 몬스터들에 의해 초장부터 빗겨 나가 버렸으나, 아직도 유지현이 자신의 목적에 목숨까지 내걸고 있다면, 몬스터 최성민의 말대로 그들의 최종적인 목표지는 '그 집', 좀 더 아래의 지하실임이 틀림없었다.
약간의 시간적 차이는 감안한다 하더라도, 결국 지하실을 목표로 움직인다는 건 그들이나 한서준이나 매한가지의 행동 경로였기 때문이었다.
까닭에 굳이 그들을 찾는 데에 쓸데없는 시간을 소모할 필요는 없었다.
-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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