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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농소리 님의 서재입니다.

푸른하늘은 죽고 누런하늘이 일어나리

웹소설 > 자유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워농소리
작품등록일 :
2023.08.14 17:01
최근연재일 :
2023.09.15 00:18
연재수 :
2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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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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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13,636

작성
23.08.14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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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장-5화. 호연이 여자로 어떻게 느끼세요?

DUMMY

“대학교 입학 전까지, 계획은 있니?”

얼큰하게 끓인 해장국 뚝배기가 승범의 눈 앞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었다.

“음..생각해 본 적 없어요. 어차피 3주도 안 남았구요.”

“아무 계획도 없는 거구나.”

“음...지금은요?”

이모는 웃었다.

“그럼 마침 잘 됐다. 심부름할 겸 서울갔다가 내일 삼촌이랑 승철이랑 같이 오렴.”

“갑자기요?”

“어차피 할 일도 없겠다, 수련 전에 긴장도 풀 겸, 입학할 학교 근처도 돌아다녀볼 겸. 겸사겸사 좋잖아? 워낙 놀 데가 많은 곳이잖니.”

“오늘 가야되요?”

“그래도 되고, 언제 가든 내일 밤에만 같이 오면 집에 오면 된단다.”

“어? 그럼 오늘가서 내일와도 되요?”

“혼자 가기 심심하면, 카드줄테니 친구들하고 가든가?”

“오예-!”

“후후.. 여자친구랑 갈거니?”

“아, 이모!”

“이젠 없다곤 안하는 구나?”

승범은 얼굴이 빨개진 채 방으로 급히 들어갔다.

“밥은 마저 먹으렴!”

이모는 승범의 등을 보며 말했다 .



“그러니까, 지금 갑자기 서울을 가자고? 그것도 내일 오는 걸로?”

호철이 게임에 집중하며, 영혼없이 대답했다.

“응. 너도 어차피 할 일 없잖아.”

“나도 스케줄이란 게 있지 않을까. 친구야? 도장사범대리로 알바하기로 했다구.”

“전액 지원, 숙식제공.”

호철의 말투에 바로 영혼이 돌아왔다.

“마님, 제가 노비입니다. 노비.”

“그럴 줄 알았다 색햐. 야! 야! 막아.”

승범의 손놀림이 빨라졌다.

“근데 우리 둘이 가?”

“그럼 누구랑 가, 나 사람은 많아도 친구는 몇 안된다구.”

“주원친구랑 철진이, 호석, 진구.”

“카드 녹을 일 있냐? 아무리 그래도 적당히란 게 있지. 그리고 호석이는 알바하잖아.”

“호석이 의경대 근처에서 알바하잖아. 끝나고 오라하면 되겠지.”

“어? 걔 거기 숭희대 붙었잖아?”

“응, 그래서 미리 살고 있다더라. 머라더라, 까페서 일한다했나...”

“걘 학교다닐때도 배달알바하더니, 대학가서도 끊임이 없구나.”

“그러니까, 걔네 집이 우리 중에 제일 잘 살건데 굳이 왜...”

“아 씁. 졌잖아! 집중하라고.”

쾅!

누군가 방 문을 부술듯이 걷어차며 날아들었다.

“야 이 덩어리야! 누가 고3 집에서 이렇게 떠들....어? 승범오빠!”

똥머리를 질끈동여맨 소녀는 손에 빗자루를 짧게 잡고선 휘두르려다 승범을 보자마자 목소리가 바뀌며 빗자루를 고쳐 잡았다. 그리고는 청소를 하는 시늉을 했다.

“안녕하세욤. 계시면 계신다고 말씀 좀 해주시지 그랬어요 헤헤. ”

너무나 자연스러운 연속동작에 승범은 할 말을 잃고 말을 더듬었다.

“아...응...호연아..네가 이 시간에 웬일이니..네가 있는 줄 알았으면 조용하게 놀았을 것을..미안하다야.”

“아 도저히 공부가 안되서 독서실에서 탈출했어요! ”

승희도 호연처럼 사람 봐가면서 성격이 바뀌지만 결국엔 5분내로 본성대로 사는 성격이다. 그래서인지 승범은 호연의 순간적인 변화엔 익숙했지만, 몇 달째 자기앞에서만 조신한 모습을 보이는 꾸준함은 적응이 안된다.

“호연아, 고3이 공부를 안하믄 어ㄸ....컥!”

호연은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호철의 명치를 빗자루의 자루 끝으로 찔렀고, 호철은 그대로 명치를 부여잡고 앞로 쓰러졌다.

“어디서 잠시 뭐가 울지 않았나요, 오빠? 헤헤”

“나...난...못 들은거 같아! 호연아!”

“친구야, 난 네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세 대 맞을 거가 한 대로 줄어드는구나.”

호철이 쓰러진 채 중얼거렸지만 다행히 누구도 듣지 못했다.



우물우물

호로록!~!

냠짭냠짭-

“오빠오빠, 그러니까요오~”

“하이고 저 불여우가 라면을 다 끓이고..”

콰직-!

“흡!”

“야, 왜 그래?”

“으느ㅇㅕ....”

발을 밟힌 호철은 속으로 울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승범을 앞에 두고 생글생글 웃는 승희의 탁자 윗모습과는 다르게, 밑에서는 남매의 소리없는 메시지 전쟁이 벌어지고 있었다.


야. 내가 승범오빠오면 나한테 당장 톡하라했지!

그리고 앞에선 말조심해라 했.냐?안.했.냐?


야 동생아 아서라.


뭐.

이 덩어리야.


내 친구 어제 밤에


어젯밤에 뭐?


여자친구 생긴 거 같더라.


순간 호연의 눈빛이 변했다.


뭐?!

구라면 디진다 진짜

넌 친구관리 안하고 뭐했냐?

내가 오죽했으면 너 잡고 그런 말을 했겠냐고!


너 달마다 좋다는 남자가 달라지잖아,

이번에도 그 정도겠거니 했지.


내가 너 수능끝날 때 말했잖아!

이번엔 진짜였다고!

오빠라면서 도움되는 게 뭐야!


라면을 맛잇게 먹는 승범을 행복하게 보던 호연의 눈에 갑자기 눈물이 고이더니,

“오빠, 저 잠깐만 생각난 게 있어서 방에 다녀올게요. 맛있게 드세요..”

갑자기 사그라드는 호연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한 승범은 끄덕였고 호연은 방에 들어가 조용히 문을 닫았다.

“친구야.”

“손호, 니 동생 갑자기 왜 저러냐?”

호철이 승범의 등을 손바닥으로 쳤다.

“야! 아파 인마”

“어휴, 이 죄많은 놈아.”



“네 엄마, 조심히 다녀올게요.”

호철은 전화로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나서, 방으로 향하고 있었다..

“야, 덩어리.”

호연이 자기 방 문턱에 서서 호철을 불렀다.

“뭐냐 동생아?”

“나 승범오빠 번호 알려줘.”

“아까 승범이가 집에 갈 땐 인사하러 나오지도 않아놓고는?”

“아씨, 또 명치맞을래? 얼른!”

“아..알았어 010-9.......”

콰앙-

“쯧쯧..성질이 저래서야”

호철은 호연의 지나간 모습을 보며, 혀를 찼다.



“야. 나도 간다.”

“뭐? 동생아, 1박이야 1박! 남자 둘이 가는 여행에, 그 것도 고3짜리가 어딜 가겠다는 건데!”

“승범오빠한테 전화해서 졸랐어. 걱정마. 친구도 하나 데려갈 거야.”

“동생아, 서울은 위험한 곳이고, 별일이 다 생기는 곳이야. 아직 미성년인 내 동생의 안전을 생각하면 도저히 데려갈 수가 없구나. 승범이 이모님이랑 어머니께 연락을 드려서라도 너의 서울행을 막아야겠다.”

“네가 생각이 거기까지니까 맨날 나한테 당하는거야. 이모님께서 나 되게 어릴 때부터 예뻐하는 거 몰라? 작년에서야 처음 얼굴을 튼 넌 못 이겨, 거기다 엄마는 이미 진작에 구워삶아놧지. 오히려 고수인 오빠가 있는데 뭔 걱정이냐잖아. 이 덩어리야, 넌 나한테 안된다니까?”

“난 다 오빠로서 네가 걱정되서 그러는 거 아니니.”

“쓸데없는 오지랖 부릴 거면 승범오빠 관리나 잘해주지 그랬어?”

“아, 그 말은 또 왜 하냐. 나라고 그렇게 될 줄 알았겠어? 소연이 그 친구랑은 그 날 말을 처음 섞어...”

호철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이었다.

“여친 이름이 소연이야? 마침 누군지 궁금했는데!”

호연의 눈이 질투로 불타고 있었다.


XX시 XX역.

서울로 가는 안내노선표가 역 내에 크게 붙어 있었고, 승범은 자신의 목적지역을 찾은 후, 정거장 수를 세고 있었다.

“열 셋..열 넷..와 시간 좀 걸리겠네.”

“네가 승범이니?”

눈매가 날카롭게 생긴 여인은 승범에게 친근히 말을 걸었다. 그리고 옆에 가벼운 트레이닝복에 패닝자켓을 입은 작은 소녀가 서 있었다. 등에 매인 짧은 목검은 그녀가 검술수련자임을 알 수 있었다.

“예, 누구시죠..그리고 저를 어떻게 아세요?”

“난 아서 언니, 조아라라고 한단다. 호연이한테 이야기들은 그대로구나. 소문대로였어.”

아서는 언니의 뒤에 반쯤 숨어서 승범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다.

“아아..네, 얘가 온다던 호연이 친구군요. 근데 제가 승범인건 어떻게..”

“역 안을 둘러보렴.”

역안은 평일 이른 오후답게 한산했고, 더욱이 승범의 또래의 남자는 승범 혼자였다.

“아....”

“호연이랑 그 크다던 호연이네 오빠는 어디있니? 벌써 2시인데.”

“아마 최소 10분은 늦을 거에요.”

호철은 단 한번도 제 시간에 나타난 적이 없었다.

“그래, 아서는 강한 아이란다. 네가 약한 건 모두가 알고 있으니 지켜주는 건 바라지도 않고, 길 안내만 부탁하마.”

입을 쩍 벌린 승범을 뒤로 한 채, 아라는 역을 떠났다.

“.......”

초면인데다, 접점도 없는 어색한 두 사람 사이에 잠시 적막이 흘렀다.

우웅

우웅

각자의 폰에는 메시지가 와 잇었고, 둘은 서로를 옆에 둔 채 메시지만 했다.


친구의 친동생의 친구가 왔는데, 너무 어색해 ㅋㅋㅋㅋ


응?여자애야?


친구 동생도 여자야 ㅋㅋㅋ


힝..기분나빠..ㅠㅠ


소연아 왜 그래ㅋㅋㅋㅋ

그래봤자 그냥 동생들이지 ㅋㅋㅋ


바람둥이ㅋㅋ


엥??


바.람.둥.이.


아 그런거 아니야!


여자친구생긴지

하루도 안되서

여자 둘이랑 여행가는데?

바.람.둥.이!


소연아ㅠㅠㅠㅠ


ㅎㅎㅎㅎㅎ

이름 바람둥이로 저장해야징


아, 소연아 ㅠㅠㅠ


“승..범오빠?”

소연과 메시지에 집중하던 승범은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아서에게 고개를 돌렸다..

“아..네..아서..씨?”

“그냥 아서라고 부르세요. 괜찮아요.”

“아. 응, 아서야.”

“언니가 다시 와서 커피주고 갔어요. 다 같이 마시라고.”

“응? 언제 왔다 가셨다니?”

“조금 전에요. 폰을 보는 오정 표정이 너무 웃겨서 조용히 저만 불러서 주고 갔어요.”

“...”

“저..승범오빠?”

“왜?”

“호연이 예쁘지 않아요?”

“예쁘지, 그 요정같이 귀여운 애가 그 산적의 친동생이라니, 아마 아무도 안 믿을 거야.”

승범은 머릿속에 둘을 떠올리면 킥킥 웃었다.

“호연이 여자로 되게 괜찮지 않아요?”

“프헙!컥! 앗 뜨거!”

호연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 입 빨아들이며 계속 물었다.

“호연이 여자로 어떻게 느끼세요? 귀엽다? 예쁘다? “

“저..아서야..”

“네 오빠.”

“호연이는 내 베프의 친동생이잖아?”

“...”

“그럼 나한테도 소중한 동생이야.”

승범은 아서의 질문에 호연이 아까 보여 준 시무룩한 모습이 어렴풋이 이해가 되었다.

'얘가 이걸 괜히 묻는 건 아닐테고, 휴..미치겠네..이제 호연이 얼굴을 어찌보나..'

“호연이가 저한테 오빠이야기 한 적 없어요, 워낙 호연이가 예쁘잖아요. 그래서 오빠도 호연이 몇 번 봤다니까 묻는 거에요.”

앞 뒤가 안 맞지만 승범은 신경쓰지않았고, 우선 이 상황을 빠르게 벗어나기 위해 말을 돌렸다.

“너랑 아서랑 어떻게 친구니?”

“초등학교때부터 같은 검술도장을 다녔어요.”

과묵하고 대화가 잘 이어지지 않던 아서와의 대화는 그녀의 궁금즘이 해소되고 나서야 비로소야 서서히 이어지기 시작했다.

“그럼 거의 10년 정도겠구나?”

“저는 중간에 전학을 멀리 다녀와서 중학교때 여기 없었어요.”

“응? 전학? 이사갔었니?”

“아뇨, 동네는 그대로였구요.”

“아 그래?”

'얘 학교관련 뭔가 있었구나.'

“혹시 오해하실까봐 말씀드리는데.”

“어?응?”

속이 뜨끔했던 승범은 어색하게 대답했다.

“저는 아무런 문제를 일으킨 적이 없어요. 단지 가족운이 너무 좋지 않았죠.”

아서는 순간 눈빛에서 칼날같은 날카로움을 내뿜었고, 승범의 머리속엔 순간적으로 어젯밤의 아해가 떠올랐다. 아라의 사람좋은 미소가 가렸던거지, 두 자매는 어제의 그 날카로운 여자와 너무나 닮아있었다.

승범은 잠시 고민하다 물었다.

“혹시 아서야.”

“너 혹시 언니있니?”

“보셨잖아요, 아라언니. 아라언니가 저ㅎ...저를 기르다시피 했어요.”

“아 그러니?”

“어렸을 때, 아라언니가 속 많이 썩었죠.”

“저희라고 한 걸 보니, 가족이 더 있나보구나.”

아서는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입술을 꺠물었다,

“혹시..”

“...”

“아해라는 이름을 아니?”

“몰라요, 그런 이름.”

“그래, 내가 헷갈렸나보다. 생각해보면 알 수가 없는데.”

승범은 사람좋게 웃었으며 물었고, 아서는 무표정으로 대답했다.”

“친구! 늦어서 미안하다!”

“오빵! 아서야!”

승범은 손씨 남매의 목소리를 듣고,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아서는 무표정이 깨진 채 조용히, 그리고 단호히 읖조렸다.

만약 조금만 늦게 고개를 돌렸다면, 이 소리가 들렸을까?

“그 여잔, 더 이상 우리 언니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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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장-5화. 호연이 여자로 어떻게 느끼세요? 23.08.14 16 0 13쪽
5 1장-4화 23.08.14 20 0 13쪽
4 1장-3화 23.08.14 17 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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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1장-1화. +2 23.08.14 25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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